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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작가: 유진
전화기 너머로 탁유미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 씨, 우리 윤이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두 날 정도 적응하고 나면 소리를 듣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대요."

"너무 잘됐네요."

임유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네, 그럼 이따 오후에 윤이 보러 갈게요."

임유진은 윤이가 있는 병원과 병실을 전해 들은 후 통화를 마쳤다.

"그 귀가 안 들린다는 아이 말하는 거야?"

"응,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대. 이따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까 병원에 가보려고."

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같이 가."

"응? 같이?"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 회사는 어쩌고?"

"비서한테 오후 일정을 뒤로 미루라고 하면 돼. 어차피 오늘은 급한 일도 없어."

강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임유진은 이런 큰 규모의 회사에서 대표인 그에게 ‘급하지 않은 일’따위는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

임유진의 반응에 강지혁이 되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강지혁이 같이 가겠다고 했을 때 뜻밖이긴 했지만 조금 설렜다.

"그럼 같이 가는 거로 결정 난 거지?"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때쯤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

"누나,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위한 요리를 자주 해주면 안 돼?"

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들었고 강지혁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강지혁은 씩 웃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주었다. 임유진은 민망함에 얼굴이 또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응?"

강지혁은 되물으며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

"나 셰프님처럼 맛있게는 못해."

"상관없어. 난 누나가 만든 음식이 좋은 거니까."

임유진은 강지혁이 아무리 음식에 까다롭지 않다고 해도 집에 있는 셰프님의 요리를 놔두고 왜 굳이 자신이 만든 ‘일반 음식’을, 그것도 자주 먹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기분 좋아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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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네가 뭐라고 내가 다시 널 사랑해야 하지?”강지혁은 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하지만 목소리가 커진 탓에 어깨에 늘어져 있던 아이가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현이는 비몽사몽 한 채로 눈을 뜨더니 고개를 살짝 들고 강지혁에게 말했다.“아빠, 시끄러워. 현이 잘 거니까 조용히 해.”아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강지혁의 볼에 뽀뽀를 했다.그리고 강지혁은 아이의 행동에 또다시 몸이 경직되었고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변했다.“현아, 엄마랑 같이 방에 가서 자자. 아빠 일해야 해.”임유진은 그제야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현이에게 말했다.이에 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진에게로 팔을 활짝 열었다.임유진은 조심스럽게 강지혁의 품에서 현이를 안아 들며 자신의 어깨에 아이의 머리를 기대게 했다.아이가 임유진에게로 넘어간 후 강지혁은 순간 몸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빨리 아이를 떼어내고 싶었는데 막상 임유진이 아이를 안아가자 이상하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아니, 오늘 대체 왜 이러는 거지?강지혁이 느낀 모든 이상한 느낌은 전부 다 눈앞에 있는 두 모녀 때문이었다.“우리는 이만 나갈게. 마저 일해.”임유진은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 현이를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녀는 나가기 위해 서재의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다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혁아, 나 죽은 거 아니니까 우리는 아직 부부고 나는 아직 네 와이프 맞지? 그런 거면 네가 다시 날 사랑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임유진은 이 말을 남긴 후 그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서재를 나가버렸다.그리고 강지혁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하다고?5년 전에 멋대로 떠나버린 여자에게서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하지만 분명히 심기가 불편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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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강지혁은 아이를 품에 안아 든 채 마치 동상처럼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네가 들어와?”“어차피 누구든 현이만 데리고 나가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고 비서님 대신 내가 왔어.”임유진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강지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아까 고이준은 그녀가 죽은 후 강지혁이 그녀의 유골함을 품에 끌어안고 이성을 잃고 절규했다고 하며 거의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했다.그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임유진은 그저 그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하며 아파 났다.이 남자는 대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 것일까.강지혁은 그때 그녀에게 자신의 목숨도 줄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고도 했다.자신의 목숨과 그녀의 목숨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던 그 날, 그는 망설임 없이 유언을 남기고 자신이 죽는 것을 택했으니까.강지혁은 정말 목숨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에 관한 건 추억도 감정도 뭐든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하지만 살아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면 된다. 그래서 그가 다시 한번 그녀를 사랑하게 하면 된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현이가 너 엄청 좋아하나 보네. 현이는 싫은 사람한테 안기거나 안겨서 자거나 하지 않아.”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더니 이내 다시 말을 내뱉었다.“애 데리고 나가.”임유진은 그 말에 딸을 안아가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사실은 혁이 너도 현이 좋아하잖아. 안 그래?”그녀가 알고 있는 강지혁은 정말 싫으면 상대가 아무리 아이라도 절대 안아주지 않을뿐더러 자기 몸에 찰싹 달라붙게 하지 않는다.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왜 그렇게 확신하지?”“그야 너는 누가 네 목에 손대는 걸 쉽게 허락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2화

