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가방의 가격은 일억 천만 원입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괜찮아요. 구매하고 싶은데요?”"죄송합니다, 선생님, 이 가방을 사려면 주문이 필요해서요..""배송은 무슨 뜻이죠..? 그냥 가방 값만 지불하면 안 되는 건가요?”그러자 매장 직원이 썩소를 지었다. "선생님, 저희 에르메스는 처음이시죠? 전에 우리 에르메스에서 구매하신 적 있으세요?”"아니요, 왜요? 뭐가 문제가 되나요?""에르메스의 많은 제품들은 원한다고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30만 원 정도 되는 길거리 가짜 제품은 마음대로 골라서 사실 수 있지만, 이 매장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한정판이라서요.. 이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대략 1억 원에 팔리고 있지만, 가지고 나가면 바로 리셀가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이 가방을 사려면 에르메스의 고급 회원이셔야 되세요.. 그리고 미리 점장과 예약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일정 금액의 다른 악세서리 제품을 구매하셔야 해요. 하지만, 구매하실 때 상품은 인기 모델은 구매하실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제품을 구매하시려면, 9천만 원 정도의 다른 제품들을 구매하셔야 합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 가방을 사려면 다른 제품을 9천만 원치 사야 한다는 말이에요?""네, 맞아요. 전 세계 에르메스에 이런 규정이 있거든요.. 모르셨어요? 아니면.. 혹시 이 가방을 우리 매장에서 구매한 뒤 차익을 얻으려고 하신 건 아니죠?”에르메스와 같은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에게 한정판 핸드백은 높은 가치가 있다. 심지어 많은 모델이 중고 시장에서 다른 모델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에르메스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는 값을 지불하면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에르메스는 그렇지 않다. 리셀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그들의 가게에서 정가에 따라 물건을 사려면 수백 만원에서부터 수천 만원 상당의 제품을 먼저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정판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다나카 코이치의 관심은 모두 스타일리쉬하고 요염한 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에 있는 시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한국어를 하고 있는 건 아마도 다나카 고이치의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추측되었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그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를 끌고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뒤이어 그녀는 시후가 유나의 선물용으로 사려던 에르메스 한정판 핸드백을 가리키며 애교를 부렸다. "코이치상~ 이 가방 갖고 싶어!"다나카는 난처한 표정으로 "쟈기야~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아가씨를 위한 것이지 쇼핑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게다가 나는 찾으라던 명의도 찾지 못했다고요..! 이렇게 돌아간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당신이 이걸 사고 싶다면,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 도쿄에서 다시 구경시켜 줄 수 있어요~”그러자 여자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소리쳤다. "흥!! 나는 도쿄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이것만 갖고 싶다고!! 가방 같은 건 이렇게 눈에 들어왔을 때 사야지,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고요!!”"나에게 맡겨진 막중한 임무가 있어요. 원래 당신도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수 없다고요! 몰래 이렇게 데려온 것도 이미 규율 위반인데, 만약 당신이 쇼핑까지 한다면, 나는 돌아가서 회장님께 설명 드리기 힘들 거라고요~”그 여자는 계속해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일본으로 이민 가기 전에 난 한국사람이었으니, 당신 회장님이 물어보면, 내가 마침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쇼핑도 내가 한 거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러자 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의 팔짱을 끼고 "코이치상~~ 난 이 가방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당신이 사줘요, 알았지? 제발요."다나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 그래, 알겠어요. 하지만 돌아가서 절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말고, 이 가방을 한국에서 샀다는 것은 말하지도 말아요!”라고 답했다.그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케 오케~” 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시후 옆에 있는 직원을 향해 손을
시후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감히 일본인 그룹이 한국 땅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군다고..? 이토 유키히코가 내 앞에 선다고 해도 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이런 망나니 같은 놈이?!" 여자친구의 무례함 때문에 시후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다나카 코이치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감히 회장님께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다니, 명줄이 너무 길어서 그런가??!”라고 호통을 쳤다.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다나카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다나카는 시후를 보자마자 귀신을 본 것 같았다. 시후가 야마모토 가즈키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시후는 자신이 평생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고, 이런 공항 에르메스 매장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는 두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고, 조금 뒤 시후 곁으로 와서 공손하면서도 황송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다나카 코이치는 당연히 시후를 두려워했다. 