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화

하지만 엄마는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그 축축한 지하실에 갇힌 뒤,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것을.

내 영혼은 이 세상을 가볍게 떠돌았다. 마치 연기처럼, 소리도 없이.

나는 엄마와 민지가 함께 바닷가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햇빛은 둘에게 따스한 축복을 내리쬐고 있었다.

반면 나는, 마치 세상에서 이미 잊힌 먼지 같은 존재로, 그 따스한 햇살조차 닿지 않았다.

“우리 아가, 이 목걸이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들면 사거라.”

엄마는 민지를 애지중지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햇빛 아래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목걸이는 더욱 빛났다.

“고마워요, 엄마!”

민지는 기쁘게 목걸이를 받아들었고,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다.

“맞다, 엄마. 예은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영상통화라도 해서 바닷가의 멋진 풍경을 보여줄까요?”

민지의 천진난만한 제안 속에는 분명히 나에 대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또 한 번 아프게 조여왔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 애한테 무슨 전화를 해! 쓸모없는 년! 예은이만 생각하면 우리 불쌍한 예나가 떠올라. 예은이가 우리 예나랑 같이 학교에서 도망치다 우리 예나를 죽게 하지 않았니? 그래도 내가 예은이를 집에 두는 건, 내 핏줄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엄마의 목소리에는 깊은 혐오와 냉정함이 담겨 있었다.

“나에게는 예은이보다 네가 진짜 구세주야. 널 입양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해.”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 영혼을 뚫고 지나갔다.

“차라리 그때 예은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망할 년을...”

엄마는 덧붙였다.

눈물로 내 시야가 흐려졌다. 비록 영혼은 눈물을 흘릴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수천 개의 화살의 과녁이 된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모든 기억이 물밀 듯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언니 예나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서 도망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그날...

어린 나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서 있었고, 가족들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며 돌아섰던 차가운 모습.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지금 바닷가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엄마와 민지, 그리고 이 두 사람과 함께하려 애쓰며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결코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던 나.

이 모든 장면이 교차하며 나의 존재가 부정되고 잊혔다는 사실을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닷가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분명히 들리지만,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의 어떤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

내 안에는 오직 절망과 눈물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엄마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여전히 내가 고집스럽게 살아남아 가족과 맞서 싸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진짜 잊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엄마와 말다툼하지 않았고, 민지를 화나게 하지도 않았으며, 이 집에서 가정부처럼 허드렛일하며 살아왔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예나 언니가 담을 넘을 때 막지 못했던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아무리 미워해도 나는 참고 견뎌왔다.

엄마가 예나 언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나를 원망한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그러나 민지가 나타난 이후, 엄마와 나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고, 어릴 적 나를 소중히 여겼던 그 여인은 이제 나를 거듭 상처만 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내가 죽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엄마와 민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엄마가 혈연이 아닌 양딸 민지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민지, 이번에 돌아가면 이식 가능 여부를 검사한 결과가 나올 거야. 수술할 수 있다면, 꼭 건강한 신장으로 바꿔줄게, 내 보물아.”

엄마는 다정하게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민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엄마를 껴안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나 민지의 눈빛 속에는 엄마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아마 민지도 알고 있겠지. 엄마가 자신이 낳은 친딸조차도 죄인 취급인데, 혈연도 아닌 자신을 진정으로 딸처럼 대해줄 리 없다는 것을.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