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렇게 보면 나는 네가 날 엄청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돼.”고개를 든 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나, 나는 그냥...”‘그냥 뭐? 그냥 바라본 것뿐이라고? 그냥 네가 오늘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뿐이라고?’이중 어떤 대답을 해도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결국 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의 눈만 빤히 바라보았다.“날 사랑하는 게 아니면 다시는 아까 같은 눈으로 보지 마. 멋대로 오해하기 싫으니까.”“응... 알겠어.”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예 시선을 내리고 밥을 먹었다.대체 그녀의 눈이 어땠길래 강지혁이 그런 말을 한 걸까?엄청 사랑하고 있다니, 대체 어땠길래......아침을 다 먹은 후 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구청으로 향했다.오늘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임유진과 강지혁은 접수 번호를 받은 후 의자에 앉아 순서가 불리기를 기다렸다.그들 앞에는 3명이 더 있었다. 혼인 신고하러 온 건지 이혼 신고하러 온건인지는 모르지만...혼인신고와 이혼 신고하는 곳이 같다 보니 대기 의자에 앉아 가끔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상당히 민망했다.하지만 강지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솔직히 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렇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다.평소에는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부하직원이 알아서 다 해줬으니까.그런데 지금 그는 마치 일반 시민처럼 접수 번호를 받고 자신이 번호가 불리기 전까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그때 임유진의 옆에 앉은 젊은 여성 한 명이 임유진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두 분 혼인 신고하러 오신 거죠?”“네.”“후후, 커플룩이라서 바로 눈치챘지 뭐예요. 그보다 남편분이 정말 잘생기셨네요. 연예인 뺨치는데요?”남편이라는 말에 임유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강지혁은 무척이나 태연해 보였다.“왜, 남편이라는 호칭이 불편해?”“그... 그런 거 아니야.
[몰라. 누군데? 역시 신인 남자 배우야?][배우는 무슨! 강지혁이잖아!][강지혁? 어떤 강지혁?][야, 내가 이렇게 흥분할 정도의 남자라면 딱 한사람밖에 더 있어?]친구의 말에 여성의 손이 멈칫했다.그리고 그때 마침 임유진의 접수번호가 들려오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은 채 8번 창구로 향했다.여성은 강지혁의 뒷모습을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저 남자가 정말 GH 그룹의 대표 강지혁인 걸까?그때 휴대폰 알림이 또다시 울렸다.[그래서 어디서 봤냐니까?][구청.][구청? 강지혁이 구청에는 왜 갔지?]친구가 의문 가득한 이모티콘까지 붙이고 물었다.[아마... 혼인 신고 때문이 아닐까?]여성은 소문으로만 듣던 강지혁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된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강지혁이 접수번호를 받고 웬 여자와 함께 커플룩을 입은 채 혼인 신고를 하려 하다니...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아, 그럼 강지혁이 아니겠네. 강지혁이랑 엄청 비슷한 남자인가 보다.]친구의 말에 여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사 강지혁이 혼인 신고하러 왔다고 한들 접수번호를 받고 기다릴 리가 없었다.그렇게 한시름을 놓으려던 그때 여성은 강지혁과 임유진의 혼인 신고접수를 도와주던 직원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지금은 몸을 벌벌 떨기까지 했다.그리고 잠시 후 구청 직원 5명 정도가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빠르게 그쪽으로 다가갔다.그중 제일 앞에 서 있는 남성은 나이가 조금 있었는데 그 남성은 유니폼이 아닌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여성은 구청으로 들어오는 길 바로 옆에 세워진 홍보 포스터를 떠올리고는 그 중년 남성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해당 중년 남성은 바로 구청 청장이었다.청장이 왜 창구로 왔지?여성이 의문을 품던 그때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청장이 의자에 앉아 있던 직원을 물리더니 자신이 대신 의자에 앉은 것이다. 그러고는 직접 두 남녀의 접수를 도와주었다.이런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강지혁이었으니까!S 시에서 강지혁이 지금 혼인 신고하고 있다는 소식을 아는 사람은 단언컨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구청직원들뿐일 것이다.만약 이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면 S 시 전체가 난리가 날 게 틀림없다.청장은 서류를 건네주며 강지혁과 결혼하게 될 여성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 것으로 보아 재벌가들의 딸은 아닌 듯했다.게다가 여성은 제 이름 하나 사인하는 것도 무척이나 느리고 힘들어 보였다. 부잣집 딸내미의 손가락이 이렇게 삐뚤빼뚤할 수는 없었다.청장이 속으로 가늠하고 있을 때 임유진은 두 번째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정성스럽게 기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메슥거림이 올라와 임유진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서둘러 화장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강지혁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의 뒤를 쫓았다.그리고 구청 청장과 뒤에 있던 직원들도 뭔지 모르지만 일단 강지혁의 뒤를 쫓아갔다.접수번호를 받고 대기하던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이상한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녀리고 유약해 보이는 여자가 선두에서 뛰고 그 뒤로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가 뛰고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헐레벌떡 뛰어갔다.정말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임유진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자 강지혁도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따라 들어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청장이 서둘러 그의 앞을 막아섰다.“강 대표님, 여기는... 여자 화장실입니다.”강지혁이 이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이 사실이 나중에 할 일 없는 인간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있다.청장은 그렇게 되면 결국 자기에게 불똥이 튈 거라고 생각해 이해해 달라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전에 임유진이 몇 번이나 힘겹게 토하고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 그녀는 꼭 에너지를 다 뺏긴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비켜!”결국 그는 청장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끝 칸막이에서 흰색 원피스를 입은
