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빈은 헤헤 웃으며 "알았어!"라고 답했다.유나는 "마침 오늘은 별일 없으니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라며 웃었다."오키! 좋아~ 그럼 우리 이쁜이 고생 좀 해라~ 후후훗!”“어휴~ 뭘 그렇게 좋아해?! 사실 너만 데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시후 씨 데리러 가는 건데~”"그래 그래, 시후 씨를 데리러 오는 김에 날 데리러 온 거지?"유나는 웃음지었다. "하하하.. 맞아!""그래, 그래. 마중 나온 김에 나까지 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허탈해했다."그럼 이따가 우리 공항에서 만나자~~”"그래 그래~~"......한 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시후는 여빈과 함께 공항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나를 만났다. 며칠 동안 유나를 보지 못하자 시후는 아내가 매우 그리워했고 유나가 A자 형태의 롱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요 며칠 유나 역시도 시후가 너무 그리웠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매일 같이 생활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막상 한 명이 곁에 없으면 비로소 마음속에서 자꾸만 그리워지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시후가 나오자 유나는 빠르게 다가가 그를 가볍게 안았다. 몇 초 동안 시후를 포옹한 후에야 유나는 수줍게 다시 여빈과 포옹을 했다. 여빈은 유나가 시후를 적극적으로 포옹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절친의 시후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는 단번에 분석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후 역시도 유나가 여빈의 앞에서 자신을 포옹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아내의 감정이 조금씩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가 아니겠는가..?유나는 여빈과 가볍게 포옹한 뒤 시후의 손에 에르메스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시후 씨, 에르메스를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당신과
공항에서 나온 시후는 유나의 BMW를 몰아, 먼저 여빈을 호텔에 내려주었다.사실 여빈을 데려다 주러 가는 길에 유나는 여빈을 다시 자기 집으로 초대하려고 했지만, 여빈은 이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비록 청년재에서 함께 지내면 시후와 더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윤우선과 김상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집에서 마치 전쟁을 하는 것 마냥 매일 같이 난리를 쳐대니,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 게다가 그 집안에는 시한폭탄이 하나 더 있지 않았던가? 그 시한폭탄은 바로 김상곤의 첫사랑 한미정이었다.여빈의 입장에서 보면 윤우선은 아직 한미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만약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김상곤과 또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이 뻔하고, 이 사실은 위협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청년재에 가서 불편하게 지내지 말고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 호텔에서 지내는 건 좀 쓸쓸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가 있고, 아무리 방을 어지럽혀도 방에 돌아오면 깔끔하게 청소가 되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슨 말을 들어도 다시는 청년재에 가고 싶지 않았다.여빈을 배웅한 후 시후와 유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유나는 그간의 일을 궁금해하며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풍수 봐주는 건 잘 처리된 거예요?”"그럼요~ 아마 리뷰를 달 수 있었다면 별 5개를 줬을 걸요? 하하!”유나는 그제서야 안도하는 듯했다. "그래요? 만족하면 됐어요. 그럼 우리가 돈을 벌어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시후에게 또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샀잖아요.. 돈은 많이 안 썼어요?”시후는 가격을 조금 줄이기는 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음.. 9천..만 원 정도.. 썼던가..?”"뭐어라아고요..?!? 9천만 원..?!" 유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어째서 이렇게 돈을 허투루 쓰는 거예요?!! 우리 생활비도 이
그러다가 시후는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여보! 내가 이번에 돌아와서 하루나 이틀 쉬다가 다시 일본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지난 번에 이야기 했었는데.. 일본 쪽에도 고객이 한 명 있는데.. 계속 풍수를 좀 봐 달라고 재촉하고 있어서..”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일본에 가면 언제 다시 올 거예요? 이제 설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이제 회사에서 다들 설 연휴 준비로 한창 바쁘니까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설 쇠고 가는 건 어때요?”"미리 한 약속이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얼마 걸리지는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그래요..? 그럼 일본에서 조심해요! 외국에 가서 우파 세력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요. 워낙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마음을 쉽게 놓을 수가 없네요.”"