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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나는 서둘러 방을 나섰고 어느새 별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왔다.

모두 검은색 정장이나 검은색 드레스를 맞춰 입고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있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최희연은 뒷마당에 있는 그네에 앉아 있었고 단정한 검은 치마에 머리를 질끈 올려 묶은 채 머리에는 흰색 리본을 달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는 막 피어난 나무 앞 복숭아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서 꽃잎이 그녀의 몸에 떨어졌는데 그 색이 너무 선명해서 눈이 부셨다.

그녀의 몸에 붙은 꽃잎을 떼어주러 다가간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고 어떤 말도 부질없는 것 같았다. 평생 사랑했던 남자가 관에 누워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최희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장례는 네가 직접 치러야 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르게 해야지. 최희연, 진씨 가문에게 그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보여줘.”

최희연은 의아해했다.

“진씨 가문?”

나는 진서준이 진씨 가문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설명했고 이 말을 듣자마자 최희연은 바로 추측했다.

“서준이는 절대 사고로 호수에 빠져 죽은 게 아니야. 내가 조심스러운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아. 절대 자기를 위험한 상황에 두지 않아. 너 가족 음모론이라고 알아?”

최희연이 말하는 가족 음모론을 연씨 가문 외동딸인 나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집안 자식들이 재산 경쟁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을 의심하는 거야?”

최희연은 눈이 붉어진 채 극도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난 지금 누구든 의심스러워. 절대 사고로 죽을 사람이 아닌데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 일단 장례식부터 마치고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거야.”

나는 최희연의 어깨를 끌어안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래, 네가 꼭 진실을 알아내.”

최희연은 눈을 감았다.

“그 사람 보러 갈래.”

나는 떠나는 최희연을 바라보았다. 가녀린 그녀의 등이 비틀거렸다. 아름다운 그녀는 줄곧 순수한 사랑을 했고 전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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