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원의 손이 찬장위의 라면에 닿지 않는 것을 본 서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에서 라면을 내려주려고 손을 뻗었다.이소원은 등 뒤에 갑자기 나타난 키가 큰 서준영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얼굴까지 빨개졌다.특히 서준영의 튼튼한 체구는 그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금... 금방 해줄게.”이소원은 앞으로 흘러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기고 서둘러 물을 올렸다.서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거실로 돌아가 소파에 앉았는데 순간 엉덩이 밑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미간을 찌푸리고 엉덩이 아래에 있는 물건을 만지는 순간 촉감이 부드럽고 매끄러웠는데 꺼내서 보니 검은 실크와 레이스 소재의 여성 속옷이었다.서준영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는데 보기에는 보수적인 소원 누나가 이런 섹시한 속옷을 좋아한다는 것이 너무나 예외였다.때마침 이소원이 다가오며 말했다.“내가 TV를 켜줄게.”“네? 아, 좋아요.”서준영은 너무 부끄러워서 서둘러 검은 실크레이스 속옷을 도둑처럼 호주머니에 넣었다.이소원도 쑥스럽고 난감해서 아예 못 본 척하고는 허리를 굽혀 테이블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허리를 굽히는 순간 서준영은 숨이 막혔다.이소원의 몸매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스타일인데 그녀가 허리를 굽히는 순간 풍만하고 새하얀 가슴이 틔어 나올 것만 같았다.서준영은 서둘러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려 실내 인테리어를 보며 웃었다.“소원 누나, 여기 괜찮은 것 같아요. 혼자 살아요?”이소원이 TV를 켜고 웃었다.“그래, 혼자 살아.”“남자 친구 없어요?”서준영이 호기심에 물었다.“예전에 있었는데 한 달 사귀고 그만뒀어. 그래서 지금은 싱글이야.”이소원은 말하면서 웃더니 문득 주방에서 끓고 있는 면이 떠올라 서둘러 뛰어갔다.한참이 지나서 이소원이 라면 두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서준영의 그릇에는 야채와 수란은 물론이고 소시지도 두 개나 있었다. 하지만 이소원의 그릇에는 아주 담백하게 면과 야채뿐이었다.
고함소리를 들은 서준영이 얼굴을 가라앉히며 물었다.“누구예요?”이소원이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전 남자 친구야. 아마 또 돈 달라고 왔을 거야.”“돈을 달라고 한다고요? 왜요?”서준영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묻자, 이소원이 난감해하며 말했다.“저 사람과 한 달 정도 사귀었는데 도박을 좋아해서 헤어지자고 했거든. 그런데 매월 한 번씩 저렇게 와서 돈을 달라고 하고 안 주면 사람을 때리고 협박해. 요즘은 천만 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여기까지 듣고 있던 서준영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두 눈에는 살의가 솟구쳤다.“어떻게 저런 쓰레기와 사귀게 된 거예요?”서준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사실은 이소원도 친한 친구에게 속아서 사귀게 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소원이 너무 보수적이었기에 전 남자 친구는 그녀의 손도 잡아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시궁창에 빠졌을 것이다.쿵쿵쿵!밖에서 다시 문을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젠장! 이소원, 이 나쁜 년,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어. 감히 나를 두고 몰래 바람피워? 오늘 그 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문 열어! 당장 문 열어!”이소원은 주먹을 꽉 쥐고 용기를 내어 외쳤다.“오무덕, 우린 이미 헤어졌어. 그러니 소란 피우지 말고 돌아가!”“이소원, 네 이년, 난 헤어지는 걸 동의한 적이 없어. 그러니 빨리 문 열어. 지금 남자를 집에 들인 거지? 당장 문 열라고! 안 열면 여기서 네가 다른 남자와 바람났다고 소문낼 거야! 어디 얼굴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어 줘?”오무덕은 술에 흠뻑 취해서는 무자비하게 소리를 쳤다.이소원은 그의 말을 듣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준영을 바라보았다.서준영은 이소원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동작을 하고 조용히 문 뒤에 숨고 그녀에서 문을 열어주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열어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어요.”이소원은 서준영의 뜻을 이해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문밖을 향해 외쳤다.“오무덕, 문을
