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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공중에서 두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엄마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내 신장은 민지에게 이식이 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즉, 이제 내가 민지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는 통보였다.

엄마는 수술 준비를 하라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수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지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나는 받지 않았다.

내가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전화를 받을 수 있겠는가?

“엄마, 예은이 계속 전화를 안 받아요! 나한테 신장 주기 싫은가 봐요. 엄마, 엉엉...”

민지는 그 순간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척했다.

“이 쓸모없는 것! 전화 하나 못 받냐? 어디서 죽어 있길래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 내가 그 망할 년을 찾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엄마의 분노가 바다에 있는 리조트의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엄마는 내 번호를 계속해서 눌렀고,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음성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엄마의 분노는 더 커졌다.

“그년이 이제 살기 싫은 모양이구나!”

민지는 옆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예은이 정말 화가 나서 나한테 신장을 안 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그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마는 매서운 눈초리로 왕민지를 노려보았다.

“화가 난다고? 걔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 그 애가 우리 집에서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렇게 큰 집에서 살면서, 더 바랄 게 뭐 있어? 그 년이 예나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엄마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엄마도 자신이 곧 떠올릴 그 끔찍한 과거를 의식한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다시 엄마의 표정은 냉정함과 분노로 변했다.

“어쨌든, 이번에 예은이 네 수술을 방해라도 하면 나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 아가. 엄마가 널 꼭 치료해 줄게. 엄마한테 자식이라고는 이제 너 하나뿐이니까!”

민지는 엄마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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