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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아주 가벼운 키스였다.

나는 놀란 두 눈으로 반경우를 쳐다보았다. 그에게 나와 연애하면서 날 예뻐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물론 나중에 다른 여자를 떠났던 것처럼 언제든지 날 떠나도 되었다.

내가 물으려던 그때 반경우가 더욱 진하게 키스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잠깐 쉴 수 있는 뗏목이라도 찾은 것만 같았다.

반경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날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아주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가 웃으면서 보자 반경우가 얼굴을 어루만졌다.

“술맛 어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술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반경우는 아무 말도 없다가 나를 데리고 술집을 나왔다.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나의 모습에 반경우가 차에 시동을 걸면서 웃었다.

“순진하긴. 자기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내가 물었다.

“뭔데?”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안전벨트를 해주고는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오히려 그의 진지한 모습이 적응되지 않았다.

“대체 뭔데?”

반경우가 웃음기를 거두고 물었다.

“나랑 키스한 느낌이 어땠어?”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를 거절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동성으로 온 목적이 반경우였으니까.

우리는 식사하러 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친 후 근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반경우는 늘 똑같은 삶을 보냈고 나에게 앞으로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분간은 운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곳에는 만나기 싫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

“조민수 연락처 알려줘.”

나는 컵을 잡고 물었다.

“그건 왜?”

“내가 교수님을 몇 분 아는데 자궁암에 관해서 연구가 깊어. 소개해주려고.”

잠시 후 반경우가 갑자기 화를 냈다.

“이 세상에 너보다 더 어리석은 애도 없을 거야. 남자 하나 때문에 널 이렇게까지 망치다니. 그나저나 고정재는... 포기할 거야?”

나는 내가 겪었던 일들을 반경우에게 다 말했다.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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