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아 씨, 너무 잘난척하는 거 아닌가요?”유지영이 발끈했고 나도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이런 이상한 사람은 처음 봤기에 다소 놀라웠다.게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는 회사도 처음이었다.그들이 계속해서 날 한심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나는 유지영을 경멸하는 태도로 무시하며 유서정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운성 연씨 가문, 동성 반씨 가문, 상주 조씨 가문까지 어느 도시에 손을 뻗어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당신네 유씨 가문은 그 어떤 성과도 낼 수 없을 거예요. 고씨 가문이 도와준다고 해도... 고현성은 사업가라서 어떤 흐름에 따라가야 할지 정확하게 짚어내죠.”유서정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었다.“조씨, 반씨 가문과 가까운 사이에요?”나는 태연하게 말했다.“적어도 그쪽이랑은 가깝지 않잖아요.”분명한 협박이었다. 유서정은 유지영처럼 어리석지 않았기에 분명 이득을 따져볼 것이다. 룸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고 유서정의 머뭇거리는 시선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의 얼굴이 다소 굳은 표정이었는데 아마도 이 계약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 같았다.그 순간 밖에서 문이 열렸고 나는 고개를 들어 고현성을 바라보고는 살짝 놀랐다.습관적으로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는 들어와서 내 곁에 앉았고 마침 서 있는 나를 위로 올려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왜 앉아서 얘기하지 않고.”나는 이대로 가려다가 그가 갑자기 개입하니 입술을 깨물며 다시 그의 곁에 앉았다.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내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연 대표님 사람 협박하는 능력이 대단하시네. 이렇게 하지. 하루 동안 나와 같이 보내면 오늘 이 일에 난 끼어들지 않는 걸로.”나는 그를 무시했고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자 마침 유서정의 눈동자가 보였고 늘 차분하고 침착하던 그녀의 얼굴이 이 순간 균열이 생겼다.나는 곧바로 그녀가 고현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 이혼한 남자도 이렇게 환영받나?나는 굳이 들추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그건
유지영은 유씨 가문에서도 아무 발언권이 없는 애송이였기에 그녀의 말은 완전히 무시하면 그만이었다.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무시했고 유서정이 꾸짖자 그녀도 더 말을 꺼내지 못했다.유씨 가문이 연씨 가문과 계약을 맺었다가 파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아했다.내가 유씨 가문으로 찾아오도록 일부러 유도한 것일까?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현성을 바라보았다.그는 내가 도전적인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일부러 유씨 가문이라는 먹잇감을 내 앞에 놓아 냄새를 맡게 한 다음 다시 빼앗아 간 걸 보면 나에 대해 적잖이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았다.그것도 단지 나와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참 무모하고 변덕스러운 남자다.진서준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낙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나는 비서에게 남아서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말한 뒤 서둘러 그를 쫓아가려는데 문 앞에 다다르기 직전 유서정이 나를 부르더니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그렇게 서둘러 계약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쪽이 이미 한번 약속을 어겼잖아요.”그들을 믿지 못한다는 내 말에 유서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원하시는 대로 하죠.”고현성의 넓은 등이 우리를 뒤로한 채 앉아 있었고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그는 내가 찾아올 줄 알았는지 로비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다가가서 말했다.“얘기 좀 해요.”진서준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오직 최희연뿐이었다.밖은 번화한 거리였고 진서준이 다소 불편해 보이자 나는 고민 끝에 그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갔고 도착한 뒤 그는 보기 드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네요.”나는 휠체어 손잡이를 놓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다 아는 사람끼리.”최희연의 애인이니 나도 그를 존중해야 했다.잠시 망설이던 내가 물었다.“왜 떠난 거예요?”지금 비가 내리는 건 아니지만 땅은 온통 젖어 있고 내 하이힐 굽은 진흙에 뒤덮여 었다. 나는