그래요. 하하하! 하지만, 유나 씨는 아직 나의 능력을 모르는 것 같은데요? 쉽게 나를 괴롭힐 수 없을 거예요.”유나는 시후를 힐끗 쳐다보며 답했다. "당신이 싸움을 좀 한다는 건 알지만, 비즈니스를 하려면 평화롭게 대화하는 게 더 좋잖아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요 여보. 조심할 테니까."......청년재로 돌아온 뒤.유나의 차가 별장 마당에 들어서자, 깁스를 한 윤우선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유나가 시후를 데리러 공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시후가 돌아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시후가 출장을 가서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 시후가 값비싼 스킨케어 세트를 선물한 뒤로, 그녀는 이미 돈 많은 사위를 너무나도 애지중지 여기고 있었다. 윤우선은 이번에도 시후가 분명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차에서 내리자, 윤우선은 오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아부를 떨어 댔다. “어휴~~~ 우리 은 서바아아아앙!! 이제 왔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시
다급한 표정으로 가득 찬 윤우선의 모습에,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뒷좌석 문을 열고 안에서 에르메스 쇼핑백을 꺼냈다.윤우선은 눈 앞에 이렇게 많은 에르메스 쇼핑백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심지어 두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뿜어져 나오기까지 했다..! "맙소사!! 이거 에르메스 아니니? 에르메스 가방은 너무너무 비싼데..? 은 서방이 뭘 샀는지 모르지만, 스카프 하나도 엄청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감격에 겨워 시후에게 다가왔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어머머머!! 정말 에르메스야~! 우리 은 서방~~ 내 거는 뭐야아아아?!”시후는 쇼핑백 안에서 크기가 다른 여러 상자들을 몇 개 골라 꺼낸 뒤 윤우선에게 건넸다. "장모님, 큰 것은 가방이고요. 장모님께 제일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봤어요. 마음에 드시는지 한 번 보세요.”윤우선은 가방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어머??! 진짜???!! 가방을 사 왔다고?! 어머~ 세상에~~!!! 정말 내 백을 사온 거야?!! 어머머.. 은 서방~ 정말 나에게 너~무 잘 해준다~~" 윤우선은 늘 명품 백을 하나 갖기를 원했지만, 몇 년 동안 그녀가 가지고 다닌 가장 비싼 명품은 바로 루이비통 지갑뿐이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늘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부러워했고 자신은 가질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우선은 에르메스를 꼭 메고 싶었지만, 사실 생각하지도 못했다. 만약 그녀가 예전처럼 수중에 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접 에르메스를 사기 위해 선뜻 돈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후가 오늘 에르메스를 선물해주다니.. 이건 정말 그녀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녀는 서둘러 에르메스의 포장지를 뜯고, 안에서 핸드백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더니 시후를 보며 웃었다. "어머~~~ 은 서방!!!! 이 가방 정말 예뻐!!! 정말 어쩌면 좋아!! 아이고 은 서방~~ 너무 고마워~~~! 나에게 이렇게 비싼 가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썼습니다.. 하하!!”"아이고! 우리 사위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이렇게 비싼 명품 스카프를 사주다니..?! 이런 거면.. 밍크 코트 가격일 텐데..?” 그러자 윤우선은 또 다른 선물세트를 열기 시작했다. "아아!! 에르메스 클래식 벨트네?! 은 서방~~ 내가 몇 년 동안 이 벨트를 갖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서 못 샀는데.. 자네가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줄이야.."그러자 옆에 서 있던 김상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 은 서방.. 내 선물은 안 가져왔나??!”시후는 웃으며 "하하.. 아버님 것도 있어요. 여러 가지 준비했죠.” 시후는 에르메스 선물상자 두 개를 건넸다.김상곤은 허벅지를 탁 치더니 "아이고, 내 것도 있지?! 역시~~ 우리 은 서방이 최고야!"라고 기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급히 달려들어 시후에게서 선물 상자를 받았다. 첫 번째를 열자, 황금색 알파벳 H 로고가 박혀 있는 남성용 허리띠가 햇빛에 반짝였다. "아이고.. 이건 회장들이나 쓰는 에르메스 벨트 아니야?! 하하하!! 이거 꽤 인기 있던 걸로 아는데!!”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벨트는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러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감탄했다. "아이고, 나도 이제 성공한 사람이야? 청년재에 살고, BMW 5시리즈 세단에.. 그리고 에르메스 허리띠까지?! 이제 곧 굵은 금시계를 하나만 차고 다니면 거의 뭐 부동산 재벌 아니야? 아핫핫핫!!”그러자 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빠, 요즘에 어떤 아저씨가 두꺼운 금시계를 차고 다녀요? 그거 다 옛날 사람들 패션 아니에요?”"그냥 내 꿈이었어~ 하하하하.." 김상곤은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시후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은 서방, 언제 금시계 하나 선물해 줄 수 있나? 최근에 롤렉스가 마음에 들던데.. 그 브랜드가 참 분위기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시후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하.
