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은서는 줄곧 입을 열지 않았고,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시후는 은서의 예쁜 얼굴이 살짝 찌푸려 있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은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라고 물었다.그러자 은서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시후 오빠, 아내와 정말 사이가 좋아..?”“갑자기 그건 왜?”“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좀 걱정도 되고..”"무슨 걱정인데??""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니까.”"하하.. 그럼 나를 만나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생각해봤지.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오빠를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만약 오빠를 찾지 못한다면 계속 독신으로 지내면 되니까. 어쨌든 난 다른 남자들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서..”"그럼 나를 못 찾았을 때, 30~40대까지 독신일 수는 없잖아?”"30~40대는 고사하고, 50~60대가 된다고 해도 어떤데? 나는 이미 만족스러워. 그리고 남자 하나 만나겠다고 나를 희생하면서 살아야 될 것도 아니니까, 그냥 오빠를 찾지 못한다면 아마 반평생 세계 여행이나 하며 살 생각이었어. 말년에는 좋아하는 곳을 찾아 정착했겠지? 꽃들을 심고, 강아지도 키우고.. 그리고 죽기 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었어. 그렇게 평생을 사는 것도 좋지 않아?”시후는 은서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 순간 문득, 그는 자신이 은서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겼으며, 자신이 앞으로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든지 없든지 간에 이 낙인은 평생 지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은 자신이 그녀에게 빚진 것이고, 또한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 될 것이다. 다만, 지금 이 20년 넘는 시간 동안의 은서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뿐이다.......그날 밤, 임지연은 최고의 한 끼 식사를 준비했다. 고선우는 은서의 결혼식을 위해 남겨두었던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은서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선우는 시후를 공항까지 직접 태워주겠다고 고집했다. 게다가 임지연과 은서 역시도 함께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시후는 그들이 귀찮은 일을 겪지 않기를 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가는 길에, 고선우는 그의 롤스로이스를 운전했고 임지연은 조수석에, 시후와 은서는 뒷좌석에 앉았다.은서의 마음은 계속 좋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차에 계셨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공항이 보이자, 은서는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고는 조용히 시후의 손을 꽉 쥐었다.시후는 고개를 돌렸고, 은서의 눈빛이 원망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롤스로이스가 공항 입구에 서자, 시후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을 살짝 빼내 세 사람에게 말했다. "다들 내리지 마세요.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눈에 잘 띄어요. 특히 은서는 톱스타 잖아요~”그러자 은서는 "마스크를 쓰면 되지 뭐~”라고 서둘러 말했다.그러자 임지연도 자신의 딸을 설득했다. "그래, 시후 말이 맞아. 마스크를 쓰더라도 갈 수 있는 건 얼마 안 되는데, 너무 위험을 감수하지 마 은서야.”고선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오빠 귀찮게 하지 마."라고 말했다."알겠어요.." 은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시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비행기에서 내리면 연락 해~”“그래 알겠어. 걱정 마~” 시후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작은 가방을 꺼냈다. 이어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공항 안으로 몸을 돌렸다.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여빈으로부터 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그럼 게이트 앞에서 만나요. 정 안 되면 비행기에서 만나도
"선생님, 이 가방의 가격은 일억 천만 원입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괜찮아요. 구매하고 싶은데요?”"죄송합니다, 선생님, 이 가방을 사려면 주문이 필요해서요..""배송은 무슨 뜻이죠..? 그냥 가방 값만 지불하면 안 되는 건가요?”그러자 매장 직원이 썩소를 지었다. "선생님, 저희 에르메스는 처음이시죠? 전에 우리 에르메스에서 구매하신 적 있으세요?”"아니요, 왜요? 뭐가 문제가 되나요?""에르메스의 많은 제품들은 원한다고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30만 원 정도 되는 길거리 가짜 제품은 마음대로 골라서 사실 수 있지만, 이 매장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한정판이라서요.. 이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대략 1억 원에 팔리고 있지만, 가지고 나가면 바로 리셀가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가방을 사려면 에르메스의 고급 회원이셔야 되세요.. 그리고 미리 점장과 예약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일정 금액의 다른 악세서리 제품을 구매하셔야 해요. 하지만, 구매하실 때 상품은 인기 모델은 구매하실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제품을 구매하시려면, 9천만 원 정도의 다른 제품들을 구매하셔야 합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 가방을 사려면 다른 제품을 9천만 원치 사야 한다는 말이에요?""네, 맞아요. 전 세계 에르메스에 이런 규정이 있거든요.. 모르셨어요? 아니면.. 혹시 이 가방을 우리 매장에서 구매한 뒤 차익을 얻으려고 하신 건 아니죠?”에르메스와 같은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에게 한정판 핸드백은 높은 가치가 있다. 심지어 많은 모델이 중고 시장에서 다른 모델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에르메스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는 값을 지불하면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에르메스는 그렇지 않다. 