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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냥... 금방 장례식에 다녀오니 기분이 이상하네.”

나는 결국 건강 상태를 숨기기로 했다. 조민수는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

“괜찮으면 됐어.”

“언니는? 내가 쉬는 걸 방해한 거 아니지?”

“아니야, 친구랑 놀러 나갔어. 근데 고현성이 얼마 전 연락이 왔더라? 연구팀을 보낸다고 하는데 다들 암 치료 전문가래. 너 그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야 한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고현성이 아직 나에게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의 나는 기억하는 거야, 못 하는 거야.’

“알았어. 조심할게.”

“그래,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조민수가 전화를 끊었다.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서 고현성을 떠올렸다.

마음은 아직도 갈팡질팡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선택하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가 아니던가? 나는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저 묘하게 고현성에게 이끌린다는 것만 알았다. 물론 고정재와 마주친 순간 그런 이끌림도 망각하게 되지만 말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만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려고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또다시 고현성이 떠올랐다.

고현성은 나에게 너무 다정했다. 모든 힘을 다해 나를 도우려고 하는 것도 보였다. 그날 나를 위해 억지로 참아내지도 않았는가?

하지만 고정재는... 내 9년간의 집념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상 우리는 별로 엮인 적이 없다. 정적 나와 끈질기게 엮긴 건 고현성이었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고현성뿐이다. 하필이면 이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다소 찝찝한 기분으로 물었다.

“안 잤어요? 왜 갑자기 전화해요?”

“보고 싶어서.”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다정한 말도 입만 열면 나왔다.

“아... 네.”

나는 심장이 크게 한 번 두근댔다. 하지만 들키기 싫어서 애써 덤덤하게 대답했다.

“장례식은 잘 끝났어?”

“네, 아침에요.”

“희연 씨는 어때?”

“많이 힘들어해요. 괜찮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최희연은 당분간 진서준을 잊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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