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할머니는 그림을 다 본 후 그 종이를 전이혁에게 돌려주었다.“할머니.”할머니는 손을 들어 전이혁에게 말하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네가 꿈을 꾼 것이기 때문에 의문이 있으면 너 스스로 원인을 찾을 것이지 나에게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신도 아닌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그런데 할머니께서 며느릿감을 골라주셨고 제가 그 사진도 다 받았잖아요. 제가 언제든지 아내에게 구애할 준비가 다 되었지만 할머니께서 뽑아준 그 아내가 꿈에 나타난 여자가 아니에요.”“우리 전씨 가문의 남자는 이혼하지도 않고 내연녀도 키우지 않는데, 저는 제가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아내에게 미안한 남자로 되고 싶지 않아요.”전씨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과 상관없다는 태도로 말했다.“그건 네 일이니 네가 잘 알아보고 문제점을 찾아야 해. 네가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내가 너에게 아내를 선택해 주었기 때문이라면 그 여자를 한 번 찾아가 봐.”“할머니!”전이혁은 할머니 옆에 앉아 애교를 부리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더는 예쁘지 않으세요? 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손자가 바로 이혁 손는 손자가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 찌질남으로 되는 것이 가슴 아프지도 않으세요?”“내가 그랬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손자는 항상 네 큰형이었어. 태윤이야말로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손자였어.”“할머니가 말씀하셨는데 할머니께서 잊어버리셨을 뿐이에요. 할머니.”전이혁은 애교가 소용없자 불쌍한 척했다.“할머니, 저를 좀 불쌍하게 여겨주세요. 제가 앞으로 정말로 그런 짓을 하면 우리 엄마와 큰어머니도 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걱정 마.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제가 엄마한테 맞으면 할머니께서 살려주신다고요?”전씨 할머니는 정색하며 대답했다.“난 가만히 있지 않고 빨리 자리를 뜨려고. 네가 네 엄마에게 맞는 걸 보지 않으면 되잖아.”전이혁은 어이가 없었다.“할머니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큰형이
그러나 전씨 할머니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이혁아, 가서 셋째 형에게 물어봐. 셋째 형의 방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전이혁이 말을 이었다.“할머니, 제가 도망치려고 한 건 아니에요. 할머니께서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골라주신 아내인데 제가 어떻게 도망치려고 하겠어요. 저 정말로 한동안 같은 꿈만 꾸었어요. 매일 밤 그림 속의 여자와 얽매였다니까요.”전이혁은 자신이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었다.꿈이 사실이었다.할머니께 용서를 빌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내 생각은 변함없어. 네 아내로 정하기 전에 할머니가 뒷조사할 만큼 다 했어. 그 여성분이 너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에 너에게 선택해 준 거야. 실물을 만나본 적도 없고 그 여성분에 대해 알아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꿈속의 그 여자를 찾을 수 있다면 할머니가 정해준 아내를 포기해도 돼. 나도 네 탓 하지 않을게.”전이혁이 되물었다.“세상이 이렇게 큰데 어떻게 찾아요?”전이혁은 이 일로 할머니를 설득해서 선택된 아내를 포기하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전이혁은 자신의 결혼에 대한 결정권을 거머쥐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전씨 가문이 번창하기 때문에 전이혁이 대를 잇지 않아도 되였다. 자신이 없어도 전씨 가문에 여덟 명의 형제가 장가들고 아이를 낳아 전씨 가문의 번창함을 지속할 수 있었다.“지훈 씨도 수많은 사람 속에서 윤하 씨를 만났잖아. 지훈 씨는 너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 인연이 있으면 두 사람은 만나게 돼 있어. 만약 인연이 없다면 그 여자가 네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넌 알아볼 수 없을 거야.”잠깐 말이 없던 전이혁이 중얼거렸다.“지훈 씨는 점쟁이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셨잖아요. 저는 누구도 조언해 주지 않았는걸요.”“그래야 스릴 있지. 사사건건 미리 알고 있으면 얼마나 재미없어?”전이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할머니가 전이혁을 놓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
