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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나는 오래전부터 고현성의 기억상실을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밝혀낼 방법이 없었다. 그가 말실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까지 저를 속이고 있었던 거예요?”

고현성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통해 그의 표정을 똑똑히 봤다. 너무나도 당당해서 이를 악물게 되었다.

그가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한 것이 밝혔다고 한들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그에게 놀아난 것뿐이었다.

진실을 알고 나니 내려가서 문을 열어줄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 고현성이 차분한 어조로 나를 협박하듯 말했다.

“네가 나한테 보고 싶다고 한 말 녹음했어. 내려오지 않으면 고정재한테 보낼 거야.”

“...”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치사할 수 있지?’

나는 화가 나는 데도 어쩔 수 없이 내려가서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자 잔디밭에 있는 헬리콥터가 보였다.

얇은 옷만 입고 나가자 봄바람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추운 와중에 비꼬듯이 말했다.

“누가 재벌 아니랄까 봐. 등장 하나 화려하네요.”

고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돈이 많은 걸 어쩌겠어.”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뻔뻔해.”

“넌 귀여워.”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널 속이지 않고는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나를 끌어안더니 약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데. 전부 잊은 척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다가갈 수 없었어. 네 방어벽을 뚫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만 했어.”

고현성이 내 장례식에서 대성통곡했다는 말을 최희연에게서 들었을 때, 나는 그의 마음이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나에게 다가오려고 할 줄은 몰랐다. 기억상실이라고 하면 내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넘겨줄 줄 알았던 걸까?

사실 나에게는 그를 원망할 기운도 남지 않았다. 가끔 독설을 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그다지 탓하지 않았다.

“근데 왜 갑자기 실토한 거예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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