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은서는 줄곧 입을 열지 않았고,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시후는 은서의 예쁜 얼굴이 살짝 찌푸려 있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은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라고 물었다.그러자 은서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시후 오빠, 아내와 정말 사이가 좋아..?”“갑자기 그건 왜?”“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좀 걱정도 되고..”"무슨 걱정인데??""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니까.”"하하.. 그럼 나를 만나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생각해봤지.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오빠를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만약 오빠를 찾지 못한다면 계속 독신으로 지내면 되니까. 어쨌든 난 다른 남자들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서..”"그럼 나를 못 찾았을 때, 30~40대까지 독신일 수는 없잖아?”"30~40대는 고사하고, 50~60대가 된다고 해도 어떤데? 나는 이미 만족스러워. 그리고 남자 하나 만나겠다고 나를 희생하면서 살아야 될 것도 아니니까, 그냥 오빠를 찾지 못한다면 아마 반평생 세계 여행이나 하며 살 생각이었어. 말년에는 좋아하는 곳을 찾아 정착했겠지? 꽃들을 심고, 강아지도 키우고.. 그리고 죽기 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었어. 그렇게 평생을 사는 것도 좋지 않아?”시후는 은서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 순간 문득, 그는 자신이 은서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겼으며, 자신이 앞으로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든지 없든지 간에 이 낙인은 평생 지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은 자신이 그녀에게 빚진 것이고, 또한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 될 것이다. 다만, 지금 이 20년 넘는 시간 동안의 은서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뿐이다.......그날 밤, 임지연은 최고의 한 끼 식사를 준비했다. 고선우는 은서의 결혼식을 위해 남겨두었던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은서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선우는 시후를 공항까지 직접 태워주겠다고 고집했다. 게다가 임지연과 은서 역시도 함께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시후는 그들이 귀찮은 일을 겪지 않기를 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가는 길에, 고선우는 그의 롤스로이스를 운전했고 임지연은 조수석에, 시후와 은서는 뒷좌석에 앉았다.은서의 마음은 계속 좋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차에 계셨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공항이 보이자, 은서는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고는 조용히 시후의 손을 꽉 쥐었다.시후는 고개를 돌렸고, 은서의 눈빛이 원망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롤스로이스가 공항 입구에 서자, 시후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을 살짝 빼내 세 사람에게 말했다. "다들 내리지 마세요.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눈에 잘 띄어요. 특히 은서는 톱스타 잖아요~”그러자 은서는 "마스크를 쓰면 되지 뭐~”라고 서둘러 말했다.그러자 임지연도 자신의 딸을 설득했다. "그래, 시후 말이 맞아. 마스크를 쓰더라도 갈 수 있는 건 얼마 안 되는데, 너무 위험을 감수하지 마 은서야.”고선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오빠 귀찮게 하지 마."라고 말했다."알겠어요.." 은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시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비행기에서 내리면 연락 해~”“그래 알겠어. 걱정 마~” 시후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작은 가방을 꺼냈다. 이어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공항 안으로 몸을 돌렸다.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여빈으로부터 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그럼 게이트 앞에서 만나요. 정 안 되면 비행기에서 만나도
"선생님, 이 가방의 가격은 일억 천만 원입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괜찮아요. 구매하고 싶은데요?”"죄송합니다, 선생님, 이 가방을 사려면 주문이 필요해서요..""배송은 무슨 뜻이죠..? 그냥 가방 값만 지불하면 안 되는 건가요?”그러자 매장 직원이 썩소를 지었다. "선생님, 저희 에르메스는 처음이시죠? 전에 우리 에르메스에서 구매하신 적 있으세요?”"아니요, 왜요? 뭐가 문제가 되나요?""에르메스의 많은 제품들은 원한다고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30만 원 정도 되는 길거리 가짜 제품은 마음대로 골라서 사실 수 있지만, 이 매장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한정판이라서요.. 이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대략 1억 원에 팔리고 있지만, 가지고 나가면 바로 리셀가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가방을 사려면 에르메스의 고급 회원이셔야 되세요.. 그리고 미리 점장과 예약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일정 금액의 다른 악세서리 제품을 구매하셔야 해요. 하지만, 구매하실 때 상품은 인기 모델은 구매하실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제품을 구매하시려면, 9천만 원 정도의 다른 제품들을 구매하셔야 합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 가방을 사려면 다른 제품을 9천만 원치 사야 한다는 말이에요?""네, 맞아요. 전 세계 에르메스에 이런 규정이 있거든요.. 모르셨어요? 아니면.. 혹시 이 가방을 우리 매장에서 구매한 뒤 차익을 얻으려고 하신 건 아니죠?”에르메스와 같은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에게 한정판 핸드백은 높은 가치가 있다. 심지어 많은 모델이 중고 시장에서 다른 모델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에르메스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는 값을 지불하면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에르메스는 그렇지 않다. 