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정 원한다면 안 될 건 없지만...”안윤아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말하면서도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서준영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더니 딱 잘라 끊어버렸다.“하하하, 농담이야. 윤아 씨한테 관심 없거든. 그리고 여태껏 보여줬던 새침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이 내 스타일이지, 이런 고분고분한 모습은 영 적응이 안 되네.”말을 마친 서준영은 뒤돌아서 손을 휘휘 저었다.“작은오빠한테 아직 내 요구를 한 가지 더 들어줘야 한다고 얘기해줘. 윤아 씨의 처방전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찾으러 와.”“한 장군님, 저 좀 데려다주실래요?”한성균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서 신의님, 차에 타세요.”한성균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번에 안호철을 살려줬으니 그의 덕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었다.어쩌면 승진도 헛된 망상은 아니었다.그리고 이 모든 건 눈앞의 서준영 덕분이지 않은가? 속으로 몰래 서준영에게 잘 보여야겠다고 다짐하는 한성균이었다.안윤아는 멍하니 제 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서준영과 한성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아악! 빌어먹을 서준영! 감히 날 놀려? 관심이 없다고? 내가 그렇게 못났어? 몸매가 별로야? 아니면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흥! 서준영, 널 갖고 말겠어!”...반면, 서준영이 별장에 도착하자 임현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준영 씨, 회사 일은 완료했고 단약도 주 사장님께 드렸어요. 한 알을 먹더니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연락해서 나눠주겠다고 했어요.”임현우가 공손하게 말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 넌 회사에 남아 있어. 만약 단약의 출저를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속세를 벗어난 명인이 만든 거라고 해. 나머지는 알아서 하고.”“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서준영은 간단하게 샤워했다.그러고 나서 양반다리 하고 송강호가 선물
임씨 의가라니?‘귀에 익은데?’“바로 갈아입고 올게요.”서준영이 미소를 지었다.그나마 격식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한소현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이내 차에 올라타 곧바로 청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려 한소현과 안으로 걸어가는 와중에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준영 씨, 이따가 식사하면서 대화는 자제해요. 아가씨께서 준영 씨를 부른 목적은 세상 물정을 알게 해주고 싶은 거니까 사업에 관해서는 참견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알겠죠?”서준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알겠어요.”한소현은 그를 흘겨보더니 꼭대기 층에 있는 룸으로 걸어갔다.문이 열리자 하연우가 이미 앉아 있었다.강렬한 레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등이 훤히 드러났고, 옅은 화장까지 더해 세련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고혹적인 자태를 뽐냈다.서준영을 발견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활짝 지었다.“준영아, 여기 앉아.”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다가가 하연우의 오른쪽에 앉았다.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하연우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소현한테서 노아 제약공장은 네가 대신 해결해줬다고 들었어. 주진우는 이미 해고했고, 도와줘서 고마워.”하연우도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서준영이 벌써 한몫하는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서준영이 피식 웃었다.“연우야, 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게.”하연우는 미소만 지을 뿐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서준영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임씨 의가와 거래하는 거야?”하연우가 대답해다.“최근에 의약 관련 투자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임씨 의가는 강운시 한약재 업계 4대 기업 중 하나야.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약재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얘기를 좀 나눠봐야 하지 않겠어?”그녀의 의중을 대충 알아들은 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슈트 차림에 명품 시계를 찬 부잣집 도련님이 걸어들어왔다.그는 바로 임천이다.“회사에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요, 오래 기다렸죠
이 말을 들은 서준영은 마음이 훈훈해졌다.하연우가 임천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임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용진 하씨 가문의 아가씨 앞에서 어찌 감히 불만을 표출하겠냐는 말이다.그렇다고 하연우를 두려워한다는 뜻은 아니었다.“연우 씨, 그게 무슨 말이죠? 설마 우리 가문과 협력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임천이 쌀쌀맞게 되묻자 하연우가 피식 웃었다.“임천 씨, 강운시에서 한약재 사업하는 곳이 임씨 의가뿐만이 아니잖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천은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그는 콧방귀를 뀌더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른 채 미소를 쥐어짜 냈다.“용진 하씨 가문의 따님답게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군요.”이내 고개를 돌려 서준영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하씨 가문에서 선출한 대변인이 당신이었어?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데, 그 당하고만 산다는 데릴사위이자 전처한테 바람맞은 장본인이 너였어?”서준영은 화를 내기는커녕 무덤덤하게 되받아쳤다.“그게 왜요?”“하하하, 아니야. 단지 같은 남자로서 측은하다고 느꼈을 뿐이지.”임천이 비웃으며 말했다.하연우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천 씨, 서준영은 우리 집안 사람이에요. 이렇게 대놓고 비꼰다는 건 저도 안중에 없다는 뜻인가요?”임천은 즉시 사과하는 척했다.“그럴 리가요! 다만 연우 씨가 안목은 별로 없나 봐요. 이렇게 시답잖은 사람마저 강운시 하씨 가문의 대변인이 될 수 있다니, 어쩌면 아부 떨어서 얻어냈을지도 모르잖아요?”“그만!”하연우가 굳은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임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더니 경멸이 담긴 말투로 비꼬았다.“정작 본인은 찍소리도 못하는 거야? 어떻게 여자가 대신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 정말 무능하군.”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서준영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고, 눈썹을 까딱하더니 임천을 바라봤다.“임천 씨, 정
