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코 아가씨요?"다나카는 시후의 질문을 듣자 어두운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가씨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비록 목숨을 건졌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아요.. 지금은 교토에서 요양 중입니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겉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큰 문제는 없어요? 앞으로 선수 생활은 더 할 수 있고요?”다나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는 당연히 못 나갑니다.. 아가씨는 얼마 전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몸이 허약해졌어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제 아가씨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햇빛이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마당으로 나가서 볕을 쬐곤 하세요."그러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문득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잘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저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또 물었다. “그럼 감정 상태는 어때요?”다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 없이, 매일 웃고 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았어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요.. 아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굉장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그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다나카는 시후가 자신의 아가씨를 안타까워할 줄은 몰랐다. 잠시 놀란 그는 "은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애초에 저와 회장님도 아가씨에게 그 시합을 하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가씨는 죽어도 동의하지 않으셨죠.. 하아.. 그동안 회장님이 일본의 모든 명의들을 찾아다녔지만 아가씨를 치료할 수 없어서, 한국에서 이렇게 약이라도 구할까 해서 온 겁니다.”“그래요? 약은 구했나요?”"아니요.. 회장님이 엄청난 사례금을 주셨기에 아가씨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습니다..”시후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던 시후는 돌아서서 카운터에서 에르메스의 작은 악세서리 제품들을 구입했다. 구매를 완료한 뒤 그는 곧바로 카드로 계산해 에르메스 선물상자를 들고 VIP 라운지로 향했다. 시후가 VIP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 여빈이 공항에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조금 뒤, 시후가 에르메스 물건을 들고 들어오자 "어째서 에르메스 구경을 간 거예요! 유나 선물 사러 간 거예요??”"며칠 외부 일정이 있었으니 당연히 아내에게 기념품을 사줘야죠~”여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시후 씨, 보니깐.. 당신.. 이렇게 혜리만 한 스타를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있어요? 그런 대스타는 아무 싸인 사진이나 받아 올려도 중고 사이트에서 수십 만원에 팔릴 텐데..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면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냐고요!”"내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인맥 자랑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호의에 대해 실망시키는 일이 아닐까요?”여빈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그럼.. 둘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일을 유나도 알아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죠.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 여빈 씨가 목격해서 그런 거예요.”"그렇다면 내가 비밀을 알게 된 거네요? 그럼 우리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뜻 아니에요? 꺄악!!”“무슨 소리예요?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라니까?”"그게 우연이든 아니든 간에, 나도 유나보다 당신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어! 후후훗!!" 여빈은 시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시후 씨, 도대체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거예요? 당신이란 사람이 신비롭게 느껴져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은데..”시후는 그녀가 이런 문제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또 뭐가 완전히 꿰뚫어볼 게 있는 거예요? 그때 같이 온천에 갔을 때, 나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여빈은 갑자기 부끄러워
시후는 이미 여빈의 애정표현을 막지 않았다. 이미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빈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줄만 알고 "참, 당신 사촌 공은찬은 어떻게 되었대요?”라고 물었다.여빈은 흥이 깨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시후가 사실 자신의 고백을 피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화제를 바꾸자 그녀 역시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거의 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자전거를 너무 못 타서 중간중간에 비틀거리다가 연습하고 다시 올라타고 하는 바람에, 오늘 저녁에서야 도착할 것 같대요. 중간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체력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뭐, 시후 씨의 이런 벌은 그에게도 좋은 일이죠. 우리 사촌오빠는 평소에 얼마나 날뛰던지.. 자주 집에서 사고를 쳤거든요. 