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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고현성이 샤워 가운을 당기는 순간 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더욱 화가 났다.

나는 서둘러 이불을 집어 내 몸에 감고 고현성에게 매섭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의 노골적인 눈빛이 내 몸에 향하는 걸 보았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면서 죽은 듯이 누워있는데 그 남자는 여전히 침대 반대편에 가만히 있었고 나는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특히 지금은 내가 고양이 앞에 선 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감히 눈을 감을 수가 없었고 손으로 이불 모서리를 단단히 잡았다. 겁에 질린 내 표정을 보고 고현성은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경멸하듯 말했다.

“한심하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현성이 갑자기 내 몸을 덮쳐왔고 나는 애써 침착한 척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려가요.”

허, 뻔뻔한 남자!

지금 내 마음은 그에게 향해 있지 않았고 그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한번 일어나면 두 번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운성을 떠나지 않는 한 그는 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나를 침대로 끌어들일 것이다.

나는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싫어요.”

나는 몸부림쳤고 고현성은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손을 뻗는 순간 내 몸에서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미안, 참을 수가 없었어.”

나는 말없이 가운을 주워 입었고 방은 유난히 조용했다.

고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나는 곧 통유리창 너머로 그가 수영장으로 건너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 방은 마침 별장 대문의 풍경을 담고 있었는데 그는 수영장 라운지에 앉아 옆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몇 모금 피우고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담배를 껐다.

유난히 작아 보이는 그의 등이 어젯밤과 겹쳐 보였다.

나는 다시 뒤돌아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갑자기 비서가 나에게 걸었던 전화가 생각났고 그는 고현성이 많은 돈을 써서 검색어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사실 나를 도와줄 필요가 없는데 그는 여전히 그렇게 했다.

게다가 갖은 수단을 써서 연씨 가문을 상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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