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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15 18:00:00
임유진은 강지혁과의 결혼하겠다고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니까.

한지영을 위해서도 그렇고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말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목소리 하나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럼 나는? 강지혁과 결혼하는 게 나 자신한테는 최선이 맞을까? 강지혁을 향한 나의 마음은 정말 완전히 사라진 걸까? 아니면 계속 마음속 깊이 있는 걸까?’

임유진과 고이준이 떠난 후 한씨 부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까 고이준이 그들 부부에게 한지영에 관해 얘기한 후 은근슬쩍 임유진이 강지혁과 결혼하게 된다는 정보도 흘렸기 때문이었다.

임유진이 강지혁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강지혁은 S 시의 최고 재벌이고 일반인이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운 그럼 남자였으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한종훈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다음에 유진이를 만나게 되면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대화하자. 우리한테 큰 도움을 준 애야. 사람 보는 눈은 지영이가 우리보다 낫네.”

한종훈은 임유진과 강지혁이 왜 갑자기 결혼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그 이유 중에 자기 딸이 관계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해영은 자괴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에 지영이 보러 또 오게 되면 그때는 사과부터 할게요. 내가 했던 말들이 있으니까...”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영 쪽을 바라보았다.

“우리 지영이, 이제는 아무 문제 없는 거겠죠? 무사히 깨어나겠죠...?”

한종훈은 울먹거리는 이해영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이제는 다 괜찮아 질 거야. 지영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깨어날 거야. 연신이와 결혼하는 걸 그렇게 고대했으니까 그것 때문에라도 꼭 깨어날 거야!”

...

고이준은 병원에서 나온 후 임유진을 강씨 저택까지 데려다주었다.