한참이 지나자 전이혁이 입을 열었다.“할머니, 배고프시죠? 돌아가서 아침 드세요. 큰형이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어요. 큰형이 형수님께 정말 잘해 주시네요. 우리도 큰형이 해준 음식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형수님은 날마다 드실 수 있네요.”전이혁의 말속에는 부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큰형은 형수님에게 정말 진심으로 대했다.전씨 할머니는 전이혁에 의해 부축되어 일어섰고 전이혁은 할머니를 도와 스피커를 집안으로 옮겨 드렸다.그리고 할머니께서 입을 열었다.“큰형이 부럽지? 너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어.”전이혁은 스피커를 안아 들고 할머니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아직 본 적도 없는데 저한테 잘 맞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저의 꿈에서 어떤 여자가 저에게 매달리고 있는걸요.”“나중에 제가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할머니 요구대로 그 여성분과 결혼하면 제가 그분을 배신할 가능성이 엄청 클 거예요. 그리고 꿈에서 저와 얽매이고 있는 그 여자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여자가 아닌걸요. 저 너무 힘드네요.”전씨 할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야. 때가 되면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일단 아무 생각 말고 네 큰형의 결혼식이나 참석해. 그리고 다시 아내에게 구애하러 가. 어차피 내가 너희들에게 준 시간이 1년이니까.”전이혁이 물었다.“할머니, 저 좀 봐주시면 안 돼요?”“내가 가장 아끼는 네 큰형도 봐주지 않았거든. 봐봐. 태윤이랑 예정이도 딱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잖아.”할머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커플이 바로 전태윤과 하예정, 그리고 전이진과 여운초 두 커플이었다.지금 정겨울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여운초는 매일 약을 먹고 있었고 정겨울도 그녀가 곧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여운초는 빛을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에 앞이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다.여운초는 자신이 다시 빛을
그러나 그 부잣집 할머니들의 건강은 전씨 할머니보다 못할 것이다. 전씨 할머니는 나이가 드셨지만 자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손자들을 위해 아내를 신중하게 선택해 주었다.휴, 손자들이 불효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임무를 내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28세에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비방했다.결혼은 35세 이후에 결혼하려고 결정했다.형수님들의 결혼이 매우 행복해 보여서 부럽긴 했지만, 전이혁은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삶을 더 추구했다.전씨 할머니는 그런 손자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임무를 내렸다.그들의 생각을 따른다면 아마 모든 손자가 30세 이후에 결혼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할머니가 춤을 추면 몸도 단련되고 좋잖아. 집에서 춤추시는 거라 누구한테도 영향 주지 않고.”전태윤은 할머니께 밖으로 나가 춤추는 아줌마들에게서 춤을 배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어르신은 평생 멋지게, 마음대로 살아오셨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전씨 손자들도 할머니께서 기뻐하시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만 즐거워하신다면 어떤 일을 하시든 모두 지지했다.“할머니는 왜 찾으러 왔어?”전이혁이 부엌으로 들어가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를 봐주라고 설득하러 왔어. 너무 일찍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 원래 계획은 35세에 결혼하는 건데 할머니께서 벌써 나한테 아내를 골라주셨잖아. 1년이란 기간이 지나가면 난 29살이야. 내 계획보다 몇 년이나 앞섰단 말이야.”전태윤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넌 할머니와 28년 동안이나 지내왔으면서 할머니가 어떤 성격인지 아직도 잘 몰라? 왜 쓸데없는 짓만 해? 난 또 이진이가 겪었던 일들이 너희들에게 교훈을 가져다줄 줄 알았어. 그래서 너와 전우가 말 잘 들을 줄 알았는데. 너도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어?”전호영은 반년 동안 질질 끌다가 끝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예 장기적으로 강성에 머물면서 아내에게 구애하고 있었다.아마 며칠 더 있어야