    현이는 강지혁의 목을 끌어안던 팔을 풀고 이번에는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지기 시작했다.강지혁은 자연스러운 아이의 터치에 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모녀라 그런지 얼굴뿐만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그를 만지는 것 역시 아주 똑 닮아 있었다.강선현은 아까부터 계속 아래에서만 보다가 드디어 아빠의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그리고 이렇게 바로 앞에서 바라보니 아빠는 생각보다 사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아빠는 현이 아빠니까 앞으로는 현이도 아빠를 엄마처럼 좋아할 거야. 하지만 자꾸 울면 안 돼. 남자는 많이 우는 거 아니라고 그랬어. 그리고 자꾸 울면 애들이 현이 아빠가 울보라는 걸 알게 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울지 마.”강지혁은 자신을 창피해하는 듯한 아이의 말에 기가 막히고 또 웃기기도 했다. 이제껏 그 누구도 그를 창피해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눈앞에 있는 이 콩알만 한 딸이 진심으로 그에게 창피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현이는 말을 마친 후 하품을 크게 했다. 아빠 품이라 그런지 조금의 불편한 느낌 없이 잠이 솔솔 밀려오기 시작했다.현이는 손으로 눈을 한번 비비적거리더니 이내 강지혁의 얼굴을 잡고 볼에 ‘쪽’하고 뽀뽀를 했다.말캉한 작은 입술이 볼에 닿자마자 강지혁의 몸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굳어버린 몸과 달리 아이의 입술이 닿은 볼은 점차 뜨거워 나며 심장은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게 바로 아이에게 뽀뽀 받는 느낌인 건가?돌이켜보면 강선율과는 한번도 이런 식의 스킨십을 한 적이 없다. 아들에게 요구한 적도 없거니와 아들 쪽에서 먼저 해주려는 낌새도 없었으니까.강지혁과 김선율의 사이는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사이가 아닌 말 하자면 지극히 담백한 부자 사이였다. 강지혁은 아들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는 자상한 아빠면서도 아들에게 친밀한 행동 같은 건 먼저 하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강선율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심지어 강지혁은 강선율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1화

    몇 분 전.현이는 자신을 챙기던 도우미에게서 강지혁이 서재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재가 어디인지 물은 후 곧바로 그곳으로 뛰어갔다.하고 싶은 얘기가 가득했기에 아이는 한시라도 빨리 강지혁이 보고 싶었다.“누가 함부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강지혁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는 평소에도 혼자 조용히 서재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타인의 방해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특히 지금은 임유진에 관해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마침 그녀의 얼굴을 그대로 복사하고 붙여놓은 듯한 아이의 얼굴이 보이자 더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구체적으로 그게 왜 심기가 불편한지는 그조차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아이가 턱을 치켜들며 당돌하게 말했다.“아빠 얼굴 제대로 보고 싶어서 현이가 멋대로 들어왔어. 아빠도 현이 얼굴 제대로 잘 봐. 현이는 이제부터 아빠 딸이니까 절대 현이 얼굴 잊어버리면 안 돼!”현이는 아까 경찰서 앞에서 한눈에 강지혁이 아빠라는 걸 알아본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누가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지?”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아이는 임유진과 똑 닮은 두 눈을 깜빡이며 또박또박 대꾸했다.“엄마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는데? 아빠 사진 보여주면서 현이 아빠라고 했어. 아빠 만나기 전에 아빠 사진이 찢어져서 속상했는데 엄마가 아빠 만나면 마음껏 사진 찍을 수 있다고 했어. 참, 내 이름은 강선현이야. 원래는 임현이었고 지금도 임현이 더 좋은데 엄마가 이제부터는 강선현이라고 했어. 그리고 나는...”아이는 자그마한 입술로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색상, 그리고 좋아하는 이야기까지 미주알고주알 쉴 틈 없이 그에게 얘기해주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과묵한 아들인 강선율과 달리 딸인 강선현은 상당한 수다쟁이였으니까.그리고 사진이라니, 그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임유진이라는 여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딸에게 멋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을 해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0화

