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이 좋아하는 건 곽동현일 텐데 왜 갑자기 강지혁과 결혼한 거지?배 속의 아이 때문인가?‘유진 씨한테 제대로 물어봐야겠어!’강현수는 통화를 마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차 키를 집어 들고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야야, 너 어디가?”그때 이한이 다급하게 달려와 그를 막아섰다.“유진 씨한테 가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물어봐야겠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강현수의 얼굴은 지금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했다.그는 지금 임유진이 그의 차량을 막아선 그날 아침의 광경만 떠올랐다.그때 그는 곽동현을 향한 질투 때문에 결국 그녀를 무시했고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남아있었다.그때 뭔가 놓친 게 있었던 걸까?강현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무슨! 차 키 줘. 차라리 내가 몰게. 같이 가.”이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뭐가 됐던 강현수에게 그 사진을 보여준 건 자신이니 책임을 져야만 했다.그리고 오랜 친구 사이인 강지혁과 강현수가 임유진 때문에 크게 싸우기라도 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강지혁이 임유진 때문에 강현수의 목을 조른 장면이 아직 눈에 선했으니까.이한은 강현수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순식간에 차 키를 빼앗았다.그리고 잠시 후,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별장에서 빠져나왔다.한편, 검사를 마치고 나온 임유진은 강지혁이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검사는 다 마쳤어?”강지혁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응. 검사 결과는 내일 나올 거래.”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휴대폰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너, 내 번호 지웠어?”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응.”헤어진 후 그녀는 강지혁과 철저하게 끝내기 위해 번호를 지워버렸다.하지만 기억은 휴대폰처럼 지우고 싶다고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번호를 지웠음에도 임유진은 그의 두 개 번호를
드디어 임유진을 손에 넣었다.이제 그녀는 명실상부 그의 아내다.나라가 인정하는 관계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 덕에 그녀를 옆에 묶어둘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이 그와 결혼을 결심한 게 한지영 때문이든 아이 때문이든 아무래도 좋았다.그에게는 임유진이 옆에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충분했으니까.“만약 네가 그 언젠가 또다시 나를 떠나면 그때는 네 날개를 부러트려서라도 내 옆에 둘 거야. 네가 날 원망해도 상관없어. 네가 전처럼 다시 무릎을 꿇어도 절대 안 놔줘. 무슨 짓을 해서든 내 옆에 묶어둘 거야.”강지혁은 자고 있는 임유진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말 속에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었고 애정도 담겨있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그녀를 보는 그의 두 눈에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이 뚝뚝 흘러나왔다.눈앞에 있는 여자가 이렇게 간절해질 줄은 강지혁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깊은 상처를 준 여자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녀를 원하고 또 원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당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품었던 감정만큼 깊은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결말이 아버지와 같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그때, 평온하게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기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임유진은 갑작스럽게 멈춘 차 때문에 그만 잠에서 깨버렸다.“무슨 일이야?”강지혁이 기사를 향해 물었다.“그게 차 한 대가 위험하게 달라붙는 바람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기사가 서둘러 해명했다.그 말에 임유진은 깜짝 놀라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은색 승용차를 보고는 흠칫했다.그건 강현수의 차였다.강현수는 강지혁의 차량이 멈춘 것을 확인한 후 이내 조수석에서 내렸다.임유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강현수를 보고 있던 그때 두꺼운 팔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다.이에 임유진
임유진이 입고 있는 옷은 사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강현수의 시선이 임유진을 넘어 차 안에 있는 강지혁에게로 향했다.뒷좌석 차 문이 닫히지 않은 탓에 강현수는 강지혁이 입고 있는 옷도 사진에서 봤던 것과 똑같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게 되었다.임유진은 강현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고는 두어 걸음을 남겨두고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나 찾으러 온 거예요?”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지혁이랑 오늘 혼인 신고했다는 거... 사실입니까?”강현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네.”“왜요?”강현수가 힘겹게 두 글자를 뱉어냈다.“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했어요.”상당히 격앙된 강현수와 달리 임유진은 무척이나 평온했다.강현수의 얼굴은 그녀의 말이 들리자마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로 그녀의 복부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의 말이 다 사실이었다는 건가?사실 강현수는 아까 어쩌면 강지혁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다.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그 남자의 애까지 뱄다.“만약 강지혁이 아이로 유진 씨를 협박하고 있는 거라면 내가...”강현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협박당한 적 없어요. 내가 원한 거예요. 내가 강지혁의 옆에 있겠다고 했어요.”협박당한 것이 아닌 그녀가 원한 거라는 말에 강현수의 심장이 욱신거렸다.“강지혁을 사랑해요?”강현수가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그 질문에 임유진이 침묵했다.사실 그녀도 자신이 강지혁을 아직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 몰랐으니까.강지혁과 연인이었을 때의 감정이 산산이 조각나버린 지금,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강지혁을 사랑하지 않는 거죠? 그렇죠? 그런데 왜 유진 씨가 원한 거라는 말을 해요.”강현수가 다급하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요. 사실은 강지혁한테서 도망치고 싶은 거면 내가 유진 씨를 도와줄게요.”임유진은