리셀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그들의 가게에서 정가에 따라 물건을 사려면 수백 만원에서부터 수천 만원 상당의 제품을 먼저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정판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다나카 코이치의 관심은 모두 스타일리쉬하고 요염한 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에 있는 시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한국어를 하고 있는 건 아마도 다나카 고이치의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추측되었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그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를 끌고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뒤이어 그녀는 시후가 유나의 선물용으로 사려던 에르메스 한정판 핸드백을 가리키며 애교를 부렸다. "코이치상~ 이 가방 갖고 싶어!"다나카는 난처한 표정으로 "쟈기야~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아가씨를 위한 것이지 쇼핑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게다가 나는 찾으라던 명의도 찾지 못했다고요..! 이렇게 돌아간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당신이 이걸 사고 싶다면,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 도쿄에서 다시 구경시켜 줄 수 있어요~”그러자 여자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소리쳤다. "흥!! 나는 도쿄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이것만 갖고 싶다고!! 가방 같은 건 이렇게 눈에 들어왔을 때 사야지,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고요!!”"나에게 맡겨진 막중한 임무가 있어요. 원래 당신도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수 없다고요! 몰래 이렇게 데려온 것도 이미 규율 위반인데, 만약 당신이 쇼핑까지 한다면, 나는 돌아가서 회장님께 설명 드리기 힘들 거라고요~”그 여자는 계속해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일본으로 이민 가기 전에 난 한국사람이었으니, 당신 회장님이 물어보면, 내가 마침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쇼핑도 내가 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러자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의 팔짱을 끼고 "코이치상~~ 난 이 가방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당신이 사줘요, 알았지? 제발요."다나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 그래, 알겠어요. 하지만 돌아가서 절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말고, 이 가방을 한국에서 샀다는 것은 말하지도 말아요!”라고 답했다.그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케 오케~” 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시후 옆에 있는 직원을 향해 손을
시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감히 일본인 그룹이 한국 땅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군다고..? 이토 유키히코가 내 앞에 선다고 해도 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이런 망나니 같은 놈이?!" 여자친구의 무례함 때문에 시후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다나카 코이치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감히 회장님께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다니, 명줄이 너무 길어서 그런가??!”라고 호통을 쳤다.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다나카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다나카는 시후를 보자마자 귀신을 본 것 같았다. 시후가 야마모토 가즈키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시후는 자신이 평생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고, 이런 공항 에르메스 매장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는 두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고, 조금 뒤 시후 곁으로 와서 공손하면서도 황송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다나카 코이치는 당연히 시후를 두려워했다. 애초에 일본의 국보급 고수인 야마모토 가즈키가 시후에게 강한 척을 하다가 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후가 기분이 나빠서 바로 자신을 같은 꼴로 만들게 된다면, 자신은 누워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러자 다나카 옆에 여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이 남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남친을 보고 의아해하며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려 했다. "코이치상, 너 미쳤어? 이토 회장의 눈에는 가장 유망한 직원인데, 앞날이 창창한데 어떻게 낯선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다나카는 오히려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리며 소리쳤다. "누가 은 선생님 앞에서 불손하게 말하라고 했어?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해!”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에게 끌려가 쓰러지며 무릎이 부딪혀 아파하며, "코이치상, 이게 무슨 짓이야?!"라고 억울하게 말했다.다나카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만 헛소리를 지껄이
"나나코 아가씨요?"다나카는 시후의 질문을 듣자 어두운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가씨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비록 목숨을 건졌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아요.. 지금은 교토에서 요양 중입니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겉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큰 문제는 없어요? 앞으로 선수 생활은 더 할 수 있고요?”다나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는 당연히 못 나갑니다.. 아가씨는 얼마 전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몸이 허약해졌어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제 아가씨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햇빛이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마당으로 나가서 볕을 쬐곤 하세요."