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여자는 구 대표님이 널 용서하시더라도 내가 못 봐주겠어! 너 같은 년 때문에 우리 여자들이 욕먹는 거야!”거침없는 욕설에 구경민까지 당황했지만 고윤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하유권의 별장에서 2박1일을 살면서 그의 여섯 여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대로 당한 그녀였다.여섯 명의 여자들은 하유권보다 더 지독하게 그녀를 괴롭혔다.틈만 나면 그녀의 맨살을 꼬집고 관절을 비틀었다.가장 괴롭힘이 심했던 인간이 맏언니인 전해민이었다.이틀 전, 그녀는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뾰족한 집게를 가져다가 고윤희의 허벅지를 꼬집었다.고윤희는 바닥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전해민은 그녀의 머리를 발로 딛고 욕설을 퍼부었다.“야, 비록 우리 하 사장님이랑 신민지가 널 죽이지도 말고 구 대표가 올 때까지 가만히 냅두라고 했지만 너 같은 여자는 구 대표님도 더러워서 안 건드릴걸? 무슨 자격으로 구 대표님 같은 남자 옆에서 산 거야? 게다가 7년이나! 애도 가졌다면서? 네가 뭐가 그렇게 잘나서? 내 발꿈치도 못 따라오는 년이!”“그거 알아? 나도 한때는 수재라고 불리고 명문 대학을 졸업했어. 나도 영어 할 줄 아는데 그 거지 같은 녀석한테 버림을 받았어!”“그런데 너는 뭐가 잘나서 그런 남자랑 7년을 같이 산 거지?”“난 네가 너무 싫어! 구 대표님 오시면 그분이 널 응징할 거야. 그리고 나랑 구 대표님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강한 질투심에 전해민은 이미 미쳐버린 것 같았다.그녀는 고윤희의 허벅지 안쪽을 피멍이 들 때까지 꼬집었다.고윤희는 그날 밤 통증 때문에 잠에 들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반항 한번 하지 않았다.전해민이나 신민지, 하유권까지 구경민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구경민이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저들이 나에게 이런 폭행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그래서 전해민이 아무리 자신을 때리고 바닥에 무릎까지 꿇려도 고윤희는 다 포기한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그녀는 공허한 눈빛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더 이
전해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힘껏 걷어찼다.구경민이었다.전해민은 비틀거리며 현관 벽에 등을 부딪쳤다.이때, 마침 하유권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전해민은 그의 몸으로 쓰러졌고 하유권도 그녀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반평생 집에서 왕노릇을 하고 살아온 하유권은 몸을 일으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가 지금 내 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거야? 죽고 싶어?”그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현관에 긴 코트를 입고 찬바람을 풀풀 풍기며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남자는 날카로운 맹수의 눈빛을 하고 하유권을 노려보고 있었다.놀란 하유권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을 더듬었다.“구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 오시기 전에 연락 좀 주시고 오시지 그랬어요…. 그럼 공항까지 마중을 나갔을 텐데요…. 아, 아니구나. 백해시에는 공항이 없었지….”말을 마친 하유권은 구경민의 등 뒤에 서 있는 신민지를 바라보았다.신민지는 이미 겁에 질려서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그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구경민과 주광수를 번갈아보고 있었다.주광수가 고윤희의 앞에 달려가더니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사모님!”현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구경민에게 발로 차여서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던 전해민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그녀의 하얀색 드레스에 떨어졌다.하지만 전해민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이 당황한 목소리로 주광수에게 물었다.“저년을… 아니 저 여자를 지금 뭐라고 불렀어요?”“열쇠 가져와!”주광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인 고윤희를 바닥에 앉히고는 하유권에게 다가가서 그의 불룩한 배를 발로 밟으며 다그쳤다.“열쇠 어딨어!”“열쇠라니요? 뭘… 말씀하시는 거죠?”“사모님 손발을 묶고 있는 쇠고랑 열쇠 말이야!”주광수는 분노한 목소리로 다그쳤다.“열쇠요?”하유권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렀다.열쇠는 그에게 없었다.그가 주대규의 손에서 고윤희를 데려올 수 있었던 건 그가 방심한 틈을