리셀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그들의 가게에서 정가에 따라 물건을 사려면 수백 만원에서부터 수천 만원 상당의 제품을 먼저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정판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다나카 코이치의 관심은 모두 스타일리쉬하고 요염한 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에 있는 시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한국어를 하고 있는 건 아마도 다나카 고이치의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추측되었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그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를 끌고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뒤이어 그녀는 시후가 유나의 선물용으로 사려던 에르메스 한정판 핸드백을 가리키며 애교를 부렸다. "코이치상~ 이 가방 갖고 싶어!"다나카는 난처한 표정으로 "쟈기야~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아가씨를 위한 것이지 쇼핑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게다가 나는 찾으라던 명의도 찾지 못했다고요..! 이렇게 돌아간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당신이 이걸 사고 싶다면,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 도쿄에서 다시 구경시켜 줄 수 있어요~”그러자 여자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소리쳤다. "흥!! 나는 도쿄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이것만 갖고 싶다고!! 가방 같은 건 이렇게 눈에 들어왔을 때 사야지,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고요!!”"나에게 맡겨진 막중한 임무가 있어요. 원래 당신도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수 없다고요! 몰래 이렇게 데려온 것도 이미 규율 위반인데, 만약 당신이 쇼핑까지 한다면, 나는 돌아가서 회장님께 설명 드리기 힘들 거라고요~”그 여자는 계속해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일본으로 이민 가기 전에 난 한국사람이었으니, 당신 회장님이 물어보면, 내가 마침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쇼핑도 내가 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러자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의 팔짱을 끼고 "코이치상~~ 난 이 가방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당신이 사줘요, 알았지? 제발요."다나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 그래, 알겠어요. 하지만 돌아가서 절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말고, 이 가방을 한국에서 샀다는 것은 말하지도 말아요!”라고 답했다.그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케 오케~” 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시후 옆에 있는 직원을 향해 손을
시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감히 일본인 그룹이 한국 땅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군다고..? 이토 유키히코가 내 앞에 선다고 해도 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이런 망나니 같은 놈이?!" 여자친구의 무례함 때문에 시후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다나카 코이치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감히 회장님께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다니, 명줄이 너무 길어서 그런가??!”라고 호통을 쳤다.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다나카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다나카는 시후를 보자마자 귀신을 본 것 같았다. 시후가 야마모토 가즈키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시후는 자신이 평생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고, 이런 공항 에르메스 매장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는 두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고, 조금 뒤 시후 곁으로 와서 공손하면서도 황송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다나카 코이치는 당연히 시후를 두려워했다. 애초에 일본의 국보급 고수인 야마모토 가즈키가 시후에게 강한 척을 하다가 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후가 기분이 나빠서 바로 자신을 같은 꼴로 만들게 된다면, 자신은 누워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러자 다나카 옆에 여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이 남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남친을 보고 의아해하며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려 했다. "코이치상, 너 미쳤어? 이토 회장의 눈에는 가장 유망한 직원인데, 앞날이 창창한데 어떻게 낯선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다나카는 오히려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리며 소리쳤다. "누가 은 선생님 앞에서 불손하게 말하라고 했어?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해!”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에게 끌려가 쓰러지며 무릎이 부딪혀 아파하며, "코이치상, 이게 무슨 짓이야?!"라고 억울하게 말했다.다나카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만 헛소리를 지껄이
"나나코 아가씨요?"다나카는 시후의 질문을 듣자 어두운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가씨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비록 목숨을 건졌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아요.. 지금은 교토에서 요양 중입니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겉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큰 문제는 없어요? 앞으로 선수 생활은 더 할 수 있고요?”다나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는 당연히 못 나갑니다.. 아가씨는 얼마 전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몸이 허약해졌어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제 아가씨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햇빛이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마당으로 나가서 볕을 쬐곤 하세요."그러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문득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잘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저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또 물었다. “그럼 감정 상태는 어때요?”