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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나는 재빨리 일어나 잠옷을 입고 침대 옆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남자 앞에 섰다.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고현성뿐이었다. 고정재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고현성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내가 온 게 싫어?”

당연하다는 듯한 그의 말투에 나는 불쾌함을 참으면서 되물었다.

“날 잊었다면서 우리 집 비밀번호를 기억해요?”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걸어왔다. 나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선을 그었다.

“본론만 얘기해요.”

고현성이 가만히 서서 말했다.

“난 숫자에 예민해. 머릿속에 들어온 숫자는 잊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그리고 내가 잊은 건 너지, 너희 집 비밀번호가 아니야. 게다가 1227은 정재 형 생일인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게 고정재 얘기를 꺼내자 내가 불쾌함을 드러냈다.

“함부로 추측하지 말아요. 고정재 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러자 그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다시 물었다.

“관계가 없다고?”

나는 침착하게 되물었다.

“무슨 관계이길 바라는데요?”

고현성이 어두운 얼굴로 나의 손목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둘이 무슨 관계든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넌 앞으로 내 사람이야. 아무도 널 빼앗아가지 못해.”

“허.”

내가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잘난 척이에요? 고현성 씨, 우린 아무 사이 아니에요. 무슨 사이라고 해도 당신은 날 단속할 자격이 없어요. 차라리 가서 임지혜 씨나 단속하지, 그래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았다.

방안의 불빛이 어두웠다. 고현성이 나를 벽에 힘껏 밀어버린 바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남녀 사이의 힘 차이를 제대로 느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난 진심으로 널 사랑해.”

운성시로 돌아와서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나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날 잊었다면서요.”

고현성의 숨결이 나의 얼굴에 고스란히 닿아 간질거렸다. 그는 나의 입술을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잊었어. 근데 널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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