    “회장님께서 소안나를 입양한 건 도련님이 우연히 두 모녀가 괴롭힘당하는 걸 봤다가 갑자기 여동생이 갖고 싶다고 해서 입양한 겁니다.”고이준은 임유진이 괜한 오해를 할까 봐 서둘러 해명했다.“도련님이라는 건... 선율이요?”임유진은 아들 얘기에 눈이 반짝였다.“네, 아마 조금 있으면 하원 하실 겁니다.”“그럼 나머지 한 명은요? 세쌍둥이였잖아요. 내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는 현이 밖에 없었어요. 이쪽에 두 명 다 있는 건가요?”임유진이 조금 급하게 물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고이준과 집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아니요. 저택에 보내진 건 도련님뿐이었습니다.”“아...”임유진은 그 말에 순간 심장을 누군가가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이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닌데 막상 정말 없다는 걸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세쌍둥이이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싶었던 그녀의 소중한 아이들이었다.그런데 한 명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김재호가 도련님을 이쪽으로 보내왔을 때 살아있는 아이는 한 명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가씨도 멀쩡히 살아 돌아왔잖습니까! 어쩌면 나머지 한 명도 살아있을지도 몰라요.”집사가 말했다.소안나를 아가씨로 부를 때는 썩 내키지 않았는데 진짜 딸이 돌아오니 호칭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임유진은 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현이도 살아있었으니 어쩌면 그 아이도 살아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빠르게 찾기 위해서는 김재호가 필요하다. 김재호라면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김재호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임유진이 물었다.“사람을 불러 회장님께 최면을 걸게 한 뒤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도망갔어요. 그 뒤로 깜깜무소식이었고요.”고이준이 답했다.“그런데 오늘 김재호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알아냈다고 하더라고요. 아까 경찰서에서 나왔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습니다.”그 말에 임유진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고이준을 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29화

    이 얘기는 아는 사람이 몇 없다.“사모님께서 절벽으로 떨어졌을 때 회장님은 하마터면 정신을 놓으실 뻔했어요. 그 상황에 김재호가 아이를 한 명 집으로 보냈고 회장님께는 유골함을 건네줬죠. 회장님은 사모님의 유골함을 안고 거의 이성을 잃으시고 절규했어요. 만약 그때 사모님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면 회장님은 아마 살 수 없으셨을 겁니다.”고이준의 말에 임유진은 마치 마음에 파도가 치는 기분이었다.‘대체 내가 잃은 기억이 뭐지? 정신을 놓을 뻔했다니... 혁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단 말이야?’“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왜 절벽에서 떨어져요?”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는 지금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시라도 빨리 기억해내고 싶었다.이에 고이준은 당시 임유진이 절벽에서 떨어져야만 했던 그 날의 일을 전부 다 그녀에게 얘기해주었다.“사모님 유골함을 들고 있던 회장님의 모습은 정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김재호가 제안을 해왔죠. 사모님과 관련된 기억만 지우자고요. 그러면 회장님께서 정신을 차리신다고요.”“지워요? 어떻게요? 어떻게 저와 관련된 기억만 지울 수 있는 거죠?”“최면으로요. 김재호가 최면 쪽으로 유명한 의사를 불러왔고 결국 성공적으로 사모님 관련 기억들만 사라졌어요. 그런데 가끔 회장님께서 얘기하시는 걸 들어보면 뜨문뜨문 파편 같은 기억들은 떠오른대요. 그런데 사모님과 나눴던 감정 같은 건 아마...”고이준은 말을 마치고 괜히 임유진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어 시선을 내렸다.기억을 잃기 전의 강지혁은 임유진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지만 기억이 사라진 지금은 아마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는 말이다.하지만 강지혁은 오늘 임유진을 만나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먼저 임유진을 차로 데려갔다. 그런 걸 보면 아무리 최면으로 기억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임유진을 대할 때만은 다른 것 같았다.임유진은 고이준의 말에 그제야 강지혁이 왜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28화

