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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현이 또 한 페이지를 넘겼다.

윤아가 무언가 말하려다가, 찡그린 그의 미간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됐다, 됐어. 읽는 것도 빠른데 두 사람이 사는 것이 아무래도 혼자인 것보다는 나을 테지.

윤아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그가 다 훑어볼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약 몇 분 만에 계약서를 다 훑은 그가 마지막 장의 윤아가 서명한 글씨체를 보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그가 서류를 덮자 윤아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빨리 읽는다고? 자기도 자세히 읽어보진 못했으면서, 날 뭐라 해.”

그 말을 들은 수현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세 번째 페이지 다섯 번째 줄 내용이 뭐였게? 기억해?”

“뭐?”

수현의 느닷없는 질문에 윤아가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수현이 느릿느릿하지만 조리 정연하게 알려주었다.

윤아가 한바탕 투덜대며 서류를 펼쳐보았으나 내용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대로였다.

윤아가 수현을 힐끗 바라보자, 수현이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물었다.

“남편 좀 대단한 것 같지 않아?”

윤아는 침묵했다.

수현이 그녀의 머리를 문질러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갖다줄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말을 마친 수현이 서류를 건네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때 윤아를 향하던 웃음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문을 열고 오민우에게 서류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차갑기에 그지없었다.

오민우는 어색하게 서류를 받아서 들었다.

“다시는 오지 마세요.”

수현이 차갑게 말 한마디를 뱉었다.

말을 안 했으면 오히려 나을 뻔했다. 그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오민우는 더 난처해져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이제 별일 없으니 폐 끼치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오민우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모퉁이를 지난 후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리에 서 있었다.

전에 아무리 대기업 경영진에 익숙하더라도 수현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남자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역시 진씨 그룹의 진 대표님은 카리스마나 아우라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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