얼마 전, 상곤은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한미정으로부터 롤렉스 시계를 선물 받았다. 그 날, 시후는 술에 취한 김상곤을 데리러 차를 몰고 한미정과 김상곤이 만나고 있는 장소로 갔고, 유나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차 뒷자리에 함께 타고 있었다. 그래서 유나는 아빠가 지금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 형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하고, 기회를 봐서 그 시계를 당당하게 차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 유나는 살짝 기분이 불편했지만 이미 아빠와 엄마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아빠가 오랫동안 많은 억울한 일들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눈감고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까지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할 줄은..그래서 유나는 급히 윤우선을 말렸다. "엄마, 롤렉스는 남자들이 차는 거라서 잘 안 어울려요. 시계가 갖고 싶으신 거라면 나중에 제가 티쏘 시계를 하나 사드릴게요! 그럼 되잖아요?”그러자 윤우선이 소리쳤다. "어휴! 이렇게 넘어갈 생각 하지 마..?! 그 브랜드는 너무 싼티 나잖아!!! 얼마 안 줘도 살 수 있는 그런 싸구려 나는 필요 없다?! 그게 어떻게 롤렉스랑 비교가 되니?”그러자 시후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장모님, 이번에 제가 출장 다녀 오면서 어머님 선물은 많이 사드렸지만, 아버님 선물은 좀 적어서요.. 우리가 사실 그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으니.. 큰 돈을 쓰면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제가 마침 중국 광동에서 명품 카피 제품을 수입하는 친구 한 명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카피 제품을 중국이 정말 잘 만들어서 이게 가짜처럼 보이지도 않고 싸구려 같지도 않다고 하던데.. 이거라도 하나 맞춰드리면 어떨까요?”이제 윤우선은 더 이상 시후 앞에서 맹목적으로 비판하고 반대만 일삼는 억척녀가 아니었다. 시후는 요즘 윤우선에게 잘해주고 있었기에 그녀도 꽤 철이 든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윤우선은 은 서방이 이미 자신에게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사줬으니 가짜 롤렉스 하나 사게
유나는 고마워하면서도 시후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여보..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시후는 유나가 이 정도의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겠어요 유나 씨, 그럼 다음에는 가성비 좋은 걸로 골라 줄게요! 하하핫!”이라며 웃음지었다.......방으로 돌아온 윤우선은 서둘러 시후가 선물로 사준 에르메스 백과 악세서리 포장 박스를 화장대에 진열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윤우선은 마음에 드는 사진 9장 정도를 골라서 카카오 스토리에 올렸다. 이 글을 본 친구들이 순식간에 ‘좋아요’와 댓글을 눌러댔고, 친구들의 댓글들을 보며 윤우선은 흥이 나서 어깨춤을 추었다. “오호호홋..!! 윤우선 아주 좋아 아주~! 난 이제 청년재처럼 거대한 별장에 살면서, 에르메스도 들고 다닐 수 있어..!? 완전 귀부인이 다 됐어?! 꺄하하하!! 앞니 두 개만 다 심으면, 이제 에르메스 백을 들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르고, 벨트까지 하고 외출할 거야!! 호홋!"그 시각, 김상곤은 소파에 앉아 시후가 선물한 찻잎을 꺼내 자신이 지금까지 직접 산 찻잎과 무엇이 다른 지 맛보려고 했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통 속에서 콧속을 파고 드는 향긋한 향기가 나는 게 아닌가? 김상곤은 너무나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향기로운 찻잎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물에 타기도 전에 그 냄새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게다가 찻잎들을 보면 한 조각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크기와 색상 역시 문제가 전혀 없으며, 물을 부었을 때 미세한 거품이나 가루들도 없는 것이 눈으로 보아도 좋은 잎들을 하나하나 골라낸 것 같았다..! 그는 찻잎을 한 움큼 집어 코끝으로 살짝 냄새를 맡았고, 또 자신이 직접 산 찻잎을 집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김상곤의 감탄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장인 어른은 확실히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골동품으로 돈을 벌어볼래도 늘 가짜만 사들이고, 찻잎을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늘 중국산 가짜 명품 차나 고르고 있으니.. 아무래도 장인 어른은 WS 그룹 가족들과 함께 살 때, 늘 무시당하면서 제대로 된 비싼 것들을 써본 적이 없어서 보는 눈이 없을 지도.. 가족들과 살 때는 신 회장의 무시를 받았고, 몇 년 뒤에는 계속 윤우선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살면서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고, 금전적으로도 늘 부족했다. 다행히 김상곤의 성격이 낙관적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다.이 시각. 상곤과 가족들이 기쁘게 차를 음미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별장 건물에서는 홍라연이 가족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그녀는 외간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을 뿐만 아니라, 김창곤에게 성병까지 옮긴 터라 이 집안에서 계속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송 그룹의 최우식 대표가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WS 그룹 가족들은 감히 그녀를 내쫓거나 정리해버릴 수는 없었다.