룸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갑자기 무릎 꿇은 임천 때문에 하연우와 한소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천 씨, 갑자기 무릎은 왜 꿇어요? 극진한 대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서준영이 웃는 둥 마는 둥 능글맞게 말했다.임천은 기분이 얼떨떨했고, 정신이 번쩍 들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다리를 삐끗했어!”“다리요? 글쎄요, 임천 씨가 또다시 무릎 꿇을 거로 장담하죠.”서준영이 빙그레 웃었다.“웃기지 마! 난 태어나서 무릎이 바닥에 닿아본 적이 없는데 어찌 너 같은 양아치한테 무릎 꿇을 수 있겠어?”임천이 화가 나서 고래고래 외쳤다.조금 전의 장면이 떠오르자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은 심정에 서준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서준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아니면 다시 한번 꿇어볼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천의 다리가 또다시 구부러졌고,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그제야 임천은 넋을 잃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다리가 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냐는 말이다. 서준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무릎 꿇으라고 꿇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 임천 씨에게 줄 세뱃돈이 없단 말이에요.”피식!옆에 앉은 하연우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비록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서준영의 능글맞은 표정을 보니 그가 벌인 짓이라고 확신했다.그제야 낌새를 눈치챈 임천도 버럭 외쳤다.“서준영,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서준영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며 치졸한 수법이나 사술을 쓴 게 틀림없다.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운 임천은 무술계의 각종 대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그중에서 고수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췄는데, 예를 들어 현가의 장인은 노란 종이 인형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설마 서준영이라는 남자가 현가 사람이란 말인가?서준영은 어깨를 으쓱했다.“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헛소리하지 마!”임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고 버둥거렸다
곧이어 회색 두루마기 노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뒷짐을 쥔 채 경고했다.“자네한테 목숨을 부지할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까 당장 무릎 꿇고 레스토랑 손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련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거라. 그리고 자네가 원기단과요상단을 만들 줄 안다고 들었는데, 조제법까지 넘겨.”그의 말에 임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도사님이 한 수 위네요!”서준영이 단약을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은 임장덕과 임천이 임씨 의가로 돌아간 다음 연산 도사에게 언급한 바 있었다.안 그래도 연산 도사의 손을 빌려 서준영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임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더니 냉소를 지었다.“서준영, 연산 도사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거야. 이분은 무려 임씨 가문에서 모신 귀빈이자 현가와 영무정의 집사야.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숨은 실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예전에 자기 주제도 모르고 연산 도사님을 도발했다가 결국 목이 날아가고 패가망신한 녀석이 있었거든.”그의 협박에도 서준영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겁먹은 기색이란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만약 사과하기 싫다면 어떻게 되나요?”“죽고 싶어?”연산 도사가 버럭 화를 내더니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이때, 하연우가 초조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임천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서준영에게 손을 대겠다는 뜻입니까?”임천은 고개를 돌리더니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우 씨, 여기는 용진이 아니라 강운시입니다. 용진 하씨 가문의 따님인 건 알겠으나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어요. 혹시라도 다치게 되면 나중에 저를 탓하지 말고요.”“건방지군요!”하연우는 화가 난 나머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미간을 찡그렸다.고작 임씨 의가 도련님 주제에 건방지게 그녀가 안중에도 없다니!“오늘 서준영의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해 봐요!”하연우가 싸늘한 목