청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자신들이 화장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그렇게 한숨 돌렸다 생각한 그때, 청장의 눈에 강지혁이 여자의 팔을 부축하고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힌 다음 바로 옆 자판기에서 물을 사 건네주는 모습이 보였다.강지혁이 물시중을 든다고?강지혁의 신분을 알고 있는 직원들과 청장의 얼굴은 말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강지혁은 이제껏 누군가의 물시중을 받았으면 받았지 들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임유진은 물을 받아든 후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그때 강지혁이 주머니를 뒤지더니 레몬 맛 캔디를 건네주었다.“이거 먹어. 입덧할 때 먹으면 좋대.”임유진은 그의 말대로 캔디를 입에 집어넣었다.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 들어오자 위장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레몬 맛 캔디가 입덧에 좋다는 건 누구한테 들었어?”“고 비서.”“고 비서님? 고 비서님 결혼하셨어?”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녀가 여태 고이준이 솔로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아니. 고 비서 어머니가 고 비서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했는데 그때 의사의 권유로 레몬 맛 캔디를 먹게 됐대. 그 뒤로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임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얘기하는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고이준과 둘이서 어쩌다 입덧 얘기까지 하게 된 거지? 그리고 그 얘기를 할 때 강지혁은 어떤 표정이었을까?잠깐 휴식한 후 임유진과 강지혁은 다시 서류를 작성하러 갔다.그리고 다 작성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청장이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요즘 혼인 신고하러 함께 오신 젊은 부부들은 다들 저쪽에 있는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십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요구하면 저희가 따로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죠. 어떻게, 두 분도 찍어드릴까요?”“그러지.”강지혁은 대답을 마친 후 임유진의 손을 잡고 포토 부스로 향했다.임유진은 그
두 사람이 연인이었을 당시 임유진은 강지혁의 눈가를 매만지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그거 알아? 너 웃을 때 정말 예쁘다는 거? 네가 그렇게 웃을 때면 꼭 너한테 홀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그러자 강지혁이 더 예쁘게 웃었다.“나는 네가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홀렸으면 좋겠는데?”두 눈을 마주한 채 요망한 말을 내뱉는 강지혁 때문에 임유진의 볼은 순식간에 빨개졌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서 널 꼬실 거야. 네가 나한테 홀려서 어디 가지 못하게, 다른 사람한테 시선 한번 주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나를 사랑할 수 있게. 유진아, 내가 이렇게 웃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임유진은 그때 그 말이 너무나도 달콤해 그대로 녹아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그때는 그렇게나 달콤했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강지혁과는 꼭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왜? 사진이 별로야?”강지혁이 묻자 임유진이 얼른 답했다.“아니, 잘 나왔어.”“그래. 사진을 액자에 넣어준다고 하니까 사진 줘.”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사진을 강지혁에게 건넸다. 그러다 옆 홀에서 젊은 부부들이 선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도 한때는 누군가와 혼인 신고하러 올 때 눈앞에 있는 젊은 부부처럼 평생을 약속하고 싶었다.“옆 홀로 안내해드릴까요?”그때 청장이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아...”임유진이 망설이자 강지혁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할래!”그 말에 강지혁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임유진은 자신을 빤히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고는 이내 뭔가 알아차린 듯 서둘러 말했다.“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나는...”“‘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 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의 말이 들려왔다.“이혼은 꿈도 꾸지 마. 이번 생에서 너는 내 강지혁의 와이프 여야만 하고 네 남편도 나여야만 해.”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그녀는 자기들 서약 차례가 될 때까지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러다 서약서를 읽을 때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임유진은 옆에서 함께 서약서를 읽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부부의 연을 맺어 결혼에 책임을 다하며...”임유진은 서약서를 보며 강지혁과 함께 선서했다.이로써 이제 강지혁과는 완벽한 부부가 되었다.