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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나는 고개를 돌렸다가 그 남자의 두 눈과 마주쳤다. 자세히 보니 눈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고현성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모두 차갑고 무뚝뚝한 남자들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먹으러 왔어.”

윤다은이 웃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먹는 건데.”

나는 입술을 깨물고 설명했다.

“방금 회사에서 일 보고 나왔어. 진짜 일부러 약속 거절한 게 아니야.”

사실은 일부러 거절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딱 마주치니 정말 민망했다. 나도 거절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고정재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서 거절했을 뿐이었다.

그때 윤다은이 나의 팔을 잡고 칭찬했다.

“수아 언니 너무 예뻐요. 눈 밑에 반짝이를 그리니까 엄청 어려 보여요. 언니 올해 몇 살이에요?”

윤다은의 칭찬에 나는 조용히 서 있는 고정재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는 나를 다정하게 보면서 말했다.

“수아 씨 96년생이야.”

내가 태어난 연도까지 알고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 삽시간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렸다.

윤다은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96년생? 그럼 나보다 더 어린데요?”

내가 피식 웃자 윤다은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언니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겠네요?”

사실 언니라고 불러도 되었다. 예전에 새언니였으니까.

나는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응. 근데 항렬로 따지면 내가 전에 새언니였어.”

새언니라는 말을 듣고도 고정재의 표정이 아무런 흔들림이 없자 나는 실망감을 애써 감췄다.

“다은 씨 오빠 고현성의 전처였어.”

윤다은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끼고 있던 팔짱까지 풀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다음에 내가 식사 대접할게요.”

식당을 나선 나는 고개를 들어 눈꽃을 바라보았다. 순간 슬픔이 밀려와 멈칫했다가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눈꽃이 내 몸에 떨어지려던 그때 누군가 검은 우산을 씌워주었다.

나는 놀란 얼굴로 돌아서서 그에게 물었다.

“왜 따라 나왔어요?”

그의 중저음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집에 데려다줄게.”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차 가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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