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는 하루 24시간을 종일 윤아와 함께 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윤아 역시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저 수현이 질리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었다.그의 부상이 다 나으면 이제 귀찮게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며 그때쯤이면 윤아 역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윤아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생각지 못한 점은 수현이 이 행동에 질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일 점점 더 달라붙으며 성가시게 군다는 것이었다.시간이 흐를 수록 회사 사람들 역시 수현의 등장에도 술렁이지 않게 되었고 더 이상 처음 만났을 때처럼 흥분하지 않게 되었다.게다가 그들은 수현이 윤아에 대한 태도를 알아차린 후, 회사가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했을 때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 회사가 발전을 이룩한 이후 그들이 오려고 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수현은 매일 윤아와 함께 왔지만 두 사람은 회사에 오래 있지는 않았다.때로는 아침만, 때로는 오후만 몇 시간 동안만 머물렀다.근무시간이더라도 윤아가 회사의 대표였기에 직원들도 별 의견 없이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윤아는 월급을 주는 입장이니까,이렇게 시간은 물 흐르듯 흘렀고 날씨는 점점 추워져 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이 되었다.도시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분위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도시에서 일하는 수많은 청년은 속속 각종 교통수단을 타고 친가로 돌아간다.떠들썩하던 도시가 점차 한산해졌다.윤아의 회사 사람들도 여기저기 집으로 돌아갔기에 회사가 텅 비게 되었다.설날에 회사를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던 윤아는 직원들이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걱정을 덜게 되었다.윤아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꾸밀 것들을 집에 가져와서 수현에게 붙여달라고 했다. 진씨 회사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아랫사람을 시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귀한 사람이 집에서는 윤아의 지휘 아래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세배하는 그림을 예쁘게 붙여주었다.그의 부상은 진작 다 나은 상태였다. 재진할 때 의사도 잘 회복했다며 칭
윤아는 휴대폰을 들고 바로 자리를 떴고, 감정이 불타오를 때 갑자기 밀쳐진 수현은 쓸쓸하고 외롭게 자리에 남았다.“...”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진정하고서야 무너져 내릴 뻔한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를 수 있었다. 그제야 뜨거운 숨결과 짙은 갈증도 점차 가라앉는 듯했다.그 후 수현은 윤아가 떠난 빈 자리를 어이없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못된 사람, 밀 때 좀 살살 밀지.수현은 속으론 윤아를 원망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탓하기는 미안해 애꿎은 전화한 사람을 원망했다.누가 이렇게 눈치 없이 중요한 타이밍에 전화를 거는 걸까.같은 시각, 윤아는 침실에서 ‘눈치 없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연말이었기에 전화를 받은 윤아는 신이 났다.“현아?”아직 기억이 전부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며 우정이 생긴 상태였다.어릴 적부터 좋은 자매였던 사람은 기억을 잃어도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의존하기 마련이다.그 사이에 윤아는 또 다른 한 명의 친구, 앨리스를 알게 되었다.앨리스 역시 그녀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다만 앨리스는 외국에서 만났으며 두 사람은 국내에서 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들었다.윤아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그녀의 잠재의식은 여전히 주현아를 의존하고 있었다.그러나 주현아는 질투하는 건지 가끔 그녀에게 말하곤 했다.“네 곁에서 가장 오래 함께 한 친구는 나야. 다른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날 잊으면 안 돼.”“내가 잊을 리가.”그럴 때마다 윤아는 위안했다.“지금도 봐. 기억을 잃었어도 넌 잊지 않았잖아.”이에 주현아는 뾰로통하며 대답했다.“잊은 게 분명한데. 내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누군지 전혀 기억도 못 했을 텐데.”“아, 됐어. 어차피 이제 예전 기억도 없을 텐데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다 무슨 소용이야.”