그래서 강현수는 배여진이 자신을 ‘현수야’라고 다정하게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 호칭을 기억 속 깊이 묻어두었다.그런데 지금 임유진이 그를 ‘현수야’라고 불렀다.대체 왜?순간 강현수의 머릿속으로 지난번 병원에서 그녀가 ‘현수야’라고 부르며 그를 구해준 사람이 배여진이 아닌 자신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당시 그는 곽동현을 위해 임유진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설마... 설마...’강현수는 이 이상 상상하기 두려웠다.그때 임유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나 구해준 거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날 좋아해 줘서 그것도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는 네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못해. 나는 널 한 번도 이성적으로 좋아해 본 적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나를 향한 마음을 이만 접어줬으면 좋겠어. 나한테 괜한 감정 낭비하지 마.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보답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반드시 보답할게.”“나는 보답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강현수는 임유진과 두 눈을 마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유진 씨예요? 내가 찾고 있던 사람 유진 씨예요...? 대답해 봐요.”“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임유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유진 씨죠?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여자애, 유진 씨죠?!”강현수가 임유진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먼저 팔을 뻗어 그의 손을 막아버렸다.그리고 임유진은 뒤편에서 다가온 남자에 의해 허리를 잡혀버렸고 등은 남자의 가슴팍에 찰싹 기대게 되었다.익숙한 체향이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강현수, 내 아내한테 뭐 하는 짓이야.”강지혁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강현수는 이에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강지혁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아내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도 거슬렸던 단어였던가.“나는 그냥 유진 씨가 내가 찾고 있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진작 찾아놓고 왜 자꾸 애먼 사람을 들쑤셔.”강지혁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언뜻 조롱하는 듯한
이에 강지혁이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대로 강현수에게 손을 뻗었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왜, 내가 강현수한테 손대는 게 싫어?”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현수는 나랑 아이의 목숨을 살려줬어.”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움찔하더니 다시 천천히 팔을 거두어들였다.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맞다고 하면 이번에는 내 말 믿어줄 거야?”강현수의 몸이 움찔 떨렸다.“역시 너였던 거야. 그렇지?!”“예전에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산속에서 놀다가 유괴당했다가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남자아이를 한 명 발견했어.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줘야겠다고 생각했지. 산속에서 하룻밤도 보내고 위험하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어. 서로한테 의지하며 결국 성공적으로 구출됐지.”임유진은 이야기 형식으로 마치 자신은 제삼자인 양 어렸을 적 이야기를 꺼냈다.강현수는 그녀가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이 창백해져 갔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발 그만 말해’라는 말이 끊임없이 들려왔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 선 채 임유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남자아이는 다리를 다쳤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병원까지 데려다줬어. 그때 남자아이가 여자아이한테 반드시 너를 찾아가겠다고 했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작은 팔찌를 건네줬어. 남자아이가 늦게 찾아올 수도 있으니 약속의 증표라고 어른이 돼서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도 팔찌로 서로를 확인하자고 했지.”강현수는 지금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고 심장은 계속 욱신거렸다.어렸을 적 산속에서 함께했던 여자아이는 임유진이 맞다.임유진이 확실했다.임유진은 당시 강현수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그런데 왜 그때는 몰라봤을까.그렇게도 마음이 동했는데, 그렇게도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는데, 왜 못 알아봤을까!왜! 왜!왜 임유진을 놓쳤을까.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그 많은 질문을 뚫고 나온 말은 이거였다