순식간에 십여 개의 은침이 모두 검은 뱀의 몸에 박혔고 검은 뱀은 한 쪽 벽에 단단히 박히게 되었다. 검은 뱀은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혀를 내두르더니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연산 도사는 벌컥 화를 냈다. “감히 내 검은 뱀을 죽이다니! 죽고 싶고 환장한 것이구나.”말이 끝나자마자 연산 도사는 칠성 걸음을 밟고 몸이 끝없이 변하면서 엄청난 위세로 서준영의 가슴을 향해 돌진하였다. 뒤에 있던 하연우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준영 씨, 조심해!”그러나 서준영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내력의 위력일 뿐이야.”말을 마친 그는 물러서기는커녕 한 발 앞으로 다다가 몸 안의 영기를 동원하여 손을 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펑!’그의 주먹은 연산 도사의 손바닥 위에 단단히 부딪혔다. ‘쫘악.’연산 도사의 손바닥과 팔뚝이 한순간에 갈가리 찢겼다. 그의 몸은 거대한 힘에 의해 날아갔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뒤쪽의 문을 부수고는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뿜었다. 연산 도사는 이상한 힘이 그의 몸 속을 마구 헤집고 다니면서 순식간에 자신의 경맥을 파괴하고 있다는 거를 느끼게 되었고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수행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주먹 한 방으로 내 수행을 없애버리다니! 눈앞의 이 남자의 실력이 어마어마한 것 같군.’ 연산 도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팔을 움켜쥐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당신,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난 영무정의 집사 어르신이야.”‘펑.’그의 물음에 서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로 그의 머리를 세게 가격했고 그의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그리고 나서 약간 힘을 주어 그의 머리를 세게 밟았고 그의 얼굴은 단번에 일그러졌다. “당신이 영무정의 집사 어르신이면 뭐 어때서요? 나를 건드리지 않는 사람에게 난 손을 대지 않아요. 아까는 당신이 날 죽이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죽여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아닙니다.”서준영은 위에서 아래를
잔뜩 겁에 질린 임천은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서준영,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난 임 씨 의가의 도련님이야! 감히 날 건드려?”‘파악.’서준영은 손을 들어 임천의 뺨을 때렸고 뺨을 맞은 임천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해보라고 해서 해본 건데요.”서준영은 담담하게 웃었다. 임천은 부어오른 볼을 감싸 쥐고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서준영을 쳐다보며 소리쳤다.“서준영, 미친놈!”말을 마친 임천이 손을 뻗어 서준영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서준영은 단번에 임천의 손목을 낚아채 바로 꺾어버렸다.“아악, 내손, 내손!”임천은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은 꽈배기처럼 비틀어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왜 임천 도련님은 그렇게 기억력도 없으세요?”서준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화가 잔뜩 난 임천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하연우 씨, 그쪽 사람들은 이렇게 사업하는 거예요? 우리 임 씨 가문의 말 한마디면 당신네 하씨 가문의 회사는 이 강운시에서 그 어떠한 약재도 구하지 못할 거예요.”이건 노골적인 협박이다!‘파악.’서준영은 다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며 차갑게 말했다.“감히 연우 씨를 협박하는 거예요? 지금 당장 당신을 불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요.”“어디 한번 해봐!”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멈춰.”하연우는 급히 달려와서 서준영에게 손을 떼라고 눈짓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회사는 임 씨 의가와 협력해야 해.”그 말을 들은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뗐다. 임천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목을 문지르며 차갑게 웃었다.“결국은 하씨 가문의 개일 뿐이잖아. 감히 나한테 손을 대? 하연우 씨, 아랫사람들 관리 좀 잘해요.”하연우는 손을 들어 임천의 뺨을 후려치고는 차갑게 말했다.“이건 예전에 당신이 나한테 무례하게 굴었던 대가예요.”“그리고 내 사람은 내가 알아서 관리할 테니까 당신은 참견하지 말아요.”임천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연우를 쳐다보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일고여덟 명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다들 하나같이 무예를 익힌 사람들이라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고 흉악한 모습이었다. 권운석은 사람들의 중간에 서서 서준영을 가리키며 옆에 있는 건장한 체구의 사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큰 사형, 바로 저놈이에요. 지난번 내 팔과 다리를 부러뜨린 놈 말이에요. 그것도 모자라 우리 호성도관을 무시했어요! 반드시 복수해 줘요.”건장한 체구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권운석의 어깨를 치며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오늘 너 대신 내가 복수해 줄 거야.”말을 마치고 그는 앞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준영을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박철호의 동생을 건드린 놈이 네놈이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지금 너한테 한가지 선택 기회를 줄게. 당장 무릎 꿇고 내 바짓가랑이 사이로 기어가. 그리고 운석이한테도 무릎 꿇고 사과하면 용서해 줄게.”“안 그러면 오늘 손과 팔이 부러지는 고통을 단단히 맛보게 해줄 거야.”그의 말이 나오자 박철호의 뒤에 있던 동생들은 조롱하는 얼굴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역시 큰 사형이야.”“이봐, 뭐 하고 있어? 당장 바짓가랑이 사이를 지나가지 않고?”그들은 히죽히죽하며 깡마른 몸매의 서준영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어찌 됐든 박철호는 호성도관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서른 살에 이미 내력에 입문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에 동년배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심지어 호성도관의 관장까지도 박철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운석도 덩달아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서준영, 지난번 식당에서 엄청 날뛰었잖아. 지금도 어디 한번 해봐? 뭐 하고 서 있어. 저놈을 잡아.”권운석은 말을 하면서 머리를 내밀고 서준영을 도발했다. 큰 사형인 박철호가 있었기 때문에 서준영이 또 감히 손을 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퍼억.’뜻밖에도 서준영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고 순식간에 그의 이빨은 몇 개 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