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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창밖에 또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강에 떨어지면서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렸다. 동성의 날씨는 운성과 비슷해서 눈과 비가 자주 내렸고 공기도 매우 습했다.

고현성이 고개를 들었다.

“연수아, 말끝마다 고정재를 사랑한다고 한 거 알아?”

“맞아요. 난 고정재 씨를 사랑해요. 그래서 당신이 매달리는 게 너무 짜증 나요.”

고현성이 언성을 높였다.

“닥쳐, 연수아.”

내가 빈정거리며 물었다.

“왜요? 난 고정재 씨 얘기 꺼내면 안 돼요? 사랑한다고 하면 안 돼요? 진화 그룹이 3년 동안 선양 그룹 덕에 크게 발전한 거 잊었어요? 당신이 이걸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짝퉁이어서예요. 근데 현성 씨는 당신 것이 아니었던 사랑마저도 차버렸죠.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재결합하자고 하는 건데요?”

나는 고현성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모진 말을 내뱉었다.

‘재결합은 개뿔. 내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 같아? 난 뭐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줄 알아? 재결합은 평생 꿈도 꾸지 마.’

나의 모진 말에 고현성은 비틀거리며 침대에 앉았고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아무리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나의 존재를 이렇게 부정해선 안 되지...”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서글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한테 상처가 되는지 잘 알고 있구나. 아주 내 심장을 쿡쿡 찔렀어. 이러면 복수의 쾌감이라도 들어?”

이 말을 들으니 그가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더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복수한 적 없어요.”

나는 그저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이었다. 고현성이 나에게 준 상처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안되었다.

“우리 형 고정재 말이야.”

고현성이 갑자기 고정재 얘기를 꺼냈다.

“아무한테나 다 다정한 것 같아도 사실은 누구보다 매정한 사람이야. 성격이 오만해서 다른 사람이 눈에 차지 않거든. 우리 어머니가 입양한 딸 윤다은도 형을 오랫동안 좋아했고 계속 쫓아다녔는데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했어. 다은이가 조금이라도 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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