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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
나의 죽음
작가: 수수

제1화

나는 요즘 끊임없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가끔 길에서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희귀질환인 악성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당장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두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셋이다. 내 인생이 이제 고작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니...

이 소식을 엄마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무거운 마음으로 집, 아니 허울뿐인 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마자 엄마와 양딸 왕민지가 다정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피를 나눈 모녀처럼 서로를 보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친딸인 나는 이 집에서 그저 외딴섬 같은 존재였다.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냐? 너는 네 언니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냐? 너희 언니 몸 안 좋은 거 몰라? 당장 가서 밥 안 차려?”

“알았어요, 엄마.”

엄마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약봉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설령 봤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없었겠지.

나는 병든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에 쥔 주걱마저도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냄비 안의 음식물을 한 번 휘젓는 것조차 내 모든 기운을 쏟아붓는 느낌이었다.

엄마와 왕민지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가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나에게 마치 바늘로 찌르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왕민지가 소리도 없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목에는 새로 산 팔찌가 반짝였다. 불빛 아래서 유난히 빛나는 팔찌였다.

“왕예은, 이거 봐. 엄마가 나에게 사준 팔찌야. 400만 원짜리야! 부럽지?”

민지는 도발적으로 손목을 흔들었다.

“네가 엄마 친딸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결국 가사 도우미처럼 우리한테 구는 게 고작이잖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400만 원... 그건 내 수술비였는데...’

내가 살아남기 위해, 겨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년간 집에서는 일하고, 밖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벌어온 돈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그 돈으로 남에게 액세서리나 사 주다니...

“왕예은! 밥은 언제 다 되는 거야? 빨리 안 나오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저 멀리서 엄마의 분노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

“쓸모없는 년, 밥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뭐 하는 거야? 우릴 굶겨 죽일 작정이냐?”

말을 마친 엄마는 민지를 끌고 다시 거실로 가서 둘만의 따뜻한 시간을 즐겼다.

엄마의 매정한 고함에 내 마음이 또 한 번 무겁게 짓눌렸다.

무거운 몸을 끌고 계속해서 일을 해 나갔다.

국을 다 끓여 내놓으려는 순간, 더 큰 수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앗!”

악의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발밑에서 뭔가에 걸렸다. 민지가 일부러 발을 내밀어 나를 넘어뜨린 것이었다.

뜨거운 국물이 내 피부 위로 흘러내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 순간, 엄마가 다가왔지만,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쓸모없는 것! 국 냄비 하나 제대로 못 들고 다니냐?”

엄마의 손바닥이 내 뺨에 강하게 쳤다. 어지러워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 천한 것, 너는 태어날 때부터 재수 없었다! 예전에 너를 그냥 내다 버렸어야 했어. 네가 내 딸 예나를 죽이고, 이제는 민지까지 해치려는 거냐! 당장 민지를 위해 신장 이식 준비나 해!”

“내가 너 같은 걸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네 언니 몸 약한 것도 몰라? 감히 민지에게 국을 쏟다니!!”

엄마는 높은 구두를 신은 발로 내 배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고통에 눈물이 흐르며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엄마, 잘못했어요...”

그러나 엄마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나를 걷어차며 그간의 분노와 원한을 모두 쏟아내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아팠다. 머리는 무겁고, 눈앞은 흐릿해졌다.

엄마는 민지를 뒤로 감싸며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 딸아.”

마치 이 모든 일이 민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내 마음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이 뒤섞여 가장 쓰디쓴 절망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분명 나도 이 집 핏줄인데, 왜 매일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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