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준이 강지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고이준의 말대로 그는 어제 상당히 바빴고 그래서 메일함도 제대로 확인 못 했다.게다가 고이준에게서 메일을 받기로 한 건 기억이 나지만 어차피 오늘 다시 와서 검사할 테니 그전 병원에서 했던 검사지는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세쌍둥이라니...강지혁의 눈빛이 임유진의 복부로 향했다.홀쭉하고 평평한 그녀의 뱃속에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있다는 말이다.그때 임유진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일에 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세쌍둥이?그녀는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연히 아이가 한 명일 줄 알았다. 하나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 하늘은 그녀에게 세 명이나 선물로 주었다.갑작스럽게 날아든 3인분의 행복에 임유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왜 울어?”임유진의 눈물을 본 강지혁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너무... 흑... 너무 기뻐서...”임유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답했다.“나 정말 세쌍둥이 임신한 거야? 정말?”“그래, 세쌍둥이 맞아.”강지혁은 고이준에게서 티슈를 건네받은 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많이 울면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 그만 울어.”말투는 딱딱하지 그지없지만 손길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그는 임유진이 눈물을 흘릴 때면 항상 손발이 차가워지고 어쩔 줄을 몰랐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서둘러 눈물을 멈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은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는 임유진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항상 미간을 찌푸렸다.특히 초음파 검사할 때는 얼굴이 더더욱 심각해졌다.“선생님, 우리 아이들 괜찮은 거죠...?”임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건강보다는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이 아이들은 하늘이 그녀에게 준 희망이었으니까.“아이들은 괜찮습니다. 제가 걱정하고
“산모가 잘못될 가능성은요?”강지혁의 목소리에 일말의 긴장이 묻어 있었다.“산모가 잘못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만 수술 과정에서 가끔 출혈이 발생하거나 자궁내감염 또는 장기손상 등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분의 현재 몸 상태로 볼 때 만약 유산하게 되면 다시 아이를 가질 확률이 매우 희박해집니다.”의사는 가능한 상황들을 다 설명해주었다.강지혁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세쌍둥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도 위험이 큰데 지금은 한 명을 포기한다고 해도 여러 문제가 따라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하지만 그에게 있어 선택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강지혁은 아이보다는 임유진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애초에 임유진을 사랑하게 됐을 때부터 그는 이미 그녀가 임신이 힘들다는 사실과 어쩌면 둘 사이에는 영원히 아이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때는 아예 상관이 없었고 지금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자신이 원하는 게, 자신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그럼 한 명을 포기할게요.”“싫어!”강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유진이 반대했다.“나는 아이 포기하기 싫어.”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임유진을 노려보았다.“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알아! 하지만 어차피 한 명을 포기해도 세 명 다 유산하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차라리 세 명 다 살리는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싶어.”만약 지금 아이를 한 명 포기하게 되면 임유진의 안전에는 어느 정도 보장이 생기지만 아이들이 위험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낳으려고 하면 임유진과 아이들 모두 위험하게 된다.변호사라면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유리한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임유진은 지금 자신의 목숨으로 위험한 수를 던지려고 하고 있다.어쩌면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는 게, 자신만의 가정을 이루는 게 너무 간절한 탓일 수도 있다.임유진은 만약 여기서 한 명을 포기함으로써 나
“그럼, 당연하지.”이한이 헤실헤실 웃었다.“그런데 너는 다쳤으면 다쳤다고 왜 얘기를 안 하냐? 내가 네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해? 왜, 내가 있으면 유진 씨랑 감정을 쌓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냐? 뭐가 됐든 그렇게 멋지게 구해줬는데 이번에야말로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겠지?”강현수는 시선을 내리고 그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렸다.대문에서 막 나왔을 때 임유진은 그 가녀린 몸으로 망설임 없이 차량 앞에 뛰어들었다.그때의 그녀는 창백하고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임에도 그를 만나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오로지 곽동현을 위해!강현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불사할 수 있는데 그녀는 곽동현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임유진은 곽동현에게 유리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곽동현의 말을 조건 없이 믿어주었다.대체 곽동현이 뭐라고 그녀가 그렇게 한단 말인가!강현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또다시 질투와 분노가 피어올랐다.그는 이번 기회에 임유진에게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다. 곽동현은 파렴치한 인간이고 그녀는 처음부터 곽동현 같은 걸 믿어서는 안 됐다는 사실을!“너 그 표정 뭐야? 설마... 아직도 유진 씨 마음을 얻지 못한 거야? 왜? 유진 씨가 여전히 지혁이를 못 잊겠대?”이한의 말에 강현수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한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었다.“하하, 야, 농담인 거 알지? 지혁이랑 유진 씨랑 헤어진 지가 언젠데. 그리고 전에 클럽에서도 분위기 장난 아니었어. 유진 씨한테 얼마나 싸늘하게 대하는지 내가 다 살 떨리더라니까? 유진 씨를 완전히 내려놓은 게 분명해.”이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그는 평소 SNS를 해도 중요한 친구들만 팔로우하기에 지금처럼 메시지가 왔다는 건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뜻이었다.이한은 친구가 또 어떤 메시지를 보냈나 싶어 흥미 가득한 얼굴로 메시지를 확인했다.하지만 메시지를 확인 한 지 3초도