다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 없이, 매일 웃고 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았어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요.. 아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굉장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그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다나카는 시후가 자신의 아가씨를 안타까워할 줄은 몰랐다. 잠시 놀란 그는 "은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애초에 저와 회장님도 아가씨에게 그 시합을 하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가씨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으셨죠.. 하아.. 그동안 회장님이 일본의 모든 명의들을 찾아다녔지만 아가씨를 치료할 수 없어서, 한국에서 이렇게 약이라도 구할까 해서 온 겁니다.”“그래요? 약은 구했나요?”"아니요.. 회장님이 엄청난 사례금을 주셨기에 아가씨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습니다..”시후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던 시후는 돌아서서 카운터에서 에르메스의 작은 악세서리 제품들을 구입했다. 구매를 완료한 뒤 그는 곧바로 카드로 계산해 에르메스 선물상자를 들고 VIP 라운지로 향했다. 시후가 VIP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 여빈이 공항에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조금 뒤, 시후가 에르메스 물건을 들고 들어오자 "어째서 에르메스 구경을 간 거예요! 유나 선물 사러 간 거예요??”"며칠 외부 일정이 있었으니 당연히 아내에게 기념품을 사줘야죠~”여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시후 씨, 보니깐.. 당신.. 이렇게 혜리만 한 스타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어요? 그런 대스타는 아무 싸인 사진이나 받아 올려도 중고 사이트에서 수십 만원에 팔릴 텐데..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면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냐고요!”"내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인맥 자랑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호의에 대해 실망시키는 일이 아닐까요?”여빈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그럼.. 둘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일을 유나도 알아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죠.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 여빈 씨가 목격해서 그런 거예요.”"그렇다면 내가 비밀을 알게 된 거네요? 그럼 우리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뜻 아니에요? 꺄악!!”“무슨 소리예요?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라니까?”"그게 우연이든 아니든 간에, 나도 유나보다 당신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어! 후후훗!!" 여빈은 시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시후 씨, 도대체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거예요? 당신이란 사람이 신비롭게 느껴져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은데..”시후는 그녀가 이런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또 뭐가 완전히 꿰뚫어볼 게 있는 거예요? 그때 같이 온천에 갔을 때, 나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여빈은 갑자기 부끄러워
시후는 이미 여빈의 애정표현을 막지 않았다. 이미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빈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줄만 알고 "참, 당신 사촌 공은찬은 어떻게 되었대요?”라고 물었다.여빈은 흥이 깨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시후가 사실 자신의 고백을 피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화제를 바꾸자 그녀 역시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거의 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자전거를 너무 못 타서 중간중간에 비틀거리다가 연습하고 다시 올라타고 하는 바람에, 오늘 저녁에서야 도착할 것 같대요. 중간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뭐, 시후 씨의 이런 벌은 그에게도 좋은 일이죠. 우리 사촌오빠는 평소에 얼마나 날뛰던지.. 자주 집에서 사고를 쳤거든요. 다만 예전에는 이렇다 할 손해를 본 적이 없어서 매번 똑 같은 일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로 자제하게 되겠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장식품을 삼키고 다시 수술해서 꺼내게 했을 거예요. 이런 종류의 사람은 흉터가 낫고 나면 아픔을 잊으니까, 결국 그 아픔을 다시 겪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죠.”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사촌 오빠가 서울에 도착한 뒤에 시후 씨랑 저녁 식사 한 번 해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밥 먹고 술 마시는 건 그만하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조용히 있으라고 해요. 만약 실적이 좋으면 미리 돌려보낼 것이고, 안 좋으면 언제든지 기한을 연장시켜 버릴 테니까!”여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휴.. 시후 씨도 너무 이렇게 엄하게 굴지 말아요~ 만약 우리가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처남이 된다고요~~”"어휴.. 하루 종일 그 소리만 하고 있을 거죠?”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헤헤.. 누가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어차피 난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 언젠가 내