처음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킨 홍라연은 신 회장과 김창곤의 온갖 비위를 맞추며,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고 심지어 김창곤을 위해 해산물을 잔뜩 사 와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비굴하게 행동했다. 이렇게 정성 들여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준 것은 분명 가족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홍라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무시했다.최근 WS 그룹 가족들은 최우식 대표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마침내 회사를 다시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홍라연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WS 그룹을 경영하기 위해 회사로 복귀했다. 신 회장은 여전히 모든 권력을 잡고 있었고, 김창곤은 총괄 대표, 김혜준은 사업총괄 책임자로, 김혜빈은 상무를 맡게 되었다. 이 네 식구는 매일 같이 출근 이른 시간에, 퇴근은
안충주와 안태풍은 앞장서서 Samson 그룹 가족들을 데리고 VIP 실을 떠났다. 멀어져 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시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그는 외가 식구들과 상봉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이것은 조부모님들께 심리적으로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은 부모의 죽음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고, 적이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자, 지금껏 자신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 온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결국, 어둠 속에 있어야만 조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가 자신을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적에게 일찍 노출시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네 대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VIP 구역에는 시후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든 유나만 남았다. 시후는 아내의 뇌에 남겨 둔 한 가닥의 영기를 조용히 회수한 후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그러자 잠시 후, 유나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며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곧, 관람석의 큰 창 너머로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혜리를 보자, 그녀는 번개에 맞은 듯 놀라며 외쳤다. “어?! 콘서트가 이미 시작된 거야?! 내가... 내가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잠들었지...” 그녀는 급히 옆에 있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다급히 말했다. “여보... 여보, 얼른 일어나요!”시후는 졸린 척 눈을 뜨며 멍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 여보... 나 꿈꾸고 있었는데...”유나는 무대를 가리키며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봐요, 콘서트가 이미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 둘 다 잠들었다니...”시후는 놀란 척하며 말했다. “아이고, 그렇네... 나도 어떻게 하다 잠들었는지 모르겠네.. 오늘 낮에 너무 놀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안충주는 심지어 아버지의 손바닥에서 계속 찔린 부위가 이미 깊게 움푹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안산의 손바닥은 끊임없이 찔려서 손상되었고, 볼펜 잉크가 피부에 스며들어 마치 오래된 문신 같은 자국을 형성하고 있었다.비록 손바닥에 적힌 내용을 명확히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안충주는 그것이 분명 아버지가 직접 적은 글로 아버지 자신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한 문구일 것이라 추측했다.안충주는 마음이 아파왔고, 조용히 아버지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아버지가 다음 번에 볼펜으로 손바닥을 찌르고 적힌 글씨들을 몰래 살펴볼 때, 비로소 손바닥 안에 적혀 있는 세 줄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예선이와 은 서방이 떠난 지 어느덧 20년이다. 둘째, 시후의 약혼녀에게 목숨을 구하는 은혜를 입었다. 셋째, 시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이 세 줄을 읽은 안충주는 코끝이 찡해졌고,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그는 아버지가 이 세 줄의 글을 적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이 세 줄을 손바닥에 적은 이유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잊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부모로서 딸과 사위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고, 외손자를 여전히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렇게 어렵게 기억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안충주에게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위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가 스스로 이겨 내기를 바랄 뿐이었다.곧 안태풍이 뉴욕에 있는 Samson 그룹의 보디가드들을 모두 공연장 근처로 소집했다. 인원이 모두 모이자, 안태풍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제 출발하시면 됩니다.”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유현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씨, 그럼 우리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번에 도움을 줘 정말 고맙습니다! 나중에 우리 충주나 태풍이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Samson 그룹이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절대 힘을
