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의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주연이 말로만 욕하면 했지 진짜 손찌검을 할 줄은 몰랐다.소영과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은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었다. 집안 회사는 비록 강 씨네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유명했다. 그런 집안의 여식들이 교양 없는 짓을 하며 집안에 먹칠할 리가 없었다.그래서 밖에서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욕하고 심지어 손찌검을 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연이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몰랐다.이 장면을 본 소영도 매우 놀라웠다. 윤아가 아주 싫었고 또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진짜 손찌검이라도 했다간 수현과의 관계가 더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방법은 한 번도 그녀의 계획에 없었다.소영은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앞으로 반걸음 나갔을 대 그녀는 멈췄다.왜 꼭 말려야 할까. 이런 다툼 속에서 윤아의 아기가 잘못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임신 초기일 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없애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계속 남겨둔다면 끝내 화근으로 될 게 뻔했으니까.그리고 끝내 들통난다 해도 그녀가 직접 손을 쓴 게 아니니 염려될 건 없었다.생각을 정리한 후, 소영은 그 자리에 서서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그녀의 친구들은 정말 놀라서 일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윤아는 비록 빨리 물러나긴 했지만 머리를 잡히고 말았다.순간, 두피가 찢어질 것 같았다. 찌릿한 아픔과 함께 밀려온 것은 바로 짜증이었다.그녀는 의기양양해 있는 주연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정말이지 사람을 맞고도 가만히 있는 바보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윤아는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는 아픔을 참으면서 사정없이 주연의 발가락을 밟았다.오늘 하이힐을 신지 않았지만 신발 뒤꿈치로 발가락을 밟아놓으면 꽤 아플 것이다.역시나 주연은 너무 아픈 나머지 고통스럽게 소리 질렀고 표정도 순식간에 고통으로 일그러져 아주 추해 보였다. 윤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
소영은 이마가 계단에 부딪는 순간, 자신이 과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살짝 넘어지려고 했지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얼굴을 감쌌지만 그래도 심하게 넘어져 버렸다.쿵!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급히 소영에게로 달려갔다.“소영아!”그녀의 친구들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잇달아 다가갔다.이때 마침 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윤아는 그 자리에 서서 아까 손을 뻗었던 동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손바닥을 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분명 소영에게 닿지 않았는데... 어떻게 넘어진 거지? 발목을 삐끗했나?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수현과 선우도 여기에 도착했다.“왜 그래?”윤아는 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수현은 머리가 헝클어진 윤아를 보자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즉시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몸을 자신 쪽으로 돌리게 하였다.“너한테 손댔어?”이 순간, 윤아는 멍해 있으면서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앞에 있는 수현을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자신을 봤다는 점이 제법 놀라웠다.수현의 마음속엔 영원히 소영만 있는 줄 알았다.양훈이 마음으로 보라고 했던 말도 이 뜻이었을까.하지만 이 말을 더 깊이 생각하기 전에 저쪽에서 누가 수현을 불렀다.“대표님, 소영이 얼굴에서 피나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았는데 마침 수현의 그윽한 눈동자에 푹 빠져들었다. 그도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 속엔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아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으로 느껴보라고.그럼, 이번 한 번만, 딱 이번만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느껴볼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순간 윤아의 동공은 미세하게 흔들렸고 한껏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녀는 수현의 손을 한눈 보았다. 수현도 눈치챘는지 입술을 꾹 다물면서 결심한 듯 낮은 소리로 그
손을 뿌리치면서 밀친 게 소영이었다고?만약 정말 윤아가 밀친 거라면 소영이 너무 심하게 다쳤잖아.다들 조심스러운 눈길로 윤아를 바라보았고 윤아는 그저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현이 소영을 훌쩍 들어 안고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보았다.“다른 일은 먼저 신경 쓰지 말고 병원부터 가자.”그는 소영을 안고 윤아를 스쳐 지나갔다.소영의 친구들도 모두 따라갔고 윤아 곁을 지날 때 주연은 심지어 의기양양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해명할지 두고 볼게요.”이렇게 독설을 퍼붓고 주연은 절뚝거리며 따라갔다.전에 룸에 있던 사람들도 지금은 제법 머쓱해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어쨌든 선우의 환영식인데 이렇게 망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선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선우도 제법 젠틀하게 괜찮으니 먼저 돌아가라고,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모이자고 했다.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그들도 더는 남기 난처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대부분 사람이 돌아갔을 때 윤아도 몸을 돌려 밖을 향해 걸어갔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보자 손을 뻗어 막아 세웠다.“데려다줄게.”윤아는 그의 손을 밀며 말했다.“호의는 고맙지만 혼자 갈게.”이렇게 말을 끝내고 선우가 어떤 반응인지 신경 쓰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갔다.모퉁이를 지날 때 혼자 서있는 양훈을 보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양훈은 말하려다가 말았으나 윤아는 그를 향해 웃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먼저 갈게요. 다음번에 시간 되면 다시 모여요.”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참으며 양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심해서 들어가요.”“고마워요.”양훈은 가녀린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며 끝내 사라질 때쯤 시선을 거두고는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 진짜 인연이 아닌 걸까.-저녁의 바람은 제법 세게 불었다. 얼굴에 닿으면 아플 정도로.윤아는 홀로 호텔 입구의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 거기에선 현아의 격분한 목소
