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끊임없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가끔 길에서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희귀질환인 악성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당장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두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셋이다. 내 인생이 이제 고작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니... 이 소식을 엄마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무거운 마음으로 집, 아니 허울뿐인 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마자 엄마와 양딸 왕민지가 다정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피를 나눈 모녀처럼 서로를 보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친딸인 나는 이 집에서 그저 외딴섬 같은 존재였다.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냐? 너는 네 언니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냐? 너희 언니 몸 안 좋은 거 몰라? 당장 가서 밥 안 차려?” “알았어요, 엄마.” 엄마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약봉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설령 봤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없었겠지. 나는 병든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에 쥔 주걱마저도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냄비 안의 음식물을 한 번 휘젓는 것조차 내 모든 기운을 쏟아붓는 느낌이었다. 엄마와 왕민지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가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나에게 마치 바늘로 찌르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왕민지가 소리도 없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목에는 새로 산 팔찌가 반짝였다. 불빛 아래서 유난히 빛나는 팔찌였다. “왕예은, 이거 봐. 엄마가 나에게 사준 팔찌야. 400만 원짜리야! 부럽지?” 민지는 도발적으로 손목을 흔들었다. “네가 엄마 친딸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결국 가사 도우미처럼 우리한테 구는 게 고작이잖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400만 원... 그건 내 수술비였는데...’ 내가 살아남기 위해, 겨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년간 집에서는 일하고, 밖에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지하실에 있는 가사도우미가 썼던 방에 던져져 있었다. 바닥에는 스며 나온 물이 고여 있고, 벽지는 거의 다 벗겨져 있었다. 이 차갑고 습한 공간, 하나하나의 벽돌과, 거기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치 내 운명을 조롱하는 듯했다. 맞다, 친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나는 이 집에서 마치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왕민지는 금은보화로 치장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한때 내 것이었던 호화로운 방에서 온갖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반면 나는, 병이 든 상태여도 기본적인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왕민지는 내가 신장을 이식해 주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동안 아끼고 아껴 모아둔 돈을 꺼냈다. 땀과 눈물이 묻은 지폐들, 그것을 꼭 쥔 채 첫 번째 치료비를 냈다. ...치료 후 이틀간 병원에 머물렀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나의 안부를 묻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맞이한 것은 더욱더 심해진 독설과 폭력이었다. “이 더러운 년아, 어디서 뒹굴다 왔어? 또 어딜 나가서 지랄하고 다닌 거야?” 엄마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가리키며 마치 칼날처럼 내 몸을 찢을 듯했다. “너 만약 우리 왕씨 집안을 팔아먹고 나가서 뭔 짓거리라도 했다간...”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지가 옆에서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엄마, 저것 봐요. 저렇게 병약한 걸 보니 아마 어디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아요. 곧 죽을 토끼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고, 곧바로 헬스장에 들어가더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엄마는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내 등 위로 내리쳤다. “으악! 너무 아파요! 엄마, 제발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러나 바람과 현실은 언제나 너무나도 달랐다. 엄마는 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방망이로 연이어 내 등과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하지만 엄마는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그 축축한 지하실에 갇힌 뒤,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것을. 내 영혼은 이 세상을 가볍게 떠돌았다. 마치 연기처럼, 소리도 없이. 나는 엄마와 민지가 함께 바닷가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햇빛은 둘에게 따스한 축복을 내리쬐고 있었다. 반면 나는, 마치 세상에서 이미 잊힌 먼지 같은 존재로, 그 따스한 햇살조차 닿지 않았다. “우리 아가, 이 목걸이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면 사거라.” 엄마는 민지를 애지중지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햇빛 아래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목걸이는 더욱 빛났다. “고마워요, 엄마!” 민지는 기쁘게 목걸이를 받아들었고,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다. “맞다, 엄마. 예은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영상통화라도 해서 바닷가의 멋진 풍경을 보여줄까요?” 민지의 천진난만한 제안 속에는 분명히 나에 대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또 한 번 아프게 조여왔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 애한테 무슨 전화를 해! 쓸모없는 년! 예은이만 생각하면 우리 불쌍한 예나가 떠올라. 