그리고 현장에는 두 개의 VIP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시후와 배유현을 위한 자리였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 유가휘는 술잔을 들고 일어나, 큰 감사를 표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모든 일은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입니다. 제 마음속의 감사한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감사를 표하기 위해 먼저 한 잔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시후가 대답할 틈도 없이 술잔을 단숨에 원샷하여 비웠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오늘 일에 대해 유 회장님은 만족하십니까?” “만족하고 말고요 굉장히 만족합니다!”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계획에 백 번, 천 번, 만 번 만족했습니다! 아니, 만족이 아니라 감사가 중요하지요, 저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족하신다면 다행입니다. 이 일은 이제 모두 해결된 것입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급히 대답했다. “네, 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더 이상 변수는 없을 겁니다!” 이때, 이중열이 술잔을 들고 일어나며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제가 홍콩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도련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그럼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유가휘처럼 술을 한 번에 원샷했다. 시후는 먼저 유가휘에게 말했다. “유 회장님, 제가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무엇이든 말씀하시면, 그 어떠한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요!” 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은 아니고요, 다만 앞으로 이중열 삼촌의 가족들을 잘 돌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실 두 가족들이 이렇게 가까이 살게 되었으니, 서로 더 교류가 많게 되었으니까요.” 유가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중열 씨의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를 던졌고, 그 말 한 마디는 현장의 모든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기자들은 배유현이 아마도 유가휘와 아는 사이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들은 배유현이 이렇게 유가휘에게 큰 의미를 두고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미국의 재벌가 기업의 회장으로서 이곳에 참석하는 것만 해도 유가휘에게는 큰 영광이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유가휘의 초청을 받아 이런 집들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유가휘의 체면을 굉장히 세워준 일이었다. 알다시피 유가휘의 자산은 페이셔스 그룹과 비교하면 겨우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유가휘는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누구나 체면을 중요시하는 법이지만, 이 순간 유가휘는 자신이 이렇게 체면을 세운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배유현이 등장하자, 유가휘를 조롱하고 싶었던 기자들은 점차 사생활을 추궁하는 평소의 태도를 버리고, 행사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유현은 그녀의 훌륭한 말솜씨와 개인적인 매력을 통해, 이 행사에서 시후가 표현하기를 원했던 말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녀가 유가휘와 이중열이 오해를 풀고 화해한 행동을 보고 매우 감명 받았다고 말하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갑자기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이제 기자들은 유가휘와 이중열을 볼 때 더 이상 이전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고방식 대신 정말로 20년 만에 서로에 대한 원한을 접고 웃어넘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마치 세기의 명장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배유현의 도움으로 이번 행사는 인도주의 정신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고, 현장의 기자들이 이 상황을 본부로 전송하자, 홍콩의 많은 미디어들이 즉시 긍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한동안, 홍콩 전체는 이 두 사람이 20년 만에 화해한 사건에 감동을 받았다. 이것은 유가휘에게 최고의 탈출구를 제공해 주었고,
하지만 그때, 유가휘는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히고 있었기 때문에, 배유현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때는 우현당의 우은일 선생이 행사를 주관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현장에서는 우은일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는 원래 우은일이 큰 정성을 들여 준비한 의식을 치르는 제단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그는 급히 비서 아민을 불러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은일 선생은 어디 갔지?! 왜 보이지 않아?!"아민은 그의 귀에 대고 설명했다. "유 회장님, 우은일 선생에게 큰일이 일어나서... 자신이 기른 곤충에게 물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꽤 심각한 것 같았고, 조금 전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뭐라고?!" 유가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그럼 오늘 행사를 누가 맡은 거야?!"아민은 급히 대답했다. "유 회장님, 걱정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 배유현 회장님이 오늘의 행사를 주관하도록 하셨습니다."유가휘는 놀라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이 주관한다고? 진짜인가? 농담하는 거 아니지?""아닙니다." 아민은 서둘러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은 지금 옆에서 준비 중입니다. 곧 시작할 거예요."그때, 무대 아래의 기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누군가는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유 회장님, 갑자기 G7의 별장을 사서 이중열 선생님에게 선물한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예전에 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더불어 삼각관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오늘 이렇게 갑자기 화해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맞습니다, 유 회장님!" 또 다른 기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예전부터 유 회장님께서 이중열 선생님의 생명의 위협을 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중열 선생님이 이번에 다시 홍콩에 돌아왔는데, 왜 두 분이 갑자기 화해한 거죠? 혹시 압박을 받으신 겁니까? 혹은 방가흔 씨가 자살을 하겠다고 위협하신 건 아닙
