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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나는 윤다은의 메시지에 다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새벽까지 밤을 설치자 운성에는 또다시 비가 왔다. 마르지 않는 이 습한 도시는 한 번도 건조한 적이 없이 우울했지만 나는 이런 곳이 좋았다.

이곳은 부모님이 머문 곳이자 연씨 가문이 뿌리를 내린 곳이었다.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든 나는 다음날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거웠다.

힘겹게 일어나 약을 먹고 어렵게 금색 시스루 원피를 입었다.

최희연은 내가 언제나 레드카펫이라도 걸을 사람처럼 산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수아야,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않아?”

힘들긴 하지만 화려하게 사는 게 익숙하다.

3년 동안 고현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는 더없이 나를 가꾸면서 살았고 모든 걸 내려놨을 땐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화장대 앞에 앉기 전에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거울에 비친 볼의 희미한 흉터를 보았다. 더 지울 수가 없어서 화장으로 가려야 했다. 나는 파운데이션을 집어 들고 섬세하게 발랐다.

화장을 마치자 비서의 차가 도착했고 나는 높지 않은 굽의 옅은 금색 하이힐을 신었다.

어젯밤에 발을 삐끗해서 걷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특별히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오전에는 회사의 최근 업무에 대해 숙지하고 오후에는 유씨 가문과의 미팅 시간이 되었다고 비서가 알려주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서두를 거 없으니 조금 있다가 갈게요.”

어젯밤 내가 늦게 도착해서 유서정이 간 건 맞지만 제시간에 도착했어도 바람맞혔을 거다.

그들이 오늘 제대로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씨 가문을 불렀으니 분명 고씨 가문도 오겠지.

우리 연씨 가문의 기를 죽이려고?

하지만 난 누가 봐도 좋은 꼴 못 당하는 이런 자리에 결국 가야 한다.

...

나와 비서는 늦게 도착했고 그가 문을 열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와 어젯밤 무례하게 굴던 여자 유지영이 있었고 내 뒤에서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 말했다.

“연 대표님, 늦으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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