이소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무덕 씨, 우리는 이미 헤어졌으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마. 나를 넘보는 남자가 누구든지 당신보다는 다 나을 거야. 볼 것 다 봤으면 이제 돌아가.”말하면서 이소원은 서준영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오무덕을 밖으로 밀어냈다.하지만 오무덕은 이소원을 밀치며 외쳤다.“뭐가 그렇게 급해? 게다가 여기는 내가 소개해 줘서 이사 온 곳이잖아.”오무덕이 밀치는 힘에 이소원은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이소원의 가슴이 출렁이는 것을 본 오무덕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군침을 삼키며 음탕하게 웃었다.“소원 씨,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해. 오늘 밤 우리 같이 있자.”말하면서 오무덕이 안으려고 달려들자, 이소원은 테이블 위에 있던 과일칼을 집어 들고 냉정하게 소리쳤다.“꺼져! 더 앞으로 다가오면 나... 나 정말 무덕 씨를 찌를 수 있어!”강하게 말하면서도 이소원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오무덕은 미간을 찌푸리고 두 손을 들고 웃었다.“그래그래, 알았어. 그냥 잠깐 앉았다가 갈게. 그건 되지?”오무덕은 이소원이 대답도 하기 전에 곧장 거실로 들어가서 소파에 넙적 앉고는 술도 마셨다. 그 과정에서 오무덕은 문 뒤에 서 있는 서준영의 살의가 솟구치는 눈빛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이소원은 분노가 치밀어 뛰어가서 손에 들고 있던 과일칼을 꼭 잡고 불만과 분노가 폭발했다.“무덕 씨, 사람이면 낯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 집은 내 돈 내고 내가 계약한 집이야.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 지금 당장 나가!”이소원이 출입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는데 서준영이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마음속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보다 훨씬 큰 오무덕이 나쁜 마음을 먹고 덮친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오무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소원, 말조심해! 나는 당신의 남자 친구야! 난 오늘 남자 친구 자격으로 당신이 집에 남자를 숨겼는지 조사하러 온 거라고!”“우리 헤어진 지 1
“이소원,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나도 진심을 다했어. 이제부터 나를 보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은데, 조건이 있어...”오무덕이 음탕하게 웃었다.이소원은 얼굴을 가라앉히고 오무덕에게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물었다.“무슨 조건인데?”“하하, 간단해. 한 번에 2천만 원 줘. 그리고 나랑 하룻밤만 같이 자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음탕하게 웃고 있는 오무덕의 눈빛은 이소원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옷을 홀라당 벗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미친놈! 오무덕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 당장 꺼져!”이소원이 오무덕의 말을 듣고 곧바로 화를 냈다.오무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소원, 그만 내숭 떨어. 네가 얼마나 음탕한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스타킹이고 야한 옷들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너의 친구가 다 알려줬어. 그렇게 흥분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럼 내가 충분히 만족시켜 줄 건데 말이야. 왜 얘기를 안 해. 어찌 됐든 우린 한 달 넘게 사귀었는데 그냥 남한테 주긴 아깝잖아. 게다가 나 그쪽으로 아주 잘해. 너 분명 만족할 거야. 그러니 잘 생각해 봐. 2천만 원에 하룻밤만 우리 서로 행복하게 보내면 이 지긋지긋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어.”아주 적나라한 모욕에 이소원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녀가 집에서 뭘 입고 있든 그건 그녀의 자유인데 그런 걸로 남자의 모욕을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소원은 오무덕이 첫번째 남자 친구이고 아직도 순결한 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켜온 순결을 쓰레기 같은 오무덕에게 줄 수는 없었다.“꺼져! 당장 내 집에서 꺼져!”이소원은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하지만 오무덕은 활짝 웃으며 여전히 소파에 앉아 욕망의 눈빛으로 이소원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술이 원수라고 술에 취한 오무덕은 오늘 밤을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고 반드시 이소원의 침대에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소원 씨, 나 오늘
