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표정으로 가득 찬 윤우선의 모습에,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뒷좌석 문을 열고 안에서 에르메스 쇼핑백을 꺼냈다.윤우선은 눈 앞에 이렇게 많은 에르메스 쇼핑백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심지어 두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뿜어져 나오기까지 했다..! "맙소사!! 이거 에르메스 아니니? 에르메스 가방은 너무너무 비싼데..? 은 서방이 뭘 샀는지 모르지만, 스카프 하나도 엄청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감격에 겨워 시후에게 다가왔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어머머머!! 정말 에르메스야~! 우리 은 서방~~ 내 거는 뭐야아아아?!”시후는 쇼핑백 안에서 크기가 다른 여러 상자들을 몇 개 골라 꺼낸 뒤 윤우선에게 건넸다. "장모님, 큰 것은 가방이고요. 장모님께 제일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봤어요. 마음에 드시는지 한 번 보세요.”윤우선은 가방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어머??! 진짜???!! 가방을 사 왔다고?! 어머~ 세상에~~!!! 정말 내 백을 사온 거야?!! 어머머.. 은 서방~ 정말 나에게 너~무 잘 해준다~~" 윤우선은 늘 명품 백을 하나 갖기를 원했지만, 몇 년 동안 그녀가 가지고 다닌 가장 비싼 명품은 바로 루이비통 지갑뿐이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늘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부러워했고 자신은 가질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우선은 에르메스를 꼭 메고 싶었지만, 사실 생각하지도 못했다. 만약 그녀가 예전처럼 수중에 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접 에르메스를 사기 위해 선뜻 돈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후가 오늘 에르메스를 선물해주다니.. 이건 정말 그녀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녀는 서둘러 에르메스의 포장지를 뜯고, 안에서 핸드백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더니 시후를 보며 웃었다. "어머~~~ 은 서방!!!! 이 가방 정말 예뻐!!! 정말 어쩌면 좋아!! 아이고 은 서방~~ 너무 고마워~~~! 나에게 이렇게 비싼 가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썼습니다.. 하하!!”"아이고! 우리 사위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이렇게 비싼 명품 스카프를 사주다니..?! 이런 거면.. 밍크 코트 가격일 텐데..?” 그러자 윤우선은 또 다른 선물세트를 열기 시작했다. "아아!! 에르메스 클래식 벨트네?! 은 서방~~ 내가 몇 년 동안 이 벨트를 갖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서 못 샀는데.. 자네가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줄이야.."그러자 옆에 서 있던 김상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 은 서방.. 내 선물은 안 가져왔나??!”시후는 웃으며 "하하.. 아버님 것도 있어요. 여러 가지 준비했죠.” 시후는 에르메스 선물상자 두 개를 건넸다.김상곤은 허벅지를 탁 치더니 "아이고, 내 것도 있지?! 역시~~ 우리 은 서방이 최고야!"라고 기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급히 달려들어 시후에게서 선물 상자를 받았다. 첫 번째를 열자, 황금색 알파벳 H 로고가 박혀 있는 남성용 허리띠가 햇빛에 반짝였다. "아이고.. 이건 회장들이나 쓰는 에르메스 벨트 아니야?! 하하하!! 이거 꽤 인기 있던 걸로 아는데!!”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벨트는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러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감탄했다. "아이고, 나도 이제 성공한 사람이야? 청년재에 살고, BMW 5시리즈 세단에.. 그리고 에르메스 허리띠까지?! 이제 곧 굵은 금시계를 하나만 차고 다니면 거의 뭐 부동산 재벌 아니야? 아핫핫핫!!”그러자 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빠, 요즘에 어떤 아저씨가 두꺼운 금시계를 차고 다녀요? 그거 다 옛날 사람들 패션 아니에요?”"그냥 내 꿈이었어~ 하하하하.." 김상곤은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시후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은 서방, 언제 금시계 하나 선물해 줄 수 있나? 최근에 롤렉스가 마음에 들던데.. 그 브랜드가 참 분위기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시후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하.