그러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문득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잘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저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또 물었다. “그럼 감정 상태는 어때요?”다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 없이, 매일 웃고 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았어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요.. 아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굉장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그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다나카는 시후가 자신의 아가씨를 안타까워할 줄은 몰랐다. 잠시 놀란 그는 "은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애초에 저와 회장님도 아가씨에게 그 시합을 하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가씨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으셨죠.. 하아.. 그동안 회장님이 일본의 모든 명의들을 찾아다녔지만 아가씨를 치료할 수 없어서, 한국에서 이렇게 약이라도 구할까 해서 온 겁니다.”“그래요? 약은 구했나요?”"아니요.. 회장님이 엄청난 사례금을 주셨기에 아가씨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습니다..”시후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던 시후는 돌아서서 카운터에서 에르메스의 작은 악세서리 제품들을 구입했다. 구매를 완료한 뒤 그는 곧바로 카드로 계산해 에르메스 선물상자를 들고 VIP 라운지로 향했다. 시후가 VIP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 여빈이 공항에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조금 뒤, 시후가 에르메스 물건을 들고 들어오자 "어째서 에르메스 구경을 간 거예요! 유나 선물 사러 간 거예요??”"며칠 외부 일정이 있었으니 당연히 아내에게 기념품을 사줘야죠~”여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시후 씨, 보니깐.. 당신.. 이렇게 혜리만 한 스타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어요? 그런 대스타는 아무 싸인 사진이나 받아 올려도 중고 사이트에서 수십 만원에 팔릴 텐데..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면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냐고요!”"내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인맥 자랑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호의에 대해 실망시키는 일이 아닐까요?”여빈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그럼.. 둘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일을 유나도 알아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죠.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 여빈 씨가 목격해서 그런 거예요.”"그렇다면 내가 비밀을 알게 된 거네요? 그럼 우리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뜻 아니에요? 꺄악!!”“무슨 소리예요?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라니까?”"그게 우연이든 아니든 간에, 나도 유나보다 당신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어! 후후훗!!" 여빈은 시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시후 씨, 도대체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거예요? 당신이란 사람이 신비롭게 느껴져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은데..”시후는 그녀가 이런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또 뭐가 완전히 꿰뚫어볼 게 있는 거예요? 그때 같이 온천에 갔을 때, 나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여빈은 갑자기 부끄러워
시후는 이미 여빈의 애정표현을 막지 않았다. 이미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빈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줄만 알고 "참, 당신 사촌 공은찬은 어떻게 되었대요?”라고 물었다.여빈은 흥이 깨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시후가 사실 자신의 고백을 피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화제를 바꾸자 그녀 역시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거의 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자전거를 너무 못 타서 중간중간에 비틀거리다가 연습하고 다시 올라타고 하는 바람에, 오늘 저녁에서야 도착할 것 같대요. 중간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뭐, 시후 씨의 이런 벌은 그에게도 좋은 일이죠. 우리 사촌오빠는 평소에 얼마나 날뛰던지.. 자주 집에서 사고를 쳤거든요. 다만 예전에는 이렇다 할 손해를 본 적이 없어서 매번 똑 같은 일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로 자제하게 되겠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장식품을 삼키고 다시 수술해서 꺼내게 했을 거예요. 이런 종류의 사람은 흉터가 낫고 나면 아픔을 잊으니까, 결국 그 아픔을 다시 겪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죠.”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사촌 오빠가 서울에 도착한 뒤에 시후 씨랑 저녁 식사 한 번 해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밥 먹고 술 마시는 건 그만하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조용히 있으라고 해요. 만약 실적이 좋으면 미리 돌려보낼 것이고, 안 좋으면 언제든지 기한을 연장시켜 버릴 테니까!”여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휴.. 시후 씨도 너무 이렇게 엄하게 굴지 말아요~ 만약 우리가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처남이 된다고요~~”"어휴.. 하루 종일 그 소리만 하고 있을 거죠?”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헤헤.. 누가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어차피 난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 언젠가 내