애초에 일본의 국보급 고수인 야마모토 가즈키가 시후에게 강한 척을 하다가 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후가 기분이 나빠서 바로 자신을 같은 꼴로 만들게 된다면, 자신은 누워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러자 다나카 옆에 여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이 남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남친을 보고 의아해하며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려 했다. "코이치상, 너 미쳤어? 이토 회장의 눈에는 가장 유망한 직원인데, 앞날이 창창한데 어떻게 낯선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다나카는 오히려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리며 소리쳤다. "누가 은 선생님 앞에서 불손하게 말하라고 했어?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해!”여자는 다나카 코이치에게 끌려가 쓰러지며 무릎이 부딪혀 아파하며, "코이치상, 이게 무슨 짓이야?!"라고 억울하게 말했다.다나카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만 헛소리를 지껄이
"나나코 아가씨요?"다나카는 시후의 질문을 듣자 어두운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가씨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비록 목숨을 건졌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아요.. 지금은 교토에서 요양 중입니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겉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큰 문제는 없어요? 앞으로 선수 생활은 더 할 수 있고요?”다나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는 당연히 못 나갑니다.. 아가씨는 얼마 전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몸이 허약해졌어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제 아가씨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햇빛이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마당으로 나가서 볕을 쬐곤 하세요."그러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문득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잘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저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또 물었다. “그럼 감정 상태는 어때요?”다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 없이, 매일 웃고 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았어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요.. 아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굉장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그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다나카는 시후가 자신의 아가씨를 안타까워할 줄은 몰랐다. 잠시 놀란 그는 "은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애초에 저와 회장님도 아가씨에게 그 시합을 하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가씨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으셨죠.. 하아.. 그동안 회장님이 일본의 모든 명의들을 찾아다녔지만 아가씨를 치료할 수 없어서, 한국에서 이렇게 약이라도 구할까 해서 온 겁니다.”“그래요? 약은 구했나요?”"아니요.. 회장님이 엄청난 사례금을 주셨기에 아가씨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습니다..”시후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던 시후는 돌아서서 카운터에서 에르메스의 작은 악세서리 제품들을 구입했다. 구매를 완료한 뒤 그는 곧바로 카드로 계산해 에르메스 선물상자를 들고 VIP 라운지로 향했다. 시후가 VIP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 여빈이 공항에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조금 뒤, 시후가 에르메스 물건을 들고 들어오자 "어째서 에르메스 구경을 간 거예요! 유나 선물 사러 간 거예요??”"며칠 외부 일정이 있었으니 당연히 아내에게 기념품을 사줘야죠~”여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시후 씨, 보니깐.. 당신.. 이렇게 혜리만 한 스타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어요? 그런 대스타는 아무 싸인 사진이나 받아 올려도 중고 사이트에서 수십 만원에 팔릴 텐데..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면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냐고요!”"내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인맥 자랑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호의에 대해 실망시키는 일이 아닐까요?”여빈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그럼.. 둘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일을 유나도 알아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죠.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 여빈 씨가 목격해서 그런 거예요.”"그렇다면 내가 비밀을 알게 된 거네요? 그럼 우리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뜻 아니에요? 꺄악!!”“무슨 소리예요?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라니까?”"그게 우연이든 아니든 간에, 나도 유나보다 당신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어! 후후훗!!" 여빈은 시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시후 씨, 도대체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거예요? 당신이란 사람이 신비롭게 느껴져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은데..”시후는 그녀가 이런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또 뭐가 완전히 꿰뚫어볼 게 있는 거예요? 그때 같이 온천에 갔을 때, 나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여빈은 갑자기 부끄러워
