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자신들이 화장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그렇게 한숨 돌렸다 생각한 그때, 청장의 눈에 강지혁이 여자의 팔을 부축하고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힌 다음 바로 옆 자판기에서 물을 사 건네주는 모습이 보였다.강지혁이 물시중을 든다고?강지혁의 신분을 알고 있는 직원들과 청장의 얼굴은 말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강지혁은 이제껏 누군가의 물시중을 받았으면 받았지 들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임유진은 물을 받아든 후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그때 강지혁이 주머니를 뒤지더니 레몬 맛 캔디를 건네주었다.“이거 먹어. 입덧할 때 먹으면 좋대.”임유진은 그의 말대로 캔디를 입에 집어넣었다.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 들어오자 위장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레몬 맛 캔디가 입덧에 좋다는 건 누구한테 들었어?”“고 비서.”“고 비서님? 고 비서님 결혼하셨어?”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녀가 여태 고이준이 솔로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아니. 고 비서 어머니가 고 비서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했는데 그때 의사의 권유로 레몬 맛 캔디를 먹게 됐대. 그 뒤로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임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얘기하는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고이준과 둘이서 어쩌다 입덧 얘기까지 하게 된 거지? 그리고 그 얘기를 할 때 강지혁은 어떤 표정이었을까?잠깐 휴식한 후 임유진과 강지혁은 다시 서류를 작성하러 갔다.그리고 다 작성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청장이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요즘 혼인 신고하러 함께 오신 젊은 부부들은 다들 저쪽에 있는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십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요구하면 저희가 따로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죠. 어떻게, 두 분도 찍어드릴까요?”“그러지.”강지혁은 대답을 마친 후 임유진의 손을 잡고 포토 부스로 향했다.임유진은 그
두 사람이 연인이었을 당시 임유진은 강지혁의 눈가를 매만지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그거 알아? 너 웃을 때 정말 예쁘다는 거? 네가 그렇게 웃을 때면 꼭 너한테 홀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그러자 강지혁이 더 예쁘게 웃었다.“나는 네가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홀렸으면 좋겠는데?”두 눈을 마주한 채 요망한 말을 내뱉는 강지혁 때문에 임유진의 볼은 순식간에 빨개졌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서 널 꼬실 거야. 네가 나한테 홀려서 어디 가지 못하게, 다른 사람한테 시선 한번 주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나를 사랑할 수 있게. 유진아, 내가 이렇게 웃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임유진은 그때 그 말이 너무나도 달콤해 그대로 녹아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그때는 그렇게나 달콤했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강지혁과는 꼭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만약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왜? 사진이 별로야?”강지혁이 묻자 임유진이 얼른 답했다.“아니, 잘 나왔어.”“그래. 사진을 액자에 넣어준다고 하니까 사진 줘.”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사진을 강지혁에게 건넸다. 그러다 옆 홀에서 젊은 부부들이 선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도 한때는 누군가와 혼인 신고하러 올 때 눈앞에 있는 젊은 부부처럼 평생을 약속하고 싶었다.“옆 홀로 안내해드릴까요?”그때 청장이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아...”임유진이 망설이자 강지혁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할래!”그 말에 강지혁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임유진은 자신을 빤히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고는 이내 뭔가 알아차린 듯 서둘러 말했다.“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나는...”“‘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 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의 말이 들려왔다.“이혼은 꿈도 꾸지 마. 이번 생에서 너는 내 강지혁의 와이프 여야만 하고 네 남편도 나여야만 해.”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그녀는 자기들 서약 차례가 될 때까지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러다 서약서를 읽을 때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임유진은 옆에서 함께 서약서를 읽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부부의 연을 맺어 결혼에 책임을 다하며...”임유진은 서약서를 보며 강지혁과 함께 선서했다.이로써 이제 강지혁과는 완벽한 부부가 되었다.그녀는 드디어 자신만의 가정이 생긴 것이다.앞으로의 결혼생활에 위기와 고난이 닥쳐올 때 그걸 강지혁과 둘이 손잡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정말 강지혁과 평생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지금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다.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고 무거운 말이기도 하니까.하지만 뭐가 됐는 그녀는 노력해볼 생각이다. 강지혁과의 결혼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유지하며 가정을 잘 꾸려나갈 생각이다.“이로써 선서를 마칩니다.”마지막 끝말이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서약이 끝난 후 사진 전담 직원이 두 사람의 사진이 들어있는 아크릴 액자를 임유진과 강지혁에게 각기 하나씩 건넸다.임유진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자 강지혁이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오늘부터 우리는 정식으로 부부가 된 거야.”“응.”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그때 아까 대기 의자에 앉아있을 때 임유진에게 말을 걸었던 여성도 지금 막 모든 것을 끝냈다. 그리고 이제 남편과 물건을 정리하고 가려는데 구청 청장과 직원들이 임유진과 강지혁을 배웅하고 있는 보습이 보였다.여성은 그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정말 강지혁이 아닌 걸까?강지혁이 아니라 하기에는 구청 직원들의 태도나 반응이 너무나도 이상했다.“뭐 봐?”여성의 옆으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