예은이가 우리 예나랑 같이 학교에서 도망치다 우리 예나를 죽게 하지 않았니? 그래도 내가 예은이를 집에 두는 건, 내 핏줄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엄마의 목소리에는 깊은 혐오와 냉정함이 담겨 있었다. “나에게는 예은이보다 네가 진짜 구세주야. 널 입양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해.”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 영혼을 뚫고 지나갔다. “차라리 그때 예은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망할 년을...” 엄마는 덧붙였다. 눈물로 내 시야가 흐려졌다. 비록 영혼은 눈물을 흘릴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수천 개의 화살의 과녁이 된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모든 기억이 물밀 듯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언니 예나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서 도망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그날...어린 나는
나는 공중에서 두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엄마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내 신장은 민지에게 이식이 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즉, 이제 내가 민지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는 통보였다. 엄마는 수술 준비를 하라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수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지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나는 받지 않았다. 내가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전화를 받을 수 있겠는가? “엄마, 예은이 계속 전화를 안 받아요! 나한테 신장 주기 싫은가 봐요. 엄마, 엉엉...” 민지는 그 순간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척했다. “이 쓸모없는 것! 전화 하나 못 받냐? 어디서 죽어 있길래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 내가 그 망할 년을 찾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엄마의 분노가 바다에 있는 리조트의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엄마는 내 번호를 계속해서 눌렀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음성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엄마의 분노는 더 커졌다. “그년이 이제 살기 싫은 모양이구나!” 민지는 옆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예은이 정말 화가 나서 나한테 신장을 안 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그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마는 매서운 눈초리로 왕민지를 노려보았다. “화가 난다고? 걔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 그 애가 우리 집에서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렇게 큰 집에서 살면서, 더 바랄 게 뭐 있어? 그 년이 예나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엄마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엄마도 자신이 곧 떠올릴 그 끔찍한 과거를 의식한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다시 엄마의 표정은 냉정함과 분노로 변했다. “어쨌든, 이번에 예은이 네 수술을 방해라도 하면 나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 아가. 엄마가 널 꼭 치료해 줄게. 엄마한테 자식이라고는 이제 너 하나뿐이니까!” 민지는 엄마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는 핸드폰을 붙잡고 잠시 침묵하더니, 더 큰 분노를 폭발시켰다. “죽었다고? 거짓말하지 마! 그 애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 예나가 죽었을 때도 죽을 생각을 안 했던 애가 이제 와서 죽었을 리가 없잖아!” 엄마는 이성을 잃은 듯 고함을 질렀고, 민지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아줌마한테 방을 샅샅이 뒤져보라고 해! 분명 책임을 피하려고 죽은 척하는 거야.” 아줌마는 겁에 질렸지만, 엄마의 말을 따르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철저히 확인했다. 그리고 확실히 확인한 후 다시 보고했다. [사모님... 정말로 틀림없어요. 못 믿으시겠다면 119에 전화해 보세요!]아줌마의 목소리는 텅 빈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한동안 핸드폰 너머에서는 침묵이 이어졌다. “그건 다 연기야! 죽은 척하는 거라고. 내가 직접 가서 119를 부를 거야!” 잔인한 말들이, 내가 죽은 뒤에도 엄마가 나를 평가하는 마지막 말이 되었다. ...119가 도착했을 때도, 엄마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 “저희 집 아주머니가 집에서 사람 하나 죽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구급대원이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사모님. 사망자는 외상으로 인해 뇌종양이 터져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그게 말이 돼요? 멀쩡히 살아 있던 애가 갑자기 뇌종양 때문에 죽을 리가 없잖아요!”엄마의 목소리는 호텔 복도에 메아리치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뭔가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옆에 있던 민지는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속으로는 뭔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럼... 예은이 정말 죽은 거예요? 제 신장은...” 민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엄마는 민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입 다물어! 지금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엄마는 다시 지금 우리 집에서 서 있는 의사에게 따졌다. “당신들, 제대로 확인이나 해본 거예요? 뇌종양이라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지금 의사는 차분히