그 말에 이한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사실 이 일은 그가 지금 얘기하지 않아도 강현수라면 금방 알게 될 사실이다.이 일은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알겠어. 대신 마음의 준비부터 해. 그리고 나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직 몰라.”이한의 말에 강현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한의 휴대폰으로 보게 될 내용이 영원히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일까 봐.아니나 다를까 이한이 건넨 휴대폰을 본 강현수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강현수는 휴대폰을 거칠게 뺏어가더니 휴대폰 속 사진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피가 거꾸로 솟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강현수가 본 사진에는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꼭 커플인 것처럼 두 사람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두 남녀는 큰 홀의 대기 의자 같은 곳에 앉아 있었고 해당 사진은 캡처 사진이었다.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도 달려있었다.[여러분, 구청에 혼인 신고하러 온 이 남자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제일 먼저 맞히는 사람한테는 선물도 드려용!]이한의 친구는 해당 캡처 사진을 이한에게 보내며 메시지까지 보냈다.[한아, 이거 아는 지인이 나한테 보낸 건데 사진 속 남자 강지혁 아니야? 강지혁 결혼해? 진짜?]강현수가 보고 있는 사진 속 남자는 강지혁이 확실했다. 그리고 강지혁 옆에 같이 찍힌 여자는 임유진이었다.‘구청이라고? 둘이 정말... 혼인 신고하러 갔단 말이야?’강현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하지만 그러면서도 두 눈은 여전히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이한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서둘러 강현수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야, 이런 건 가짜인 경우가 많으니까 신경 쓰지 마! 이러다 괜히 회복하는데 영향이 가겠네.”강현수는 창백한 얼굴로 텅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탁자 위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그대로 임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어
임유진이 좋아하는 건 곽동현일 텐데 왜 갑자기 강지혁과 결혼한 거지?배 속의 아이 때문인가?‘유진 씨한테 제대로 물어봐야겠어!’강현수는 통화를 마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차 키를 집어 들고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야야, 너 어디가?”그때 이한이 다급하게 달려와 그를 막아섰다.“유진 씨한테 가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물어봐야겠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강현수의 얼굴은 지금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했다.그는 지금 임유진이 그의 차량을 막아선 그날 아침의 광경만 떠올랐다.그때 그는 곽동현을 향한 질투 때문에 결국 그녀를 무시했고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남아있었다.그때 뭔가 놓친 게 있었던 걸까?강현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무슨! 차 키 줘. 차라리 내가 몰게. 같이 가.”이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뭐가 됐던 강현수에게 그 사진을 보여준 건 자신이니 책임을 져야만 했다.그리고 오랜 친구 사이인 강지혁과 강현수가 임유진 때문에 크게 싸우기라도 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강지혁이 임유진 때문에 강현수의 목을 조른 장면이 아직 눈에 선했으니까.이한은 강현수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순식간에 차 키를 빼앗았다.그리고 잠시 후,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별장에서 빠져나왔다.한편, 검사를 마치고 나온 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검사는 다 마쳤어?”강지혁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응. 검사 결과는 내일 나올 거래.”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휴대폰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너, 내 번호 지웠어?”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응.”헤어진 후 그녀는 강지혁과 철저하게 끝내기 위해 번호를 지워버렸다.하지만 기억은 휴대폰처럼 지우고 싶다고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번호를 지웠음에도 임유진은 그의 두 개 번호를
드디어 임유진을 손에 넣었다.이제 그녀는 명실상부 그의 아내다.나라가 인정하는 관계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 덕에 그녀를 옆에 묶어둘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이 그와 결혼을 결심한 게 한지영 때문이든 아이 때문이든 아무래도 좋았다.그에게는 임유진이 옆에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충분했으니까.“만약 네가 그 언젠가 또다시 나를 떠나면 그때는 네 날개를 부러트려서라도 내 옆에 둘 거야. 네가 날 원망해도 상관없어. 네가 전처럼 다시 무릎을 꿇어도 절대 안 놔줘. 무슨 짓을 해서든 내 옆에 묶어둘 거야.”강지혁은 자고 있는 임유진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말 속에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었고 애정도 담겨있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그녀를 보는 그의 두 눈에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이 뚝뚝 흘러나왔다.