부하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하유권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남자와 그의 뒤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카키색 코트를 입은 남자에게서 지옥에서 온 냄새가 났다.남자가 개처럼 버려진 여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는 큰 손으로 쇠고랑을 찬 더러운 그녀의 손을 만졌다.“어때? 경민 씨? 이제 좀… 만족해?”고윤희는 그의 손길을 피하며 그에게 물었다.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눈에서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그녀는 멍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이 말했다.“아마 당신은 이런 문명사회에서 사람이 이런 취급을 받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야.”“하지만 난 이미 적응했어. 어릴 때, 언니 오빠들과 다른 동생들은 다 자기 침대가 있고 방이 있었지만 난 복도에서 잠을 자야 했어.”“가끔 그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따분해지면 나를 밧줄로 묶어서 개처럼 끌고 다녔었지.”“그때는 애들이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어. 성인이 된 후로도 누군가가 나한테 개목줄을 채우고 끌고 다닐 줄은 몰랐어.”“이게 당신이 보고 싶었던 모습이야?”“난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당신이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어.”고윤희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윤희야….”구경민은 잔뜩 갈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미안해, 윤희야.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늦게 왔어.”말을 마친 그는 고윤희를 품에 안았다.남자는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에 쇠사슬을 두른 여자를 껴안았다.남자의 고급진 코트와 여자의 더럽고 남루한 옷차림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를 품에 안은 순간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윤희야, 난 살면서 한 번도 지금처럼 두려웠던 적이 없어. 전장에 나가서 싸워도 보고 더 잔인한 장면도 목격했지만 두려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런데 지난 보름 동안 정말 두려웠어.”“당신을 영원히 못 만날 것 같아서 두려웠어. 살아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지금이 꿈
구경민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윤희야, 너랑 장난하고 싶은 마음 없어. 처음부터 내 의사가 아니었다고. 이건 내 말을 믿어줘.”고윤희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가능한 일이야?”그녀는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구경민과 자신을 바라보았다.“당신과 나는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야. 조금 전까지 나는 누군가에게 개처럼 끌려서 여기까지 왔어. 그 인간들이 당신 지시가 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 그런데 지금 나한테 같이 집에 가자고?”“개목줄로 부족했어? 다음엔 또 뭐로 고문할 거야? 당신 부인 최여진 씨는 어쩌고 혼자 왔어?”“사모님, 저희한테 사모님은 당신 한 명뿐입니다.”고윤희의 쇠고랑을 잘라낸 주광수가 울먹이며 말했다.고윤희는 천천히 주광수에게 시선을 돌렸고 주광수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저 광수예요. 저 기억하시죠? 처음에 산 속에서 제가 사모님과 한진수 씨를 보내드렸잖아요. 저희 집사람이 아이를 출산했을 때 사모님이 문병도 오셨잖아요.”고윤희는 정신병동에 오래 갇혀서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고윤희는 다시 시선을 구경민에게 돌렸다.주광수의 말을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았다.“경민 씨.”고윤희는 갈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고문하든 그렇게 해야 당신이나 당신 부인 마음이 풀린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은 건드리지 마. 내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야. 어머니는 칠순이 넘었어. 풀어주면 알아서 방랑생활을 하든 하실 거야. 제발 그렇게 해줘.”“그분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 아들이 나를 구해주고 내가 그 아들과 같이 살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아들이 죽었어! 그러니까….”고윤희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한진수 씨는 황야에서 고독하게 죽었어. 시신조차 처리해 주지 못했다고. 어머니 혼자 힘으로 복수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도 힘도 없어. 그러니 제발 그 불쌍한 노인을 풀어줘.”“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어떤 고문이든
