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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정말이지 기쁘면서도 부끄러웠다.

고현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어.”

출혈은 심하지 않아서 욕조 물이 살짝 붉어진 정도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출혈 부위를 닦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주머니 몸은 어때요? 일기 예보를 보니까 금운은 아직도 눈이 온다면서요.”

“응, 손바닥만 한 곳이 전부 눈으로 뒤덮였어.”

나는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전환하고 침대에 놓아뒀다. 그리고 가운을 입으며 되도록 차분한 척 말했다.

“정말 예쁘겠네요.”

“정말 예쁘지.”

나는 문득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현성 씨.”

“응?”

“저도 현성 씨가 보고 싶어요.”

고현성은 침묵에 잠겼다. 말을 안 하면서도 전화는 끊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끊고 운성에 있는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최근 상황을 알리자, 주치의는 잠시 생각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모님, 최근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그는 내가 고현성의 아내일 때 주치의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굳이 정정하지 않고 자세히 말했다.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요즘 혼란스러울 일이 많아요. 제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오늘 이상한 전화도 걸려 와서... 좀 그러네요.”

나는 전화의 내용까지 전해줬다.

“수술을 받자마자 재발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모님은 심적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인 것 같네요. 일단 생리 기간을 확인해 보세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맘때였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큰 감정 기복을 피하세요. 약까지 규칙적으로 드시면 큰 문제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치의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두 달 전의 수술은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감염됐던 부분이 상당 부분 회복했고, 약만 잘 드시면 완치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밤새는 건 절대 안 되니까 푹 주무셔야 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곧장 화장실로 갔다. 생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돼서 우선 생리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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