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하고 지독한 이 한 방이면 금강석도 깨부술 것 같았다. 그런 기영도를 본 서준영은 전혀 무서움 없이 태연자약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반면, 서준영의 담담함을 기영도는 무서움에 질려 정신을 놓은 사람으로 보았고, 옆에 서 있는 공만득도 쓴웃음을 지으며 구경했다.“흥! 주제도 모르고 영감님한테 깝죽대더니 꼴좋겠다.”말이 끝나자 기영도는 독수리 발 같은 오른손으로 서준영의 목덜미를 잡아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서준영이 몸을 약간 기울이더니 자신의 손아귀를 피해 가는 것이 아닌가? 더 무서운 점은 기영도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준영의 손이 들렸고 사진의 손목이 꽉 잡혔다는 사실이다.바로 뿌직 소리가 나서 보니 본인의 오른손이 서준영의 힘에 당해 부러졌고 살이 째지고 그 사이로 뼈가 튀어나와서 너무 아파왔다.“아! 내 손. 이 새끼야! 죽으려고!”기영도는 소리쳤고 발을 들어 서준영의 가슴팍을 냅다 걷어찼지만, 서준영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기선 제압에 들어가서 먼저 발을 세워 기영도를 드세게 걷어찼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영도는 가슴을 맞고 수십 미터 날아가 버렸고 약방 정문에 세워진 고급 세단에 부딪히며 거의 차를 이 깨듯이 반 정도 차에 박혀버렸다.고급 세단에서 귀에 거슬린 쩌렁쩌렁한 경보음이 울렸다. 약방 안은 쥐 죽은 듯 삽시간에 고요해졌고, 공만득은 멍해져서는 날아간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고 고개가 젖혀진 기영도를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영... 영감님.”공만득은 부리나케 뛰쳐나가며 소리쳤다.“다들 뭐해! 영감님을 들어서 모셔!”입구에 서 있던 몇몇 경호원들이 안간힘을 써서야 기영도를 차창에서 빼낼 수 있었다. “영감님은 어때?”공만득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고 한 경호원이 기영도의 숨결을 확인하더니 공포에 질려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회... 회장님, 기... 기영도 영감님... 죽었어요.”털컥! 청천벽력! 공만득은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며 목소리를 냈다.“뭐라고? 죽었어?”그러
공만득은 전화를 끊은 후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문 앞에 있는 서준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네 이놈! 두고 봐. 오늘은 내가 널 무슨 일이 있어도 감옥에 넣고 말 테니까. 안 그럼 내가 너 아들이다.”서준영은 차갑게 웃었다.“예순 남짓한 아드님을 제가 어찌 모시겠습니까?”“너...”공만득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따가 사촌 처남이 오면 분명 혼내 줄 것 같아서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음흉한 표정으로 전석민을 쳐다보았다.“전 사장, 오늘 전씨 집안은 이 자식 때문에 망하게 될 거야. 예전에는 사촌 처남을 이용해 자네를 괴롭힐 명분이 없었지만 오늘은 이 집안 약당이 문을 닫게 생겼네.”공만득은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전석민을 협박했다. 그 말에 전석민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상철은 강운시 행정 관리국의 수장이었고 공만득의 사촌 처남이기도 했다. 전석민 입장에서 일이 번거롭게 되었다. “서준영 씨, 그만두시죠. 만약 기 국장님께서 오신다면 우리 약당은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전식민은 한껏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서준영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전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기상철이 와도 날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할 겁니다.”“그건...”전석민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서준영은 그를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전 사장님, 날 믿으세요. 대약당이 문을 닫게 된다면 원기단의 약전을 무료로 당신한테 전해드리겠습니다.”원기단의 약전이라?전석민은 얼떨결에 놀란 눈빛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서준영 씨, 원기단을 당신이 만든 겁니까?”서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대답에 충격받은 전석민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서준영 씨가 그렇게 말한 이상 오늘 이 일은 당신한테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서준영 씨가 잘 처리해 준다면 자림당 대약당에서 30%의 이윤을 그대에게 넘길 것입니다.”서준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제안을
철썩. 서준영은 바로 양혜원의 뺨을 때렸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두 바퀴나 돌았다. 그녀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빠르게 부어오른 자신의 볼을 감싼 채 눈을 부릅뜨고 서준영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놈한테 맞았다고?’한참 뒤 정신이 든 양혜원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는 알기나 해? 우리 사촌 오빠가 누군지 알기나 하냐고? 이 망할 놈. 감히 나한테 손찌검하다니. 오빠한테 이 대약당의 문을 닫아버리라고 할 거야. 오빠한테 말해서 경찰서 사람들 다 부르고 네놈들 데리고 가라고 할 거라고.” 양혜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흔이 넘은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맞은 적이 없었다. 근데 오늘 뜻밖에도 이놈에게 뺨을 맞아 양혜원은 그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서준영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뒷짐을 지고 입을 열었다.“당신 사촌 오빠가 와도 법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이곳을 봉쇄한다면 난 반드시 그 사람을 처단할 겁니다.”이 말이 나오자 양혜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분노가 가득 찬 흉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아. 감히 지금 나랑 잘난 척하는 거야? 어디 두고봐. 오빠가 곧 도착할 거니까. 그때 가서도 이렇게 계속 잘난 척하는지 두고 보지.”한편, 공만득은 얼른 마누라를 자기 옆으로 끌고 가 양혜원의 부은 볼을 쳐다보고는 서준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놈이 감히 내 와이프의 뺨을 때려? 네놈한테 열 배로 갚아줄 거야.” 서준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더니 전석민을 데리고 돌아서서 약당의 로비로 들어갔다.“기상철이 도착하면 날 불러요.”그 말에 공만득과 양혜원은 바로 그 자리에서 폭발하였다.“이놈이 정말. 그래 어디 끝까지 잘난 척해봐. 분명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니까.”공만득은 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5분 후, 아우디 A8L 한 대가 멀리서 질주해 오더니 자림당 대약당의 문 앞에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기상철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려와
