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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사랑해. 진짜 많이 사랑해.’

이건 내가 고현성에게서 들은 적 있는 가장 달콤한 말이다.

그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나는 핸드폰을 꽉 잡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조용히 나를 기다렸다. 내 마음속에는 혼란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그 혼란은 금방 사라졌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했다.

“현성 씨 웃기네요.”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하지만 입을 벌리면 듣기 싫은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고현성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일찍 쉬어. 난 어머니가 안정된 다음 운성에 돌아갈 거야.”

“아주머니가 왜요?”

“위암 초기래. 수술해야 해.”

암... 또 암이다.

나는 배를 감싸며 오래간만에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초기 치료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응, 너도 몸조리 잘...”

고현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한참 후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여자가 아프다는데,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나도 고현성의 말투에 담긴 무기력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현성 씨는 저를 왜 사랑해요?”

“...”

고현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전에 있었던 일 기억 못하잖아요. 지금의 저희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혹시 기억을 잃은 게 아닌가?’

고현성의 기억 상실에 관해서는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이때 고현성이 대뜸 물었다.

“넌 날 사랑해?”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아뇨.”

“그런 질문은 날 사랑할 때 다시 해.”

“...”

고현성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핸드폰을 침대로 휙 던져버렸다. 이제야 조금 전에 먹은 약을 전부 토해 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약을 먹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찌 됐든 약은 끊을 수 없었다. 나는 하루라도 더 살아야 했으니까.

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다. 요즘 들어 점점 잠을 이루는 것이 어려워진다. 나는 억지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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