엄마는 영안실을 나서며 한마디 남겼다. “처리 다 끝나면 알려줘.” 그 순간에도 엄마는 전혀 슬픔이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혔던 문제의 답을 확인한 듯, 차분하고 해방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진 민지는 멍하니 서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 채로 복잡한 감정 속에 휘말려 있었지만, 그 감정을 어디에도 쏟아낼 수는 없었다. 나는 공중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연기처럼 흔들렸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가 간절히 바라왔던 엄마의 사랑은 끝내 나에게 오지 않았다. 내가 죽지 않았더라면, 민지는 아마 영원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야,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엄마의 목소리에는 오랜만에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다면 이런 장면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엄마... 나, 나 배 안 고파요.”민지는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는데,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 말하고는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조명 아래서 쓸쓸하게 보였다. 나는 민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민지는 문을 꼭 닫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맞아! 왕예은 죽었어! 이제 믿을 만한 신장 이식자가 없다고!” 핸드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민지는 분노와 무력감에 휩싸인 듯했다. “너 그거 알아?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내가 다시 투석해야 한다는 뜻이야! 한 주에 세 번씩이나! 그 기분이 어떤지 알기나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나는 엄마와 민지에게 그저 이용 가치가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래! 그래! 맞아!” 민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었다. “내가 착한 척, 고분고분 순종적인 척했던 이유가 뭐였겠어? 이 집 조건이 좋
민지는 마치 도둑처럼 방에서 살며시 나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서재로 걸어가더니,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빠르게 금고를 열고, 서류를 꺼내 사진으로 찍어 저장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엄마... 저 오늘 투석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해요.” 민지는 힘없는 척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1억만 더 보내줄 수 있어요?” “물론이지!” 엄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며 바로 송금을 완료했다. 그 후 민지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근처 고급 쇼핑몰로 향했다. 그녀는 최신 유행하는 가방을 몇 개 고른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여기 가방들이 정말 예뻐요! 그런데 내가 이 가방들을 얼마 못 쓰고 끝나버릴 것 같아 슬퍼요...” “우리 딸, 속상해하지 마!” 엄마는 즉시 왕민지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러면 네가 좋아하는 거 그냥 다 사! 돈 걱정은 하지 말고.]민지는 가방을 결제한 후, 곧바로 가게로 돌아가 그 가방들을 반품하고, 그 돈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일부러 힘겨운 모습으로 천천히 걸었다. 마치 병에 걸린 듯한 피곤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민지 집에 도착한 후, 엄마는 새로 구입한 약품들을 민지에게 보여주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민지야, 여기 이 약들을 한번 써보자. 네 상태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몰라.” “엄마! 정말 감사해요...” 민지는 눈물을 글썽였지만, 그 말속에는 뻔한 냉소와 빈정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어떻게 되든 간에, 엄마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이 순간, 나는 한 구석에서 조용히 모든 것이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변화하는 거래 규칙 속에서 젊음과 희망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민지는 침실로 돌아와 문을 닫더니,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변했다. 침대 머리맡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도, 내 영혼은 공기를 가를 뿐이었다.한때 따스하고 행복했던 집은 이제 음산하고 두려운 공간으로 변해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더 기괴하고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집 안 구석구석이 마치 이곳에서 일어난 죄악과 배신을 속삭이는 듯했다. 내 언니 예나는 정말로 억울하게 죽었다. 언니는 단지 새 친구를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새 친구’라는 사람이 바로 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왕민지였다. 그리고 나는 왕민지 대신, 언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내가 예나 언니를 붙잡지 못했기 때문에 언니가 죽은 것이다. 언니가 죽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나를 이렇게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악독한 왕민지를 소중히 여길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왕민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고, 왕민지가 영원히 고통받기를 바랐다! ...며칠이 지나자, 엄마는 더욱 바빠졌다. 엄마의 회사는 시장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왔지만, 민지가 자신의 증오심을 회사에 퍼뜨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민지는 몰래 회사의 핵심 기밀을 팔아넘겼으며, 경쟁사에도 여러 번 중요한 정보를 흘렸다. 밤이 되면 민지는 방 안에서 몰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교활한 눈빛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번에도 큰돈을 벌 수 있겠군.” 민지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혼잣말을 지껄였다. 나는 여전히 공중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엄마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끊임없이 실패하는 프로젝트들과 연이은 계약 위반으로 인해 회사는 파산 직전에 몰렸고, 엄마는 낮에는 회사의 위기를 수습하느라, 밤에는 민지에게 맞는 신장 이식자를 찾느라 지쳐가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도, 엄마는 딸이 신장을 제때 이식 받지 못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저녁 민지는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