“오무덕, 함부로 지껄이지 마. 쟤는 내가 복지원에서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야!”이소원이 황급히 설명했다.“동생? 지금 누굴 바보로 알아?”오무덕은 여전히 욕설을 퍼부으며 차갑게 웃었다.“이소원, 이렇게 하룻밤 내주고 얼마씩 받는 거야? 60만 원 정도는 받아? 그런데 그 정도 받으면한 번이야? 두 번이야? 참 콘돔은 사용해? 진작에 이렇게 영업한다고 했으면 나도 진작에 왔지.”퍽!서준영이 듣다못해 손을 들고 오무덕의 뺨을 쳐서 소파에 쓰러뜨리고 말했다.“쓰레기 같은 놈, 감히 내 여자 친구를 모욕해? 오늘 너를 가만 놔두면 내가 서준영이 아니야.”서준영은 오무덕에게 겁을 주고 경고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뒤에 있던 이소원은 그의 말을 듣고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크게 뜬 눈에는 눈물이 번쩍였다.이소원은 기쁨도 잠깐, 곧바로 서준영이 그렇게 말한 것은 자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이소원은 곧바로 서준영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서준영이 없었으면 술에 취한 오무덕에게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여기까지 생각하던 이소원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이소원의 감정 변화를 주의하고 있던 서준영은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는데 오무덕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더 격렬해졌다.오무덕은 맞아서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붙들고 죽음의 사신과도 같은 서준영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체면을 잃고 싶지 않았는지 고개를 돌려 이소원을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소원, 너 많이 컸다. 나를 상대하려고 외간 남자를 불러들여?”이소원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엄숙한 표정으로 오무덕을 노려보며 외쳤다.“오무덕, 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꺼져! 너 따위는 내 남자 친구와 붙으면 오늘 반드시 죽을 거야! 이 사람 무술인인데 1대4로도 문제없는 사람이야.”“무술인이라고? 하하하, 그깟 무술이 뭐가 대단하다고 큰 소리야! 나의 부하가 십여 명인데
서준영은 주먹을 쥐고 차가운 표정으로 오무덕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오무덕은 자기와 점점 가까워지는 서준영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지만 억지로 용기를 내어 외쳤다.“너 그만 나대!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감히 나를 건드리고 협박해? 너 오늘 사람 잘못 건드리는 거야. 나한테 손대면 널 죽여버릴 거야!”“그래?”서준영은 차갑게 웃으며 이번에는 주먹으로 오무덕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러자 오무덕은 주먹을 맞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악!오무덕은 비참한 비명을 질렀는데 마치 쇠망치에 맞은 것 같았고 코뼈가 부러지면서 코피가 사방에 튕겼다.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오무덕은 눈앞에 작은 별들이 번쩍거렸고 머릿속은 윙윙 소리가 났는데 마치 수많은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오무덕은 술과 섹스로 인해 몸이 이미 많이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서준영의 주먹을 당할 수가 없었다.“여자들을 건드리는 것과 돈을 좋아하지? 그리고 또 뭐야, 혼자 못 자고 누구와 같이 자야 한다고 했지? 한밤중에 술을 마시면 사람들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당신 주택 무단 침입의 결과를 알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정당방위로 당신을 여기에서 때려죽여도 돼!”서준영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냉정하게 호통쳤다.그리고 어리둥절한 오무덕 앞으로 걸어가서는 몸을 낮추고 그의 머리를 잡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오무덕은 눈을 겨우 뜨고 피투성이 얼굴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협박했다.“너... 너 감히 나를 건드려? 절대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팍!”서준영은 또 한 번 그의 얼굴을 후려치고 외쳤다.“아직도 나를 협박하는 거야? 정신을 차리려면 멀었네. 그렇다면 네가 사과할 때까지 때려줄게.”말을 마친 서준영은 좌우로 연속으로 끊임없이 오무덕의 왼쪽과 오른쪽 뺨을 골고루 후려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오무덕의 얼굴은 되지 머리처럼 부풀어 올랐고 입안의 이빨도 일곱 여덟 개가 빠져 온통 피가 가득했다.집 밖의 맞은편에
