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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머릿속에 고승철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3년 동안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은 고현성이었고 고현성은 내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이제 두 남자 모두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던 그 추억을 가슴속에 묻고 다시는 꺼내지도, 기대하지도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갑자기 운성시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운성시로 돌아오고 나서 나를 더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기만 했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기분이 우울해져 두 눈을 꼭 감았다.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지? 고정재를 좋아하는 상황에서 왜 머릿속에는 고현성만 떠오르냐고...’

나는 입술을 깨물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운성시에 한시도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나가서 피해있자.’

이튿날 아침 나는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갔다. 상주시로 간 게 아니라 어머니의 고향인 동성시로 갔다.

동성은 운성의 옆 도시라 날씨가 비슷했다. 오늘도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였다. 나는 호텔을 잡고 반경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경우는 나의 친구였는데 너무 친한 사이는 아니어도 그래도 나름 가까웠다. 예전에 나에게 동성으로 오면 연락하라고 했었다.

나의 전화를 받은 그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성에 왔어?”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 그래서 연락했어.”

반경우도 나처럼 팔자가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은 항공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어머니도 그때 그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다...

우리 둘은 그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 후 몇 번 만났었다.

“잠깐만 기다려. 데리러 갈게.”

“아니야. 먼저 둘러보고 있다가 저녁에 찾으러 갈게.”

나는 전화를 끊은 다음 코트를 챙기고 근처 오래된 마을로 향했다. 아침에 비가 내려서 마을 전체에 안개비가 자욱했다. 그런데 금운의 오래된 마을보다 예쁘진 않았다.

금운의 오래된 마을은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예뻤다. 그곳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예를 들어 눈사람도 그곳에서 만들었고 고현성의 따뜻함도 그곳에서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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