전태윤이 물었다.“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나보고 직접 확인해보라고 하셨어. 날 그냥 내버려 둔다는 의미지. 내가 할머니의 친손자 맞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전씨 가문의 첫 번째 이혼남이 되라는 뜻 아니야?”전이혁이 구시렁거렸다.“할머니의 지팡이가 간지러워서 날 때리려고 꾸민 것이 틀림없어. 우리가 너무 철이 들어 효도심이 강해서 핑곗거리를 찾고 계시는 것 같아. 날 찌질남으로 몰아넣어 시원하게 때리려고 작정하신 것 같아.”전태윤은 피식 웃었다.“그 말을 할머니께서 들으신다면 아마 당장 널 때려눕히실 거야.”“내 말이 맞잖아.”전태윤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정해주신 목표가 꿈속의 여자랑 겹친 걸 잘 못 본 거 아니야?”“어떻게 겹쳐? 생김새부터 다른데. 사극처럼 얼굴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전이혁이 중얼거렸다.전태윤이 입을 열었다.“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A시 예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재주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인간 가면을 잘 알아봐”전태윤은 할머니가 전이혁에게 골라주신 아내가 어떤 신분인지는 모르지만, 할머니께서 고르신 분은 분명 전이혁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것만은 확신했다.능력이 없는 여자애들은 할머니의 성에 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아마도 하예정이 가장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할머니께서 전태윤에게 선택해 준 하예정은 성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람이었고 전태윤이 그녀의 곁을 지키며 함께 성장해야 했다.그 점쟁이에 대한 할머니의 신뢰를 떠올린 전태윤은 할머니가 자신에게 하예정을 골라준 이유가 바로 소균성처럼 아들이 빨리 결혼하여 평생 홀아비로 살지 않기를 바랐던 것일 수도 있었다.점쟁이는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 인연이 있다고 하셨기에 할머니께서는 전태윤을 강제로 하예정과 결혼시켰다.나머지 조건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물론, 하예정은 지금 점점 더 훌륭해지고 있었다. 마음이 넓은 하예정은 앞으로 고귀한 출신인 동서들과 잘 맞을 것이다.전이혁이 의심했다.“형의 말은 내 꿈속의 그 여자가 할
전태윤이 위층으로 올라갔다.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장실에서 하예정의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하루도 빠짐없이 하예정은 깨어나기만 하면 바로 화장실에서 토했다.“예정아.”전태윤은 화장실로 재빨리 들어가 하예정의 등 뒤에서 서서 안쓰러운 듯 등을 토닥여주었다.“하루도 어김없이 일어나기만 하면 토하네. 이 녀석 사람 너무 괴롭히는군.”아마도 장난꾸러기일 것이다.“임신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뿐이에요. 입덧한다고 해서 아기가 사람 괴롭히는 건 아니에요.”하예정은 토한 후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고 전태윤은 휴지를 가져와 아내의 입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배 속의 아기를 대신해 해명했다.“내가 대신 입덧 해주고 싶어.”“저 대신 입덧을 해줄 수 있다면 태윤 씨가 직접 임신해서 우리 여자들을 출산의 고통에서 구해줘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하예정을 부축하며 걸어서 나왔다.소파에 자리를 잡은 전태윤은 다시 몸을 돌려 하예정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이혁이가 왔어.”“할머니 보러 오셨겠죠.”전씨 할머니께서 전태윤의 집에서 살고 계셨기 때문에 시동생들이 자주 할머니를 뵈러 오곤 했다.하여 하예정도 매일 시동생들을 보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할머니가 선택해 주신 아내감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러 왔거든.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기 싫었던 모양이야.”하예정은 피식 웃었다.“쓸데없는 행동일 뿐이에요.”“나도 그렇게 말했어.”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우리는 역시 부부야. 어쩜 하는 말도 똑같아?”전태윤은 전이혁이 꾼 꿈을 하예정에게 알려주어 하예정이 가십거리를 듣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주었다.“이혁 도련님이 다시 환생한 것 아닐까요? 아니면 미래의 아내가 다시 태어나 도련님이 예견 능력이 생긴 건 아닐까요? 제가 환생 소설에서 이런 줄거리를 본 적 있거든요.”전태윤이 되물었다.“언제 또 소설까지 읽은 거야?”“저는 제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효진처럼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책을 읽으