만약 진서준이 작은 마을의 다리 없는 백수였다면 그는 무척 따분한 나날을 보낼 것이다. 단순히 먹고 사는 걸로 현실을 버틸 수 없고 최희연은 항상 속으로 고상한 것들을 바라왔으니까.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을 바꾸는 것뿐이다.그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말이다.하지만 인생은 쉬운 게 없었다.진서준과 헤어지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아래층에서 비서가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지영도 자리에 있었고 내가 다가가자 비서가 설명했다.“대표님, 이쪽에 사인해 주세요.”내가 받아 사인을 하자 비서가 계약서 사본 하나를 유지영에게 주었고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당신은 고현성 못 뺏어.”그 말에 나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누가 뺏는다고 했어요?”유지영은 여전히 콧방귀만 뀌면서 아무 말 없이 오만하기 그지없는 못난 표정을 지었다.나는 웃으며 물었다.“그쪽 유서정 씨가 그 사람 좋아해요?”유지영은 콧방귀를 뀌며 뒤돌아 가버렸고 나는 한숨을 쉬며 비서에게 말했다.“저런 여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어요? 주제도 모르고 사람 미움이나 사는 저런 사람은 정말 상대하기 싫어요.”비서가 웃으면서 말했다.“아까는 질문하시던데요.”나는 저도 모르게 설명했다.“고현성을 좋아하는 게 저 여자인지 유서정인지 궁금하잖아요.”말이 나오자마자 내 뒤에서 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강해온 씨, 먼저 회사로 돌아가세요.”비서가 뒤돌며 고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눈을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먼저 가서 유씨 가문과의 뒷일을 처리해요.”그 말에 비서는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고 내 차까지 끌고 가자 나는 어이없다는 듯 한 마디했다.“겁이 참 많아.”고현성이 내게 다가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 채 물었다.“연수아, 질투해?”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뭐라고요?”그가 담담하게 대꾸했다.“누가 날 좋아하는지 궁금해했잖아.”“...”맹세코 그냥 해본 말이었다.나는 그를 상대
난 한때 고현성이 연씨 가문을 이어받을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가 나에게 돌려주니 속수무책으로 어쩔 수 없이 연씨 가문이라는 성가신 물건을 이어받았다.그래, 나에겐 아주 성가신 것이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치료받으러 가려고요.”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는 호기심에 물었다.“언제 따라왔어요?”그러자 고현성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네가 날 신경 쓰지 않은 거야.”“...”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돌아섰는데 갑자기 뒤에서 그가 나를 안아 들었고 놀란 내가 무의식적으로 팔로 그의 목을 감싸자 이런 나를 보고 그가 웃었다.“겁이 참 많아.”조금 전 내 비서에게 했던 말이라 나는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내려줘요.”고현성은 요즘 나를 아무 때나 껴안고 뽀뽀하는 등 제멋대로 대하고 있었다.요 며칠만 해도 여러 번 키스했는데 그와의 키스는 반경우와 사뭇 느낌이 달랐다.하나는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고 다른 하나는 뜨겁고 격정적이었다.그를 원망한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키스할 때도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나는 한숨을 쉬며 이런 내가 너무 미웠다.두 형제에게 깊이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꼴이란.고현성은 내 말을 무시했고 나는 한층 더 단호하게 말했다.“내려달라고요!”이번에 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싫어.”“계속 이러며 소리 질러요?”번화한 도심이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기에 그가 이렇게 나를 안고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 만했고 선남선녀인 우리가 다소 사무적인 차림을 하고 있으니 내가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주위에는 어느 정도 사람이 몰려들었다.그런데 고현성은 겁도 없이 도발했다.“질러봐.”차라리 나쁜 짓을 하면 모를까 짓궂게 나오니 어쩔 수 없이 나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말했다.“빨리 가요.”그는 웃고 있는지 가슴에서 움직임이 전해졌다.고현성은 나를 안고 차가 주차된 곳까지 50미터 남짓 걸어가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 나를 태운 다음 발목을 잡고 진흙이 묻은 하이힐
