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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윤다은을 먼저 고씨 가문으로 돌려보냈지만 차를 너무 가까이 대지는 않고 저택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윤다은은 입을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차에서 내려 우리와 작별 인사를 했고 나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녀에게 화답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빠 안녕.”

고정재가 짧게 대꾸하자 윤다은은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 눈빛에는 미련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차에는 단둘이 있고...

적어도 그녀의 눈에 나는 위협적인 존재일 테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은 씨, 안녕.”

나는 고정재에게 주소를 묻지 않고 어렴풋이 지난번 아파트까지 데려다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

나와 고정재만 남은 차는 유난히 조용해졌고 백미러를 통해 그의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긴 채 물었다.

“고정재 씨, 앞으로 연주회가 더 남았어요?”

“정재 씨.”

그가 말하자 내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네?”

“꼬마 아가씨, 날 정재 씨라고 부르라고.”

그는 아무도 없을 때면 나를 꼬마 아가씨라고 불렀다.

“아, 네. 알았어요.”

나는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

“연주회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았어. 오늘은 즉흥적으로 생각난 거야.”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 연주 들으러 와줘서 고마워. 바람이 사는 거리... 수아 씨를 위해 연주한 거야.”

바람이 사는 거리...

그가 나를 위한 거라고 말했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속절없이 떨렸다.

형언할 수 없는 느낌... 처음 그를 만났을 때처럼, 어린 시절 추억처럼, 9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답을 들은 것 같았다.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황홀했다.

이젠 당신을 안 좋아해...

어제 전날 보낸 문자 메시지는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내 마음이 나에게 그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말해준다.

나를 위해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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