얼마 전, 상곤은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한미정으로부터 롤렉스 시계를 선물 받았다. 그 날, 시후는 술에 취한 김상곤을 데리러 차를 몰고 한미정과 김상곤이 만나고 있는 장소로 갔고, 유나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차 뒷자리에 함께 타고 있었다. 그래서 유나는 아빠가 지금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 형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하고, 기회를 봐서 그 시계를 당당하게 차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 유나는 살짝 기분이 불편했지만 이미 아빠와 엄마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아빠가 오랫동안 많은 억울한 일들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눈감고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까지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할 줄은..그래서 유나는 급히 윤우선을 말렸다. "엄마, 롤렉스는 남자들이 차는 거라서 잘 안 어울려요. 시계가 갖고 싶으신 거라면 나중에 제가 티쏘 시계를 하나 사드릴게요! 그럼 되잖아요?”그러자 윤우선이 소리쳤다. "어휴! 이렇게 넘어갈 생각 하지 마..?! 그 브랜드는 너무 싼티 나잖아!!! 얼마 안 줘도 살 수 있는 그런 싸구려 나는 필요 없다?! 그게 어떻게 롤렉스랑 비교가 되니?”그러자 시후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장모님, 이번에 제가 출장 다녀 오면서 어머님 선물은 많이 사드렸지만, 아버님 선물은 좀 적어서요.. 우리가 사실 그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으니.. 큰 돈을 쓰면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제가 마침 중국 광동에서 명품 카피 제품을 수입하는 친구 한 명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카피 제품을 중국이 정말 잘 만들어서 이게 가짜처럼 보이지도 않고 싸구려 같지도 않다고 하던데.. 이거라도 하나 맞춰드리면 어떨까요?”이제 윤우선은 더 이상 시후 앞에서 맹목적으로 비판하고 반대만 일삼는 억척녀가 아니었다. 시후는 요즘 윤우선에게 잘해주고 있었기에 그녀도 꽤 철이 든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윤우선은 은 서방이 이미 자신에게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사줬으니 가짜 롤렉스 하나 사게
유나는 고마워하면서도 시후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여보..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시후는 유나가 이 정도의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겠어요 유나 씨, 그럼 다음에는 가성비 좋은 걸로 골라 줄게요! 하하핫!”이라며 웃음지었다.......방으로 돌아온 윤우선은 서둘러 시후가 선물로 사준 에르메스 백과 악세서리 포장 박스를 화장대에 진열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윤우선은 마음에 드는 사진 9장 정도를 골라서 카카오 스토리에 올렸다. 이 글을 본 친구들이 순식간에 ‘좋아요’와 댓글을 눌러댔고, 친구들의 댓글들을 보며 윤우선은 흥이 나서 어깨춤을 추었다. “오호호홋..!! 윤우선 아주 좋아 아주~! 난 이제 청년재처럼 거대한 별장에 살면서, 에르메스도 들고 다닐 수 있어..!? 완전 귀부인이 다 됐어?! 꺄하하하!! 앞니 두 개만 다 심으면, 이제 에르메스 백을 들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르고, 벨트까지 하고 외출할 거야!! 호홋!"그 시각, 김상곤은 소파에 앉아 시후가 선물한 찻잎을 꺼내 자신이 지금까지 직접 산 찻잎과 무엇이 다른 지 맛보려고 했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통 속에서 콧속을 파고 드는 향긋한 향기가 나는 게 아닌가? 김상곤은 너무나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향기로운 찻잎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물에 타기도 전에 그 냄새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게다가 찻잎들을 보면 한 조각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크기와 색상 역시 문제가 전혀 없으며, 물을 부었을 때 미세한 거품이나 가루들도 없는 것이 눈으로 보아도 좋은 잎들을 하나하나 골라낸 것 같았다..! 그는 찻잎을 한 움큼 집어 코끝으로 살짝 냄새를 맡았고, 또 자신이 직접 산 찻잎을 집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김상곤의 감탄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장인 어른은 확실히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골동품으로 돈을 벌어볼래도 늘 가짜만 사들이고, 찻잎을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늘 중국산 가짜 명품 차나 고르고 있으니.. 아무래도 장인 어른은 WS 그룹 가족들과 함께 살 때, 늘 무시당하면서 제대로 된 비싼 것들을 써본 적이 없어서 보는 눈이 없을 지도.. 가족들과 살 때는 신 회장의 무시를 받았고, 몇 년 뒤에는 계속 윤우선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살면서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고, 금전적으로도 늘 부족했다. 다행히 김상곤의 성격이 낙관적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다.이 시각. 상곤과 가족들이 기쁘게 차를 음미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별장 건물에서는 홍라연이 가족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그녀는 외간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을 뿐만 아니라, 김창곤에게 성병까지 옮긴 터라 이 집안에서 계속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송 그룹의 최우식 대표가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WS 그룹 가족들은 감히 그녀를 내쫓거나 정리해버릴 수는 없었다.처음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킨 홍라연은 신 회장과 김창곤의 온갖 비위를 맞추며,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고 심지어 김창곤을 위해 해산물을 잔뜩 사 와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비굴하게 행동했다. 이렇게 정성 들여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준 것은 분명 가족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홍라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무시했다.최근 WS 그룹 가족들은 최우식 대표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마침내 회사를 다시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홍라연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WS 그룹을 경영하기 위해 회사로 복귀했다. 신 회장은 여전히 모든 권력을 잡고 있었고, 김창곤은 총괄 대표, 김혜준은 사업총괄 책임자로, 김혜빈은 상무를 맡게 되었다. 이 네 식구는 매일 같이 출근 이른 시간에, 퇴근은