안예선의 선견지명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녀는 AB 빌딩을 건축할 당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B 빌딩의 꼭대기 층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AB 빌딩의 꼭대기 층은 최고 수준의 방탄유리로 제작되었으며, 꼭대기 층으로 연결되는 옥상과 아래층 통로, 엘리베이터 샤프트 등은 은행 금고에 버금가는 강력한 물리적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물리적 차단 장치가 완전히 닫히게 될 때, 꼭대기 층은 마치 철옹성과 같아져 단일 무기나 공격으로는 옥상, 아래층, 창문 등 어느 방향에서도 침투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만약 적이 뉴욕 도심에서 무장 헬리콥터를 동원해 강제로 공격을 시작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이곳에 침입할 수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AB 빌딩은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이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뉴욕 초고층 빌딩의 안전은 미국 경찰과 국가안보기관에서 매우 중시하는 분야가 되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AB 빌딩을 대놓고 공격하려는 자는 없을 것이며, 무장 헬리콥터 같은 대규모 무기를 맨해튼 상공으로 가져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할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안예선은 오래전부터 결론을 내렸다. Samson 그룹이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AB 빌딩에 숨는 것이 다른 어떤 장소보다도 안전할 것이라고 말이다. AB 빌딩에 숨는 것은 뉴욕의 천만 명 가까운 시민들 머리 위에 숨는 것과 같았다. 뉴욕 시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에서든 고개를 들어 화려한 맨해튼의 먼 곳을 바라보면 AB 빌딩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이의 눈이 닿는 곳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Samson 그룹에 해를 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안예선은 AB 빌딩을 Samson 그룹의 최후의 요새라고 불렀다. 이 요새의 비밀은 오직 안산과 장남 안충주만 알고 있었는데,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AB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안태풍조차 이 층의 비밀을 몰랐다.안태풍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 배유현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Samson 그룹 사람들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방에 들어선 배유현은 예의를 갖추어 안산에게 말했다. “안 회장님, 저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의 부탁을 받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그 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께서 우선 연락해 지원을 요청하고,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정하신 뒤 제가 사람들을 배치해 여러분을 호위하며 이동하라고 하셨습니다.”안태풍은 놀라서 물었다. “배유현 씨, 당신이 말한 그 분이 대체 누구입니까?! 혹시 조금 전 우리를 구해준 그 분입니까?!”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덧붙였다. “그 분께서 저를 보내 현장을 처리하도록 하셨기에, 제가 급히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현재 바깥의 상황은 모두 처리되었으니, 이동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안산은 매우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아가씨,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그 분께서는 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우리 Samson 그룹의 열 명이 넘는 목숨을 구해주신 엄청난 은인이십니다. 이 은혜에 언젠가 보답할 기회를 찾고 싶어 그렇습니다!”배유현은 말했다. “안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분께서는 저 역시도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은인입니다. 제가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있었을 때, 큰아버지가 회장직을 빼앗고, 막대한 돈을 들여 저와 할아버지를 죽이려 했습니다. 그때 그 분께서 우리 두 사람을 구해주셨고, 철저히 보호해 주셨으며, 결국 우리를 뉴욕으로 데려와 페이셔스 그룹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녀는 안산을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안 회장님, 그 분께서는 실력이 강력하시며 매우 겸손하신 분입니다. 그 분께서 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신다고요. 그러니 그 분의 신원을 조사하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남기