임유진은 차량에서 내린 후 눈앞에 보이는 저택을 보고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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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불빛 덕일까? 차갑던 그의 얼굴이 지금은 조금 부드러워진 듯했다.부드러워졌다니... 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는지 쓰게 미소를 지었다.강지혁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신과 결혼하려는 건 단지 자신의 뱃속에 그의 핏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왔어? 병원은 가봤고?”강지혁이 손에든 책을 옆에 내려놓으며 물었다.“응.”임유진은 대답한 후 시선을 소파 위에 있는 책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책 이름을 보고 하마터면 헛기침을 내뱉을 뻔했다.강지혁이 보고 있던 건 [행복한 임산부가 되는 방법]이라는, 임산부를 위한 책이었다.강지혁이 이런 책을 보고 있었다고?임유진은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우미한테 죽을 끓이라고 했으니까 다 되면 먹어. 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도우미에게 죽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임유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그다지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홑몸이 아닌 배 속에 또 다른 생명이 있기에 뭐든 먹어야 했다.임유진은 전에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거르거나 가끔은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던 나날들이 이제 와서 후회되기 시작했다.그리고 차 사고가 났는데도 무사히 뱃속에 있어 준 아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이건 정말 행운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잠시 후, 도우미가 죽을 들고 와 임유진의 앞에 내려놓았다.임유진은 눈앞에 놓인 죽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지혁은 그녀가 먹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임유진은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져 죽을 먹다 말고 분위기도 풀 겸 그를 보며 물었다.“죽 맛있는데, 너는 안 먹어?”“응.”강지혁의 짤막한 한마디가 끝이 난 후 분위기는 다시 싸해졌다.임유진은 결국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묵묵히 죽을 먹었다.그렇게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강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자.”그 말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입속에 있던 죽을 뱉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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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임유진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아까 강지혁이 어떤 마음으로 그녀에게 후회하냐고 물어봤는지를 말이다.강지혁은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심장과 호흡이 이대로 멈추는 줄 알았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몸을 움찔 떨었다.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강지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더 이상의 후회는 안 돼. 물론 이제는 후회할 기회도 주지 않을 거지만. 앞으로 너는 나, 강지혁의 와이프 여야만 하는 거야. 알겠어?”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켠 후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후회할 생각 없어.”...임유진은 죽을 다 먹은 후 강지혁과 함께 2층 방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이 향한 곳은 전에 임유진이 썼던 바로 그 침실이었다.그리고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는 여전히 강지혁의 방이 있었다.임유진은 익숙한 방을 삥 둘러보았다.방 내부는 전과 다를 거 하나 없었다. 심지어 그때 그녀가 놓고 갔던 옷가지들과 잡동사니들도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내 방으로 옮겨갈 거 있으면 얘기해. 이따 도우미가 알아서 옮겨줄 거야.”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임유진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설마 우리가 각방이라도 쓸 줄 알았어?”임유진은 입술을 한번 깨물고 그를 향해 말했다.“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같이 자야지. 하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니까 나는 따로 자면 안 될까? 아이 낳은 다음에 다시...”“싫다면?”강지혁이 말을 끊고 묻자 임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하지만 아이가...”그녀는 그토록 고대했던 아이이기에 아이를 잃을지도 모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아이 낳고 나서는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그전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될까?”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강지혁은 그녀가 이런 얼굴로 부탁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고 싶게 된다.그녀는 한 번도 자신에게 그런 적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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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되고 임유진은 원래 있었던 침실에서 잠을 청했다.내일 밤부터는 이제 강지혁의 방에서 그와 같이 자야만 한다.강지혁은 침대 옆에 걸터앉아 잠이 든 임유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창문 너머로 달빛이 그의 몸을 비추자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하지만 아름다운 외견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슬픔이 어려있었고 눈가에는 애절함이 담겨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속눈썹이 살짝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임유진의 오른손 손등에 입을 맞췄다.고작 입맞춤일 뿐인데 그녀를 향한 지독한 애정이 저절로 느껴졌다.“임유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강지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임유진이 싫다고,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리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봐도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이 감정을 결국 숨길 수는 없었다.그는 한시라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임유진은 강씨 저택에서 자는 건 오랜만이라 제대로 자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시계가 9시를 가리킬 때까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잤으니까.임유진은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다.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도우미의 얼굴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심지어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도우미는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도우미들이 그녀의 침대 곁에 서서 옷과 신발 액세서리와 메이크업 도구들을 한가지씩 들고 있었다“이게 무슨...”“대표님께서 사모님께서 일어나시는 대로 준비를 시켜드리라고 하셨습니다.”제일 나이가 있어 보이는 도우미의 말에 임유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이라니, 이렇게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틀린 호칭은 아니었다.“내가 알아서 할게요. 물건들은 저쪽에 내려놓고 이만 나가보세요.”임유진의 말에 도우미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손에 든 것들을 내려놓고 침실을 빠져나갔다.임유진은 도우미들을 내보내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그리고 도우미가 옷걸이에 걸어놓은 흰색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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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그렇게 보면 나는 네가 날 엄청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돼.”고개를 든 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나, 나는 그냥...”‘그냥 뭐? 그냥 바라본 것뿐이라고? 그냥 네가 오늘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뿐이라고?’이중 어떤 대답을 해도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결국 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의 눈만 빤히 바라보았다.“날 사랑하는 게 아니면 다시는 아까 같은 눈으로 보지 마. 멋대로 오해하기 싫으니까.”“응... 알겠어.”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예 시선을 내리고 밥을 먹었다.대체 그녀의 눈이 어땠길래 강지혁이 그런 말을 한 걸까?엄청 사랑하고 있다니, 대체 어땠길래......아침을 다 먹은 후 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구청으로 향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임유진과 강지혁은 접수 번호를 받은 후 의자에 앉아 순서가 불리기를 기다렸다.그들 앞에는 3명이 더 있었다. 혼인 신고하러 온 건지 이혼 신고하러 온건인지는 모르지만...혼인신고와 이혼 신고하는 곳이 같다 보니 대기 의자에 앉아 가끔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상당히 민망했다.하지만 강지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솔직히 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렇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다.평소에는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부하직원이 알아서 다 해줬으니까.그런데 지금 그는 마치 일반 시민처럼 접수 번호를 받고 자신이 번호가 불리기 전까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그때 임유진의 옆에 앉은 젊은 여성 한 명이 임유진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두 분 혼인 신고하러 오신 거죠?”“네.”“후후, 커플룩이라서 바로 눈치챘지 뭐예요. 그보다 남편분이 정말 잘생기셨네요. 연예인 뺨치는데요?”남편이라는 말에 임유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강지혁은 무척이나 태연해 보였다.“왜, 남편이라는 호칭이 불편해?”“그... 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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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누군데? 역시 신인 남자 배우야?][배우는 무슨! 강지혁이잖아!][강지혁? 어떤 강지혁?][야, 내가 이렇게 흥분할 정도의 남자라면 딱 한사람밖에 더 있어?]친구의 말에 여성의 손이 멈칫했다.그리고 그때 마침 임유진의 접수번호가 들려오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은 채 8번 창구로 향했다.여성은 강지혁의 뒷모습을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저 남자가 정말 GH 그룹의 대표 강지혁인 걸까?그때 휴대폰 알림이 또다시 울렸다.[그래서 어디서 봤냐니까?][구청.][구청? 강지혁이 구청에는 왜 갔지?]친구가 의문 가득한 이모티콘까지 붙이고 물었다.[아마... 혼인 신고 때문이 아닐까?]여성은 소문으로만 듣던 강지혁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된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강지혁이 접수번호를 받고 웬 여자와 함께 커플룩을 입은 채 혼인 신고를 하려 하다니...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아, 그럼 강지혁이 아니겠네. 강지혁이랑 엄청 비슷한 남자인가 보다.]친구의 말에 여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사 강지혁이 혼인 신고하러 왔다고 한들 접수번호를 받고 기다릴 리가 없었다.그렇게 한시름을 놓으려던 그때 여성은 강지혁과 임유진의 혼인 신고접수를 도와주던 직원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지금은 몸을 벌벌 떨기까지 했다.그리고 잠시 후 구청 직원 5명 정도가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빠르게 그쪽으로 다가갔다.그중 제일 앞에 서 있는 남성은 나이가 조금 있었는데 그 남성은 유니폼이 아닌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여성은 구청으로 들어오는 길 바로 옆에 세워진 홍보 포스터를 떠올리고는 그 중년 남성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해당 중년 남성은 바로 구청 청장이었다.청장이 왜 창구로 왔지?여성이 의문을 품던 그때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청장이 의자에 앉아 있던 직원을 물리더니 자신이 대신 의자에 앉은 것이다. 그러고는 직접 두 남녀의 접수를 도와주었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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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진기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다만 진기태는 몸을 비스듬히 한 채 앞이 아닌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어 임유진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강지혁, 네가 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임유진이 그렇게 된 건 네 탓도 있어!”진기태의 분노 어린 말에 임유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갔다.그러자 그때 사무실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그때는 진화 그룹과 당신 가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임유진은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은 평소와 달리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예쁜 두 눈에 살기도 어려 있었다.‘살기...? 내가 뭘 잘 못 본 건가?’진기태는 강지혁의 위협에 겁을 먹고는 그의 눈을 피하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드디어 임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금세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강지혁도 그때쯤 임유진이 밖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는 그녀를 보더니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서둘러 분노를 지우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해봤지만 눈가에 서린 당황함과 초조함은 감춰지지 않았다.진기태와의 대화를 들은 걸까?만약 들었으면 어떡하지?임유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멀리하려고 들면...강지혁은 그 생각에 순간 호흡하는 것조차 곤란해지며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임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혁아, 방금 진기태 회장이랑...”“일 얘기 했어. 일 얘기만...”강지혁은 서둘러 대답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호흡은 점점 더 딸리기 시작했다.“너 얼굴이 왜 그래? 괜찮아?!”임유진은 창백한 그의 얼굴이 걱정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얼굴에 닿기도 전에 강지혁에 의해 손이 저지당하고 말았다.“난... 괜찮아.”임유진은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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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혁아, 아무리 그래도 너랑 우리랑은 사돈이 될 뻔했던 집안이잖냐. 그간의 정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진기태가 먼저 말을 꺼냈다.“진가원 프로젝트는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야. 너희가 가져가봤자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텐데 굳이 왜 그걸 가져가려고 해.”“진화 그룹도 이제는 슬슬 무대 아래로 내려가야 하지 않겠어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잔뜩 긴장한 진기태와 달리 그는 아주 여유롭다 못해 느긋해 보이기까지 했다.“우리 그간 사업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를 잘 이어왔잖아. 뭐 서운한 거 있으면 그냥 나한테 직접 얘기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그럼 진화 그룹과 진화 그룹 산하의 모든 회사를 다 저한테로 넘기세요.”강지혁의 말에 진기태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했다.모든 회사를 다 넘기라니, 그건 헐벗고 거지가 되라는 말과도 같았다.“너...!”진기태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너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설마...”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몇 초도 안 돼 아무리 강지혁이 미친놈이라고는 해도 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강지혁이 여자 하나 때문에 멀쩡한 가문 하나를 없애버리려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하지만...’하지만 그거 말고는 강지혁이 갑자기 이러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씨 가문과 강지혁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건 임유진이 감옥에 간 일밖에 없으니까.“너 혹시... 임유진 때문은 아니지?”진기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세요?”강지혁은 아주 빠르게 인정했다.“허...!”진기태는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 하나 때문에 이런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하, 하지만 그 일은 그때 세령이가 이미 대가를 치렀잖아!”일전 진세령은 임유진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강지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연예계에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1화