“에이, 아닐 거야. 만약 강지혁이면 며칠 전부터 결혼한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왔겠지. 그런데 하나도 없잖아.”여성의 친구가 웃으며 절대 아니라고 얘기했다.“아니면 네 계정은 왜 정지를 당한 건데? 그리고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그 남자랑 여자의 혼인신고서를 접수해준 사람, 구청 청장이었어. 직원들도 무슨 높은 사람 모시듯 항상 따라붙었고.”그 말에 전화기 너머의 친구가 침묵했다.그러다 한참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만약 정말 강지혁이면... S 시가 발칵 뒤집히겠는데? 그런데 강지혁이 직접 얘기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에서는 함부로 기사를 내보내지 못할 거야...”여성의 친구는 통화하면서 컴퓨터에 있는 강지혁의 사진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이 결혼이라니... 강지혁과 결혼하게 될 여자는 대체 누굴까?’...임유진은 구청에서 나와 강지혁과 함께 차량 뒷좌석에 앉았다.“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아니. 병원으로 갈 거야. 병원 쪽에는 이미 얘기해뒀어. 도착하면 너랑 아이한테 필요한 검사를 받게 될 거야. 전에 네가 쓰러졌을 때 했던 건 간단한 검사뿐이었으니까.”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임신한 이상 몸 상태를 잘 체크해야만 했다.그녀는 자궁이 그렇게 된 후로 생리불순이 생겼다. 4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기에 이번에 3개월째 생리를 안 했을 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생기 불순이겠거니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생리불순 때문이 아니라 임신 때문이었다.물론 임유진은 그 사실을 몰랐었고 그래서 3개월이나 임신 초기에 해야 할 검사 같은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원래부터 마른 체형인 것도 있지만 요즘 제대로 먹지 않아 살이 점점 더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복부도 전혀 임산부의 배 같지 않았다.임유진은 자신이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 먹지 않은 것으로 아이한테 영향이 갔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한편 강지혁은
고이준이 강지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고이준의 말대로 그는 어제 상당히 바빴고 그래서 메일함도 제대로 확인 못 했다.게다가 고이준에게서 메일을 받기로 한 건 기억이 나지만 어차피 오늘 다시 와서 검사할 테니 그전 병원에서 했던 검사지는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세쌍둥이라니...강지혁의 눈빛이 임유진의 복부로 향했다.홀쭉하고 평평한 그녀의 뱃속에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있다는 말이다.그때 임유진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일에 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세쌍둥이?그녀는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연히 아이가 한 명일 줄 알았다. 하나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 하늘은 그녀에게 세 명이나 선물로 주었다.갑작스럽게 날아든 3인분의 행복에 임유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왜 울어?”임유진의 눈물을 본 강지혁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너무... 흑... 너무 기뻐서...”임유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답했다.“나 정말 세쌍둥이 임신한 거야? 정말?”“그래, 세쌍둥이 맞아.”강지혁은 고이준에게서 티슈를 건네받은 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많이 울면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 그만 울어.”말투는 딱딱하지 그지없지만 손길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그는 임유진이 눈물을 흘릴 때면 항상 손발이 차가워지고 어쩔 줄을 몰랐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서둘러 눈물을 멈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은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는 임유진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항상 미간을 찌푸렸다.특히 초음파 검사할 때는 얼굴이 더더욱 심각해졌다.“선생님, 우리 아이들 괜찮은 거죠...?”임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건강보다는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이 아이들은 하늘이 그녀에게 준 희망이었으니까.“아이들은 괜찮습니다. 제가 걱정하고