다만 예전에는 이렇다 할 손해를 본 적이 없어서 매번 똑 같은 일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로 자제하게 되겠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장식품을 삼키고 다시 수술해서 꺼내게 했을 거예요. 이런 종류의 사람은 흉터가 낫고 나면 아픔을 잊으니까, 결국 그 아픔을 다시 겪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죠.”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사촌 오빠가 서울에 도착한 뒤에 시후 씨랑 저녁 식사 한 번 해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밥 먹고 술 마시는 건 그만하고, 서울에서 지내면서 조용히 있으라고 해요. 만약 실적이 좋으면 미리 돌려보낼 것이고, 안 좋으면 언제든지 기한을 연장시켜 버릴 테니까!”여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휴.. 시후 씨도 너무 이렇게 엄하게 굴지 말아요~ 만약 우리가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처남이 된다고요~~”"어휴.. 하루 종일 그 소리만 하고 있을 거죠?”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헤헤.. 누가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어차피 난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 언젠가 내
여빈은 헤헤 웃으며 "알았어!"라고 답했다.유나는 "마침 오늘은 별일 없으니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라며 웃었다."오키! 좋아~ 그럼 우리 이쁜이 고생 좀 해라~ 후후훗!”“어휴~ 뭘 그렇게 좋아해?! 사실 너만 데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시후 씨 데리러 가는 건데~”"그래 그래, 시후 씨를 데리러 오는 김에 날 데리러 온 거지?"유나는 웃음지었다. "하하하.. 맞아!""그래, 그래. 마중 나온 김에 나까지 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허탈해했다."그럼 이따가 우리 공항에서 만나자~~”"그래 그래~~"......한 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시후는 여빈과 함께 공항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나를 만났다. 며칠 동안 유나를 보지 못하자 시후는 아내가 매우 그리워했고 유나가 A자 형태의 롱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요 며칠 유나 역시도 시후가 너무 그리웠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매일 같이 생활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막상 한 명이 곁에 없으면 비로소 마음속에서 자꾸만 그리워지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시후가 나오자 유나는 빠르게 다가가 그를 가볍게 안았다. 몇 초 동안 시후를 포옹한 후에야 유나는 수줍게 다시 여빈과 포옹을 했다. 여빈은 유나가 시후를 적극적으로 포옹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절친의 시후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는 단번에 분석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후 역시도 유나가 여빈의 앞에서 자신을 포옹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아내의 감정이 조금씩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가 아니겠는가..?유나는 여빈과 가볍게 포옹한 뒤 시후의 손에 에르메스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시후 씨, 에르메스를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당신과
공항에서 나온 시후는 유나의 BMW를 몰아, 먼저 여빈을 호텔에 내려주었다.사실 여빈을 데려다 주러 가는 길에 유나는 여빈을 다시 자기 집으로 초대하려고 했지만, 여빈은 이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비록 청년재에서 함께 지내면 시후와 더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윤우선과 김상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집에서 마치 전쟁을 하는 것 마냥 매일 같이 난리를 쳐대니,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 게다가 그 집안에는 시한폭탄이 하나 더 있지 않았던가? 그 시한폭탄은 바로 김상곤의 첫사랑 한미정이었다.여빈의 입장에서 보면 윤우선은 아직 한미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만약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김상곤과 또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이 뻔하고, 이 사실은 위협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청년재에 가서 불편하게 지내지 말고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 호텔에서 지내는 건 좀 쓸쓸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가 있고, 아무리 방을 어지럽혀도 방에 돌아오면 깔끔하게 청소가 되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말을 들어도 다시는 청년재에 가고 싶지 않았다.여빈을 배웅한 후 시후와 유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유나는 그간의 일을 궁금해하며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풍수 봐주는 건 잘 처리된 거예요?”"그럼요~ 아마 리뷰를 달 수 있었다면 별 5개를 줬을 걸요? 하하!”유나는 그제서야 안도하는 듯했다. "그래요? 만족하면 됐어요. 그럼 우리가 돈을 벌어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시후에게 또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샀잖아요.. 돈은 많이 안 썼어요?”시후는 가격을 조금 줄이기는 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음.. 9천..만 원 정도.. 썼던가..?”"뭐어라아고요..?!? 9천만 원..?!" 유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어째서 이렇게 돈을 허투루 쓰는 거예요?!! 우리 생활비도 이