안태풍의 말은 시후를 순간적으로 놀라 멈칫하게 만들었다. 부모님의 살해 사건에 대해 시후는 줄곧 철저히 조사하고자 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삼촌 안태풍이 어머니를 언급하자, 시후는 곧바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Samson 그룹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혹시라도 그들이 내부 정보를 흘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어진 안산의 말은 시후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안산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네 누나와 매형이 당했던 사건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도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조사해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네가 이번 일이 네 누나의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구나. 왜 그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우리 가족들을 죽이려는 거냐!? 대체 네 누나와 매형이 어떻게 그들을 건드렸기에,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 가족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는 계획을 세운 걸까?!”Samson 그룹 사람들은 한순간 침묵에 빠졌다. 시후 역시 마치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시후 역시도 한 때 부모의 죽음이 로스차일드 가문과 연관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는 최근까지도 힘을 기르고 자신의 전반적인 실력을 키우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부으며, 언젠가 로스차일드 가문과 마주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보니, 이 사건이 로스차일드 가문과도 딱히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이로 인해 시후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로스차일드 같이 극도로 부유하고 강력한 슈퍼 가문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가문이 Samson 그룹조차도 별 볼일 없이 여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사우디 왕실 역시 재력이 막강하지만, 그들의 특징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들은 본토 밖에서 일어난 일들에는 얽히
이때 Samson 그룹 사람들의 감정은 최악이었고, 모두가 깊은 슬픔과 좌절에 빠져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시후의 셋째 외삼촌 안재남이었다. 그는 도저히 자신과 결혼한 아내가 어째서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가족애와 사랑에 대한 세계관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그의 딸은 여전히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모 안유진이 그녀를 품에 안고 계속 위로하고 있었다.아버지와 가장 성격이 강직한 안태풍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그의 몸은 분노와 절망으로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오늘 밤은 지난 수십 년간 혹은 이십 여년 동안 우리 가족들이 Samson 그룹의 밖에서 완벽하게 모인 첫 번째 날이었어요.. 이번에 한 명만 오지 않았을 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있었다고요....”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우리가 이동할 때 두 대의 비행기를 이용한 것도, 만일을 대비해 가족 전체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 방심했어....”시후의 외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나서서 은서의 공연에 가자고 제안했잖아. 결국 은서가 우리 Samson 그룹에 큰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녀를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안충주는 서둘러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를 탓할 수는 없어요! 고은서 양이 우리 집안에 큰 은혜를 베푼 건 사실이니까요. 우리가 그녀를 응원하러 온 것도 당연한 일이죠. 문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안락한 삶을 살아오며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졌다는 겁니다. 이번 일은 다행히도 넘어가서 목숨을 건졌으니, 앞으로는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안산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
시후는 오늘 이렇게 Samson 그룹의 위기는 일단락되었지만, 자신의 정체가 Samson 그룹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Samson 그룹의 능력을 고려한다면, 만약 그들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때 고은서나 배유현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었다. 따라서 시후가 해야 할 일은 Samson 그룹이 자신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조사하지 않게 만들거나 감히 조사를 시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이에 그는 배유현에게 말했다. “Samson 그룹 사람들을 안전한 장소로 데려다 준 후 반드시 당부해야 합니다. 아니, 경고해야 합니다. 절대 어떠한 방식으로도 나의 정체를 조사하려 하지 말라고요. 나는 정의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라, 내 존재를 알리는 걸 싫어한다고 말입니다. 더구나 누군가가 나의 뒤를 캐려고 하는 건 더더욱 싫으니 그들이 경고를 무시할 경우, 그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라는 걸 명심시켜 주세요.”배유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묻고 싶은 말을 삼키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시후는 다시 원서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원 선생님, 오늘 밤은 수고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원서훈은 감격하며 대답했다. “은 선생님께서 저를 이렇게 신뢰해 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꼭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후, 김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우, 이제 주어진 임무는 무엇보다도 은서의 콘서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희생자 직원들의 가족들과 접촉해 충분한 보상금과 비밀 유지 비용을 제공하고, 이번 일을 절대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도록 해요. 