    하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고통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윽...”이경빈의 머릿속으로 당시의 장면이 하나둘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탁유미는 그때 이경빈에게 자신은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수백 번을 더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고 오로지 탁씨 가문에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며 공수진이 그렇게 된 게 전부 탁유미 때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비참한 그녀의 말로를 봐야만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사라질 줄 알았다.그는 법을 무기로 그녀의 몸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자존심과 순박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그 맑은 눈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경빈이 너는 운명을 믿어?”“글쎄. 너는?”“나는 믿어. 그리고 그 운명과 평생 함께한다는 얘기도 믿어. 운명이라면 서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이전 사람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경빈아, 나는 네가 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어.”“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응. 나는 이번 생에 이경빈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계획은 없거든. 난 너만 사랑할 거야!”너만 사랑할 거라는 말을 했던 탁유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짓밟고 더럽히고 또 처참하게 버렸다.임유진은 면회실에서 나와 천천히 이경빈의 앞으로 다가갔다.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경빈 씨는 언니한테 목숨을 한번 빚졌어요. 그 목숨 다시 언니한테 줄 수 있어요?”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처연하게 웃었다.“내 목숨 같은 거 유미한테 큰 가치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유미가 원한다면 내 목숨 따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만약 탁유미가 그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몇백 번이고 죽어줄 수 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0화