그러다가 시후는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여보! 내가 이번에 돌아와서 하루나 이틀 쉬다가 다시 일본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지난 번에 이야기 했었는데.. 일본 쪽에도 고객이 한 명 있는데.. 계속 풍수를 좀 봐 달라고 재촉하고 있어서..”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일본에 가면 언제 다시 올 거예요? 이제 설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이제 회사에서 다들 설 연휴 준비로 한창 바쁘니까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설 쇠고 가는 건 어때요?”"미리 한 약속이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얼마 걸리지는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그래요..? 그럼 일본에서 조심해요! 외국에 가서 우파 세력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요. 워낙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마음을 쉽게 놓을 수가 없네요.”"그래요. 하하하! 하지만, 유나 씨는 아직 나의 능력을 모르는 것 같은데요? 쉽게 나를 괴롭힐 수 없을 거예요.”유나는 시후를 힐끗 쳐다보며 답했다. "당신이 싸움을 좀 한다는 건 알지만, 비즈니스를 하려면 평화롭게 대화하는 게 더 좋잖아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요 여보. 조심할 테니까."......청년재로 돌아온 뒤.유나의 차가 별장 마당에 들어서자, 깁스를 한 윤우선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유나가 시후를 데리러 공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시후가 돌아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시후가 출장을 가서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 시후가 값비싼 스킨케어 세트를 선물한 뒤로, 그녀는 이미 돈 많은 사위를 너무나도 애지중지 여기고 있었다. 윤우선은 이번에도 시후가 분명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차에서 내리자, 윤우선은 오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아부를 떨어 댔다. “어휴~~~ 우리 은 서바아아아앙!! 이제 왔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시
다급한 표정으로 가득 찬 윤우선의 모습에,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뒷좌석 문을 열고 안에서 에르메스 쇼핑백을 꺼냈다.윤우선은 눈 앞에 이렇게 많은 에르메스 쇼핑백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심지어 두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뿜어져 나오기까지 했다..! "맙소사!! 이거 에르메스 아니니? 에르메스 가방은 너무너무 비싼데..? 은 서방이 뭘 샀는지 모르지만, 스카프 하나도 엄청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감격에 겨워 시후에게 다가왔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어머머머!! 정말 에르메스야~! 우리 은 서방~~ 내 거는 뭐야아아아?!”시후는 쇼핑백 안에서 크기가 다른 여러 상자들을 몇 개 골라 꺼낸 뒤 윤우선에게 건넸다. "장모님, 큰 것은 가방이고요. 장모님께 제일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봤어요. 마음에 드시는지 한 번 보세요.”윤우선은 가방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어머??! 진짜???!! 가방을 사 왔다고?! 어머~ 세상에~~!!! 정말 내 백을 사온 거야?!! 어머머.. 은 서방~ 정말 나에게 너~무 잘 해준다~~" 윤우선은 늘 명품 백을 하나 갖기를 원했지만, 몇 년 동안 그녀가 가지고 다닌 가장 비싼 명품은 바로 루이비통 지갑뿐이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늘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부러워했고 자신은 가질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우선은 에르메스를 꼭 메고 싶었지만, 사실 생각하지도 못했다. 만약 그녀가 예전처럼 수중에 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접 에르메스를 사기 위해 선뜻 돈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후가 오늘 에르메스를 선물해주다니.. 이건 정말 그녀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녀는 서둘러 에르메스의 포장지를 뜯고, 안에서 핸드백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더니 시후를 보며 웃었다. "어머~~~ 은 서방!!!! 이 가방 정말 예뻐!!! 정말 어쩌면 좋아!! 아이고 은 서방~~ 너무 고마워~~~! 나에게 이렇게 비싼 가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썼습니다.. 하하!!”"아이고! 우리 사위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이렇게 비싼 명품 스카프를 사주다니..?! 이런 거면.. 밍크 코트 가격일 텐데..?” 그러자 윤우선은 또 다른 선물세트를 열기 시작했다. "아아!! 에르메스 클래식 벨트네?! 은 서방~~ 내가 몇 년 동안 이 벨트를 갖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서 못 샀는데.. 자네가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줄이야.."그러자 옆에 서 있던 김상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 은 서방.. 내 선물은 안 가져왔나??!”시후는 웃으며 "하하.. 아버님 것도 있어요. 여러 가지 준비했죠.” 시후는 에르메스 선물상자 두 개를 건넸다.김상곤은 허벅지를 탁 치더니 "아이고, 내 것도 있지?! 역시~~ 우리 은 서방이 최고야!"라고 기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급히 달려들어 시후에게서 선물 상자를 받았다. 첫 번째를 열자, 황금색 알파벳 H 로고가 박혀 있는 남성용 허리띠가 햇빛에 반짝였다. "아이고.. 이건 회장들이나 쓰는 에르메스 벨트 아니야?! 하하하!! 이거 꽤 인기 있던 걸로 아는데!!”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벨트는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러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감탄했다. "아이고, 나도 이제 성공한 사람이야? 청년재에 살고, BMW 5시리즈 세단에.. 그리고 에르메스 허리띠까지?! 이제 곧 굵은 금시계를 하나만 차고 다니면 거의 뭐 부동산 재벌 아니야? 아핫핫핫!!”그러자 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빠, 요즘에 어떤 아저씨가 두꺼운 금시계를 차고 다녀요? 그거 다 옛날 사람들 패션 아니에요?”"그냥 내 꿈이었어~ 하하하하.." 김상곤은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시후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은 서방, 언제 금시계 하나 선물해 줄 수 있나? 최근에 롤렉스가 마음에 들던데.. 그 브랜드가 참 분위기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시후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하.