이해했죠?”김지우는 약간 망설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 만약 그들의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시후는 단호히 말했다. “한 사람당 높은 금액을 제시해요. 이 비용은 내가 부담하죠. 동시에 그 가족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며, 시후는 곧바로 물었다. “원 선생님, Samson 그룹 사람들의 반응을 잘 살펴보셨습니까? 이 여성이 누구인지 추측하실 수 있을까요?”원서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급히 말했다. “한 남성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의 남편인 듯한데, 그가 다른 남자에게 ‘둘째 형님’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를 부르며 ‘아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시후는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추측했다. 이 사람은 아마 자신의 셋째 외숙모일 것이라고. 결국 ‘둘째 형님’이라 불릴 사람은 자신의 둘째 삼촌 안태풍 뿐이었다. 그리고 그를 ‘둘째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셋째 삼촌 안재남 뿐이었다.시후는 혹시 이 여성이 막내 이모 안유진이면 어떡하나 싶어 가장 두려웠다. 만약 그랬다면, Samson 그룹 내부에서 이미 적의 침투를 허용한 셈이고, 이런 상황은 어떤 각도에서 봐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셋째 외숙모라는 말을 듣고 시후는 약간 안심했다. 하지만, 그저 약간 안심했을 뿐이었다. 셋째 외숙모와 삼촌 안재남은 결혼한 지 적어도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녀가 왜 갑자기 '죽을 각오를 한 전사'로 변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만약 그녀가 중간에 적에게 세뇌당한 것이라면, 그 조직의 능력은 정말 경악할 만한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상류층 재벌가의 사모님을 세뇌하여 자발적으로 적의 군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반대로 그녀가 처음부터 그 조직의 일원이었고, Samson 그룹에 잠입하기 위해 준비된 스파이였다면, 그 조직의 능력과 계략은 훨씬 더 무시무시한 수준일 것이다. 죽을 각오를 하게 만든 후, 삼촌 안재남과 십 년 넘게 부부로 지내며 아이까지 함께 키우다니... 이 정도로 치밀한 계획은 정말 소름 끼칠 정도의 계획이 아닌가! 게다가 이 조직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남편과 딸,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도 모두 희생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 정도의 통제력이라면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라고 할 수 있
안재남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원서훈과 Samson 그룹 사람들 모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열 여섯 살 된 그녀의 딸은 그 자리에서 거의 무너져 내렸다. 엄마의 시신을 붙잡고 흔들며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엄마...! 왜 이러는 거야, 엄마...! 나 놀라게 하지 마요...!”안재남 역시 거의 혼절할 지경이었다. 그는 급히 다가가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형 안태풍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안재남은 깜짝 놀라 안태풍을 바라보며 외쳤다. “형, 왜 나를 막는 거야?! 아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잖아!”그러자 안태풍은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봐! 아까 그 괴한의 우두머리가 어떻게 독을 먹고 자살했는지 기억 안 나?”“자...자살...” 안재남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형 말은... 아현이가 독을 먹고 자살한 거라고?!”안태풍은 시신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자살 말고 다른 가능성이 있겠어?”이때 원서훈이 급히 앞으로 나와 안재남의 아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러분, 아무도 움직이지 마십시오!” 그는 곧 자신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여기 사람들을 잘 감시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신을 안고 방을 빠져나와 시후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시후는 원서훈이 숨이 멎은 중년 여성을 안고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 김지우는 안재남의 아내를 본 적이 있었다. 비록 말을 섞지는 않았지만, 불과 수십 분 전 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사람이 지금 시신으로 나오자 그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시후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원서훈은 자책하는 얼굴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제 부주의로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까 수색하는 동안 모든 주의를 각자의 손에 집중하느라 이렇게 독을 먹고 죽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원서훈은 이어 깊이 후회하며 말했다. “독약을 어떻게 복용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손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