    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9화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6화

    탁유미는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 이경빈의 손에 잡힌 자신의 옷을 반대로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도저히 잡아당겨 지지를 않았다.이경빈은 이대로 그녀의 옷을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손이 하얘질 때까지 꽉 쥐고 놓지 않았다.탁유미는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손 다치고 싶지 않으면.”경호원은 그녀의 눈빛에 얼른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의 옷을 꽉 잡고 있는 이경빈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경빈은 경호원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네가 나 원망하는 거 알아. 당연해.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날 증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단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난 너랑 할 얘기 없어.”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이경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옷을 꽉 잡은 손이 경호원의 힘으로 하나둘 펴지며 서서히 고통이 일고 있는데도,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대로 놓아주면 다시는 그녀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을까 봐, 그녀와는 이로써 모든 게 다 끝이 날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탁유미는 제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 그를 보며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너는 항상 이런 식이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네가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짓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항상 네 기분만 중요하고 네 생각만 중요한 사람이었어!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마치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크나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손아귀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탁유미는 옷을 정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5화

    이경빈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인수로만 놓고 보면 이경빈 쪽이 훨씬 우세였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특정 인원들의 출입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으라는 강지혁의 명령을 받았으니까.“비켜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긴장감이 흐르고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탁유미가 걸어 나왔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경빈 대표님은 저희가 금방 되돌려보내겠습니다.”그들은 말을 마친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탁유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봤던 때와 달리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으나 턱 쪽에 수염이 까끌까끌 나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으며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눈가도 엄청 빨개 있었다.이제껏 줄곧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세팅하고 다니던 남자였는데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며칠 만에 보는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더 야위어 있었으며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이마에는 까진 상처가 있었는데 복도 조명 때문에 더 잘 보였다.이경빈은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심장에 마치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일었다.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는 그날 그의 명령으로 머리가 조아려졌을 때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그렇게도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그는 억지로 그녀의 무릎을 꿇리고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그날 경호원의 손에 의해 몇 번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왜 바보같이 그녀에게 그런 수모를 줬을까.왜 등신처럼 그녀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공수진에게 사과하게 했을까.이경빈이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던 그때 탁유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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