    임유진은 차 안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자신을 떠올리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사실 그녀도 설마 자신이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그저 강지혁을 만난 후 모든 게 그렇게 당연하게 흘러갔다.다만 당시 그녀는 강지혁과의 순간에 너무 심취되어 차량 밖에는 아직 한 무리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래서 잠깐 차에서 내려 딸을 데리러 갔을 때 사람들의 눈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차 안에서 둘이 뭘 했는지 다 알고 있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볼 게 뻔했으니까.그런데 그때 현이가 해맑은 얼굴로 물어왔다.“엄마, 아빠랑 왜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거야? 아빠한테 이야기라도 들려줬어?”임유진은 그 말에 하마터면 중심을 못 잡아 넘어질 뻔했다. 현이가 이야기 얘기를 한 건 딸이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임유진이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으로 나쁜 생각을 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린 현이는 아까 강지혁이 울었으니 그가 속상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그녀가 함께 차 안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다.“응... 아빠한테 이야기 들려주고 있었어.”임유진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가 그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은 아까보다 더 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시 현재.임유진이 강씨 저택으로 돌아오자 그녀를 모셨던 도우미들이 다들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반겼다. 그리고 집사는 잔뜩 격앙된 얼굴로 몇 번이나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살아있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사모님,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네... 저 돌아왔어요.”임유진이 그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혁이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그럴 생각은 정말...”“돌아오셨으면 됐죠! 살아계시면 된 겁니다!”집사의 눈시울은 어느새 빨갛게 변해있었다.강지혁은 저택으로 들어온 후 바로 2층으로 올랐다. 그래서 임유진은 차라리 잘 됐다 싶어 집사와 고이준이 다 있을 때 줄곧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27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강지혁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지만 그녀를 밀쳐내지는 않았다.그렇다는 건 싫은 게 아니라는 뜻일까?임유진은 그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확 편안해져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5년이나 지났는데 그는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의 5년 전 그 남자였다. 세월이 마치 강지혁만 비켜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하지만 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면 전보다 더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물론 그 느낌은 이렇게 눈물을 보이기 이전에 한해서지만.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어쩐지 조금 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보면 눈물을 잔뜩 흘린 탓에 가뜩이나 매력적인 눈동자가 더 촉촉해졌다.그리고 그런 눈으로 지금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데 임유진은 왜인지 그가 노려보는 게 꼭 자신을 꼬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어떻게 이 남자는 모순 가득한 이 상반되는 감정을 담은 눈으로도 이렇게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지?강지혁은 알까? 지금 그의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임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혁아, 보고 싶었어. 엄청... 매일... 계속해서 네가 보고 싶었어. 빨리 너 만나서 얘기해주고 싶었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임유진의 얼굴이 다가오면 올수록 그의 몸이 굳어갔다.보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그녀가 내뱉은 이 말에 그의 몸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부드럽게 떨리기 시작했다.임유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을 그의 입술 위에 포갰다.5년 만의 입맞춤이었다.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낯선 느낌보다 익숙한 느낌이 먼저 들 수가 있지?강지혁의 입술은 부드럽지만 아주 조금 찼다.하지만 그 체온 또한 너무 익숙했다. 그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마치 선물로 다가왔다.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남자를 드디어 실물로 볼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은 천천히 눈을 감고 더 깊이 입술을 부딪쳤다.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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