두 사람은 몇 마디 잡담을 나누다가 빠르게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윤아는 주현아와 이야기하며 일상의 에피소드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오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좋아.”무언가 떠올린 주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오늘은 안 돼. 도착하면 밤일 테니까.”국제선 비행기는 비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주현아도 오늘 윤아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도착할 때쯤은 아마 한밤중일 것이기에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윤아와 가족을 만날 계획이었다.“밤이라고?”주현아게게 항공편 번호를 물은 뒤 검색해 보았다.“그럼 밤에 내가 데리러 갈게.”“에이, 괜찮아.”주현아는 즉시 윤아의 제안을 거절했다.“도착하면 한밤중이야. 네가 푹 자고 있을 때란 말이지. 우린 내일 보자.”윤아는 그녀의 다급해하는 모습에 피식 웃고는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다.“나 이제 탑승 준비해야 하니까 내일 전화할게.”“알겠어. 조심히 와.”전화를 끊자 곁에 있던 허연우가 다가와 물었다.“현아 씨, 친구예요?”주현아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네. 오래전부터 친했던 친구요.”“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어요?”“네.”허연우가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좋겠어요. 전 학창 시절 때 친했던 친구들이랑 이제 연락도 잘 안 하고 지내요.”주현아가 가볍게 웃어 보였다.“다 그렇죠. 저도 연락은 끊긴 지 오래고 이 한 명뿐이에요.”너도나도 사회에 들어서고 직장을 찾은 후엔 누가 옛날 학창 시절 친구를 여태 기억하고 있겠는가. 특히 결혼하고 나면 주변 친구들도 바쁜 일들로 만날 시간도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가끔 기억하거나 명절에 덕담 한마디씩 건네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두 사람은 이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탑승수속을 밟은 이후에는 각자의 길로 갔다.같은 좌석을 사지 않은 데다 목적지가 달랐다. 주현아는 인근 호텔에서 자고 허연우는 가족들이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하여 두 사람은 함께 있지 않기로 했고 주현아는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근처 호텔에서 샤워 후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이번 비행기는 좌석이 불편한 데다 장기 비행이었다. 환승할 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기내식이 입에 맞지 않았기에
윤아의 말에 주현아는 멍하니 있었다. 아마 윤아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한참 가만히 있던 주현아가 입을 열었다.“이 밤중에 왜 깨어있어? 푹 쉬고 내일 만나자니까.”“친구가 귀국하는데 어떻게 마중도 안 나가?”휴대폰 건너편의 윤아의 목소리가 신이 나 있었다.순간 주현아는 가슴이 뭉클해져 눈시울을 붉히었다.“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얼른 와! 기다리고 있을게.”“하, 정말... 오지 말라고 분명 말했는데 이 밤중에 잠도 안 자고 마중 나왔다네요.”허연우는 그저 그런 친구를 둔 주현아가 부럽기만 했다.“좋겠어요. 그럼 우리 차 안 타도 되겠네요. 저도 걱정할 필요 없고요.”허연우는 정말로 진심 어리게 자신을 관심하고 있었다.“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연우 씨도 얼른 돌아가 봐요. 가족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면 안 되잖아요.”“네. 그럼 나중에 시간 나면 연락해요.”“알겠어요.”허연우와 헤어진 후, 주현아는 자리에서 크게 심호흡한 후 짐을 찾으러 갔다.이번에 일을 그만두고 집을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짐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우회하여 짐을 찾아야 했다.짐을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주현아는 다시 전화를 꺼내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윤아는 걱정 말고 짐을 찾으라며 살가운 답장을 보내왔다.이에 주현아가 물었다.“혼자 왔어?”“아니.”주현아는 그제야 안도했다. 이 늦은 밤중에 누군가 옆에 있으면 되었다. 윤아의 출중한 외모 때문에 나쁜 남자와 맞닥뜨려 사고가 생길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짐을 기다리고 있을 때 주현아는 뜻밖의 문자 한 통을 받았다.“착륙했어요?”몇 번을 확인해도 배주한이 보낸 메시지가 확실했다. 주현아는 이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채팅창을 닫고 개인 메시지를 여러 번 확인하기까지 했다.몇 번을 살펴본 후에야 배주한이 확실히 자신에게 보낸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주현아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두뇌 회전이 빨랐다.어쨌든
