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화

바람이 사는 거리...

바람은 이곳에 살지도 머물지도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너와 나의 어린 시절 그 추억들을 전부 휩쓸어갔지. 넌 그렇게 바람을 따라 이곳을 떠났고 난 같은 자리에서 널 기다렸지만 바람은 이미 떠나버렸지.

9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는데 그토록 자신했던 어린 시절도, 확실했던 사랑도 이젠 전부 농담처럼 들렸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고 내 인생 자체가 우스워졌다.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멜로디가 꿈결처럼 마음속을 한번 또 한 번 배회하니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자리에 일어선 순간 음악이 뚝 멎었고 남자의 눈빛은 수많은 관객 사이를 비집고 정확하게 내게 떨어졌다. 맑고 투명한 그 눈빛 속에서 나는 고현성이 말했던 연민을 보아낸 것 같았다.

나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고 바로 그때 1열에서 최희연과 윤다은이 의아한 눈빛으로 뒤돌아보다가 나를 보자 최희연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내가 담담하게 고정재를 바라보는데 그가 문득 다시 연주를 이어갔고 나는 황급히 음악센터를 빠져나갔다.

최희연이 나를 따라 나오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나는 문에 붙은 광고를 가리키며 웃었다.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서. 여기서 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최희연은 내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내 마음을 이해했는지 손을 뻗어 안아주며 말했다.

“다 괜찮아질 거야.”

진서준이 막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을 떠올리며 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였다.

“다 잘될 거야.”

그녀를 향한 위로인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문득 최희연이 말했다.

“나랑 좀 걸어.”

“응, 서준 씨는 계속 연락이 없어?”

3월의 바람은 약간의 한기를 품고 있었고 나는 최희연이 차분한 어투로 말하는 것을 들으며 옷깃을 여미었다.

“없어. 그 사람 생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나도 이렇게 애매한 상황은 싫어... 진서준은... 난 사랑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마음속 열등감까지 어쩌진 못하겠어. 우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