그녀는 드디어 자신만의 가정이 생긴 것이다.앞으로의 결혼생활에 위기와 고난이 닥쳐올 때 그걸 강지혁과 둘이 손잡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정말 강지혁과 평생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지금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다.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고 무거운 말이기도 하니까.하지만 뭐가 됐는 그녀는 노력해볼 생각이다. 강지혁과의 결혼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유지하며 가정을 잘 꾸려나갈 생각이다.“이로써 선서를 마칩니다.”마지막 끝말이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서약이 끝난 후 사진 전담 직원이 두 사람의 사진이 들어있는 아크릴 액자를 임유진과 강지혁에게 각기 하나씩 건넸다.임유진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자 강지혁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오늘부터 우리는 정식으로 부부가 된 거야.”“응.”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그때 아까 대기 의자에 앉아있을 때 임유진에게 말을 걸었던 여성도 지금 막 모든 것을 끝냈다. 그리고 이제 남편과 물건을 정리하고 가려는데 구청 청장과 직원들이 임유진과 강지혁을 배웅하고 있는 보습이 보였다.여성은 그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정말 강지혁이 아닌 걸까?강지혁이 아니라 하기에는 구청 직원들의 태도나 반응이 너무나도 이상했다.“뭐 봐?”여성의 옆으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
“에이, 아닐 거야. 만약 강지혁이면 며칠 전부터 결혼한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왔겠지. 그런데 하나도 없잖아.”여성의 친구가 웃으며 절대 아니라고 얘기했다.“아니면 네 계정은 왜 정지를 당한 건데? 그리고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그 남자랑 여자의 혼인신고서를 접수해준 사람, 구청 청장이었어. 직원들도 무슨 높은 사람 모시듯 항상 따라붙었고.”그 말에 전화기 너머의 친구가 침묵했다.그러다 한참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만약 정말 강지혁이면... S 시가 발칵 뒤집히겠는데? 그런데 강지혁이 직접 얘기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에서는 함부로 기사를 내보내지 못할 거야...”여성의 친구는 통화하면서 컴퓨터에 있는 강지혁의 사진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이 결혼이라니... 강지혁과 결혼하게 될 여자는 대체 누굴까?’...임유진은 구청에서 나와 강지혁과 함께 차량 뒷좌석에 앉았다.“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아니. 병원으로 갈 거야. 병원 쪽에는 이미 얘기해뒀어. 도착하면 너랑 아이한테 필요한 검사를 받게 될 거야. 전에 네가 쓰러졌을 때 했던 건 간단한 검사뿐이었으니까.”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임신한 이상 몸 상태를 잘 체크해야만 했다.그녀는 자궁이 그렇게 된 후로 생리불순이 생겼다. 4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기에 이번에 3개월째 생리를 안 했을 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생기 불순이겠거니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생리불순 때문이 아니라 임신 때문이었다.물론 임유진은 그 사실을 몰랐었고 그래서 3개월이나 임신 초기에 해야 할 검사 같은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원래부터 마른 체형인 것도 있지만 요즘 제대로 먹지 않아 살이 점점 더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복부도 전혀 임산부의 배 같지 않았다.임유진은 자신이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지 않은 것으로 아이한테 영향이 갔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한편 강지혁은
고이준이 강지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고이준의 말대로 그는 어제 상당히 바빴고 그래서 메일함도 제대로 확인 못 했다.게다가 고이준에게서 메일을 받기로 한 건 기억이 나지만 어차피 오늘 다시 와서 검사할 테니 그전 병원에서 했던 검사지는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세쌍둥이라니...강지혁의 눈빛이 임유진의 복부로 향했다.홀쭉하고 평평한 그녀의 뱃속에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있다는 말이다.그때 임유진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일에 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세쌍둥이?그녀는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연히 아이가 한 명일 줄 알았다. 하나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 하늘은 그녀에게 세 명이나 선물로 주었다.갑작스럽게 날아든 3인분의 행복에 임유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왜 울어?”임유진의 눈물을 본 강지혁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너무... 흑... 너무 기뻐서...”임유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답했다.“나 정말 세쌍둥이 임신한 거야? 정말?”“그래, 세쌍둥이 맞아.”강지혁은 고이준에게서 티슈를 건네받은 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많이 울면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 그만 울어.”말투는 딱딱하지 그지없지만 손길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그는 임유진이 눈물을 흘릴 때면 항상 손발이 차가워지고 어쩔 줄을 몰랐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서둘러 눈물을 멈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은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는 임유진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항상 미간을 찌푸렸다.특히 초음파 검사할 때는 얼굴이 더더욱 심각해졌다.“선생님, 우리 아이들 괜찮은 거죠...?”임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건강보다는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이 아이들은 하늘이 그녀에게 준 희망이었으니까.“아이들은 괜찮습니다. 제가 걱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