시후는 이미 여빈의 애정표현을 막지 않았다. 이미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빈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줄만 알고 "참, 당신 사촌 공은찬은 어떻게 되었대요?”라고 물었다.여빈은 흥이 깨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시후가 사실 자신의 고백을 피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화제를 바꾸자 그녀 역시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거의 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자전거를 너무 못 타서 중간중간에 비틀거리다가 연습하고 다시 올라타고 하는 바람에, 오늘 저녁에서야 도착할 것 같대요. 중간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뭐, 시후 씨의 이런 벌은 그에게도 좋은 일이죠. 우리 사촌오빠는 평소에 얼마나 날뛰던지.. 자주 집에서 사고를 쳤거든요. 다만 예전에는 이렇다 할 손해를 본 적이 없어서 매번 똑 같은 일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로 자제하게 되겠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장식품을 삼키고 다시 수술해서 꺼내게 했을 거예요. 이런 종류의 사람은 흉터가 낫고 나면 아픔을 잊으니까, 결국 그 아픔을 다시 겪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죠.”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사촌 오빠가 서울에 도착한 뒤에 시후 씨랑 저녁 식사 한 번 해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밥 먹고 술 마시는 건 그만하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조용히 있으라고 해요. 만약 실적이 좋으면 미리 돌려보낼 것이고, 안 좋으면 언제든지 기한을 연장시켜 버릴 테니까!”여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휴.. 시후 씨도 너무 이렇게 엄하게 굴지 말아요~ 만약 우리가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처남이 된다고요~~”"어휴.. 하루 종일 그 소리만 하고 있을 거죠?”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헤헤.. 누가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어차피 난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 언젠가 내
여빈은 헤헤 웃으며 "알았어!"라고 답했다.유나는 "마침 오늘은 별일 없으니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라며 웃었다."오키! 좋아~ 그럼 우리 이쁜이 고생 좀 해라~ 후후훗!”“어휴~ 뭘 그렇게 좋아해?! 사실 너만 데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시후 씨 데리러 가는 건데~”"그래 그래, 시후 씨를 데리러 오는 김에 날 데리러 온 거지?"유나는 웃음지었다. "하하하.. 맞아!""그래, 그래. 마중 나온 김에 나까지 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허탈해했다."그럼 이따가 우리 공항에서 만나자~~”"그래 그래~~"......한 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시후는 여빈과 함께 공항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나를 만났다. 며칠 동안 유나를 보지 못하자 시후는 아내가 매우 그리워했고 유나가 A자 형태의 롱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요 며칠 유나 역시도 시후가 너무 그리웠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매일 같이 생활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막상 한 명이 곁에 없으면 비로소 마음속에서 자꾸만 그리워지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시후가 나오자 유나는 빠르게 다가가 그를 가볍게 안았다. 몇 초 동안 시후를 포옹한 후에야 유나는 수줍게 다시 여빈과 포옹을 했다. 여빈은 유나가 시후를 적극적으로 포옹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절친의 시후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는 단번에 분석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후 역시도 유나가 여빈의 앞에서 자신을 포옹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아내의 감정이 조금씩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가 아니겠는가..?유나는 여빈과 가볍게 포옹한 뒤 시후의 손에 에르메스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시후 씨, 에르메스를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당신과
공항에서 나온 시후는 유나의 BMW를 몰아, 먼저 여빈을 호텔에 내려주었다.사실 여빈을 데려다 주러 가는 길에 유나는 여빈을 다시 자기 집으로 초대하려고 했지만, 여빈은 이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비록 청년재에서 함께 지내면 시후와 더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윤우선과 김상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집에서 마치 전쟁을 하는 것 마냥 매일 같이 난리를 쳐대니,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 게다가 그 집안에는 시한폭탄이 하나 더 있지 않았던가? 그 시한폭탄은 바로 김상곤의 첫사랑 한미정이었다.여빈의 입장에서 보면 윤우선은 아직 한미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만약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김상곤과 또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이 뻔하고, 이 사실은 위협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청년재에 가서 불편하게 지내지 말고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 호텔에서 지내는 건 좀 쓸쓸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가 있고, 아무리 방을 어지럽혀도 방에 돌아오면 깔끔하게 청소가 되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말을 들어도 다시는 청년재에 가고 싶지 않았다.여빈을 배웅한 후 시후와 유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유나는 그간의 일을 궁금해하며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풍수 봐주는 건 잘 처리된 거예요?”"그럼요~ 아마 리뷰를 달 수 있었다면 별 5개를 줬을 걸요? 하하!”유나는 그제서야 안도하는 듯했다. "그래요? 만족하면 됐어요. 그럼 우리가 돈을 벌어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시후에게 또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샀잖아요.. 돈은 많이 안 썼어요?”시후는 가격을 조금 줄이기는 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음.. 9천..만 원 정도.. 썼던가..?”"뭐어라아고요..?!? 9천만 원..?!" 유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어째서 이렇게 돈을 허투루 쓰는 거예요?!! 우리 생활비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