이중열은 약간 의아했지만,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유 회장님, 굳이 저에게 보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 애초부터 당신을 원망한 적도 없고, 저를 놓아주셔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러자 유가휘는 옆에 있던 방가흔에게 손짓했다. 방가흔은 급히 자신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어 유가휘에게 건넸다.유가휘는 그 서류 봉투를 들고, 아부하는 얼굴로 이중열에게 건네며 말했다. "중열 씨, 이건 내 저택 옆에 있는 G7 그룹 저택의 소유권 서류라네. 오늘 오후에 이미 매입을 완료했어. 이제부터 이 저택은 자네 거야.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지!"이중열은 얼이 빠진 듯 유가휘를 바라보았다. 이즁열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유가휘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먼저, 유가휘가 자신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둘째, 설령 보상을 해 주고 싶다 해도, 굳이 자기 집의 옆에 있는 저택을 사서 줄 이유가 없었다.이중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가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후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해치지 못할 뿐,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경우에 어떻게 자신의 저택 옆에 있는 빌라를 자발적으로 선물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것은 절대 유가휘의 뜻이 아닐 것이었다. 이건 분명 시후의 의도일 것이었다. 이중열은 시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스타일은 단순히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사람이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후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중열에게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유가휘의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생각했다.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앞으로 시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그를 섬기고 싶었다. 이중
이한열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형, 이건 형이 힘들게 번 피 같은 돈이야. 내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 게다가 지금 나도 수입이 안정적이고, 어머니도 완쾌하셔서 더 이상 비싼 치료비가 들지도 않을 거야. 이 돈은 형이 그냥 가지고 있어!"그러자 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은 홍콩에서 차 한 대 정도 사는 정도밖에 안 돼. 이 형이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리고 걱정 마 난 지금 혼자인 처지라 돈이 많이 필요 없고, 은시후 도련님께서 날 높게 평가하셔서, 먹여주고 재워 주면 그걸로 충분 할 거야. 만약 시후 도련님이 날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삼수이포에서 삼겹살 가게를 열면 되고. 그때 가서 장사 밑천이 필요하면, 그때 네가 이 돈을 나 대신 보관한 셈 치고 돌려주면 되는 거야."이때, 이중열의 어머니도 입을 열었다. "한열아, 네 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그냥 그 돈은 받아 두거라. 네 형이 없을 때는 집안일을 내가 결정했지만, 이제 형이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형의 뜻을 따라보자."이한열은 어릴 때부터 형을 몹시 존경해왔다. 그는 형이 능력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 모든 것은 형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이중열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네 형이 돌아왔으니, 우리 가족이 드디어 다시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게다가 유가휘와의 오해도 풀렸으니, 앞으로 홍콩에서 우리 가족을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다. 너희 형제들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집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게다!"이중열은 가슴이 저릿했다.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을지 생각하니, 그는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집에 계신가요?"이중열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 시각, 오래된 저택.이곳은 홍콩 삼수이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으로, 실제 사용 면적으로 환산하면 고작 9평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홍콩에서 30평방미터의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 홍콩의 구룡성채라는 곳에서는 많은 가족이 다섯 명, 심지어 여덟 명까지 10평방미터도 안 되는 관짝 같이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했다. 그런 환경과 비교하면, 이중열 가족들이 지내는 삼수이포의 집은 빈민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중열은 젊을 때 이 집에서 컸다. 그러다 아버지가 삼겹살 사업으로 큰돈을 벌며, 가족은 홍콩 번화가 중심지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중열은 홍콩의 유명한 전문 경영 매니저가 되었고, 유가휘의 사업을 도우며 많은 부를 창출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수입도 상당했으며, 집 또한 시내 아파트에서 고급 연립주택으로 바뀌었다.이중열이 홍콩을 떠날 무렵, 가족들이 한국에서 홍콩으로 왔을 때 지낼만한 곳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유가휘의 심기를 거슬렀던 탓에 동생과 여동생들은 홍콩에서 취업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연애와 결혼을 하는 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가족들이 홍콩에서 운영하던 삼겹살 가게 사업도 급격히 쇠락하고 말았다.그 때문에 이중열은 동생들의 생활비, 부모님의 치료비, 가계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했고, 결국 돈을 모아 샀던 연립주택마저 팔아야 했다.다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정이 많은 성격이라, 부자가 된 이후에도 삼수이포의 이 오래된 저택을 팔지 않고 남겨두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최소한 머물 곳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이중열의 두 여동생은 모두 홍콩으로 일하러 온 한국인 남성들과 결혼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홍콩의 남성들은 그들의 오빠가 유가휘를 거슬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결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중열의 남동생인 이한열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작별을 고한 후, 배유현은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유미경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 엔진에 한 줄을 입력했다. 