주현아도 얼른 윤아를 껴안았다.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었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둘은 한참을 말없이 끌어안고 있었다.이 세 사람의 외모가 하도 출중했기에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그들을 바라보았다.수현은 서로 정겹게 껴안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며 참고 또 참다가 마지막엔 결국 입을 열었다.“그만 안아도 되지 않나? 시간도 늦었는데.”“...”주현아가 어이가 없어 수현을 째려보았다.비록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윤아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윤아는 빙그레 예쁘게 웃으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신경 쓰지 마. 이 사람 질투쟁이라서.”이에 주현아가 놀리듯 응답했다.“그래.”“오늘 기내식이 별로였어? 배고프면 같이 뭐 먹으러 갈까?”“아냐. 괜찮아.”주현아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을 내저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어떻게 그래. 마중 나와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호텔까지만 데려다주면 돼. 호텔에 도착하면 밖에 슈퍼에서 라면 좀 사다 먹으면 돼.”그녀의 말에 윤아가 눈살을 찌푸렸다.“라면을 먹는다고?”주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라면이 영양가가 있어? 그런 걸 왜 먹어?”“어차피 한 번인데 뭐 어때.”잠시 생각에 잠긴 윤아는 자신의 이중잣대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라면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절친이 한 끼 식사로 라면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영양가도 없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안 돼. 얼른 차에 올라타. 같이 뭐 좀 먹게.”주현아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윤아에 의해 차에 태워졌다. 결국 두 사람의 의논 끝에 식당에서 콩국을 마시기로 했다.밤인 데다 늦은 시간이었으므로 선택지는 생각보다 적었다.수현은 콩국에 관심이 없었지만 윤아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제 것도 주문했다.콩국이 진한 향기를 풍겼다.한 모금 크게 마신 주현아는 만두 두 개를 더 먹고 나서야 허기진 배가 조금 채워지는 것 같았다.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았기에 윤아는 줄곧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걱정했다.윤아가 주현아
만약 윤아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였더라면 자러 가라는 제안을 할 때 얼른 그러겠노라 대답할 것이다.하지만 이제 결혼도 했고 혼자 사는 집도 아닌데 아무런 심리적 부담 없이 간다는 건 예의가 없는 것이다.하여 주현아는 가장 먼저 무의식적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이를 본 윤아가 물었다.“이 사람은 왜 봐?”말을 마친 윤아가 주현아의 시선을 따라 수현을 바라보았다.“설마 승낙 안 해주는 건 아니지?”아내의 시선에 수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말했다.“내가 어떻게 승낙을 안 해줘. 가자. 운전기사에게 전화해서 도우미한테 준비하라고 해야지.”주현아는 조금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짠돌이에 질투쟁이인 그가 승낙할 줄은 몰랐다.윤아는 신이 나서 주현아를 껴안았다.“그럼 오늘 밤은 너랑 자야겠다!”주현아는 난처한 얼굴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차에 오른 뒤 윤아와 함께 뒷좌석에 타던 수현은 주현아의 등장으로 조수석으로 밀려나게 되었다.조수석에 홀로 쓸쓸히 앉아 있는 수현의 얼굴은 흐려져 있었다.하지만 윤아에게 있는 단 한 명의 절친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 넓은 아량으로 품어주어야 할 상황이기에 불쾌한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그날 밤 주현아는 윤아의 집에서 묵게 되었다. 도우미가 평소에 자주 청소했기에 객실도 깨끗하고 이불도 새것으로 갈아져 있었다.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온몸의 피로를 씻은 후에야 주현아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보드라운 살결에 피부는 연분홍색이었다.그녀가 나왔을 때 윤아가 침대에 누워있었다.“윤아?”“샤워 끝났어?”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운 윤아는 주현아가 나오자마자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같이 자겠다는 것이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 생각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다이라 해도 수현이 허락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그런데 윤아가 정말 함께 자려고 왔을 줄이야.”“왜?”주현아가 제자리에 선 채 자신을 응시하자 윤아가 궁금한 듯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정신을 차린 주현아가 침대
