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라고요?” 상대의 말에 어리둥절한 최홍민은 말을 더듬었다. 최홍민은 갑자기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힘이 빠졌다. “사고 현장입니다. 따님분 핸드폰에서 아버님 연락처를 찾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버님, 현장으로 빨리 와주셔야 합니다. 사고 가해자가 따님분이라 아버님께서 모든 것을 배상해 주셔야 합니다!”“......” 최홍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최홍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절대 그럴 리 없다고요!”“여보세요? 아버님? 제 말 들리세요? 대답해 보세요!” 상대방은 계속해서 최홍민을 불렀다. 최홍민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갑자기 최홍민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최가희의 핸드폰 연락처를 아무리 찾아봐도 엄마 연락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 할까?잠시 후, 최가희의 핸드폰 최근 통화에 ‘빌어먹을 여자’와 통화한 기록을 보았다. 빌어먹을 여자는 누구지?직원은 ‘빌어먹을 여자’에게 전화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장명만 봐도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시 후, 한 달 전에 최가희와 가장 많이 연락을 한 사람을 찾았다. 직원은 가망은 없지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구시죠?”“네가 전화해놓고 누구냐고 묻는 거야?” 서시언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아, 혹시 사망자와 무슨 관계이시죠?” 직원은 서시언에게 물었다. “사망자요? 당신 누구세요!”“서광 대학교 부속병원 인근 1km 떨어진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사망자랑 한 달 전에 자주 연락한 것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갑자기 서시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시언아, 왜 그래?” 성유미는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성유미는 요즘 쉽게 피곤해졌다. 성유미는 원래 생리 주기가 정확했는데 2~3일 정도 늦어지니 더욱 나른하고 피곤했다. 나이도 있고, 결혼도 했으니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병원에
서시언이 흐느끼며 울자 성유미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성유미는 최가희와 친해지길 바랐지만 최가희는 항상 성유미를 미워했다. 성유미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최가희를 지키고 함께 죽어도 같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유미는 지금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의사는 성유미는 노산이니 모든 것에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기뻐도 너무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시언과 성유미는 의사의 말에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아이는 두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축복처럼 찾아왔다. 서시언은 최가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성유미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성유미와 최가희가 모녀 관계를 끊었지만 최가희는 결국 성유미의 친딸이다. 서시언은 성유미를 쳐다보고 차분하게 말했다. “여보, 기사님이 집에 데려다줄 거야. 나는 회사 일 좀 처리하고 바로 집으로 갈게.”“중요한 일이야?” 성유미는 물었다.“응.” 서시언은 대답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아, 미안해. 내가 너무 투정 부렸지? 40살이나 된 여자가 같이 있어달라고 하다니,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회사에 가 봐. 나는 나 혼자 잘할 수 있다고 믿어. 40살에 하늘이 나에게 새 생명을 줬으니 혼자서도 잘 해낼 거야.” “여보는 잘할 수 있어.” 서시언은 말을 끝내고 병실에서 나왔다. 서시언은 겨우 22살인 최가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마음이 아팠다. 잠시 후, 서시언은 직원이 보내준 주소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사고 처리 담당자는 서시언에게 이 사고는 모두 최가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시언은 바닥에 누워 있는 최가희의 시체를 보았다. 최가희 온몸은 피투성이며 입술은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 흉악하고 무서웠다. 마치 죽기 전에 누군가와 미친 듯이 싸운 것 같았다. 서시언은 성유미의 임신 소식을 들은 최가희가 미친 듯이 병원에서 뛰쳐나갔던 것이 생각났다. 이때, 옆에 있던 목격자는 서시언에
서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60대 노인이 옆에 서있었다.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저 여자는 아주 못 됐어! 엄마는 20년 동안 고생만 하고, 이기적인 아빠는 모녀를 만나지도 못하게 해서 엄마는 딸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몰래 숨어서 지켜만 봤지. 저 여자 아빠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빠를 선택했지. 심지어 아빠랑 한패가 되어 엄마를 속여 돈을 뺏으려고 했어!”서시언은 당황해하며 노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어르신은…”“며칠 전에 저 여자가 마을에 와서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는 모녀가 다시 친해질 줄 알았죠. 하지만 친해지기는 무슨, 아빠랑 어떻게 엄마 돈을 뺏을까 작당한 거였어요.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제가 2~3일 동안 저 여자를 미행했어요. 그러던 중 병원에 도착해서 따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저 여자가 울면서 뛰쳐나오는 걸 봤죠.”병원에서 뛰쳐나온 최가희는 앞도 보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울부짖었던 것이다.노인은 최가희가 울부짖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최가희는 정말 정신 나간 여자처럼 계속해서 ‘서시언은 내 거야! 서시언은 원래 내 거여야 했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원래 내 거여야 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이때, 노인은 서시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본인이 죽음을 자초한 거예요. 죽어도 마땅해요.”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시언은 현장 직원과 피해자 가족에게 말했다. “우선 사망자 시체부터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배상하겠습니다.” “방금 하셨던 말은 제 부인에게 절대 하지 마세요. 임신해서 충격받으면 큰일 나요.”이때, 서시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희야! 우리 가희!” 울음소리는 더없이 비통했다. 서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성유미가 최가희 시체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최가희의 시체를 구급차에 태우려다 멈췄다. “가희야, 내 딸…” 성유미는 미친 듯이 울면서 최가희의 시체를 끌어안았다. “