“연수아, 뭐로 날 거절할래?”그래, 난 그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입술을 깨물며 내가 말했다.“당신은 날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현성은 이 말을 무시했다.차가 산까지 올라가는 동안 고현성은 다시 말을 걸지 않았다. 아마 눈치 없이 구는 내 말에 할 말을 잃은 걸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도 그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나는 고개를 기울여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고 희미한 구름 속에 숨어 있는 구불구불한 산들이 아른거리는 착각을 일으켰다. 시선을 돌려 고현성을 바라보자 그의 잘생긴 옆태와 멀리 보이는 산들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 마음을 홀렸다.이 순간 나는 과거의 모든 원망을 잊고 모든 것이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나는 그와 결혼할 날만 고대하고 있었다.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비록 그가 극도로 꺼리긴 했어도 나는 그날 내 꿈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했다.꿈이 현실이 되다니... 그것은 모두 환상이었다.나는 시선을 거두어 휴대폰을 꺼내 SNS를 확인했고 나와 반경우의 스캔들 열기는 사그라들었다.어제의 그 영상은 어디에도 없었다.하루도 안 돼서 영상이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손을 썼다는 뜻이고...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유력했다.나는 망설이다가 고현성에게 묻지 않고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인터넷에 있는 내 스캔들 누가 해결했어요?]비서는 답장을 보냈다.[바로 알아볼게요.]휴대폰을 도로 넣은 나는 눈을 감았다.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에 지금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잠이 들었고 깨어났을 때 차 안에는 고현성이 보이지 않았다.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차창 밖에 반듯한 체격의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고 그를 보는 순간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고현성은 정장 재킷을 벗은 채 흰 셔츠만 입고 있었고 그의 정장은 지금 내 몸 위에 있었다.산속의 바람이 거세서 그의 셔츠가 부풀어 올랐고 나는
“그래, 그럼 조금 쉬었다가 내가 요리해 줄게.” 멈칫하던 고현성이 부드러운 어투로 물었다.“뭐 먹고 싶어?”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요리할 줄 알아요?”질문이 입 밖에 나오고 나서야 불필요한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에도 그가 나를 위해 요리해 준 적이 있었으니까.임지혜가 좋아하는 굴비 요리였지만.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못 먹어봤어?”“먹어봤죠.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에요.”“뭐 좋아해, 굴비?”고현성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전에 네가 굴비 요리 자주 해주던 게 생각나네. 제일 좋아하는 거지? 이따가 한 마리 구워줄게.”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생선을 구해요?”“있어. 비서가 전에 가져왔어.”짧게 대꾸한 나는 굴비를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았다.이제 와서 정정하기도 싫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무척 신기했다. 나와 고현성은 지금 아주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나도 무차별적으로 그에게 쏘아붙이지 않았다.바로 그때 비서가 내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고현성이 보는 앞에서 전화를 들고 그의 설명을 들었다.“대표님, 인터넷에 떠도는 그 기사는 고 대표님께서 막았어요. 영상도 지우는데 큰돈을 들인 것 같아요.”나는 고현성을 힐끗 쳐다보았고 그는 덤덤한 표정이었다.대꾸한 나는 문득 진서준이 떠올랐고 유씨 가문과의 계약을 잃고 진씨 가문에서 분명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잠시 고민하던 내가 말했다.“연씨 가문에 요즘 어떤 계약이 있지?”비서가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대표님?”“진씨 가문에 큰 계약 두 개를 골라서 진서준에게 맡겨요. 이건 강 비서가 알아서 하고 나 대신 그 사람 챙겨줘요.”전화를 끊자 고현성이 의아한 어투로 물었다.“진서준한테 잘해주네. 전에 알던 사이야?”나는 대답하지 않고 호기심에 물었다.“그런데 왜 진씨 가문을 도와준 거예요? 단지 연씨 가문과 맞서기 위해서?”그가 단호하게 대답했
