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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덤덤하게 웃었다.

“무슨 근거로 내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고현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의 강을 쳐다보면서 매력적인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

“넌 연애하고 싶다고 했고 사랑받고 싶다고 했어. 그건 내가 다 줄 수 있어. 그리고 난 기억을 되찾고 싶고. 딱 어울리잖아. 수아야, 우리 서로한테 기회를 주자.”

내가 원하는 연애와 사랑을 전부 나에게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에 나에게 준 적이 있었지만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나의 세상에서 떠나버렸다. 그 후 다시 만났을 땐 내 친구를 감옥에 보냈을 때였다. 내가 아무리 빌어도 전혀 끄떡없던 그였다. 내가 아이로 간절하게 부탁해도 말이다.

“현성 씨, 2년 전에 당신 때문에 아이를 잃었을 때도 난 뭐라 하지 않았어요. 의사가 나한테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해도 가만히 있었고요. 나한테서 엄마가 될 자격을 빼앗은 거로 희연이 한 번 봐달라는데 그것도 안 돼요?”

그때 고현성은 임지혜를 끔찍이도 아꼈고 나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잔인했다. 비교하니 내가 너무 가여워 보였다. 아무튼 그때의 고현성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이 없는 남자가 무엇을 하든 다 이해가 되긴 했지만 용서는 안 되었다. 어쨌거나 내가 그의 아내였을 때도 이러했으니까.

고현성은 아내인 나를 존중한 적이라곤 없었다.

내가 고현성의 옆으로 다가가 깍지를 끼자 그가 화들짝 놀랐다. 나는 깍지를 들어 보이면서 덤덤하게 물었다.

“왜 나한테 부족한 게 당신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고현성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절대 고씨 가문 형제와 연애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물었다.

“우리 사이에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죠?”

고현성이 손을 어찌나 꽉 잡았는지 손바닥이 다 하얘졌다. 나는 애써 차분한 척하며 웃었다.

“9년 전 내가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를 나의 신념이라 생각하고 맨날 쫓아다녔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세상에서 사라졌죠. 그러다가 6년 후에 우리 아빠가 나한테 고씨 가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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