뒤에 있던 비서실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몇 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공만득은 들뜬 표정으로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자림당 대약당을 봉쇄한다면 다음 일은 처리하기 쉬워질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정국의 집행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차 안에서 3명의 행정국 직원이 뛰어내렸고 그들은 봉인 딱지를 손에 들고 자림당 대약당의 로비로 돌진했다.한편, 로비에서 서준영은 전석민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전석민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이 마음이 조마조마하였지만 서준영은 그저 담담해 보였다. 이때 행정국 직원 3명이 봉인 딱지를 들고 뛰어와 기세등등하게 외쳤습니다. “자림당 대약당의 사장이 누구입니까? 지금 우리는 당신들의 약국을 차압할 것입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직원들은 약국 안의 서랍장, 문, 창문에 모두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쓰인 봉인 딱지를 붙여놓았다. 당황한 전석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서준영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물었다.“서준영 씨, 이제 어떡하죠?”서준영은 찻잔을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행정국 직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누가 당신들한테 이러라고 시킨 겁니까?”그중 직원 한 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뒷짐을 지고 대답했다.“기 국장님께서 내리신 명이에요. 왜요? 뭐 불만 있어요?”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상철이 밖에 있다고요?”“건방지군요, 위아래도 없어요? 어떻게 우리 국장님의 성함을 함부로 불러요?”그 직원은 바로 화를 내며 서준영을 질책했다.“그리고 당신은 또 누구예요? 이 약당의 사장인가요?”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서준영은 고개를 흔들며 웃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사장도 아닌데 왜 여기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거예요? 사장님은요?” 그 직원은 대뜸 화를 냈다.마음속에 이미 분노가 치밀어 오른 서준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행정 관리국의 직원은 화가 더 많이 난 듯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위엄이 있었고 안하무인이었다.
들어오자마자 기상철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누가 감히 이 기상철한테 기어들어 오라고 한 거야? 어디 한번 그 얼굴 좀 보자꾸나. 어떤 놈이 이렇게까지 미쳐 날뛰고 있는지.”그의 말소리가 전해지고 입구에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그림자가 나타나자 전석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달려갔다.“죄송합니다. 오해입니다. 방금은... 방금은 그저...”기상철은 전석민을 한번 쳐다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한편, 그 옆에 서 있던 공만득이 악랄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전석민 씨, 변명 같은 거 하지 말고 약당 문이나 닫아요.” 순식간에 당황한 전석민은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바로 이때, 줄곧 앉아있던 서준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기 국장님, 오랜만에 보니 권력에 더 맛이 든 것 같네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기상철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하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서준영을 알아보았다.‘저 사람 서 신의가 아닌가?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잠깐, 그럼 공찬과 양혜원을 때린 자가 서 신의라는 말인가? 최 실장도 이 사람에 대해서는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안 어르신조차도 이 사람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어...’지난번, 맹호민의 일 때문에 기상철은 행정국으로 돌아온 뒤, 시간을 내서 직접 서준영을 찾아가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근데 여기서 서준영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나? 기상철이 멍해 있는 사이 그의 뒤에 있던 양혜원이 앞으로 달려 나와 서준영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하게 호통쳤다.“이놈이 아직도 잘난 척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이 바로 내 사촌 오빠야. 행정 관리국의 일인자라고. 눈치가 있으면 얼른 무릎 꿇고 오빠한테 사과해. 그리고 아까 날 때렸던 것에 대해서는 열 배로 돌려주겠어. 오빠가 전화 한 통 하면 소 부국장이 네놈을 잡아갈 거야. 평생 네놈을 감옥을 가둘 거라고.” 공만득도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놈.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서