다들 내가 엉뚱한 사람을 사랑해서 연씨 가문을 고현성에게 준 거고 원래는 고정재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3개월 전 연씨 가문을 고현성에게 줬을 때 그는 나와 이혼하고 싶어 했고 나는 그를 뼛속까지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워했지만 그래도 연씨 가문을 넘겨줬다.그를 사랑한다는 것 말고도 그가 제일 적절한 사람이었으니까.그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고 진화그룹을 작은 기술 회사에서 이렇게 큰 규모로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뜻인데 야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연씨 가문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다.고정재였다면 난 아마 연씨 가문을 주지 않았을 거다.그는 예술가였고 재계는 뜻이 없었기에 내가 아무리 그를 사랑해도 연씨 가문이 우선이었다.그러니 고현성이 어부지리로 가진 건 절대 아니었고 상황이 이렇게 된 지금도 나는 연씨 가문을 그에게 넘겨주고 싶었다.이런 오해가 마음속에 남아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한참을 생각하다가 해명했다.“고현성 씨, 어부지리 아니에요.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 쪽한테 넘겨준 거예요. 주위를 둘러봐도 운성에 제일 능력 있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니까.”그는 3년 동안 연씨 가문과 대적했으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고현성은 잠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가 내 팔을 잡고 물었다.“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해?”“오빠가 나보고 상주로 오라고 재촉하고 있어요.”“연씨 가문을 내게 준다는 거야?”“네. 나는 먹고 살 걱정 없고 자식도 없는데 남은 시간도 장담 못하니까 연씨 가문에만 매달리고 싶지 않아요. 현성 씨가 제일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여전히 연씨 가문을 넘기고 싶어요.”“나를 원망하지 않아?”그가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하죠. 예전에 나한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데.”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원망할만해.”“연씨 가문은 원하면 언제든 가져가요.”“그럼 고정재는?”나는 인상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그 사람 얘기를...”그는 무
나는 머리를 말린 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고 우리 둘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고요한 분위기도 결국 깨져버렸고 적막을 깬 건 윤다은의 전화였다.왜 나한테 전화했을까... 나는 의아했다.내가 받을지 말지 망설이고 있을 때 고현성이 고개를 내밀며 위에 뜨는 이름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다은이 눈에는 고정재밖에 없어.”고현성은 고정재를 형이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었고 두 사람은 가까워 보이지 않았다.고현성이 옆에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자 윤다은은 아예 카톡으로 영상통화를 걸었다.짜증이 난 고현성이 내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아 통화버튼을 누르고 물었다.“다은아, 무슨 일이야?”짜증스러운 고현성의 목소리와 윤다은도 그가 받을 줄 몰라 잠시 당황하며 말했다.“작은오빠, 수아 언니는?”“네 새언니는 왜 찾는데?”그는 뻔뻔하게도 윤다은에게 새언니라고 부른 것을 요구했고 윤다은도 제꺽 반응하며 물었다.“새언니는?”고현성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뭐 때문에 찾는 건데?”라고 물었다.“나 또 경찰서에 갇혔어.”“...”윤다은은 애처롭게 설명했다.“큰오빠를 찾을 엄두는 안 나고 오빠도 날 욕할 것 같아서 수아 언니한테 연락했어.”고현성이 차갑게 말했다.“쌤통이다.”“...”“작은오빠, 나 좀 구해줘.”“알아서 해.”고현성은 잔인하게 거절하고 바로 통화를 끊었고 나는 망설이며 말했다.“이러면 안 되지 않나요?”고현성은 나에게 휴대폰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사고 칠 땐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 안 한대? 하루 동안 가둬서 혼 좀 내야 해. 내일 시간 나면 데리러 가야지.”고현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은이도 좀 불쌍해. 너 못지않게 고정재를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고정재랑 같이 자랐으니 몇십년은 됐네.”그는 자주 고정재를 언급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가라앉았다.나는 짜증스럽게 물었다.“고정재 씨 얘기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