이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김창곤은 신 회장을 모시고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 김혜준과 김혜빈이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신 회장은 비싼 밍크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온 얼굴이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고, 말할 수 없이 기쁜 표정이었다. WS 그룹이 다시 태어난 이후로 신 회장은 매일 신바람이 나서 얼굴이 점점 좋아졌고, 마치 회춘단을 먹은 것 같이 혈색도 좋아졌다. 집에 들어선 신 회장은 입을 열었다. "오호호호, 오송 그룹이 요즘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전에 받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앞으로 1년에 적어도 2천만 달러 정도 이윤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호호호홋!"김창곤은 옆에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게 다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니께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셨다면, 우리 그룹도 다시 태어날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신 회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늘 나르시시스트였고, 권력욕도 강해서 남에게 아부 받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홍라연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져서 구시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망할 노친네가 저렇게 뻔뻔하기는..?! WS 그룹이 이렇게 된 것이 자기 공로라고..? 그건 다 최우식 대표가 도와줘서 그런 거지. 그리고 애초에 최우식 대표가 먼저 사람을 보내 나를 구해주었고, 그 뒤에 내가 너희들을 구치소에서 꺼내 줬는데!”홍라연의 말을 듣지 못한 신 회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로 와서는 홍라연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홍라연!! 지금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소파에 앉아서 뭐하고 있는 거니..? 여기가 네가 앉을 자리야?!”그러자 홍라연은 일어서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이 집안 사람인데,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는 거예요?”"그래 맞아! 너는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어! 이 집에서, 너는 그냥 하
홍라연은 신 회장에 대한 분노를 가득 품은 채, 가족들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신 회장은 식탁의 상석에 앉아 홍라연이 만든 음식들을 보고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음식이야??! 제대로 된 음식이 하나도 없잖아!!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내가 이런 걸 먹고 어떻게 몸보신을 하겠니?”그러자 홍라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님, 저를 탓하시면 안 되죠. 집의 돈은 모두 어머님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제가 돈이 어디에 있다고 고기 반찬을 만들어요?”"어휴!! 며느리라는 게 맨날 말대답이나 하고 변명이나 찾지!!! 내가 주는 돈이면 삼계탕이나 오리고기도 할 수 있어!! 마트에 가면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게 뭐가 돈이 들어?! 쯧쯧..!!”홍라연은 화가 나서 열심히 말대꾸를 해댔다. "어머님, 다섯 식구가 밥을 먹는데 생활비를 안 주시면 어쩔 수 없죠!! 저도 웬만큼 오랫동안 살림을 한 사람이라 어느 정도는 아껴서 쓸 수 있어요! 그래도 어머님께서 꼭 오늘 고기 반찬이 있어야 한다면 다음 번 식사에는 아무것도 못 먹고 굶는 거죠! 흥!!”그러자 신 회장은 홍라연을 노려보았다. "생활비를 주는 건 문제없지만, 정확하게 나에게 청구해야 할 거다! 앞으로 장을 볼 때마다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청구하도록 해!"홍라연은 신 회장이 정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얼마 되지도 않는 채소값을 시어머니와 정산해야 할 것을 생각하자 홍라연은 약간 혐오감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래요, 어머님이 귀찮지 않으시다면 앞으로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영수증을 보여드릴게요.”신 회장은 비꼬며 웃었다. "호호! 그런 게 어떻게 귀찮냐? 나는 요즘 혈기 왕성하다!”홍라연은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그릇에 음식을 덜어 온 듯 밥을 먹었다.옆에 있던 김혜빈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음식을 먹다가 신 회장에게 말했다. "할머니,
김혜빈은 "할머니, 그런 짝퉁으로 무슨 체면을 세워요..?"라며 울먹였다. “할머니.. 저 이제 총.괄.상.무. 라니까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짝퉁을 들고 다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얼마나 쪽팔려요??”신 회장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가 뭘 알아! 네가 정말 귀티가 난다면 아무리 짝퉁을 메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모두 진품으로 보일 거야. 하지만, 네가 만약 천하다면, 아무리 진품을 들고 다닌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가짜로 보이는 거야! WS 그룹은 이제서야 재정비를 하여 다시 태어났다! 그러니 외부인의 눈에는 네가 굉장히 부유해 보일 것이고, 아무리 짝퉁을 메고 다니더라도, 아무도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할머니, 아무리 그래도 WS 그룹의 상무 이사인데, 손녀인 것을 봐서라도 그냥 천만 원만 지원해주시면 안 돼요?”신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수작 부리지 마! 천만 원이 어디 땅 파면 나오는 돈인 줄 아니? 내가 100만 원은 지원해주마!”김혜빈은 너무나도 우울했지만 백만 원이라도 할머니에게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알겠어요..”신 회장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엄숙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WS 그룹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심지어 WS 그룹을 예전의 전성기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해! 절대 쾌락주의적인 생각을 하지도 말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친아들, 친손자라도 집안에서 내쫓아버릴 것이다! 알겠어?”김창곤, 김혜준, 김혜빈은 그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의 마음은 답답했지만 감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알겠어요.."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신 회장은 비로소 만족한 듯 손을 저었다. "그래 이제, 밥이나 어서 먹자! 나중에 또 회사에 가서 바쁘게 일해야 할 거니까!"