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54화

전화기 너머 주대규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유권! 너 이 자식! 신민지 지금 그곳에 있지! 신민지는 네가 마음대로 가져! 그 임산부만 빨리 나한테 넘겨!”

백해 시의 일인자였던 하유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평소의 주대규는 감히 그 앞에서 숨소리도 함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일까?

겨우 임산부 하나 때문에 주대규가 지금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주대규! 너 미쳤어?”

하유권은 꾹 화를 참고 말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봐서 아주 기뻐 날뛰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주대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하유권! 이제 죽을 때가 되었는데 내가 아직도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우리가 그동안 여자들한테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알아? 우리가 평생 번 돈의 절반을 썼어. 그런 우리한테 결국 남은 건 뭐야?”

주대규는 오늘 평소에 하지도 않는 말을 하며 그에게 인생의 철학을 늘어놓았다.

하유권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주대규는 계속하여 말했다.

“아직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어!”

“신민지! 그년도 네가 싫다고 해서 내가 가졌잖아! 그런데도 신민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

한숨을 푹 내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임산부는 달라.”

임산부의 이야기를 하는 주대규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고윤희가 그의 저택에 들어온 첫날부터 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고, 그녀를 만나러 별채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고윤희는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같은 물음만 물었다.

“우리 어머니…”

주대규는 고윤희가 자신의 친엄마를 찾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계속 찾는 엄마는 그녀의 엄마가 아니라 약혼자인 엄마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약혼자를 사랑했지만, 약혼자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약혼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고윤희는 시부모를 자신의 부모님처럼 모셨다.

평생 나쁜 일만 한 주대규는 눈앞의 임산부의 행동에 마음이 흔들렸다.

임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