유미경의 호의를 시후는 거절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지금 나는 자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조금 더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과거에 틈틈이 책을 읽으려 했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유나와 결혼한 초반 몇 년 동안에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하루 종일 앞치마를 두르고 살았고, 또 그를 독려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유미경이 직접 나서서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시후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러자 유미경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합의한 거죠! 은 선생님이 시간 되시면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드세요. 제가 책을 골라서 전자책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면, 제가 이메일로 문제를 보내 드릴 테니까 최대한 시간을 내서 답변해 주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미경 선생님."유미경은 시후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웃으며 말했다.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건 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시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당신의 첫 번째 제자가 되는 건가요?"유미경은 웃으며 물었다. "내가 진짜 선생님이 되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정식 교사로요.""당연하죠."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먼저 학문적으로 성취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미경 선생님이 완벽히 충족하죠.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러면서 그는 탄식하며 덧붙였다. "요즘 국내외의 많은 교사들은 점점 교육자로서의 초심을 잃고 명예와 이익만을 쫓고 있지만, 미경이라면 결코 그들과 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교사가 된
시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감회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은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계신 거죠?”시후는 순간 놀라며 뒤돌아보았고, 유미경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 방심한 나머지, 유미경 같은 일반인이 다가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만약 그 순간 적이 접근했다면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유미경에게 말했다. “옛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물었다. “미경은 언제 온 거죠?”“조금 전에 왔어요.” 유미경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 옆으로 다가와 아래의 북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계셨나요?”“네...” 시후는 부정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그립네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유미경 역시 시후와 거의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다가가 시후의 손을 잡고, 그의 손바닥을 꼭 쥐었다. 마치 이런 방식으로 위로와 걱정을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그러나 유미경은 시후가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우려해 화제를 바꾸었다. “이중열 선생님의 상태가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네요.”“맞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삼촌은 마치 자신의 혼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 그러면서 그는 이중열이 자신의 노모를 직접 차에서 부축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다시 말했다. “아니, 단순히 혼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반까지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혼과 백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시후는 순간 멈칫하며 반문했다. “당신도 알고 있나요?”“물론이죠...
시후가 홀로 저택 3층의 테라스로 올라섰을 때, 이미 유가휘와 이중열 일가가 탄 차량의 행렬이 하나둘씩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기자들은 차량 행렬을 따라 몰려들었고, 홍콩의 라이언 댄스 공연단이 마치 두 마리의 살아 있는 듯한 사자를 흉내 내며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어 현장은 더욱 열기로 가득했다.시후는 원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니 마음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폭죽이 터지며 피어오르는 짙은 연기와 진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화약 냄새는, 그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어릴 적, 시후는 생일 케이크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폭죽이 다 타고 남은 연한 화약 냄새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한국 내에서 폭죽 판매가 줄어 들면서 시후는 이 익숙한 냄새를 맡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늘 경사스러운 일이나 명절 때면 불꽃놀이와 폭죽을 즐겨 사용하여 화학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시후는 가끔 이 냄새를 맡을 때 가족들이 모여 기쁜 일을 맞이하던 순간들이 떠오르곤 했다. 특히 시후가 어릴 적에는 가족들의 생일이 되면 부모님이 시간을 내어 함께 케이크를 먹고 작은 폭죽을 터뜨려 주곤 했다. 그때의 시후는 좋은 일이 있으면 매일같이 폭죽을 터뜨리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화약 냄새가 시후의 어린 시절의 특별한 행복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시후는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그러다 시후는 문득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강인한 사람이었고, 웬만한 일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설령 삶이 아무리 큰 시련을 주더라도, 그는 오히려 미소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부모님을 그리워할 때만큼은 그의 마음속 가장 연약한 부분이 본의 아니게 드러나곤 했다. 시후의 성격은 튼튼한 갑옷을 두른 고슴도치와 같았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들은 그가 가진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배와 같은 존재였다.이제 시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량
