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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지하실에 있는 가사도우미가 썼던 방에 던져져 있었다. 바닥에는 스며 나온 물이 고여 있고, 벽지는 거의 다 벗겨져 있었다.

이 차갑고 습한 공간, 하나하나의 벽돌과, 거기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치 내 운명을 조롱하는 듯했다.

맞다, 친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나는 이 집에서 마치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왕민지는 금은보화로 치장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한때 내 것이었던 호화로운 방에서 온갖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반면 나는, 병이 든 상태여도 기본적인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왕민지는 내가 신장을 이식해 주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동안 아끼고 아껴 모아둔 돈을 꺼냈다. 땀과 눈물이 묻은 지폐들, 그것을 꼭 쥔 채 첫 번째 치료비를 냈다.

...

치료 후 이틀간 병원에 머물렀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나의 안부를 묻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맞이한 것은 더욱더 심해진 독설과 폭력이었다.

“이 더러운 년아, 어디서 뒹굴다 왔어? 또 어딜 나가서 지랄하고 다닌 거야?”

엄마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가리키며 마치 칼날처럼 내 몸을 찢을 듯했다.

“너 만약 우리 왕씨 집안을 팔아먹고 나가서 뭔 짓거리라도 했다간...”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지가 옆에서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엄마, 저것 봐요. 저렇게 병약한 걸 보니 아마 어디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아요. 곧 죽을 토끼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고, 곧바로 헬스장에 들어가더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엄마는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내 등 위로 내리쳤다.

“으악! 너무 아파요! 엄마, 제발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러나 바람과 현실은 언제나 너무나도 달랐다.

엄마는 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방망이로 연이어 내 등과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매번 방망이가 내 몸을 때릴 때마다 뼛속 깊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극한의 고통이 나를 덮쳤다.

마지막으로 방망이가 내 목덜미에 세게 내리칠 때, 나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몸이 천장으로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모든 속박과 고통에서 해방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귓가에 맴돌던 것은 엄마의 분노에 찬, 목숨을 앗아갈 듯한 날카로운 비난이었다.

“이 쓸모없는 년, 어디 가서 창피만 주고 다녀봐라!”

엄마는 사람을 시켜 나를 다시 지하실로 던져버렸다.

눈을 감기 직전, 희미하게 들리던 엄마의 마지막 말이 기억난다.

“이년, 우리 민지의 수술을 끝날 때까지 거기 처박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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