돼지머리가 된 오무덕은 퉁퉁 부어오른 뺨에 끊임없이 피를 토하며 반쯤 죽은 상태가 되었지만, 입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사과는 개뿔! 넌 내가 딱 기억했어. 지금 나를 때린 거 열 배로 갚아줄 거야!”서준영은 얼굴을 찡그리고 날카로운 냉기를 뿜으며 냉정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죽으려고 달려드네? 그렇다면 소원을 만족시켜 줘야지!”말을 마친 서준영은 몸을 일으키고 오무덕의 팔꿈치를 밟고 냉정하게 물었다.“조금 전에 이 손으로 소원 누나를 만지려고 했지?”오무덕은 여전히 굴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서준영을 노려보며 외쳤다.“그게 뭐 어때서, 만지는 건 물론이고 쓰러 눕히려 했다 왜? 하하하!”서준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힘차게 발을 내리누르자, 날카로운 딸깍하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악! 내 손, 내 손... 개자식! 넌 내가 꼭 죽여 버릴 거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오무덕은 곧바로 비참한 고통을 호소했다.서준영은 한 번에 오무덕의 오른쪽 팔꿈치를 부숴버렸는데 더 끔찍한 것은 하얀 뼈까지 보였다.옆에 있던 이소원은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서준영이 너무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며 물었다.“준영아, 이래도 괜찮은 거야?”서준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 인간이 한밤중에 주거 침입해서 나쁜 짓을 하려고 해서 따끔한 교훈을 준 것이기에 괜찮아요. 저 무리하게 한 것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서준영은 바닥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붙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오무덕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사과할 거야? 말 거야”오무덕은 고통 때문에 덜고 있으면서도 악에 받친 두 눈으로 서준영을 노려보며 외쳤다.“개자식! 저 정말 죽고 싶어? 나한테 이렇게 하면 넌 절대 멀쩡하지 못할 거야!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고 이따위 짓을 하는 거야? 오늘 내가 당한 거 꼭 열 배로 갚아줄 거야! 내가 직접 네 손발은 물론이고 네 몸에 있는 모든 뼈를 부숴버려서 폐인
오무덕은 겁에 질려 통곡했다.“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러니 목숨만 살려줘. 내가 사과할게.”서준영은 차갑게 웃으며 발을 떼었다.오무덕은 팔꿈치 한쪽과 무릎 한쪽이 부서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소원에게 연거푸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소원 씨를 찾아와 돈을 달라고 한 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이소원은 오무덕이 그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사과하자, 차마 더 모질게 할 수가 없어서 말했다.“지금 당장 꺼져!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그래그래, 알았어. 지금 당장 꺼질게.”오무덕은 휘청거리며 피투성이가 된 다리를 끌고 팔을 붙들고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서준영이 제지했다.“잠깐만!”간단한 세 글자에 오무덕은 겁에 질려 떨면서 서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형님, 또 무슨 일이세요? 저 사과 했잖아요.”서준영은 코웃음 치더니 고개를 돌려 이소원을 보며 물었다.“누나한테서 돈을 얼마나 가져갔어요?”이소원은 멈칫하더니 곧장 침실로 들어가 작은 수첩을 가지고 나와서 말했다.“전부 6,104만 원인데 여기에서 10만 원은 택시비이고 4만 원은 지난번에 왔을 때 배달시킨 음식비야.”말을 마친 이소원은 미안했다.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무덕을 보더니 그의 목덜미를 잡고 말했다.“너 진짜 형편없구나. 택시비와 음식 배달비까지 여자한테 내라고 해? 이 돈 어떻게 할 거야?”오무덕은 당황해하며 서둘러 외쳤다.“갚아요. 갚을게요. 꼭 갚을 거예요.”“말로만 하는 것은 믿을 수 없으니, 증거를 동영상으로 남겨.”서준영은 이소원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신호를 보냈다.오무덕은 하는 수 없이 서준영 앞에서 내용을 적고 사인을 하고 지문까지 찍었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모두 동영상으로 찍혔다.“형님, 이제 가도 될까요? 돈은 일주일 내에 꼭 갚겠습니다.”오무덕은 겁에 질려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오늘은 내가 졌지만,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