심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쥐 죽은 듯한 정적이 이어지자 주현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 여자가 전에 널 도와줘서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알겠는데 네가 생각하는 환상 속에 너무 갇혀서는 안 돼. 모든 행동이 계획적이란 생각은 안 해봤어? 솔직히 도와줬다고 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잖아. 은혜를 갚지 말자는 뜻은 아닌데 나중에 보답할 기회를 찾자는 거야.”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어.”그녀의 우울함을 단번에 알아차린 주현아는 밝은 목소리로 제안했다.“오늘 밤 우리 집 올래? 내일 연차 써도 되니까 밤새 수다 떨까? 그러면 기분이 좀 풀릴 텐데.”“괜찮아.”심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아직 집에 계셔서 얼른 돌아가야 해.”오늘 밤 일어난 일로 인해 심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양훈의 말을 듣고 실낱같은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산산조각났다.누굴 탓하겠는가? 터무니없는 희망을 붙잡고 있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호텔 입구에 앉아있지 말고 얼른 돌아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인데 넌 아예 추위를 못 느끼나 봐?”절친의 세심한 배려에 심윤아는 웃음이 터졌다.“응, 지금 바로 들어갈게.”주현아는 평소 같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얼른 들어가. 집 도착하면 연락하고.”“알겠어.”전화를 끊은 심윤아는 곧바로 자리를 뜨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찬바람을 느끼고 있었다.일기예보에서 오늘 밤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찬 공기가 밀려오니 따뜻하게 입으라고 하더니만 정말로 그런듯하다.외출할 때만 해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추위에 벌벌 떨며 코를 훌쩍이던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심윤아의 옆에 앉았다.따뜻한 코트가 몸을 감싸고 코끝으로 상쾌한 담배 냄새가 느껴지자 그녀는 눈을 떴다.“안 아파?”이선우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윤아 얼굴에 난
그래서 나중에 알게 된 사람들은 이성이 아니라 친구로만 대했다.“뭘 멍하니 있어?”이선우는 재촉했다.“얼른 일어나. 여기 앉아있는 게 춥지도 않나 봐?”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심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야식은 됐어. 어차피 배도 안 고프고...”“환영회가 이 지경 됐는데 넌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야식으로 퉁치자.”그 말을 듣자 심윤아는 뒤늦게 죄책감을 느꼈다.오늘은 그가 돌아온 걸 환영하는 자리였는데 심윤아와 강소영의 일로 다들 불쾌한 기분으로 헤어졌다.물론 심윤아가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으니 심사숙고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이선우는 활짝 웃으며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어?”20분 후, 두 사람은 죽집에 도착했고 야식 먹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심윤아는 창가를 골라서 앉았고 뒤를 돌아보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선우를 보고 아차 싶어 그제야 재빨리 물었다.“네가 줄곧 해외에 있었다는 걸 깜빡했네. 이런 음식은 별로지? 아니면 뭘 먹고 싶은지 말해봐.”그녀의 말을 들은 이선우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괜찮아. 양식이 더 익숙한 건 맞는데 오랜만에 한식을 보니까 뭔가 뭉클한걸?”말을 마친 후 그는 의자을 꺼내 심윤아의 맞은편에 앉았다.이선우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으나 배려심이 가득하다는 건 고스란히 느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심윤아는 해물죽이 먹고 싶었으나 비린내가 심할까 봐 걱정되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야채죽을 주문했다.종업원이 떠나자 이선우는 챙겨온 티슈를 꺼내 젓가락을 깨끗이 닦은 후 자연스레 심윤아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죽 엄청 좋아하는 것 같네?”그 말을 들은 심윤아는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이선우를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질문을 던졌다.“저 차 네 거야?”이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심윤아는 순간 죽 사러 아래층에 내려간 그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
심윤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이선우의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한국에 정착할 계획이야?”“응. 아마 보름쯤 지나면 모든 게 안정될 거야.”이때 심윤아가 말을 꺼냈다.“일단 한국으로 돌아온 건 너무 축하해. 하지만 내가 일이 바빠서 널 자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심윤아가 거절의 의미로 이 말을 꺼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춘기 소년이 아니다. 성숙한 성인 남자가 된 지금은 서두를수록 일을 망치게 된다는 도리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그동안 장기전을 벌일 마음 준비를 충분히 했고 조급해하지 말자며 수없이 다짐했었기에 이 정도의 거절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괜찮아. 시간 여유로울 때 만나도 되는 거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우리가 여전히 친구라는 걸 잊지 마.”이선우의 답에 심윤아는 혼란스러웠다.섣불리 그의 마음을 오해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곧이어 안도감이 밀려왔다.외국에서 지낸 5년 동안 어쩌면 일찌감치 여자친구가 생겼을 수도 있다. 