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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자세히 들어보면 말투에 나약함이 묻어있었고 지금 마주한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더라면 나는 좋아서 펄쩍 뛰었을 것이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고현성이 나를 내려놓고 덤덤하게 물었다.

“방 번호가 몇 호야?”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방 하나 더 잡아요.”

고현성은 내 말을 무시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앞에 한참 동안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곧장 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연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내 방 번호까지 알았어요?”

‘이건 희연이한테 얘기하지 않았는데?’

고현성은 넥타이를 풀면서 차갑게 말했다.

“네가 든 이 호텔이 우리 그룹 거거든. 그리고 하나 더. 최희연 씨는 나랑 연락한 적이 없어.”

나는 놀란 두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이 호텔에 체크인했을 때부터 내가 동성에 있다는 걸 알았단 말이에요? 언제 왔어요? 밖에서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분명 고현성을 떠나고 싶어서 운성을 떠났는데 바보처럼 그의 영역에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고현성은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을 냈었는데.

나는 답답한 마음에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겼다. 고현성은 말리지 않고 내가 다 정리하고 나서야 덤덤하게 말했다.

“넌 도망가지 못해. 네가 어딜 가든 다 찾을 수 있어. 아무튼 남는 게 시간이니까.”

내가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

우리 둘은 절대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계속 엮였다. 그리고 나의 문제가 아니라 뻔뻔스럽게 매달리는 고현성 때문이었다.

기억을 잃은 고현성은 나에게 심하게 집착했다.

“나랑 재결합하자. 내 아내가 되어줘.”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싫어요.”

평생 다시는 그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단칼에 거절하자 고현성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나의 얼굴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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