윤아는 잠자코 듣다가 가끔 그녀가 필요로 할 때 한마디씩 대답하곤 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현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한번 화면을 힐끗 보니 발신자가 뜻밖에도 배주한이었다.“?”지금이 어느 땐데 이 시간에 전화를 건다고? 배주한은 밤에 잠도 자지 않는 건가?아니다.다시 생각해 보니 그가 있는 쪽은 낮이었다.주현아은 한번 크게 심호흡한 뒤 윤아에게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응.”“여보세요? 대표님?”주현아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화를 받아버렸으므로, 이렇게 빨리 통화가 될 줄 몰랐던 배주한은 침묵을 지켰다.소리를 듣지 못한 주현아가 휴대폰을 멀리 가져갔다 다시 귀에 대기를 반복하며 낮게 중얼거렸다.“설마 전화를 잘못 거신 건 아니죠?”배주한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곁에서 또 다른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구야?”놀라운 기억력으로 배주한은 그 목소리를 단번에 기억해 냈다.처음에 주현아와 함께 찾아갔던 그 여인의 목소리, 바로 윤아였다.이제보니 메세지에 답장을 하지 않은 것도 절친과 만나 기뻐서 그만 잊었나보다.배주한은 마음속으로 그녀를 위해 핑곗거리를 찾아주었다.“쉿.” 주현아가 검지로 입술을 가리며 윤아에게 말하지 말라며 제스처를 취하자, 윤아가 입을 틀어막았다.이후 주현아가 다시 한번 물었다.“대표님?”배주한이 그제야 짧게 대답했다.“네.”“조금 전엔 신호가 안 좋았나요? 대표님 목소리가 안 들렸어요.”“네. 신호가 잘 안 잡히나 보네요.”배주한이 담백한 목소리로 물었다.“호텔에 도착했어요?”“아니요, 오늘 밤은 친구 집에서 묵으려고요. 혹시 업무상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배주한이 한참 침묵을 지켰다. 주현아는 그의 한숨 소리를 들은듯했다.“네. 있었죠. 그런데 시차가 많이 나니 그냥 그만두는 거로 하죠.”“...”주현아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끊겠습니다.”배주한이 곧 전화를 끊었다.가차 없이 끊긴 전화에 주현아는 어이없어하며 폰을 집어던지고 윤아에게 투덜거리기 시작
주현아는 두 사람의 카톡 채팅 기록을 보여주려고 했다.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절친이었기에 숨길 것도 없었다.자신을 향해 화면을 비추자 윤아는 자연스럽게 주현아 쪽으로 몸을 돌려 폰을 바라보았다.채팅을 확인한 윤아가 입을 열었다.“마지막 메시지에 답장을 안 했네.”보여줄 때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주현아가 윤아의 말을 듣고서야 휴대폰을 다시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채팅창에는 그녀가 관심해줘서 고맙다는 답장 외에 배주한에 나중에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안전에 주의하고 호텔에 도착하면 말해줘요.”그 후 긴 시간 동안 주현아는 답장하지 않았다.짐을 챙겨 급히 윤아를 찾아갔고 그 이후엔 야식, 그 이후엔 샤워, 그 이후엔 윤아와 이야기를 하느라... 이제 본 것이다.“일에 관해 물은 건 그냥 핑계인 것 같은데. 제일 중요했던 건 네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그녀의 말에 주현아가 고개를 들어 윤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내 안전을 확인하고 싶어 해?”너무 이상했다.“음.”윤아가 눈을 감으며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그분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게다가 평소에 항상 같이 일했잖아. 사람이 아무리 차가워도 냉혈한은 아니니까 오래 함께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뒀고 또 한밤중에 착륙이니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안전조차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차가운 사람이라는 거야.”윤아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제야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던 긴장감도 사라졌다.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비볐습니다.“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럼 이제 성가시게 할 일은 없겠지.”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으므로 화제는 빠르게 전환되었다. 윤아는 그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그녀와 수현에 관해 묻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막 입을 열었을 때, 주현아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현아야?”윤아가 불러보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주현아의 가벼운 숨소리뿐이었다.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