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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지금의 고현성은 많이 착해져서 내가 아무리 차갑게 말해도 너그럽게 넘어갔다.

지금처럼 내가 비꼬면서 조롱해도 그는 멍하니 물을 뿐이었다.

“해외에서 제일 유명한 의사를 찾아줄까?”

“...”

나는 침묵했고 그는 싸늘한 내 반응이 더 말하지 않고 잠시만 머물렀다가 떠났다.

오래도록 이곳에 억지로 남아있으려 하지는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으로 갔고 유리창 너머로 별장 앞 가로등 아래 서 있는 고현성이 보였는데 불빛이 그의 실루엣을 길게 끌어당겨 다소 외롭고 슬퍼 보였다.

왜 고현성의 모습이 슬퍼 보인다는 착각이 들까.

창문에 이마를 살짝 기댄 채 아래층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들었다. 내가 왜 고정재를 거절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분명 그를 좋아하는데 결국 거절했다. 그리고 거절한 이유도 무척 우스웠다. 정말 좋아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않았고 이러한 이유로 그를 거절했다.

그 생각에 심장이 무척 아팠다.

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는 고현성을 보았고 불을 붙인 그가 부드럽게 연기를 내뿜어내자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때 코트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데 깊게 찡그린 채 불쾌한 표정을 짓는 걸 보아 또 누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담배를 비벼 끄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고현성의 비서가 그를 데리러 왔다.

비서는 그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고 그는 차에 타는 순간 고개를 돌려 내 방을 힐끗 바라보았다.

나는 훔쳐본 걸 들키기라도 할까 봐 문득 마음에 찔렸지만 밤에 이 유리창은 그저 검은 가림판이라는 게 떠올랐다.

고현성이 차를 타고 떠나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 상황이 무척 우스웠다. 할 일이 없어서 미쳐가는 것 같았다.

일어나서 욕실로 가 샤워를 마치고 따뜻한 물에 약을 먹은 뒤 침대에 눕는데 문자 한 통이 왔다.

윤다은이 보낸 메시지였다.

[수아 언니, 왜 오빠 거절했어요?]

윤다은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기에 굳이 해명할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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