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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연수아, 뭐로 날 거절할래?”

그래, 난 그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내가 말했다.

“당신은 날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현성은 이 말을 무시했다.

차가 산까지 올라가는 동안 고현성은 다시 말을 걸지 않았다. 아마 눈치 없이 구는 내 말에 할 말을 잃은 걸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도 그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고 희미한 구름 속에 숨어 있는 구불구불한 산들이 아른거리는 착각을 일으켰다. 시선을 돌려 고현성을 바라보자 그의 잘생긴 옆태와 멀리 보이는 산들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 마음을 홀렸다.

이 순간 나는 과거의 모든 원망을 잊고 모든 것이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그와 결혼할 날만 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비록 그가 극도로 꺼리긴 했어도 나는 그날 내 꿈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했다.

꿈이 현실이 되다니... 그것은 모두 환상이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어 휴대폰을 꺼내 SNS를 확인했고 나와 반경우의 스캔들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어제의 그 영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루도 안 돼서 영상이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손을 썼다는 뜻이고...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유력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고현성에게 묻지 않고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인터넷에 있는 내 스캔들 누가 해결했어요?]

비서는 답장을 보냈다.

[바로 알아볼게요.]

휴대폰을 도로 넣은 나는 눈을 감았다.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에 지금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잠이 들었고 깨어났을 때 차 안에는 고현성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차창 밖에 반듯한 체격의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고 그를 보는 순간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고현성은 정장 재킷을 벗은 채 흰 셔츠만 입고 있었고 그의 정장은 지금 내 몸 위에 있었다.

산속의 바람이 거세서 그의 셔츠가 부풀어 올랐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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