“당신은 믿지 못하겠지만 20일 전에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동부지구를 떠난 건 사실이야. 당신과 한진수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어.”구경민은 또박또박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말했다.“그거 알아? 당신과 나도 참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항상 헌신하는 쪽은 당신이었어. 당신은 항상 내 감정이나 입장을 배려해 주었지만 난 항상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지. 그래서 당신에게 미안했어. 당신이 한진수 씨 앞에서 웃고 있는 걸 보면서, 바닥에 떨어진 남은 반찬들을 주워담으면서도 웃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놓아주기로 한 거야.”“그때 당신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당신에게 돈을 준 것도 일단은 당신이 있을만한 거처를 찾기를 바랐어. 돈만 주고 돌아갔던 건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였어. 난 내 업무를 모두 소경이에게 넘기고 동부지구로 돌아올 계획이었어.”“당신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평생 당신과 당신 남편, 그리고 아이를 바라만 보며 살려고 했어. 특별히 원하는 건 없었어. 그냥 당신과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어.”고윤희는 여전히 아무 동요도 없는 표정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기괴한 웃음이었다.마치 목각 인형이 웃는 것 같은 기계적인 웃음소리.그 웃음소리에 옆에 있던 주광수마저 놀라서 흠칫 어깨를 떨었다.하지만 고윤희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문을 여태 받았다면 그게 누구라도 지금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고윤희는 건조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경민 씨, 이쪽으로 올 때, 산사태를 만나지 않았어?”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산사태 때문에 3일이나 늦어진 거야.”“차라리 거기서 죽지 그랬어?”당황한 구경민의 눈빛.“지금 돌아가서 산사태에 깔려 죽으면 당신이 한 말이 진심이었다고 믿을게.”고윤희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구경민은 아주 담담한 말투로 말했지만 현장에 있던 인간들은 전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구 대표님….”신민지는 어떻게든 구경민의 마음을 돌리려고 사정했다.“저는 단지 사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에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의 아이를 임신했잖아요. 지금 집에서 쉬고 계신다길래 따로 연락을 안 드렸던 것뿐이에요.”신민지는 최여진이 이미 5일 전에 구성훈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떠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최근에 최여진에게 연락을 자제한 것도 최여진 몰래 구경민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최여진처럼 구경민의 옆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더라도 애인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중간에 최연진에게 경과를 보고하게 되면 최여진은 분명히 그녀와 구경민의 접촉을 방해할 거라고 생각했다.최여진은 그만큼 의심이 많은 여자였다.그래서 며칠간 최여진에게서 연락이 없자 혼자 상상하며 좋아했던 신민지였다.그녀는 최여진이 이미 도망갔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신민지는 여전히 최여진이 구경민의 아내라고 믿고 있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광수가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신민지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바닥을 굴렀다.“이 망할 여자야! 너 때문에 우리 대표님이 무슨 고생을 했는지 알아? 대표님이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사모님 걱정을 하셨는데? 네 손에서 사모님이 견디지 못하고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래서 가장 먼저 너와 접촉을 시도한 거야! 넌 그것도 모르고 아직도 헛소리를 지껄이다니!”주광수의 말에 신민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의 동공이 순간 크게 확장되었다.내가 뭘 놓치고 있었던 거지?“잘 들어, 이 망할 여자야! 우리 대표님한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모님은 한 명뿐이었어! 그 사람이 고윤희 씨야! 네가 말하는 최여진이라는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제 편하게 지옥으로 보내줄게!”“잠깐!”구경민이 갑자기 주광수를 멈춰세웠다.주광수가 흠칫하며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대표님….”구경민은 신민지에게