“산모가 잘못될 가능성은요?”강지혁의 목소리에 일말의 긴장이 묻어 있었다.“산모가 잘못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만 수술 과정에서 가끔 출혈이 발생하거나 자궁내감염 또는 장기손상 등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분의 현재 몸 상태로 볼 때 만약 유산하게 되면 다시 아이를 가질 확률이 매우 희박해집니다.”의사는 가능한 상황들을 다 설명해주었다.강지혁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세쌍둥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도 위험이 큰데 지금은 한 명을 포기한다고 해도 여러 문제가 따라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하지만 그에게 있어 선택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강지혁은 아이보다는 임유진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애초에 임유진을 사랑하게 됐을 때부터 그는 이미 그녀가 임신이 힘들다는 사실과 어쩌면 둘 사이에는 영원히 아이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때는 아예 상관이 없었고 지금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자신이 원하는 게, 자신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그럼 한 명을 포기할게요.”“싫어!”강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유진이 반대했다.“나는 아이 포기하기 싫어.”그러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임유진을 노려보았다.“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알아! 하지만 어차피 한 명을 포기해도 세 명 다 유산하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차라리 세 명 다 살리는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싶어.”만약 지금 아이를 한 명 포기하게 되면 임유진의 안전에는 어느 정도 보장이 생기지만 아이들이 위험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낳으려고 하면 임유진과 아이들 모두 위험하게 된다.변호사라면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유리한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임유진은 지금 자신의 목숨으로 위험한 수를 던지려고 하고 있다.어쩌면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는 게, 자신만의 가정을 이루는 게 너무 간절한 탓일 수도 있다.임유진은 만약 여기서 한 명을 포기함으로써 나
“그럼, 당연하지.”이한이 헤실헤실 웃었다.“그런데 너는 다쳤으면 다쳤다고 왜 얘기를 안 하냐? 내가 네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해? 왜, 내가 있으면 유진 씨랑 감정을 쌓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냐? 뭐가 됐든 그렇게 멋지게 구해줬는데 이번에야말로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겠지?”강현수는 시선을 내리고 그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렸다.대문에서 막 나왔을 때 임유진은 그 가녀린 몸으로 망설임 없이 차량 앞에 뛰어들었다.그때의 그녀는 창백하고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임에도 그를 만나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오로지 곽동현을 위해!강현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불사할 수 있는데 그녀는 곽동현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임유진은 곽동현에게 유리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곽동현의 말을 조건 없이 믿어주었다.대체 곽동현이 뭐라고 그녀가 그렇게 한단 말인가!강현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또다시 질투와 분노가 피어올랐다.그는 이번 기회에 임유진에게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다. 곽동현은 파렴치한 인간이고 그녀는 처음부터 곽동현 같은 걸 믿어서는 안 됐다는 사실을!“너 그 표정 뭐야? 설마... 아직도 유진 씨 마음을 얻지 못한 거야? 왜? 유진 씨가 여전히 지혁이를 못 잊겠대?”이한의 말에 강현수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한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었다.“하하, 야, 농담인 거 알지? 지혁이랑 유진 씨랑 헤어진 지가 언젠데. 그리고 전에 클럽에서도 분위기 장난 아니었어. 유진 씨한테 얼마나 싸늘하게 대하는지 내가 다 살 떨리더라니까? 유진 씨를 완전히 내려놓은 게 분명해.”이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그는 평소 SNS를 해도 중요한 친구들만 팔로우하기에 지금처럼 메시지가 왔다는 건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뜻이었다.이한은 친구가 또 어떤 메시지를 보냈나 싶어 흥미 가득한 얼굴로 메시지를 확인했다.하지만 메시지를 확인 한 지 3초도
그 말에 이한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사실 이 일은 그가 지금 얘기하지 않아도 강현수라면 금방 알게 될 사실이다.이 일은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알겠어. 대신 마음의 준비부터 해. 그리고 나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직 몰라.”이한의 말에 강현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한의 휴대폰으로 보게 될 내용이 영원히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일까 봐.아니나 다를까 이한이 건넨 휴대폰을 본 강현수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강현수는 휴대폰을 거칠게 뺏어가더니 휴대폰 속 사진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피가 거꾸로 솟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강현수가 본 사진에는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꼭 커플인 것처럼 두 사람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두 남녀는 큰 홀의 대기 의자 같은 곳에 앉아 있었고 해당 사진은 캡처 사진이었다.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도 달려있었다.[여러분, 구청에 혼인 신고하러 온 이 남자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제일 먼저 맞히는 사람한테는 선물도 드려용!]이한의 친구는 해당 캡처 사진을 이한에게 보내며 메시지까지 보냈다.[한아, 이거 아는 지인이 나한테 보낸 건데 사진 속 남자 강지혁 아니야? 강지혁 결혼해? 진짜?]강현수가 보고 있는 사진 속 남자는 강지혁이 확실했다. 그리고 강지혁 옆에 같이 찍힌 여자는 임유진이었다.‘구청이라고? 둘이 정말... 혼인 신고하러 갔단 말이야?’강현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하지만 그러면서도 두 눈은 여전히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이한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서둘러 강현수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야, 이런 건 가짜인 경우가 많으니까 신경 쓰지 마! 이러다 괜히 회복하는데 영향이 가겠네.”강현수는 창백한 얼굴로 텅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탁자 위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그대로 임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어