이중열은 약간 의아했지만,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유 회장님, 굳이 저에게 보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 애초부터 당신을 원망한 적도 없고, 저를 놓아주셔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러자 유가휘는 옆에 있던 방가흔에게 손짓했다. 방가흔은 급히 자신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어 유가휘에게 건넸다.유가휘는 그 서류 봉투를 들고, 아부하는 얼굴로 이중열에게 건네며 말했다. "중열 씨, 이건 내 저택 옆에 있는 G7 그룹 저택의 소유권 서류라네. 오늘 오후에 이미 매입을 완료했어. 이제부터 이 저택은 자네 거야.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지!"이중열은 얼이 빠진 듯 유가휘를 바라보았다. 이즁열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유가휘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먼저, 유가휘가 자신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둘째, 설령 보상을 해 주고 싶다 해도, 굳이 자기 집의 옆에 있는 저택을 사서 줄 이유가 없었다.이중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가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후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해치지 못할 뿐,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경우에 어떻게 자신의 저택 옆에 있는 빌라를 자발적으로 선물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것은 절대 유가휘의 뜻이 아닐 것이었다. 이건 분명 시후의 의도일 것이었다. 이중열은 시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스타일은 단순히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사람이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후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중열에게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유가휘의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생각했다.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앞으로 시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그를 섬기고 싶었다. 이중
이한열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형, 이건 형이 힘들게 번 피 같은 돈이야. 내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 게다가 지금 나도 수입이 안정적이고, 어머니도 완쾌하셔서 더 이상 비싼 치료비가 들지도 않을 거야. 이 돈은 형이 그냥 가지고 있어!"그러자 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은 홍콩에서 차 한 대 정도 사는 정도밖에 안 돼. 이 형이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리고 걱정 마 난 지금 혼자인 처지라 돈이 많이 필요 없고, 은시후 도련님께서 날 높게 평가하셔서, 먹여주고 재워 주면 그걸로 충분 할 거야. 만약 시후 도련님이 날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삼수이포에서 삼겹살 가게를 열면 되고. 그때 가서 장사 밑천이 필요하면, 그때 네가 이 돈을 나 대신 보관한 셈 치고 돌려주면 되는 거야."이때, 이중열의 어머니도 입을 열었다. "한열아, 네 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그냥 그 돈은 받아 두거라. 네 형이 없을 때는 집안일을 내가 결정했지만, 이제 형이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형의 뜻을 따라보자."이한열은 어릴 때부터 형을 몹시 존경해왔다. 그는 형이 능력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 모든 것은 형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이중열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네 형이 돌아왔으니, 우리 가족이 드디어 다시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게다가 유가휘와의 오해도 풀렸으니, 앞으로 홍콩에서 우리 가족을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다. 너희 형제들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집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게다!"이중열은 가슴이 저릿했다.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을지 생각하니, 그는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집에 계신가요?"이중열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 시각, 오래된 저택.이곳은 홍콩 삼수이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으로, 실제 사용 면적으로 환산하면 고작 9평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홍콩에서 30평방미터의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 홍콩의 구룡성채라는 곳에서는 많은 가족이 다섯 명, 심지어 여덟 명까지 10평방미터도 안 되는 관짝 같이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했다. 그런 환경과 비교하면, 이중열 가족들이 지내는 삼수이포의 집은 빈민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중열은 젊을 때 이 집에서 컸다. 그러다 아버지가 삼겹살 사업으로 큰돈을 벌며, 가족은 홍콩 번화가 중심지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중열은 홍콩의 유명한 전문 경영 매니저가 되었고, 유가휘의 사업을 도우며 많은 부를 창출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수입도 상당했으며, 집 또한 시내 아파트에서 고급 연립주택으로 바뀌었다.이중열이 홍콩을 떠날 무렵, 가족들이 한국에서 홍콩으로 왔을 때 지낼만한 곳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유가휘의 심기를 거슬렀던 탓에 동생과 여동생들은 홍콩에서 취업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연애와 결혼을 하는 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가족들이 홍콩에서 운영하던 삼겹살 가게 사업도 급격히 쇠락하고 말았다.그 때문에 이중열은 동생들의 생활비, 부모님의 치료비, 가계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했고, 결국 돈을 모아 샀던 연립주택마저 팔아야 했다.다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정이 많은 성격이라, 부자가 된 이후에도 삼수이포의 이 오래된 저택을 팔지 않고 남겨두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최소한 머물 곳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이중열의 두 여동생은 모두 홍콩으로 일하러 온 한국인 남성들과 결혼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홍콩의 남성들은 그들의 오빠가 유가휘를 거슬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결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중열의 남동생인 이한열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작별을 고한 후, 배유현은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유미경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 엔진에 한 줄을 입력했다. 