모두들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이중열은 약간 의아했지만,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유 회장님, 굳이 저에게 보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 애초부터 당신을 원망한 적도 없고, 저를 놓아주셔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러자 유가휘는 옆에 있던 방가흔에게 손짓했다. 방가흔은 급히 자신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어 유가휘에게 건넸다.유가휘는 그 서류 봉투를 들고, 아부하는 얼굴로 이중열에게 건네며 말했다. "중열 씨, 이건 내 저택 옆에 있는 G7 그룹 저택의 소유권 서류라네. 오늘 오후에 이미 매입을 완료했어. 이제부터 이 저택은 자네 거야.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지!"이중열은 얼이 빠진 듯 유가휘를 바라보았다. 이즁열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유가휘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먼저, 유가휘가 자신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둘째, 설령 보상을 해 주고 싶다 해도, 굳이 자기 집의 옆에 있는 저택을 사서 줄 이유가 없었다.이중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가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후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해치지 못할 뿐,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경우에 어떻게 자신의 저택 옆에 있는 빌라를 자발적으로 선물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것은 절대 유가휘의 뜻이 아닐 것이었다. 이건 분명 시후의 의도일 것이었다. 이중열은 시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스타일은 단순히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사람이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후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중열에게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유가휘의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생각했다.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앞으로 시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그를 섬기고 싶었다. 이중
이한열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형, 이건 형이 힘들게 번 피 같은 돈이야. 내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 게다가 지금 나도 수입이 안정적이고, 어머니도 완쾌하셔서 더 이상 비싼 치료비가 들지도 않을 거야. 이 돈은 형이 그냥 가지고 있어!"그러자 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은 홍콩에서 차 한 대 정도 사는 정도밖에 안 돼. 이 형이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리고 걱정 마 난 지금 혼자인 처지라 돈이 많이 필요 없고, 은시후 도련님께서 날 높게 평가하셔서, 먹여주고 재워 주면 그걸로 충분 할 거야. 만약 시후 도련님이 날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삼수이포에서 삼겹살 가게를 열면 되고. 그때 가서 장사 밑천이 필요하면, 그때 네가 이 돈을 나 대신 보관한 셈 치고 돌려주면 되는 거야."이때, 이중열의 어머니도 입을 열었다. "한열아, 네 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그냥 그 돈은 받아 두거라. 네 형이 없을 때는 집안일을 내가 결정했지만, 이제 형이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형의 뜻을 따라보자."이한열은 어릴 때부터 형을 몹시 존경해왔다. 그는 형이 능력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 모든 것은 형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이중열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네 형이 돌아왔으니, 우리 가족이 드디어 다시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게다가 유가휘와의 오해도 풀렸으니, 앞으로 홍콩에서 우리 가족을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다. 너희 형제들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집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게다!"이중열은 가슴이 저릿했다.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을지 생각하니, 그는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집에 계신가요?"이중열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 시각, 오래된 저택.이곳은 홍콩 삼수이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으로, 실제 사용 면적으로 환산하면 고작 9평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홍콩에서 30평방미터의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 홍콩의 구룡성채라는 곳에서는 많은 가족이 다섯 명, 심지어 여덟 명까지 10평방미터도 안 되는 관짝 같이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했다. 그런 환경과 비교하면, 이중열 가족들이 지내는 삼수이포의 집은 빈민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중열은 젊을 때 이 집에서 컸다. 그러다 아버지가 삼겹살 사업으로 큰돈을 벌며, 가족은 홍콩 번화가 중심지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중열은 홍콩의 유명한 전문 경영 매니저가 되었고, 유가휘의 사업을 도우며 많은 부를 창출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수입도 상당했으며, 집 또한 시내 아파트에서 고급 연립주택으로 바뀌었다.이중열이 홍콩을 떠날 무렵, 가족들이 한국에서 홍콩으로 왔을 때 지낼만한 곳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유가휘의 심기를 거슬렀던 탓에 동생과 여동생들은 홍콩에서 취업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연애와 결혼을 하는 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가족들이 홍콩에서 운영하던 삼겹살 가게 사업도 급격히 쇠락하고 말았다.그 때문에 이중열은 동생들의 생활비, 부모님의 치료비, 가계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했고, 결국 돈을 모아 샀던 연립주택마저 팔아야 했다.다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정이 많은 성격이라, 부자가 된 이후에도 삼수이포의 이 오래된 저택을 팔지 않고 남겨두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최소한 머물 곳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이중열의 두 여동생은 모두 홍콩으로 일하러 온 한국인 남성들과 결혼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홍콩의 남성들은 그들의 오빠가 유가휘를 거슬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결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중열의 남동생인 이한열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작별을 고한 후, 배유현은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유미경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 엔진에 한 줄을 입력했다. 