당황한 기상철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돌아서서 공만득과 양혜원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공만득, 아들이 남의 약당을 때려 부순 걸 그저 보고만 있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감히 날 속이려 하다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날 이용해 자림당 대약당을 봉쇄할 생각이었어?”“정말 법은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군. 오늘부터 공씨 가문의 약당을 봉쇄하고 공씨 가문은 조사받아야 할 거야.” 그 말을 들을 공만득은 당황해서 온몸을 떨더니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형님, 안 됩니다. 공씨 가문의 약당을 봉쇄하면 우리 가문은 끝장이에요.” “닥쳐!”기상철은 불같이 화를 냈다.“누가 당신 형님인가? 난 기 국장이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공만득은 침을 삼키며 더듬거렸다.“기 국장님, 제발 부탁인데 공씨 가문의 약당을 봉쇄하는 일은 없던 일로 해주십시오.”“쳇.” 기상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한테 부탁해도 소용없네. 당신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 거 아니야? 감히 서 신의님의 미움을 사? 공만득 당신이 얼마나 많은 약당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날뛰는 거야?” 공만득에 욕설을 퍼부은 뒤 기상철은 고개를 돌리고 양혜원을 향해 호통쳤다.“그리고 너, 무릎 꿇고서 신의님한테 사과해. 내 사촌 여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이름 걸고 횡포 부리지 말고. 이 기상철의 체면이 너 때문에 바닥까지 떨어졌어.” 흠칫하던 양혜원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오빠,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나도 저 사람 신분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고요. 오빠도 이렇게 예를 갖춰야 하는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건방진 것. 지금 서 신의님한테 뭐라고 했어?”양혜원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아니에요. 서 신의님, 난 서 신의님이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 알았더라면 죽어도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오빠, 제발 부탁이에요. 공씨 가문의 약당을 봉쇄하지 말아요
옆에 있던 전석민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서준영이 공씨 가문의 약당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것이다. ‘서준영 수단이 정말 대단하군.’공만득은 듣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뭐라고요? 우리 공씨 가문의 약당을 전씨 가문에 넘기라고요?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절대 안 된다고요? 좋습니다. 기 국장님, 공씨 가문의 약당을 봉쇄하시죠.” 서준영은 담담하게 말을 한 뒤 자리를 뜨려 했다. 그 모습을 본 공만득은 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서 신의님, 잠시만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서준영은 차갑게 웃었다. “더 이상 상의할 여지는 없습니다. 공씨 가문의 약당을 전씨 가문에 넘길지 아니면 공씨 가문이 파산되는 꼴을 볼 건지, 그건 당신이 알아서 선택하세요.” 그 말이 나오자 공만득은 큰 충격에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말았다. 공씨 가문의 약당을 전씨 가문에 넘긴다면 가문이 파산할 정도는 아니니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차압으로 인해 가문이 파산되고 공씨 가문의 자금줄이 끊어진다면 공만득은 최소한 몇천억에 달하는 채무를 떠안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는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잠시 후, 공만득은 어쩔 수 없이 서준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오늘부터 공씨 가문의 약당을 전씨 가문에 넘기겠습니다.”서준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옳은 선택입니다. 최소한 공씨 가문을 지켰으니 말이에요.” 이어 그는 전석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어갔다. “전 사장님, 공씨 가문 약당의 일을 잘 처리해 주세요. 이건 약재 명세서입니다. 나중에 이 주소로 물건을 보내면 됩니다.”말을 마친 서준영은 쿨하게 자리를 떴다. 한편, 기상철은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갔다.“서 신의님, 잠깐만요.” “기 국장님, 무슨 일이십니까?”서준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기상철은 난감한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었다.“서 신의님, 오늘 일은
나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비밀리에 조사하도록 할게요.” 나서진이 자리를 뜬 후, 전석민 쪽에서 파경단의 약재를 별장으로 보내왔다. 검사해 보니 모두 고급 약재였고 파경단 5개를 만들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잠시 후, 파경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한설아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준영 씨, 뭐가 그리 바빠요? 며칠 동안 우리 못 봤는데 나 보고 싶지 않아요?”한설아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반면, 서준영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우리의 약속을 잊은 거 아니겠죠? 촬영장에 나 보러 오기로 했잖아요?” 한설아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서준영은 세 여자와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봤을 때 한설아와 약속했던 것이 떠올랐다. “미안합니다. 요 며칠은 좀 바빠서요.” “괜찮아요. 오늘이 홍보 영상 찍는 마지막 날이거든요. 촬영장에 올래요? 촬영 끝나고 우리 같이 밥 먹으러 가요.”한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서준영은 거절하려다가 남자로서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래요, 주소 보내줘요. 이따가 갈게요.”“정말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한설아는 환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고는 서준영에게 주소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서준영 도민준의 BMW 3시리즈를 빌려 직접 차를 몰고 한설아가 홍보 영상을 찍고 있는 실내 스튜디오로 향했다.잠시 후, 서준영은 차를 세우고 스태프에게 말을 한 뒤 실내 스튜디오로 들어갔다.한설아는 한창 촬영 중이라서 서준영은 한쪽 구석에 앉아 그녀를 묵묵히 지켜봤다.서준영이 온 걸 보고 한설아는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역시 톱스타 한설아는 명불허전이었다.그림 속의 선녀처럼 품위도 우아하고 몸매도 완벽하고 외모도 완벽한 그녀였다. 여러 벌의 촬영 의상을 입고 나온 그녀를 보고 서준영은 그녀가 어떤 스타일이든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리스마 있는 여자, 귀여운 여자, 청순한 여자, 옆집 소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