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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반경우가 여유롭게 물었다.

“이유는?”

“다른 사람한테 사랑받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 가짜여도 상관없어.”

지금까지 연애하고 싶은 이유가 늘 이것이었다.

가로등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반경우는 가볍게 웃으면서 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이 녀석아, 사랑받고 싶으면 그 사랑 내가 주면 되잖아. 근데 너랑 연애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난 평등한 사랑을 원하는데 네 마음속에는 내가 없잖아...”

반경우가 절대 나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거절당했다. 그는 나의 이마에 키스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난 널 예뻐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어. 그리고 남자 친구처럼 연애도 하고 결혼할 수도 있고. 근데 넌 날 사랑해?”

줄곧 비혼주의자라고 했던 반경우가 나와는 결혼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고 내가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이었다.

나는 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미안. 내가 괜한 말 했어.”

반경우는 시선을 늘어뜨렸고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찍 쉬어. 내일 보자.”

반경우가 떠난 후 나의 기분은 계속 복잡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것만 같았다. 그가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반경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날 사랑해?]

날 사랑한다면 바로 동성시를 떠날 생각이었다. 반경우가 답장을 보냈다.

[아직은 아니야.]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는 답장을 보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그때 길가에 서 있는 검은색 벤츠를 발견했다. 차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물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남자는 싸늘한 얼굴로 가로등 밑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반경우의 뒷모습을 향해 있었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연수아, 거리를 누비면서 연애할 남자는 찾으니까 즐거워?”

‘내가 즐겁냐고?’

고현성이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연애할 남자를 찾았지만 또 그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게 두려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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