눈앞에 있는 여자가 이렇게 간절해질 줄은 강지혁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깊은 상처를 준 여자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녀를 원하고 또 원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당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품었던 감정만큼 깊은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결말이 아버지와 같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그때, 평온하게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기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임유진은 갑작스럽게 멈춘 차 때문에 그만 잠에서 깨버렸다.“무슨 일이야?”강지혁이 기사를 향해 물었다.“그게 차 한 대가 위험하게 달라붙는 바람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기사가 서둘러 해명했다.그 말에 임유진은 깜짝 놀라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은색 승용차를 보고는 흠칫했다.그건 강현수의 차였다.강현수는 강지혁의 차량이 멈춘 것을 확인한 후 이내 조수석에서 내렸다.임유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강현수를 보고 있던 그때 두꺼운 팔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다.이에 임유진
임유진이 입고 있는 옷은 사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강현수의 시선이 임유진을 넘어 차 안에 있는 강지혁에게로 향했다.뒷좌석 차 문이 닫히지 않은 탓에 강현수는 강지혁이 입고 있는 옷도 사진에서 봤던 것과 똑같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게 되었다.임유진은 강현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고는 두어 걸음을 남겨두고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나 찾으러 온 거예요?”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지혁이랑 오늘 혼인 신고했다는 거... 사실입니까?”강현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네.”“왜요?”강현수가 힘겹게 두 글자를 뱉어냈다.“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했어요.”상당히 격앙된 강현수와 달리 임유진은 무척이나 평온했다.강현수의 얼굴은 그녀의 말이 들리자마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로 그녀의 복부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의 말이 다 사실이었다는 건가?사실 강현수는 아까 어쩌면 강지혁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다.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그 남자의 애까지 뱄다.“만약 강지혁이 아이로 유진 씨를 협박하고 있는 거라면 내가...”강현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협박당한 적 없어요. 내가 원한 거예요. 내가 강지혁의 옆에 있겠다고 했어요.”협박당한 것이 아닌 그녀가 원한 거라는 말에 강현수의 심장이 욱신거렸다.“강지혁을 사랑해요?”강현수가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그 질문에 임유진이 침묵했다.사실 그녀도 자신이 강지혁을 아직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 몰랐으니까.강지혁과 연인이었을 때의 감정이 산산이 조각나버린 지금,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강지혁을 사랑하지 않는 거죠? 그렇죠? 그런데 왜 유진 씨가 원한 거라는 말을 해요.”강현수가 다급하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요. 사실은 강지혁한테서 도망치고 싶은 거면 내가 유진 씨를 도와줄게요.”임유진은
그래서 강현수는 배여진이 자신을 ‘현수야’라고 다정하게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 호칭을 기억 속 깊이 묻어두었다.그런데 지금 임유진이 그를 ‘현수야’라고 불렀다.대체 왜?순간 강현수의 머릿속으로 지난번 병원에서 그녀가 ‘현수야’라고 부르며 그를 구해준 사람이 배여진이 아닌 자신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당시 그는 곽동현을 위해 임유진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설마... 설마...’강현수는 이 이상 상상하기 두려웠다.그때 임유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나 구해준 거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날 좋아해 줘서 그것도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는 네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못해. 나는 널 한 번도 이성적으로 좋아해 본 적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나를 향한 마음을 이만 접어줬으면 좋겠어. 나한테 괜한 감정 낭비하지 마.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보답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반드시 보답할게.”“나는 보답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강현수는 임유진과 두 눈을 마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유진 씨예요? 내가 찾고 있던 사람 유진 씨예요...? 대답해 봐요.”“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임유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유진 씨죠?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여자애, 유진 씨죠?!”강현수가 임유진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먼저 팔을 뻗어 그의 손을 막아버렸다.그리고 임유진은 뒤편에서 다가온 남자에 의해 허리를 잡혀버렸고 등은 남자의 가슴팍에 찰싹 기대게 되었다.익숙한 체향이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강현수, 내 아내한테 뭐 하는 짓이야.”강지혁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강현수는 이에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강지혁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아내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도 거슬렸던 단어였던가.“나는 그냥 유진 씨가 내가 찾고 있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진작 찾아놓고 왜 자꾸 애먼 사람을 들쑤셔.”강지혁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언뜻 조롱하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