강현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했던 선택이 결과적으로 그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미안해... 라고?”강현수가 허탈한 듯 웃었다.“내가 너를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나한테 해줄 말이 고작 미안해 한마디뿐이야? 하하... 하하하...”강현수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임유진은 그의 눈물에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그때 강지혁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두 눈을 막아버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보지 마. 그리고 할 말 다 했으니까 이만 차로 돌아가자.”임유진은 강지혁에 의해 눈이 가려진 채로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강지혁까지 차에 탄 후 차량에 시동이 걸리고 천천히 이곳을 벗어났다.옆에 있던 이한은 강지혁이 떠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오늘 그는 충격의 연속이었다.강지혁과 임유진이 혼인 신고했다는 일도 충격이었고 임유진이 바로 강현수가 줄곧 찾아 헤매던 사람이라는 것도 충격이었다.믿기 힘든 일이지만 모두 사실이었다.이한은 눈물을 흘리는 강현수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강현수는 어릴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으니까.그런데 임유진이 강현수를 울렸다. 단 몇 마디 말로 말이다.“현수야, 이제 가자.”“가자고?”강현수는 코웃음을 쳤다.창백해진 얼굴에 눈물까지 흐르자 무척이나 처량해 보였다.“그래. 가야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런데 한아, 나 지금 꼭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아. 나는 뭣 때문에 그간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닌 걸까? 내가 먼저 만났는데. 내가 강지혁보다 더 먼저 만났는데, 왜 내가 ‘미안해’라는 말을 들어야 해?”이한은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을 지켰다.사실 이 세상에는 누가 먼저라는 게 없다.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먼저 만났다고 다 이어지는 것이 아니니까....강지혁은 임유진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후 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나랑 잠깐 별채로 가자. 아버지한테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우리 혼인 신고한 거.”“응, 알겠
임유진은 줄곧 강선우가 사랑 때문에 어린 강지혁을 버리고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는 최소한 살아있을 때만큼은 정말 강지혁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그게 아니라면 강지혁이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 그리고 혁이랑 꼭 잘살아 볼게요.”임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강지혁과 결혼하기로 한 이상 후회 없이 잘살아 보고 싶었다. 강지혁과 자신을 잇는 연결고리가 아이가 전부라고 해도, 그래도 아이에게만큼은 칙칙하고 온기 없는 가정이 아닌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주고 싶었다.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마침 강지혁과 두 눈이 마주쳤다.강지혁은 아까 그녀가 두어 걸음 나섰을 때부터 쭉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다.“아버님께 한 말 모두 진심이야.”임유진이 적막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맹세할 수 있어?”강지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의 얼굴은 어쩐지 평소보다 한층 더 진지해 보였다.“맹세?”“응. 아버지 앞에서 앞으로 다시는 내 옆을 떠나지 않겠다고,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내 옆에 있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무거운 돌처럼 그녀의 마음에 던져졌다.임유진은 무거운 맹세에 잠시 침묵했다.그러자 강지혁이 갑자기 자조하듯 웃었다.“이만 가자.”어차피 임유진이 맹세를 하든 안 하든 이번 생에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까.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본채로 돌아가려는 찰나 등 뒤에서 임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맹세할게.”이에 강지혁의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임유진은 가녀린 몸으로 바로 서서는 강선우를 향해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나 임유진은 강지혁이 먼저 끝을 얘기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강지혁의 옆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강지혁의 옆에 있겠습니다. 아
강지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 걸음 한 걸음 임유진에게로 다가갔다.칠흑같이 검은 눈동자는 임유진만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같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몇 초 후 강지혁이 서서히 팔을 들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주는 거야.”임유진이 정말 방금 맹세한 대로 해준다면 그 역시 그녀를 믿어줄 생각이다.아니, 그녀를 믿어주는 게 아니라 그녀를 믿고 싶은 것이다.그녀의 말대로 되기를 말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의 품에 기대 익숙한 체취를 들이마셨다.앞으로의 결혼생활이 평탄할 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강지혁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뭐가 됐든 그의 입에서 믿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건 좋은 징조임이 틀림없었다....이한은 강현수를 다시 별장에 데려다주었다.하지만 강현수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별장 밖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이에 이한은 어쩔 수 없이 강현수의 옆으로 가 같이 서 있어주었다.강현수가 현재 자신이 서 있는 땅을 빤히 바라보았다.이곳은 그날 임유진이 서 있었던 자리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이 떠오르자 순간 말 못 할 고통이 밀려드는 것이 느껴졌다.그날 차에서 내리지 않은 뒤로 이렇게 큰 변화가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임유진은 어릴 때 그를 구해줬던 여자애가 맞다.틀림없다.임유진을 막 알게 됐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끌렸는데 그는 느낌보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들을 믿었다.그래서 허무하게 그녀를 놓쳐버렸다.“현수야, 대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데?”참다못한 이한이 물었다.“먼저 가. 나는 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생각이니까.”“뭐? 너 미쳤어? 너 아직 환자야.”이한이 깜짝 놀랐다.“네가 여기 밤새 서 있는다고 해도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이만 들어가자, 응?”강현수는 그의 설득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이한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일로 강현수가 큰 충격을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