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지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고윤희를 돌아보았다.‘이 여자가 어떻게 도망쳤지? 하긴, 내가 손과 발도 다 안 묶었으니까.’신민지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고윤희, 잘했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나랑 가자.”“우리 어머니는?”고윤희는 이 기회를 틈타 어머니의 행방을 물어보려 했다.“당연히 호텔에 있지!”“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 어머니는 어떻게 하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어머니를 인질로 너를 협박해야 되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너의 어머니 벌써 죽었어. 그러면 네가 내 앞에서 이렇게 떠들 시간도 없잖아?”“그래, 앞장서.”고윤희는 이제 어머니만 살아있다면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녀는 이제 걸어 다니는 시체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신민지의 뒤를 가만히 따라가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우리 어머니만 살려줘.”“걱정하지 말고 차에 타.”신민지는 오늘 저택 내부로 차를 몰고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저택 내부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면 이대로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고윤희가 바로 조수석에 올라타자 저택에서 주대규가 달려 나왔다.“거기 서! 신민지 거기 서! 임산부 어디 갔어. 내 임산부 내놔!”“너 지금 그 임산부를 하유권한테 데려가려는 거 맞지? 내 여자 내놔! 이대로 도망치다 내 손에 잡히면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하지만 이미 운전대를 잡은 신민지는 주대규의 말은 듣지 않고 바로 하유권의 저택으로 향했다.주대규가 하유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백해 시 지하세력의 일인자인 하유권은 주대규보다 더 큰 힘을 손에 쥐었다.지금 그가 살고 있는 저택만 보아도 주대규가 살고 있는 집보다 많이 컸다.하유권의 저택에 도착한 신민지는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빨리 연결되었다.“우리 예쁜이…”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주는 하유권의 말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 신민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물건 가져왔습니다.”“정말요?”하유권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신
이제 더 이상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고윤희, 아직도 슬픈 감정이 남았어? 아이 때문에?’아이를 더 이상에 몸에 품고 싶지도 않다. 3일 동안, 별채에서 뛰기도 해보았고,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지만, 아이의 생명력이 너무나도 강해 계속 그녀의 뱃속에 남아 있었다.그리고 가끔 아이의 낮은 심장소리가 들리기도 했다.“두근, 두근, 두근.”왜 하나님은 고윤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걸까?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하나도 남기지 못했고, 아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이의 생명력은 끈질기게 붙어 있었다.하늘의 뜻이란 생각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하늘은 그녀를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상관없다. 이제 어머니만 살아있으면 되니까. 어머니만 살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앞에 무릎을 꿇고 강아지 흉내도 낼 수 있다.신민지와 함께 차에서 내린 그녀는 저택으로 들어갔다.별장 내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집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집 내부로 들어가니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커다란 거실에 만삭과 같은 배에 5명의 여자들을 껴안고 소파 중간에 앉은 노인은 활짝 웃으며 신민지와 고윤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그리고 고윤희를 빤히 쳐다보며 픽 웃음을 터뜨렸다.“내 사냥감이 왔네.”그의 주위를 감싼 여자들도 동시에 현관문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여자들은 남자가 임산부를 괴롭히는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피임에도 많이 신경을 쓰고, 죽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호기심과 질투심으로 가득 찬 여자들은 임산부가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어차피 자신들이 직접 당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평소에 다른 즐거움이 없었던 그녀들은 누구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후줄근한 옷을 입고 나타난 고윤희를 쳐다보았다.“네가 서울 구씨 가문 구경민의 파트너라고 했지?” 그때, 한 여자가 고윤희의 곁에 다가와 그녀를
고윤희는 한참이나 나이 많은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내가 무릎을 꿇으면 어머니를 살려주시겠어요?”“너의 어머니를 왜 나한테서 찾아? 내가 늙은 할망구를 갖다 뭐 하려고!”하유권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고윤희의 종아리를 발로 차자 고윤희는 털썩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윤희가 무릎을 꿇은 것을 본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신민지를 돌아보았다.“무슨 말이에요? 왜 나한테 어머니를 내놓으라고 하는 거죠?”신민지는 바로 하유권을 모퉁이로 끌고 가 해명했다.“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예요. 어머니를 미끼로 잡아 두지 않으면 자살할 수도 있어요. 자살하면 사장님께서도 재미를 못 보잖아요?”하유권은 잠시 고민을 하고 말했다.“그래요? 내가 준비한 이벤트가 얼마나 많은데. 절대 죽으면 안 되지.”신민지는 활짝 웃어 보였다.“이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모두 구경민 대표님이 직접 저에게 지시한 일이에요. 일을 제대로 처리하면 저 뿐만 아니라 사장님한테도 좋은 기회가 온다는 거 알죠?”“아무리 백해 시 서열 1위라고 해도 서울 구경민 대표님을 이길 수 있겠어요?”70이 가까운 나이지만 정신은 말짱했다.그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이길 수 없죠. 구경민 대표가 이곳에 지낼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깊게 몸을 숨기는데요. 누가 감히 구경민 대표의 심기를 건드려요.”“그러니까 이번이 기회에요.”신민지는 바로 주위를 둘러보고 대답했다.“하지만… 절대 죽이면 안 돼요. 이벤트를 해도 좋으니까 꼭 살려두세요. 구경민 대표의 요구대로 해주셔야 돼요.”“그래요!”하유권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남자예요. 구경민 대표가 어떤 마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내 아내가 도망쳤을 때, 구경민 대표와 똑같은 말을 했어요. 숨이 붙어있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요.”“네. 그러면 다행입니다.”신민지는 싱긋 웃으며 고윤희를 쳐다보았다.평소의 하유권은 신민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의 곁에서 그의 시중