결국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 펼쳐졌다.조금 전까지도 살아 숨 쉬던 생명이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안 돼! 가희야, 눈 좀 떠봐! 엄마 이제 널 원망하지 않을게! 이제는 널 용서할게. 엄마를 때린 것도 이해할게! 그러니까 제발 눈 좀 떠봐. 엄마가 돈 줄게. 네가 얼마를 원하든 원하는대로 줄 테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가희야….”“하나님이시여, 어째서 이런 식으로 내 딸을 벌하시는 겁니까….”성유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통곡했다.서시언은 옆에서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유미야, 울지 마. 가희는 원래 악한 아이였어. 아버지한테 오랜 세월 세뇌당해서 돈밖에 몰라. 가족을 버리고 돈을 선택한 아이이고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았어. 네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떠났다는 걸 알면서, 최홍민이 너를 계속 착취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아버지랑 손을 잡았잖아.”옆에 있던 이웃 주민도 성유미를 말렸지만 성유미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딸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죽기 전까지도 자신을 증오하고 줄곧 자신을 저주해 왔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건 이제 상관없었다.모두 잊어줄 수 있었다.딸이 살아 있기만 한다면.“가희야, 엄마가 이렇게 빌게. 제발 눈 떠. 제발 정신 차려. 엄마가 너 대신 죽을 테니까 제발 살아줘….”성유미는 미친 듯이 울며 절규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서시언은 그런 그녀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유미야, 너무 슬퍼하지 마. 이런 게 운명인가 봐. 그냥 내 진단서가 바뀌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우리가 결혼한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야. 가희는 자기가 자기 행복을 빼앗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자기야.”서시언은 부드러운 말투로 성유미를 위로했다.성유미는 힘없이 서시언의 품에 기대며 흐느꼈다.“시언아, 내가… 잘못한 걸까?”“자기는 잘못한 게 없어. 정말 잘못
최홍민도 당황했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당황했다.최가희를 따라왔던 시골 이웃주민만 한숨을 쉬며 말했다.“최홍민,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최홍민에게 따귀를 날렸던 성유미도 입을 열었다.그녀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였고 보다 더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딸이 죽은 건 정말 괴롭고 슬픈 일이지만 최홍민을 본 순간 모든 것의 발단이 그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어차피 딸도 죽었으니 이 남자와 결판을 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최홍민, 잘 들어!”성유미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최홍민은 어깨를 움찔하며 울음을 멈추었다.그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성유미를 바라보았다.“가희 장례식은 내가 처리할 거야! 그리고 내가 가희를 위해서 모은 그 적금, 나랑 네 명의로 같이 저금하기로 한 그 통장 전액 회수할 거야! 너 같은 인간한테는 한푼도 남겨줄 수 없어! 우린 결혼한 적도 없고 동거하다가 애가 생긴 것뿐이니까!”“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미성년자인 나를 속이고 꼬드겨서 생긴 아이잖아! 이제 가희도 없으니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그러니 내 돈도 절대 너한테 줄 수 없어!”말을 마친 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머리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돈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비밀번호는 우리 두 사람이 두 자리씩 같이 설정한 거니까 그거로 어떻게 해볼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 계좌에 매달 입금한 사람은 나야. 그리고 나한테는 입금 내역이 있어! 난 그 내역을 증거로 제출할 거야!”말을 마친 성유미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그 돈 없이도 가지고 있는 와인가게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있잖아?”그녀는 더 이상 최홍민을 증오하지 않았다.어차피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최가희가 죽었으니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성유미도 잘 알고 있었다.“가!”성유미가 말했다.최홍민은 여전히 영혼이 이탈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려면 차사고를 당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최홍민은 평생 남을 등쳐먹었지만 결국 그 죄를 딸인 최가희가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성유미는 중년에 자신보다 연하인 재벌남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최홍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고향 주민이 그를 찾아왔다.그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라 그의 비참한 처지를 비웃으러 온 것 같았다.이웃 주민은 오열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그를 비난했다.