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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순간, 룸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아까 떠들던 사람도,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도 지금은 그저 침묵만 유지했다.

수현은 자리에 앉아 갈색 머리 여자를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사람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갈색 머리 여자는 소영의 친구 황주연이었다. 수현의 눈빛에 주연의 거만한 기세는 순간 수그러들었고 목을 움츠리고 감히 고개를 들 엄두를 못냈다.

아까 실수로 수현과 눈을 마주쳤는데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주연은 너무 두려워서 소영의 뒤에 숨었다.

지금 소영은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기 몸 뒤에 숨은 주연을 한눈 보고는 별수 없어 수현에게 사정했다.

“수현 씨, 화내지 마. 주연은 그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입바른 소리를 자주 해. 대신 나쁜 애가 아니라서 악의는 없어.”

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또 주연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주연아, 빨리 윤아 씨에게 사과해. 얼른.”

주연은 내키지 않았다. 윤아에게 사과하는 일은 그녀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하지만 수현의 그 사나운 눈빛을 떠올리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윤아를 보며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요.”

“윤아 씨, 주연이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네?”

윤아는 조용히 앉아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

대신 수현이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사과만 하면 끝인가? 아까 뭐 하려 했지?”

이 말에 주연은 황급히 변명했다.

“아,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어요.”

“손찌검하려고 했잖아. 아닌가?”

“아니에요. 난 그저...”

“수현 씨.”

소영이 황급히 수현을 불렀다. 분명 사정까지 했는데 수현은 왜 아직도 주연을 물고 놔주지 않는 걸까.

소영의 부름에 수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눈앞의 여자는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있었는데 당장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애초에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그를 구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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