하유권은 바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이제 나만 믿게.”“야! 너희들 이리 와봐!”하유권의 말에 젊은 여자들은 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어르신, 무슨 일이에요?”제일 나이가 어린 여자가 다가와 물었다.“너희들 선배니까 잘 모셔. 신민지 씨 예전에 드라마에도 출연했어.”“언니, 저희가 모실게요.”하유권의 저택은 모두 3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1층에는 고용인들이 묵고 있었고, 2층은 하유권의 방이 있었으며 3층에는 그의 정부들이 지냈다.젊은 여자들은 신민지와 함께 3층으로 올라가 구경민에 대해 물어보았다.“언니, 정말 구경민 대표님과 사이가 좋아요?”“언니 언니, 정말 구경민 대표님을 만나봤어요?”“야! 그걸 말이라고 해? 언니 연예인도 했는데 대표님을 만나보지 못했을 까봐?”“언니, 구경민 대표님 이제 겨우 34살에 능력도 있고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뉴스에서 부소경 대표님과 구경민 대표님을 봤는데 두 분 다 너무 멋졌어요!”“하하, 너 정말 바보 같아. 그러다 어르신이 듣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죽어!”“괜찮아. 평소라면 들었을지 몰라도 오늘은 절대 못 들어. 2층에서 그 임산부를 괴롭히고 있을걸?”“언니, 구경민 대표님 이야기 많이 해줘요.”이곳에 있는 여자들도 구경민과 어떻게든 인연을 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신민지는 위기 이식을 느끼고 코웃음을 쳤다.“꿈 깨!”표정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녀는 왕언니처럼 젊은 여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빠르면 내일 구경민 대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어머, 정말요?”“세상에!”“나 오늘 팩하고 잘래!”“언니… 저는 언니 바라기 할래요…”젊은 여자들은 신민지의 주위를 둘러싸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아부했다.하유권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간 고윤희의 운은 그리 좋지 못했다. 더러운 옷을 입고 처참한 몰골인 고윤희는 간절한 눈빛으로 하유권을 바라보았다.“대체 저를 어쩌실 생각이세요?”그러자 하유권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글쎄?”그의 말이
전화기 너머 주대규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유권! 너 이 자식! 신민지 지금 그곳에 있지! 신민지는 네가 마음대로 가져! 그 임산부만 빨리 나한테 넘겨!”백해 시의 일인자였던 하유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평소의 주대규는 감히 그 앞에서 숨소리도 함부로 내지 못했다.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일까?겨우 임산부 하나 때문에 주대규가 지금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주대규! 너 미쳤어?”하유권은 꾹 화를 참고 말했다.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봐서 아주 기뻐 날뛰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주대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하유권! 이제 죽을 때가 되었는데 내가 아직도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우리가 그동안 여자들한테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알아? 우리가 평생 번 돈의 절반을 썼어. 그런 우리한테 결국 남은 건 뭐야?”주대규는 오늘 평소에 하지도 않는 말을 하며 그에게 인생의 철학을 늘어놓았다.하유권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주대규는 계속하여 말했다.“아직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어!”“신민지! 그년도 네가 싫다고 해서 내가 가졌잖아! 그런데도 신민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한숨을 푹 내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 임산부는 달라.”임산부의 이야기를 하는 주대규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고윤희가 그의 저택에 들어온 첫날부터 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고, 그녀를 만나러 별채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그때마다 고윤희는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같은 물음만 물었다.“우리 어머니…”주대규는 고윤희가 자신의 친엄마를 찾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계속 찾는 엄마는 그녀의 엄마가 아니라 약혼자인 엄마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약혼자를 사랑했지만, 약혼자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약혼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고윤희는 시부모를 자신의 부모님처럼 모셨다.평생 나쁜 일만 한 주대규는 눈앞의 임산부의 행동에 마음이 흔들렸다.임산