곧 검색 엔진은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 목록을 보여주었다.유미경은 대략적으로 리스트를 살펴보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서울대학교 공식 웹사이트를 열어 인재 채용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채용 방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아직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유미경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조건은 국내 및 해외 명문 대학의 박사 학위를 보유하며, 해당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거둔 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유미경은 곧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빠르면 2주, 길어도 한 달 안에 최종 논문 심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중문학을 전공했기에 과학적 연구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고, 몇몇 권위 있는 학술 성과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녀는 충분히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 프로젝트의 지원 자격을 갖춘 것이었다.유미경은 망설임 없이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이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지원서를 작성해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유미경은 조금 전 배유현과의 대화에서, 시후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자신이 서울에서 일하게 된다면, 앞으로 시후와 같은 도시에 머물 수
시후가 핸드폰 케이스를 사서 돌아오면서 핸드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는 끝까지 유미경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알지 못했다.이때, 먹자골목 상인들은 다시 한 번 극도로 친절한 면모를 보이며, 세 사람의 테이블을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해서 셋은 방금 있었던 일을 암묵적으로 잊어버리고, 음식을 먹으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유미경이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시후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시후는 무심히 대답했다. “내일 밤쯤이요. 당신 아버지가 옆집의 빌라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해결됐다면, 내일 삼촌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하고 나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유미경은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시후 씨, 홍콩에서 며칠 더 머물다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아니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내가 아직 미국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어요.”이미 시후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유미경은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시후 씨는 원래 미국에서 온 거였나요? 저는 한국에서 오신 줄 알았는데요.”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미국에 연수를 받으러 가서, 나도 같이 따라갔다가 그녀가 연수를 마치면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유미경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다시 물었다. “배 회장님도 은시후 씨와 함께 돌아가시나요?”“네.” 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려고요.”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고민했던 것을 결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미리 두 분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할게요. 혹시 나중에 홍콩에 오실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먼저 연락 주세요.”시후와 배유현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상자를 가리키며 신신당부했다. “미경 씨, 이 약은 너무나도 귀중한 것이니, 최대한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잘 보관하세요.”“네....”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을 소중히 품 안에 넣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서둘러 물었다. “그런데 배 회장님, 어떻게 그렇게 은시후 씨에 대해 잘 아시는 거예요? 마치 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배유현은 스스로를 조소하듯 씁쓸하게 웃었다.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몰래 그의 뒷조사를 했거든요. 거기에 제 나름의 추리를 더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연결되더라고요.”유미경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배 회장님은 똑똑하시네요... 저라면 절대 그런 것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똑똑하다라....” 배유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건 쓸모가 없어요.” 이렇게 말한 그녀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사실 배유현은 시후가 자신에게 늘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엔 시후가 자신이 과거에 '제니퍼'라는 가명을 사용해 그를 속였던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후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자신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시후처럼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터였다. 그런데 배유현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조합해 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혀내 버렸다. 그렇기에 시후가 그녀를 경계하고 일정한 선을 그으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배유현은 내심 짜증이 밀려 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똑똑한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신은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시후가 자신을 경계하도록 만든 건지도 모른다.그때,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