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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하지만 날 신경 쓰고 있다는 것도 표현해주었다. 사실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고 고정재와 결혼하고 이렇게 다정한 시아버지까지 만났더라면... 내 결혼 생활은 무척이나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약이라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괜찮아요. 다 해결할 수 있어요.”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고승철도 내 성격을 알고 있어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화제를 돌렸다.

“현성이 오늘 심리 상담받고 왔어.”

나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네?”

“개인적으로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현성이 지금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대. 그러니까 기억 속엔 네가 없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현성이 과거에 수아 너뿐이라고 하니까...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 기억을 되찾으려고 애를 쓰긴 하지만 좋은 방법이 없어.”

또 고현성의 좋은 얘기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현성이 너보다 8살 많아. 널 당연히 엄청 예뻐했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상처 주게 해서 미안해... 수아야, 만약 가능하다면 편견을 내려놓고 현성이를 다시 알아가는 건 어떨까? 현성이 참을성 있고 쉽게 뜻을 굽히지 않는 남자야. 걔 사랑을 받은 여자는 행복할 거야. 너한테도 많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어.”

나는 임지혜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수아 씨 앞으로 알게 될 텐데 사실 현성이 정이 깊은 사람이에요. 현성이의 마음에 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근데 눈 밖에 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될 거고요. 왜냐하면 수아 씨가 사랑하는 그 남자는 아주 매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젠 고승철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필요하지 않았고 게다가 고현성은 나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조금 전의 가설은 정말 말 그대로 가설이었다.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아버님,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

“그래도 두 사람이 다시...”

고승철의 목소리에 기대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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