그가 하유권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그는 그저 자신과 평생 함께 할 사람만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나는 너에 비하면 힘도 없고 돈도 없어. 우리 두 사람도 이제 많이 늙었어. 앞으로 우리가 산다면 얼마나 더 살겠니? 그 임산부만 나한테 주면 내가 가진 땅도 모두 너에게 줄게. 그리고 나는 임산부와 함께 전원생활을 하러 시골로 내려갈 거야. 어때?”주대규는 하유권과 상의하며 물었다.그러자 하유권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주대규!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만약 잘못 건드리면 우리 모두 죽게 될 수도 있어.”“야, 하유권, 내가 정말 너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 네가 나와 대적하겠다면 나도 참지 않겠어.”“흠…”주대규가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차피 늙은 목숨, 더 오래 살면 어떠하고, 바로 죽으면 어떠한가. 이제 나이가 많은 그들은 죽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주대규가 만약 훼방을 놓는다면 절대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그것은 마침 하유권이 원하는 효과이다. 주대규가 백해 시를 쓸고 다녀 구경민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주대규의 자산은 바로 그의 손에 넘어올 것이다.하유권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우리 임산부가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이었어? 언제 주대규의 마음도 빼앗았어?”하유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윤희를 쳐다보았다.고윤희의 표정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잘 지내고 있어요? 밥은 잘 드시고 있나요? 어머니랑 통화하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만 살아계신다면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는 제발 건들지 말아 주세요.”“어머니하고만 통화를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하유권이 바로 그녀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지만 지금 이 여자를 걷어차면 구경민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천천히 발을 내려놓았다.그는 제대로 멈춰 서더니 코웃음을 쳤다.“어머니랑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연락할 수 있어
구경민은 백해 시로 오는 도중, 폭우에 길이 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차로 하루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기에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몰아치는 폭우에 산사태가 일어났다.잠시 동안은 백해 시로 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구경민은 바로 신민지에게 전화를 걸어 고윤희의 안부를 묻기로 했다.그 시각, 신민지는 어린 여자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즐기며 카드 게임을 했다.구경민의 번호가 화면에 뜨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대, 대표님…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왜? 안돼?”구경민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지만 눈치채지 못한 신민지다.“너무 반가워서 그러죠.”신민지는 늦은 저녁 그가 자신에게 전화를 건 이유가 알고 싶었다.혹시, 폰… 섹… 스?하하!‘구경민 대표도 이제 내 매력에 홀딱 반해버렸어!’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신민지는 주위에 기대가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어린 여자들 앞에서 한껏 으스댔다.“신민지, 나 취했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고윤희야. 고윤희의 죄를 물어도 내가 물을 테니까 아무 짓도 하지 말게 가만히 내버려 둬.”신민지는 바로 머리를 끄덕거렸다.“네,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고윤희가 죽는 일은 없을 거예요.”주광수가 그의 전화를 건네받았다.“고윤희 지금 어디 있어?”전화를 꽉 쥔 손이 하염없이 떨려왔다.“지, 지난번에 대표님한테 말했던 그 어르신한테 있어요. 어르신이 임산부를 괴롭히는 취미가 있어…”“미쳤어!”주광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대, 대표님… 분부하세요!”“그러다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아니면 네가 대신 내 손에 죽을래?”신민지는 빠르게 머리를 끄덕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제, 제가 지금 바로 하유권 사장님한테 살살 괴롭히라고 말할게요!”“필요 없어! 그 남자 휴대폰 번호를 바로 나한테 알려줘. 내가 직접 물을게.”“네, 바로 드리겠습니다.”신민
하유권은 땅에 철퍼덕 쓰러진 고윤희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더니 다시 전화기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대표님, 그 여자 지금 저의 곁에 있습니다. 제가 발로 차놓았더니 강아지보다 더 말을 잘 듣습니다. 오늘 저녁, 제가 반 죽여 놓을까요? 대표님을 대신해 먼저 괴롭히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하유권은 구경민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에 들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다. 고윤희는 이제 그의 욕정을 풀 상대가 아니었다. 고윤희를 이용해 구경민의 손을 잡고 서울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앞으로 하유권은 구경민 대표의 사람이다.하지만, 전화기 너머 들려온 건 구경민의 칭찬이 아닌 주광수의 욕설이었다.“네가 대표님을 대신해 고윤희를 괴롭히면, 우리 대표님이 도착해 괴롭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나 해?”하유권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고 말했다.“네네, 맞습니다. 구경민 대표님께서 직접 처리하셔야 합니다. 구경민 대표님의 뜻을 이제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 여자를 다치지 않고, 죽지 않게 잘 돌보겠습니다.”“끊어!”주광수는 바로 전화를 끊고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구경민의 곁으로 가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이제 괜찮으실 겁니다.”뒷자리에 앉아있는 구경민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제발, 그러길…”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도 했다.“윤희야, 제발 다치지 마. 제발…”하유권의 발길질에 땅에 널부러진 고윤희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았다.지금의 고윤희는 치매 환자처럼 멍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하유권의 다음 발길질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유권은 힘겹게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내가 직접 맛보지 못하다니.”“괜찮아, 구경민 대표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면, 예쁜 여자들이 널리고도 널렸겠지.”그는 발을 들어 다시 고윤희를 툭툭 가볍게 건드리고 말했다.“오늘은 여기서 무릎 꿇고 있어. 운이 좋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