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홍콩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열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유가휘 씨가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느냐 아니냐는 상관이 없습니다.”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 방금 제가 계산을 잘못한 것 같아요. 이번 거래를 따져보면, 결국 유가휘 씨가 손해를 본 셈이네요.”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왜 갑자기 관점을 바꾼 거죠?” 배유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에는 미경 씨를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죠. 유가휘 씨는 페이셔스 그룹의 신뢰를 얻었지만, 미경 씨를 잃은 거나 다름없어요. 결국, 손해를 본 건 그 쪽이겠네요?”시후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미경 씨에게 뭔가 한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그녀를 단순히 친구로서 좀 더 높이 평가하는 것뿐이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요. 그러니 유가휘 씨가 그녀를 ‘잃었다’고 말하는 건 좀 어폐가 있죠.”배유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뭔가 실제로 벌어지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시후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배유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에요, 은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택 마당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징과 북, 그리고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라이언 댄스 공연이 시작된 듯했다.바로 그때, 아민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차량 행렬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들어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우은일 씨가 준비했던 것들은 다 치웠나요?”아민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선생님 말씀대로 모두 철거했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행사는 배유현 씨가 진행할 겁니다.” 그러고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우은일을 저택에서 급히 이송해 갔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 충격에 빠졌고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유가휘의 비서인 아민은 우은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분명 좋지 않은 것을 키우다가 이런 끔찍한 결과를 맞았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은일의 생사를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곧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유가휘와 이중열의 가족들이 저택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었다. 절차에 따르면, 그들이 저택에 도착하면 성대한 입주식이 열려야 했다. 입구에서는 라이언 댄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은일이 주관하는 풍수 의식이었다. 아직 입주할 가족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행사를 주관할 풍수사가 괴이한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 가버렸으니, 앞으로의 진행이 막막하기만 했다.그래서 아민은 결국 시후를 찾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선생님... 유 회장님과 이중열 선생님이 몇 분 후면 도착하십니다. 그런데 우은일 씨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저 축하하는 자리일 뿐인데, 우은일 씨가 없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 않나요?”아민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잘 모르시는 겁니다... 유 회장님께서는 오늘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그래서 홍콩 전역에서 유명한 언론사들을 초청했고, 지금 입구에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은일 씨가 없으면, 행사를 진행할 사람이 없게 되지요... 괜히 실수라도 하면 큰 망신을 당할까 걱정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아민에게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의식을 위한 제단부터 철거하세요. 우은일 씨가 없는 이상, 굳이 풍수 의식을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우은일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채 시후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 내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셨단 말입니까?!”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는 너처럼 이상한 모기들을 기르는 걸 좋아했지. 그리고 선봉연 역시도 사람의 뇌를 갉아먹는 기이한 기생충을 키우는 취미가 있었어.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놈들은 그냥 지옥으로 보내기로 했지.”“뭐라고요?! 선봉연 선생도...?” 우은일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시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직감에 따르면 시후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시후를 증오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원할 뿐이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다시는...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죽기 싫지? 내가 구급차를 불러줄 수 있어. 게다가 조금 전에 해독제를 삼켰으니, 당장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그는 곧 말투를 바꿔 담담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니, 독이 이미 뇌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군. 아마 곧 혼수상태에 빠질 거고, 그러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겠지.”우은일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당신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분이시잖아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종류의 일은 남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했지. 사실 오늘 난 당신과 엮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도 계속 날 도발했고, 결국엔 이런 사악한 방법까지 써서 나를 공격했지. 그래서 나는 그저 똑같이 돌려준 것뿐이야.”우은일은 흐느끼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 아직... 아직 23살 밖에 안 됐어요... 저는...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