넥타이핀은 선물해 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간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솔직히 그녀도 친구가 선물해 준 것들을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그 사람이 특별하다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둘만의 추억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생각을 정리하자 한껏 홀가분해진 그녀는 이선우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그래.”두 사람은 같이 야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입맛이 없었던 심윤아는 야채죽이 싱겁다고 느껴서 얼마 먹지 못했고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 이선우는 아직 그 맛에 익숙하지 않아 몇 입만 먹고선 수저를 놓았다.재빨리 계산하는 심윤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선우는 허탈한 듯 웃었다.“환영회를 망친 거에 대한 보상인 거야?”“응. 내가 다 망쳐버렸는데 너한테 이걸 계산하라고 하면 너무 염치없는 짓이잖아.”이도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말을 이었다.“내가 손해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가게를 나서며 심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
그러나 심씨 가문의 파산을 알게 되었을 때 진수현은 이미 심윤아를 위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이선우의 ‘좋은 여동생’은 이 일이 그의 학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어 정보원에게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철통 보안으로 비밀 유지했다.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서 직접 알아봤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커졌다.심윤아의 마음이 진수현에게 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출발점에서 뒤떨어졌는데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서도 한발 늦었으니 조바심이 앞섰다.“어쨌든 앞으로 도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이번에는 결코 놓아주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차는 천천히 별장 입구에 멈춰 섰고 심윤아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운전 조심하고.”이선우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너도 얼른 쉬어.”이선우는 심윤아가 차에서 내릴 때부터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고 별장 입구에서 얼른 가라며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떠날 준비를 했다.가녀린 그녀의 뒷모습이 시선에서 사라지자 입가에 걸렸던 웃음도 함께 사라졌다.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여동생인 걸 확인한 이선우는 싸늘하게 웃고선 이를 무시한 채 운전하고 떠났다....심윤아가 돌아왔을 때 김선월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아마도 진수현과 함께 나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것 같다.혼자 돌아온 걸 어떻게 김선월에게 설명해야 할지 골치가 아팠는데 잠들어 있으니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님 요즘 컨디션 괜찮아요?”심윤아는 집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위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그러나 올라가려던 찰나 계단 입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진수현을 발견했다.심윤아는 흠칫 놀라더니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뭐야? 강소영이랑 같이 병원에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거지?’진수현은 눈을
‘이선우 차에서 내린 걸 봤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어쩌면 이선우가 집 앞까지 데려다준 걸 심윤아가 스스로 설명할 수도 있으니 기다리기로 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심윤아는 강소영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는 거라고 오해했다.강소영을 밀지 않았다고 확신하지만 설명한다고 해서 진수현이 믿을까? 여전히 강소영의 편을 들 진수현의 모습이 떠오른 그녀는 망설이다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걔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응?”진수현은 순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모든 관심은 이선우가 집 앞까지 바래다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한참이 지나서야 심윤아가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 깨달았다.“소영이 말하는 거야?”‘소영? 다정하게 부르네.’심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응. 다쳤잖아. 내가 강소영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 얘기하면 믿을 거야?”그의 답을 듣기도 전에 심윤아의 표정은 더없이 싸늘하게 변했고 예쁜 눈동자 속에는 자신을 향한 조롱이 담겨있었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넌 전혀 믿지 않겠지만 네가 믿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단호함도 보였다.역시나 예상대로다.심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안 믿음 말고.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진수현이 입을 열었다.“알고 있어.”진수현은 그윽한 눈동자와 함께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소영이 친구가 널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걔가 그걸 막을 수 없어서 너만 곤란해진 걸 알아.”애써 유지하던 평온함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흔들렸고 심윤아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입을 열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혼자 넘어졌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네? 강소영 누명 벗기려고 나한테 뒤집어씌웠다는 거잖아.”얼마나 우스운가.그와 결혼한 긴 시간 동안 심윤아는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지고 광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직접 저지른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