곧 검색 엔진은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 목록을 보여주었다.유미경은 대략적으로 리스트를 살펴보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서울대학교 공식 웹사이트를 열어 인재 채용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채용 방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아직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유미경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조건은 국내 및 해외 명문 대학의 박사 학위를 보유하며, 해당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거둔 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유미경은 곧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빠르면 2주, 길어도 한 달 안에 최종 논문 심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중문학을 전공했기에 과학적 연구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고, 몇몇 권위 있는 학술 성과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녀는 충분히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 프로젝트의 지원 자격을 갖춘 것이었다.유미경은 망설임 없이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이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지원서를 작성해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유미경은 조금 전 배유현과의 대화에서, 시후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자신이 서울에서 일하게 된다면, 앞으로 시후와 같은 도시에 머물 수
시후가 핸드폰 케이스를 사서 돌아오면서 핸드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는 끝까지 유미경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알지 못했다.이때, 먹자골목 상인들은 다시 한 번 극도로 친절한 면모를 보이며, 세 사람의 테이블을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해서 셋은 방금 있었던 일을 암묵적으로 잊어버리고, 음식을 먹으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유미경이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시후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시후는 무심히 대답했다. “내일 밤쯤이요. 당신 아버지가 옆집의 빌라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해결됐다면, 내일 삼촌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하고 나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유미경은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시후 씨, 홍콩에서 며칠 더 머물다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아니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내가 아직 미국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어요.”이미 시후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유미경은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시후 씨는 원래 미국에서 온 거였나요? 저는 한국에서 오신 줄 알았는데요.”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미국에 연수를 받으러 가서, 나도 같이 따라갔다가 그녀가 연수를 마치면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유미경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다시 물었다. “배 회장님도 은시후 씨와 함께 돌아가시나요?”“네.” 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려고요.”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고민했던 것을 결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미리 두 분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할게요. 혹시 나중에 홍콩에 오실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먼저 연락 주세요.”시후와 배유현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상자를 가리키며 신신당부했다. “미경 씨, 이 약은 너무나도 귀중한 것이니, 최대한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잘 보관하세요.”“네....”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을 소중히 품 안에 넣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서둘러 물었다. “그런데 배 회장님, 어떻게 그렇게 은시후 씨에 대해 잘 아시는 거예요? 마치 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배유현은 스스로를 조소하듯 씁쓸하게 웃었다.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몰래 그의 뒷조사를 했거든요. 거기에 제 나름의 추리를 더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연결되더라고요.”유미경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배 회장님은 똑똑하시네요... 저라면 절대 그런 것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똑똑하다라....” 배유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건 쓸모가 없어요.” 이렇게 말한 그녀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사실 배유현은 시후가 자신에게 늘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엔 시후가 자신이 과거에 '제니퍼'라는 가명을 사용해 그를 속였던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후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자신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시후처럼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터였다. 그런데 배유현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조합해 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혀내 버렸다. 그렇기에 시후가 그녀를 경계하고 일정한 선을 그으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배유현은 내심 짜증이 밀려 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똑똑한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신은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시후가 자신을 경계하도록 만든 건지도 모른다.그때,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