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화

[30억,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이지. 돈을 주면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걸 전부 말해주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왕민지의 아버지 왕태산의 목소리는 마치 깊은 심연에서 울려 나오는 것 같았다. 몹시 차갑고 계산적인 목소리였다.

엄마는 핸드폰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나?”

엄마는 거의 울부짖듯 외쳤다.

[양심?]

왕태산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었다.

[돈 앞에서 양심 따위는 진작에 사라졌지.]

엄마는 더 이상 대꾸할 힘도 없이 벽에 기대어 속삭였다.

“좋아... 알겠어. 그 돈 줄게. 하지만 먼저 진실부터 말해.”

두 사람이 거래는 한 낡은 공장 앞에서 이루어졌다.

...

해는 기울어져 더럽고 얼룩진 벽을 비추었고, 공기에는 철과 습한 흙냄새가 섞여 있었다.

왕태산은 큰 선글라스를 끼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엄마는 직접 고용한 몇몇 경호원들과 함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돈은 가져왔나?”

왕태산은 서두르며 물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경호원들은 돈이 든 가방을 밀어 그에게 건넸다.

“이제 말해.”

왕태산은 돈을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딸이 열 살 되던 해 그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어.”

왕태산은 그날, 예나 언니가 죽은 사건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왕민지가 우리 집안이 부자인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꾸민 계략이었다.

민지는 우리 예나 언니가 담을 넘는 순간 일부러 다리를 잡아당겨 바닥에 나뒹굴게 했다. 바닥에는 못이 박혀 있었으니 언니는 그 자리에서 못에 찔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예나 언니가 죽은 후, 민지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설득해 가족과 연을 끊고, 우리 집에 들어와 예나 언니와 비슷한 외모를 이용해 예나 언니의 삶을 대신 살기로 계획했다.

왕태산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엄마의 가슴에 무
Locked Book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