십여 분 후.하예정은 옷을 갈아입고 남편 손에 이끌려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이혁과 할머니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전태윤 부부가 들어오는 것을 본 전이혁은 즉시 식사하던 동작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형수님.”“네.”하예정은 시동생들이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모두가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전태윤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시동생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할머니.”하예정이 할머니께 인사드렸다.할머니는 자애롭게 물었다.“오늘은 좀 괜찮아?”“그대로예요. 한 달 뒤면 좀 나아질지 모르겠어요.”“괜찮아질 거야.”할머니는 전태윤을 힐끗 쳐다보았다.하예정이 계속 이렇게 토하고 있으니, 눈앞의 장손이 마음이 아플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예정아, 태윤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너를 위해 준비한 아침이야. 나도 네 덕분에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어.”할머니께서 웃으셨다.“할머니, 저 불효자식처럼 말하지 마세요.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으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안 해드릴 수 있겠어요?”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에 반박했다.전이혁은 하예정에게 일러바쳤다.“형수님, 제 큰형이 너무 인색해요. 형은 저에게 아침밥도 차려주지 않으셨어요. 저도 손님인데 형이 저 스스로 아침을 해 먹으라고 한 거 있죠? 우리 형을 꾸지람하셔야 해요. 너무 인색해요.”하예정은 웃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태윤 씨, 너무 인색하네요. 이혁 도련님께서 모처럼 오셨는데 잘 대접하지도 않고 아침밥을 스스로 차려서 드시게 하다니.”“가족인데 뭘 그리 예의를 차려?”하예정은 남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전이혁에게 말을 건넸다.“도련님, 태윤 씨가 우리가 한 가족이라고 했잖아요. 사양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드시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여기로 와서 혼자 차려 드세요.”전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아침 식사 후, 전태윤은 하예정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밖으로 나갔다.전이혁은 남아서 할머니께 한참
박 집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로 대답했다.“지금 차를 준비할게요.”“어서! 빨리! 오늘 밥 먹으러 안 올 거야. 내일 다시 올 테니 태윤이가 오면 대신 알려줘.”할머니는 박 집사에게 당부했다.“알겠습니다.”전씨 할머니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박 집사도 매우 익숙해진 모양이다.전씨 할머니는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짐 정리할 필요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박 집사는 이미 차를 대기시켰다.전씨 할머니는 직접 운전하여 돌아가려고 했지만, 박 집사는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전씨 할머니는 신체가 튼튼하셨지만, 나이가 많이 드셨다. 혹시나 가던 길에 사고라도 생기면 박 집사는 그 책임을 질 수 없었다.게다가 전씨 할머니는 차를 빠르게 모는 것을 좋아했다.큰 도련님이든 사모님이든 모든 사람이 박 집사에게 전씨 할머니가 직접 운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알았어. 알았어. 박 집사와 싸울 시간 없어. 차 안 몰게. 얼른 가자.”할머니는 박 집사의 고집을 이길 수 없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전씨 할머니의 안전 문제에 있어서 전씨 가문의 사람들은 매우 집요했다. 전태윤이 안전에 관한 모든 일을 지시하고 있었기에 할머니가 운전대를 만지고 싶어도 만질 기회가 없었다.박 집사는 가장 침착한 운전기사를 할머니께 안배해 드렸고 전씨 할머니는 이내 서원 리조트로 향했다.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차를 타고 서원 리조트에 가서 정윤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지훈도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하 두 명을 운전기사로 차를 몰게 하여 함께 관성의 호텔로 향했다.정윤하와 12명의 학생은 오늘 서원 리조트에 가는 것을 생각하며 기뻐서 밤새 잠을 못 잤고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정윤하가 가장 흥분했다.학생들은 서원 리조트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선생님께서 오늘 그들을 데리고 놀러 간다고 하셨으니 선생님만 믿고 따라가면 되었다.“좀 잇다가 다들 조용히 해야 해. 딴 곳으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