곧 검색 엔진은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 목록을 보여주었다.유미경은 대략적으로 리스트를 살펴보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서울대학교 공식 웹사이트를 열어 인재 채용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채용 방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아직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유미경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조건은 국내 및 해외 명문 대학의 박사 학위를 보유하며, 해당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거둔 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유미경은 곧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빠르면 2주, 길어도 한 달 안에 최종 논문 심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중문학을 전공했기에 과학적 연구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고, 몇몇 권위 있는 학술 성과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녀는 충분히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 프로젝트의 지원 자격을 갖춘 것이었다.유미경은 망설임 없이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이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지원서를 작성해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유미경은 조금 전 배유현과의 대화에서, 시후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자신이 서울에서 일하게 된다면, 앞으로 시후와 같은 도시에 머물 수
시후가 핸드폰 케이스를 사서 돌아오면서 핸드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는 끝까지 유미경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알지 못했다.이때, 먹자골목 상인들은 다시 한 번 극도로 친절한 면모를 보이며, 세 사람의 테이블을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해서 셋은 방금 있었던 일을 암묵적으로 잊어버리고, 음식을 먹으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유미경이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시후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시후는 무심히 대답했다. “내일 밤쯤이요. 당신 아버지가 옆집의 빌라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해결됐다면, 내일 삼촌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하고 나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유미경은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시후 씨, 홍콩에서 며칠 더 머물다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아니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내가 아직 미국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어요.”이미 시후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유미경은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시후 씨는 원래 미국에서 온 거였나요? 저는 한국에서 오신 줄 알았는데요.”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미국에 연수를 받으러 가서, 나도 같이 따라갔다가 그녀가 연수를 마치면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유미경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다시 물었다. “배 회장님도 은시후 씨와 함께 돌아가시나요?”“네.” 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려고요.”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고민했던 것을 결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미리 두 분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할게요. 혹시 나중에 홍콩에 오실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먼저 연락 주세요.”시후와 배유현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상자를 가리키며 신신당부했다. “미경 씨, 이 약은 너무나도 귀중한 것이니, 최대한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잘 보관하세요.”“네....”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을 소중히 품 안에 넣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서둘러 물었다. “그런데 배 회장님, 어떻게 그렇게 은시후 씨에 대해 잘 아시는 거예요? 마치 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배유현은 스스로를 조소하듯 씁쓸하게 웃었다.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몰래 그의 뒷조사를 했거든요. 거기에 제 나름의 추리를 더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연결되더라고요.”유미경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배 회장님은 똑똑하시네요... 저라면 절대 그런 것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똑똑하다라....” 배유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건 쓸모가 없어요.” 이렇게 말한 그녀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사실 배유현은 시후가 자신에게 늘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엔 시후가 자신이 과거에 '제니퍼'라는 가명을 사용해 그를 속였던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후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자신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시후처럼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터였다. 그런데 배유현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조합해 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혀내 버렸다. 그렇기에 시후가 그녀를 경계하고 일정한 선을 그으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배유현은 내심 짜증이 밀려 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똑똑한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신은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시후가 자신을 경계하도록 만든 건지도 모른다.그때,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