“최홍민, 서른 살이나 먹고 미성년자인 유미를 감금하고 괴롭힌 것도 모자라서 애까지 낳았으면 심보 고쳐먹고 잘 살면 될 일이지! 평생 딸 속이고 성유미를 착취한 대가가 이거야?”“너도 참 어지간하다! 모든 게 네가 자초한 거야! 아무도 원망하지 마!”“평생 혼자 살아도 싸, 너는! 가족도 마누라도 없이 혼자 잘 살아 봐! 쌤통이야!”이웃들 모두가 그를 비난했다.그제야 최홍민은 지난날이 후회가 되었다.성유미에게 너무 가혹했던 과거가 후회되었고 그 행동으로 인해 지금 이 지경까지 온 것이 한탄스러웠다.이날 밤, 이웃들은 최홍민이 처절하게 오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짐승의 마지막 포효 같기도 했다.날이 밝기 시작하면서 그 소리도 잦아들었다.아무도 최홍민이 언제 죽었는지 몰랐다.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집 안은 이미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최홍민 부녀의 사망은 성유미에게 그렇게 큰 타격이나 영향을 주지 않았다.성유미는 최가희의 죽음으로 극도의 슬픔과 스트레스를 느껴 입원하게 되었다.그 사이 서시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곁을 지켰다. 최고의 의료진들이 그녀의 상태를 극진히 살폈다. 성유미는 40세가 넘은 고령에 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서시언의 가족들도 시간만 나면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가장 자주 방문한 사람은 신유리였다. 아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지 않고 병원으로 바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유리는 성유미의 침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이모, 아니지, 이
문밖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왜 그래요?”병실에 있던 엄선우는 신세희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신유리와 서시언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병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만삭이 된 신세희가 자기보다 배가 더 나온 고윤희를 힘겹게 부축하고 있었다.고윤희는 통증에 자리에 주저앉은 상태였다.그녀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묽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언니, 양수 터진 거 아니에요?”신세희가 다급히 물었다.고윤희는 힘겹게 벽을 짚고서 안쓰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것 참… 공교롭게 됐네요. 언니 보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래요? 예정일이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녀석이 벌써 나오려나 봐요.”“언니, 이거 웃을 일 아닌데요?”신세희가 당황한 듯 언성을 높였다.서시언과 엄선우가 그들의 앞에 도착했다.신세희도 곧 만삭이라 거동이 불편했기에 엄선우는 먼저 다가가서 신세희부터 챙겼다. 신세희가 다급히 말했다.“윤희 언니부터 빨리 산부인과로 모셔요. 빨리요!”신세희는 여기 오기 전 택시를 잡고 고윤희가 쉬고 있는 별장으로 가서 고윤희를 데리고 병원에 오기로 했다. 오는 길에 그들은 엄선희, 민정아와 통화를 마치고 그들에게서 퇴근하고 곧 이쪽으로 출발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먼저 병원에 도착했던 것이다.그들을 태운 운전기사는 두 임산부가 가족도 없이 택시에 탄 것을 보고 걱정스럽다며 혀를 찼다.그들이 차에서 내리기 전, 인심 좋은 택시기사가 신세희에게 물었다.“두 분, 정말 괜찮으시죠? 도움이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그때 신세희와 고윤희는 동시에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운전기사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만삭인 임산부를 그냥 내보내다니. 남편들이 너무 책임감이 없어!”신세희와 고윤희는 그 말을 듣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그들의 남편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구경민은 고윤희가 돌아온 뒤로 계속 그녀의 옆을 지켰다. 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있어도 별장에 팩스로 보내게 지시했고 3개월 동안 거의 외출도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양수가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신세희의 지시를 들은 엄선우는 바로 다가가서 고윤희를 안아 들고 산부인과로 달려갔다.서시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세희를 부축했다.“세희 넌 괜찮아?”“난 괜찮아. 그런데 윤희 언니가….”신세희는 안타까운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서시언에게 말했다.“오빠, 구경민 씨한테 전화 좀 해줘. 아직 서울에 있을 거야.”“알았어, 바로 할게.”서시언은 곧장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창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던 구경민은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시언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예정일이 2주나 남았는데… 벌써 양수가 터졌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구경민의 속사포 같은 질문공세가 이어졌다.서시언은 만약 구경민이 앞에 있다면 정신 좀 차리라고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하지만 구경민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그의 말에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형! 형수님 지금 산부인과로 실려 들어갔어요! 어쨌든 빨리 정리할 거 정리하고 병원으로 와요! 물론 형이 안 와도 서준이도 남성에 있고 차질은 없겠지만요.”“아… 안 돼! 그건 안 되지! 이런 일을 너희한테 맡길 수는 없어. 내가 남편인데 옆에서 돌봐야지. 곧 갈게. 조금만 기다려! 아니지, 소경이한테 연락해야겠어!”구경민의 당황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소경이 형이요? 그 형은 왜요? 내가 지금 병원에 있거든요? 소경이 형은 아직 회사에 있어요. 무슨 일로 그러는 거예요?”서시언이 물었다.“밀린 업무를 소경이한테 맡겨야겠어.”구경민이 당연한 듯이 말했다.서시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신세희도 이제 7개월을 넘어서는 시점에 부소경에게 구경민이 해야 할 업무까지 맡긴다면 부소경은 하루종일 회사에 붙어 있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서시언이 말이 없자 구경민이 또 말했다.“내가 하는 일은 소경이 아니면 맡아줄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