“억울해요. 저 정말 억울해요!”“저… 저도 억울해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저도요….”“고… 고윤희 씨…. 갇혀 있는 동안 저는 당신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건드리지도 않았다고요.”하유권의 뭇 애인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가 고윤희에게 기어와서 사정했다.그녀는 고윤희의 팔을 붙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어차피 죽을 거 한 번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다.“사… 사모님…. 저는 집이 가난해서 하유권의 돈을 빌렸다가… 어쩔 수 없이 팔려온 몸이에요. 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당신을 괴롭힐 때 저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요. 그거 잊었어요? 이틀 전 밤에 제가 몰래 빵도 가져다드렸잖아요.”어린 여자는 조급한 마음에 고윤희의 앞에서 절까지 했다.“저 올해 겨우 열여덟 살이에요. 아직은 죽고 싶지 않다고요….”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너도 불쌍한 애구나… 하지만 난… 나에게는 너를 도와줄 힘이 없어. 나 역시도 구경민의 사냥감에 불과하니까….”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언니… 죄송해요. 언니도 어쩔 방법이 없는 거 알면서 난감하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말을 마친 소녀는 전해민과 하유권에게 달려가서 그들을 상대로 발길질을 해댔다.“짐승보다 못한 것들! 당신들은 인간도 아니야!”“고윤희 씨랑 구 대표님 사이에 있었던 일로 당신들이 피해라도 봤어?”“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사람을 학대해! 개목줄로 사람을 묶고 끌고 다니다니! 당신들은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야! 다 죽어버려! 특히 하유권 당신! 내가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전해민, 신민지에게도 화풀이를 한 뒤, 남은 세 여자에게 다가갔다.“그리고 당신들! 당신들이 정말 고윤희 씨를 괴롭힌 적 없어? 당신들이 사람이야? 신민지한테 팔려온 임산부라고, 고윤희 씨의 전남자친구가 서울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질투해서 고윤희 씨 머리채를 마구 잡고 휘둘렀잖아!”“그런데 무슨 착한 사람 코스프레야? 다 죽
한 경호원이 달려들어오며 말했다.“나이가 좀 든 영감인데 당장 사모님을 내놓지 않으면 이곳을 쓸어버리겠다고 하네요.”구경민은 할 말을 잃고 고윤희를 바라보았다.고윤희는 약간 움찔하는가 싶더니 가만히 있었다.끌려가던 하유권, 신민지, 전해민 3인방이 앞다투어 소리쳤다.“대표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대표님, 저 주대규라는 사람 알아요!”“대표님, 제가 주대규 애인이에요. 제가 대표님을 도와 주대규를 처리해 드릴게요.”구경민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다가 귀찮은 듯이 손을 흔들었다.“저것들은 거실에 가두고 내가 직접 나가보지! 하유권이랑 비슷한 쓰레기면 같이 묻어버리면 돼! 어차피 그러려고 여기 온 거니까!”말을 마친 구경민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고윤희의 어깨에 걸쳐준 뒤, 그녀를 품에 안고 밖으로 향했다.고윤희는 여전히 목각인형처럼 멍한 표정으로 피하지도 몸부림치지도 않았다.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체념한 것 같았다.구경민은 고윤희를 안고 별장 밖으로 나갔다. 하유권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영감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는 고윤희를 안고 나온 구경민을 보자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어디서 온 양아치야? 그 곱상한 얼굴에 흠집 한번 내줄까?”구경민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너 누구야!”“내 여자를 이리 내!”영감이 말했다.이때 고윤희가 갑자기 일그러진 표정으로 주대규를 향해 소리쳤다.“주대규 씨, 빨리 도망가요! 이 일에 휘말리지 말아요. 이 사람 서울에서 왔어요. 당신은 이 사람 상대가 될 수 없어요. 뼈도 못 추리고 땅에 파묻혀서 죽을 거라고요! 빨리 도망가요!”구경민은 고윤희를 바닥에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이 당신을 도와줬어?”고윤희는 구경민의 말을 무시하고 주대규만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주대규 씨, 빨리 가라니까요? 저랑 같이 죽을 필요는 없잖아요. 저 때문에 또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건 싫다고요!”주대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